지난 7월 기아 사령탑에서 물러난 뒤 최근 ‘모교 군산상고 감독 취임’이라는 깜짝 뉴스를 전한 기아 김성한 감독(46·현 기아 총감독)은 여유를 되찾은 모습이었다.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워졌고, 경질 무렵 초점을 잃어가던 눈빛에도 광채가 되돌아와 있었다. 아마추어 지도자로 제2의 인생을 선언한 그를 광주구장 인근 커피숍에서 만났다.
◇“조금 당겨졌을 뿐이다!”
지난 7월 충격적인 경질 소식을 접한 뒤 지리산, 덕유산, 백아산(전남 화순 소재) 등을 정처없이 올랐다. 분을 삭이고, 시선을 피하고, 차질이 생긴 인생계획을 수정하기 위해서였다. 지리산 원정을 끝으로 수행을 마치고 하산하던 그는 군산야구의 대부인 이용일씨(전 KBO 사무총장, 쌍방울 구단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김 감독은 “프로에서 할 만큼 한 뒤 언젠가는 모교에 보은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번 결정으로 계획이 조금 앞당겨진 것 같다”고 말했다.
◇“아마추어리즘을 살리고 싶다!”
그의 앞에는 난파선이 놓여 있었다. 이해관계에 따른 갈등이 생각보다 심했고, 선수들은 기초체력도 갖추지 못한 채 방치돼 있었다. 일단 현 코치진의 유임을 결정한 다음 코치들로부터 ‘학부모와의 사적인 만남이 발각되면 해임한다’는 각서를 받았다. 치맛바람을 일으키던 일부 학부모에게도 따끔한 일침을 놨다. 아직 유니폼이 없는 까닭에 반바지 차림으로 땡볕에 서서 스타감독의 취임으로 한껏 부풀어 있는 선수들의 체력훈련을 지휘하고 있다.
◇“우승 강박증에 시달렸다!”
기아 감독으로서의 4년을 둘로 나눴다. 앞선 2년은 초보 사령탑으로 정신없이 보냈고, 그 뒤 2년은 우승을 위해 자신의 색깔을 포기한 시기라고 했다. 그는 “2년은 선수 자원과 경험 부족 등으로 정신없이 보냈다. 그러나 추구했던 호쾌한 야구는 했었던 것 같다”고 말한 뒤 “그 뒤에는 제법 여유를 갖고 벤치에 앉을 수 있겠다 싶었지만 우승을 하기 위해 선이 굵은 야구를 포기했다. 승부에 집착해 잔야구에 매달렸다”고 설명했다. 경질에 대해서는 “올해 2년 재계약을 했지만 올 시즌 성적으로 진로를 결정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경질이) 일찍 왔다”고 씁쓸해 했다.
◇“팬들을 위한 야구를 하고 싶다!”
향후 진로를 묻는 질문에 조심스러워 했다. 군산상고 학부모들이 ‘잠깐 머물다 갈 사람 아닌가’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다른 생각없이 일단 모교 야구부를 다시 ‘역전의 명수‘로 키우는 데 주력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방학 등을 이용해 틈틈이 미국 등지로 연수를 다녀오겠다고 했다. 그는 “기회가 된다면 다시 프로에 복귀하고 싶다”며 “그때는 정말 팬들을 위한 야구를 하고 싶다”고 힘을 줘 말했다. “쉬면서 (프로야구) 몇 경기 봤는데 제3자의 눈으로 보니까 다른 뭔가가 보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