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에 올라가 수건을 걷었다. 수건은 참 많은 날을 기
억하는군. 이건 돌잔치, 저건 9지역 축구 대회, 어느 날은
서울남부교도소 방문 기념일. 돌상 앞에 앉은 내가 지폐
대신 국수를 쥐고, 오빠가 기세 좋게 찬 공이 골대 밖으로
튕겨 나가고, 푸른 수의를 입은 아빠가 접견실 문을 열고
들어설 때까지 목이 빠져라 기다리는 날. 수건을 나눠 주
며 몰래 한숨을 쉰 엄마가 있다. 수건을 받으며 고개를 숙
이는 오빠가 있다. 비린내가 물씬 나는 수건에 얼굴을 묻
고 비는 엄마가 있다. 어쩌다 이 많은 수건이 내게 왔을까.
나는 마른 수건을 개며 칸을 채웠다. 수건을 작게 접는 동
안 누군가 어깨를 두드려 무언가 쥐어 주었다. 하얀 소창
수건에 '축 고희'라고 적혀 있다. 내 것이라고 했다.
이젠 다 접은 것 같아. 방문을 열고 나갔다. 아무것도 안
보이게 눈부신데 거기부터는 내가 모르는 곳. 그리고 이
만화는 여기서 끝난다.
[나의 모헌 만화],문학과지성사, 2025.
첫댓글 나의 모험 만화 인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