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트로풍의 스테이 '목포 카세트 플레이어'
평범한 일상 속 마음 한구석에 남을 새로운 경험을 안겨줄 공간.
집을 짓기 전 가볼 만한 숙소, 그 스물한 번째는 전남 목포에 위치한 ‘카세트 플레이어’다.
목포역 일대는 철도와 해상 무역이 활발했던 과거의 영광이 빛바랜 구도심이지만 시대상을 잘 보여주는 중후한 근대 건축물들과 지역 문화가 잘 녹아들면서 다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스테이 ‘카세트 플레이어’도 KTX 목포역에서 도보 10분 거리인 구도심의 여관으로 이용되었던 곳이다. 건축주 부부는 여관으로 사용하던 이 1970년대 건물을 전면 철거하기보다는 리모델링하기로 결정했다.
전체 운영 콘셉트는 설계가 진행되기 전에 윤곽이 나온 상태였다. 건물은 도로 쪽 두 동의 2층 규모 근린생활시설의 맞벽 건축물과 골목 안쪽의 3층 규모 여관 동이 꽉 채워진 ‘ㅁ’자 형태로 자리 잡고 있었다. 각 층의 공용 공간 1~2개를 제외하고 기존의 객실은 1층과 3층에 각 3개, 2층에 6개였다. 설계 과정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남겨진 것과 새로운 것의 조화였다.
출입구의 아치는 공간 전이의 기능을 한다.
방문객들은 아치를 통과하며 공간의 전환을 경험하게 된다.
독립형 숙소의 현관은 진입 방향과 직각 방향으로 배치하여 복도 쪽에서 숙소의 현관이 바로 보이지 않도록 했다. 현관 수납장과 연결통로 진열장은 단순한 복도의 의미를 넘어 지역 소식을 전하는 하나의 쇼룸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HOUSE PLAN
대지위치 ≫ 전라남도 목포시
대지면적 ≫ 155.4㎡(47평)
건물규모 ≫ 지상 3층
건축면적 ≫ 87.21㎡(26.38평)
연면적 ≫ 187.04㎡(56.57평)
건폐율 ≫ 56.12%
용적률 ≫ 120.37%
외부마감재 ≫ 내수합판 위 오일스테인, 도장마감
내부마감재 ≫ 벽·천장 - 도배, 합판 위 오일스테인 / 바닥 - 테라코타, 코일매트, 카펫타일, 에폭시 코팅, 데코타일
욕실 및 주방 타일 ≫ 포세린 타일 + 세라믹 타일
조명 ≫ LED 3인치 매입등 및 빈티지 조명
현관문 ≫ 영림도어, 방화문
방문 ≫ 영림도어
붙박이장 ≫ 라왕합판 위 오일스테인(현장 제작)
데크재 ≫ 방킬라이 19㎜
시공 ≫ 건축주 직영
설계·감리 ≫ 야무진 건축사사무소 02-6409-0022 인스타그램 @ymj_architect
꽃무늬 커튼, 목각 구슬 발 등의 소품들에서 레트로한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다.
레드 컬러의 카펫과 목재 도어를 적용해 마치 옛날 영화 세트장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준다.
우선은 노후한 건물에서 발생하는 누수와 결로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객실의 크기는 전체적으로 약 1.5평 정도였는데 창의 크기는 그에 비해 조금 큰 편이었다. 유달산이 보이는 몇 개의 방을 제외하고 인접 대지의 지붕이나 담장만 보이는 객실은 시선이 차단될 수 있도록 창의 크기를 줄이고 창호를 pvc 이중창으로 교체했다. 벽면의 단열도 보강했다. 다만 창고, 화장실, 복도의 창호들은 단열에 큰 문제가 있지 않았고 지금은 구하기 힘든 고유함을 지닌 무늬 유리가 적용돼 기존의 것을 유지하였다. 또, 과거 여관에서 사용하던 2개의 샹들리에를 2층 공용 공간에 재사용하였다.
린 컬러의 타일을 적용한 심플한 구조의 욕실.
과거로 회귀한듯 복고적인 느낌의 공간에서 고요하게 머무를 수 있는 트윈 베드 침실.
1층은 방 3개와 거실을 갖춘 독립형 숙소로 구성했다. 2층에는 공용 공간, 긴 복도를 따라 배치된 객실을 갖췄다. 3층의 기존 3개의 객실은 1, 2층에 비해 방과 화장실의 크기가 큰 편이었다. 화장실이 2층 객실보다도 컸지만 철거를 최소화해 3개 객실에 각각 다른 스타일의 화장실을 적용했다.
스테이 카세트 플레이어는 현재 진행형의 건축물이다. 1층에 새로운 상업시설들이 들어올 예정이고 다양한 프로젝트도 준비 중이다. 지금도 이곳에서는 카세트테이프가 늘어지는 만큼 사람들의 이야기가 쌓여가는 중이다.
도로에 면해 채광이 좋은 2층 공간 두 곳에 공용 공간을 배치했다. 이곳에서 간단한 조리와 식사가 가능하다.
스테이 콘셉트에 맞게 클래식부터 2000년대 음악까지 장르를 망라한 카세트테이프, 카세트 플레이어, 라디오 등을 구비해 둔 2층 리셉션 겸 음악 감상 공간.
INTERVIEW : 카세트 플레이어 김민지 대표
‘카세트 플레이어’를 만든 계기는
서울 대형 광고회사에서 9년간 일하다가 번아웃이 왔어요.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해외여행이 어려워 국내 여행지 중 안 가본 곳을 찾다가 목포 ‘괜찮아 마을’에서 일주일을 지내게 됐어요. 결국 목포의 매력에 흠뻑 빠졌고 이곳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되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오래된 여관 ‘우진장’ 건물에 매매 표시가 붙은 것을 발견하고 흥미가 생겨 스테이 조성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오래된 여관을 고친 이유가 있나
왜 오래된 여관을 고쳤냐는 질문에는 멋지고 근사한 이야기보다 예산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데요. 새로 지으면 좋겠지만 그만한 예산도 없었고, 건축법상 허가 가능한 공간을 만들면서도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면 옛 구조를 가져가는 것이 가장 좋겠더라고요. 게스트하우스가 가진 낮은 진입 장벽, 펜션이 갖는 독립적인 공간, 커뮤니티 호텔들이 제공하는 공용 공간이 함께 어우러진 스테이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어르신들은 추억을 회상하고, 젊은이들은 새로운 것을 접하는 교집합의 스테이, 누구나 편히 올 수 있는 가성비 스테이요.
카세트 플레이어 이름 뜻과 스테이 콘셉트
동네 분위기를 살린 공간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목포 원도심에는 카세트테이프 파는 가게가 여전히 영업하고 있어요. 이곳이 근대문화역사거리이기도 하고요. 자연스럽게 뉴트로, 그중에서도 ‘카세트 플레이어’를 콘셉트로 여관을 고치게 됐습니다. 어릴 적 좋아하던 가수의 카세트테이프를 늘어질 때까지 들으며 음악에 몰두하던 적이 있었어요. 음악에만 집중하며 제 방에 누워있었던 그때가 바로 온전한 휴식을 취하던 때였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재촉하는 사람도 없고, 내 템포에 맞게 카세트테이프를 듣던 경험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손님분들이 이곳에서 카세트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느긋하게 쉬어가셨으면 해요.
하숙생 모집 프로그램도 있던데
요즘 워케이션에 관한 기사가 많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근처 코워킹 스페이스 ‘반짝반짝 1번지’, 지역살이 프로그램 ‘괜찮아 마을’, 채식 식당 ‘최소 한끼’ 등을 운영하는 ‘공장공장’과 함께 ‘일하는 하숙집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됐어요. 시범 프로그램 반응이 좋아서, 현재 추가 모집을 진행하고 있어요. 일하면서 쉬고, 친구도 사귀는 프로그램을 원한다면 일하는 하숙집으로 오세요!
카세트 플레이어로 꼭 들어봤으면 하는 음악
들국화 1집, 퀸 히트곡 메들리를 추천해요. 불호가 없는 명반입니다.
숙소 주변에 꼭 가보았으면 하는 곳
저희 숙소의 가장 큰 장점이 맛집들 한복판에 있다는 거예요. 꽃게살 비빔밥을 먹을 수 있는 ‘장터식당’과 목포에서만 먹을 수 있는 중깐이 있는 ‘중화루’, 해장하기에 좋은 ‘김정림 선지해장국’을 추천해드립니다.
앞으로의 운영 계획
디저트 숍, 오락실, 코워킹 스페이스를 차례로 오픈할 예정입니다. 손님들의 피드백을 받아 계속 보완해나가려고 합니다.
레트로 콘셉트에 충실한 카세트 플레이어 간판. 폰트 하나도 세심하게 골랐다. ⓒ건축주 제공
기존 공용 화장실 벽을 철거하고 객실로 확장하여 유달산 전경을 확보했다. 바닥 단차 부분은 더 높여 바깥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좌식 공간으로 만들었다.
주변 시멘트 미장이나 적벽돌 타일 건물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흰색 도장과 입구 일부를 목재로 마감하고 튀어나온 요소들을 정리해 전체적으로 정돈된 볼륨감을 느낄 수 있다.
취재협조 | 카세트 플레이어
전남 목포시 영산로40번길 5
0507-1383-9872
인스타그램 @ccassette_player
취재_ 오수현 | 사진_ 신해수(텍스처 온 텍스처)
출처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2년 10월호 / Vol.284 www.uuj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