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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장(第十七章). 거대한 지네괴물과 백사(白蛇). 금몽추는 괴물의 그 툭 튀어 나온 호박만한 시퍼런 광채를 뿌리 는 두 눈을 바라 보다가 왕산산에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시오. 나는 하! 하! 하! 다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 오. 내가 맡아서 처리할 테니 두고 보시오." 순간 괴물이 다시 싸르륵! 하는 소름끼치는 음향과 함께 지독한 독기(毒氣)를 뿜어 냈으므로, 금몽추는 말을 하다가 말고 다급히 좌장(左掌)을 휘둘렀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장력(掌力)은 분명히 괴물의 두 눈 사이를 맞추었지만, 그러나 흡사 철갑(鐵甲)을 연상케 하는 두터운 껍질 때문인지 전혀 타격을 입은 것 같지 않고 다만 한차례 머리부분이 흔들려 돌아갈 뿐이었다. 괴물이 일단 다시 독기를 내뿜은 것은 공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 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금몽추의 장력이 괴물을 적중시키는 순간 괴물의 머리부분은 이미 두 사람의 지척에 이르러 어지럽게 좌우로 돌아갔다. 금몽추는 괴물이 그처럼 빠르게 움직일 수 있으리라고는 미처 생 각지 못했기 때문에, 일순 크게 당황해 하다가 몸의 중심을 잃어 오히려 괴물의 머리쪽으로 쓰러지는 뜻 기우뚱거렸다. "아앗, 조심해요!" 느닷없이 괴물의 거대하게 벌어진 아가리가 눈앞으로 다가들자 당황한 금몽추는 엉겁결에 손에 들고 있던 장검을 그 쪽으로 들이 밀었고, 괴물은 시퍼렇게 번뜩이는 이빨로 그것을 와드득, 깨물어 버렸다. 전설(傳說)에 의하면 쇠를 먹는 짐승인 불가사리가 있다고는 하 지만, 실로 이렇게 이빨로 장검을 박살내는 괴물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금몽추는 자신의 장검이 그와 같이 토막이 나 버리자 그만 당황 한 바람에 펑펑펑! 하고 다급히 세 차례나 장력(掌力)을 날려 후려 쳤고, 그 반탄력(反彈力)에 의해 몸이 두둥실 떠올라 뒤로 물러났 다. 평소라면 경신술(輕身術) 정도는 무리없이 펼칠 수 있을 테지만 금몽추는 이 순간 너무나도 정신이 없어져서 마구 허우적거리다가 그만 뒤로 볼품없이 나동그라졌고, 이어 즉시 몸을 일으키기 위해 크게 버둥거렸다. '괴, 굉장한 녀석이다! 으으으, 오늘 나의 이 곤륜삼성이라는 명 성이 수모를 당하게 되는구나!' 금몽추가 그런 생각을 하며 겨우 몸을 일으키는데 문득 왕산산의 다소 기쁜 듯한 음성이 들려왔다. "성공했어요! 당신은 과연......! 어서 서둘러요. 괴물이 달아나 기 시작하고 있어요!" '으응, 뭐라고? 놈이 달아나기 시작한다고?......' 이상하게도 왕산산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으며, 괴물은 어느새 아 가리에서 푸르죽죽한 피를 줄줄 흘려대며 빠르게 뒤로 물러나기 시 작하고 있었다. 아마도 조금전에 괴물이 비록 장검을 박살내기는 했으나 결국 그 것이 무리였고, 그로 인해 장검의 파편(破片)이 녀석의 몸속으로 들어가 나쁜 작용(作用)을 한 것 같았다. 이것은 그야말로 극도로 운이 좋은 결과이고 지나친 우연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러나 그러한 광경을 보자 금몽추는 즉시 다시 기고만장하고 용기(勇氣)가 치솟아 눈을 부릅뜨며 부러진 장검을 쳐들고 부르짖었다. "과연 내가 이렇게 되고 말 것이라고 생각했었도다! 으핫하하하 하......! 그 어떤 괴물이라고 해도 나의 이 일검(一劍)을 피할 수 는 없을 것이니, 이로 인해 나의 이 위대한 명성(名聲)은 빛을 발 하는 도다! 왕소저, 보았소? 내가 비로소 놈을 처치한 것이오!" 왕산산은 다소 의아한 듯이 그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하지만 이미 괴물이 달아나 버렸어요. 틀림없이 그 괴물은 사람 을 해치는 존재(存在)가 분명하므로 우리는 즉시 놈을 추적해서 제 거해야만 해요." '으응? 놈을 제거해야만 한다고? 으음...... 무리가 아니지. 그 것은 나의 이 명성에 부합되는 일이다. 놈은 이미 나의 이 일검(一 劍)에 겁을 집어먹지 않았는가? 다만, 다만 나의 이 소중한 금검이 부러져 버렸으니 그것이 실로 안타까운 일이로구나!......' 금몽추는 얼른 그녀의 손을 잡아 안쪽으로 이끌며 말했다. "조금전에 나의 이 비전절예(秘傳絶藝)를 보았소? 사실 이 금검 은 다시 보기 어려운 훌륭한 보검(寶劍)이지만, 놈도 역시 대단했 소. 아니, 아니지. 내가 지나치게 힘을 쓰는 바람에 이 놀라운 보 검도 끝내는 부러지고 말았던 것이오. 하하...... 헌데, 우리가 이 렇게 계속해서 놈을 쫓아갈 필요가 있겠소? 놈을 이제 달아났으니 다시는 사람을 해치지는 못할 것이오." 왕산산은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서서 그의 얼 굴을 바라보다가 문득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몽랑, 저는 당신의 모든 면을 사랑하고 존경하지만, 그러나 지 나치게 비굴(卑屈)한 모습은 보여주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 말은 기실 금몽추에게는 마치 비수(匕首)와도 같은 것이고 즉 각 효과가 있는 것이어서, 그는 이내 가볍게 고소(苦笑)하더니 다 시 그녀의 손을 잡고 안쪽으로 이끌며 웃는 어조로 말했다. "물론 나도 당신을 사랑하오. 하하하! 나는 이미 당신에게 두 손 을 다 들고 말았소. 처분만 기다리는 심정이오. 하하하...... 내가 이제는 좀 더 우아한 모습만을 보여주도록 하겠소. 비록 약간 어렵 기도 하겠지만, 그러나 당신을 위해서라면...... 하하, 이제 좀 기 분이 좋아졌소?" 왕산산은 갑자기 크게 감격한 듯이 와락 달려들어 그의 몸을 껴 안고 양 볼을 마구 부벼대며 울먹이는 어조로 말했다. "미안해요. 죄송해요! 그리고...... 그리고 사랑해요! 제가 그만 이런 부탁을 드려서, 잘못인 줄은 알지만 저는 당신을 사랑하기 때 문에......, 당신은 아마도 이 모든 일들을 해결하고 나서 다시 세 상(世上)을 등지려고 하시는 것이지만, 그러나 저는 그것을 두고 볼 수가 없어요. 저는 당신이 장차 저와 함께 많은 사람들속에서 행복(幸福)한 가정을 꾸미게 되기를 바라며, 또한 반드시 그렇게 만들고야 말 거예요!" 금몽추는 갑자기 그와 같은 행운(幸運)을 당하게 되어 한편으로 는 즐겁고 한편으로는 정신이 다 없어져서 속으로 혀를 내두르며 생각했다. '이상하구나. 어째서 이 여자가 이렇게 갑자기 똑똑해진 것일까? 어째서 갑자기 모든 일을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말을 하고 있는 것 이지? 으흠...... 나쁘지 않구나. 나쁘지 않아. 하지만, 하지만 과 연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일까? 나의 이러한 명성은...... 명성(名 聲)과 바꾸어도 되는 것일까......?' 금몽추는 한참이나 그녀의 체취를 맡으면서 정신이 몽롱해져 있 다가, 이윽고 자신의 당황스러워진 마음을 감추기라도 하듯이 고개 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말했다. "그, 그럼...... 어서 갑시다!" 이처럼 평범(平凡)한 지형(地形)에 이와 같이 기이(奇異)한 통로 가 만들어져 있다는 것은 정말로 이상한 일이지만, 어쨌든 이것은 지금 눈앞에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므로 믿지 않는다고 해도 전혀 소용이 없게 될 지도 모른다. 우연이라면 아주 괴상한 우연의 일치이겠지만, 그 좁은 통로는 아주 구불구불하면서도 굉장히 길어서 두 사람은 모두 길을 가는 도중 심신(心身)이 거의 다 지쳐 버리고 말았다. '아이구, 이거 궁구가 그 녀석이 지금 이 자리에 있었다면 좀 더 편안하게 갈 수 있었을 텐데, 몸이야 그렇다고 해도 일단 마음이 먼저 지쳐 버리고 말겠구나!......' 왕산산은 실상 특별히 대단한 사람은 아니라고 해도 그저 평범 (平凡)한 여자는 아니며, 대단히 기질(氣質)이 맑고 정신력이 강할 뿐만 아니라 뭔가 다른 보이지 않는 능력(能力)을 가지고 있는 것 이 사실이다. 제법 오랫동안 어둠속을 지나왔는데도 불구하고 그녀는 전혀 지 친 기색(氣色)이 아니었고, 오히려 그가 자신을 바라보자 싱그럽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길은 아주 길군요. 저는 아직 이런 길이 있다는 얘기도 들어 본 적이 없어요. 혹시 우리가 어떤 어지러운 미로(迷路)속에서 헤 매고 있는 것은 아니겠죠?" 금몽추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을 받았다. "글쎄...... 그야 알 수 없는 일이겠지. 하지만 일단 당신이 나 를 그렇게나 사랑하고 있다면 이렇게 나와 함께 헤매는 것도 즐거 운 일이 되지 않겠소?" 왕산산은 이미 그의 몸을 안아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인지 다시 스 스럼없이 껴안고 볼을 부벼대며 웃으며 말했다. "맞아요. 당신의 말이 맞아요. 저는 차라리 이 길이 빨리 끝나지 않고 오래도록 계속되었으면 좋겠어요." 금몽추는 미처 자신이 먼저 그녀를 어떻게 해 보지 못했기 때문 에 멀쩡하게 서서 당하면서 속으로 어리둥절해 했다. '나쁘지는 않은데...... 으허허! 하지만 이거 정말 남자(男子)와 여자(女子)가 뒤바뀐 것이 아닐까? 당연히 남자가 여자를 안고 있 어야만 할 텐데, 일단 그녀가 지금 나를 안고 있으니 내가 뒤늦게 행동을 취한다고 해도 역시 내가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 아니겠는 가?' "하지만 정말 미안하게 되었소. 저기를 보시오. 길이 다 끝나가 는 것 같구만? 이것이야말로 우리 두 사람의 달콤한 여행(旅行)이 다 끝나버린 것이 아니겠소?" 어느덧 통로(通路)가 많이 넓어져 있었고, 앞쪽에서 빛이 스며들 고 있는 것이 금몽추의 말대로 통로가 끝나가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두 사람이 다시 밖으로 나오게 된 것이 아니라, 이제 도착한 곳은 어떤 기이(奇異)하게 넓고 신비(神秘)로운 광장 (廣場)과도 같은 곳이었다. 불규칙하게 생긴 천연(天然)의 동굴광장이 어림잡아 보기에도 사 방으로 거의 수십 장은 될 정도로 넓은데, 천정의 이곳저곳에 대여 섯 개의 주먹만한 야광주(夜光珠)가 박혀서 빛을 발하고 있었고, 그러니까 아까부터 보아 온 빛의 정체는 바로 그것들이었다. 왕산산은 이 곳에 이르러 모든 것들이 다 신기(神奇)하고 이상한 지 한동안 두리번거리며 바라보다가, 이윽고 한숨을 내쉬며 놀란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대체 여기가 어디죠? 아아......! 세상에 이런 곳이 있을 줄은 몰랐어요! 여보 당신은 놀랍지도 않나요? 당신은 미리 알고 있었나 요? 정말로 믿을 수가 없는 일이죠?" '으응, 여보? 아니...... 여보라고? 내가 지금 혹시 말을 잘못 들은 것이 아닐까?' 오랫동안 어둠속에 적응해 있었기 때문인지 이 곳은 마치 대낮처 럼 밝게 느껴져서 모든 것이 훤하게 드러나 보였다. 이상하게도 이 넓은 광장 전체는 지나칠 정도로 거의 뚜렷하게 두 부분(部分)으로 나뉘어져 있었으며, 하나는 시커멓고 더러운 반 면에 다른 한 쪽은 희한할 정도로 하얗고 깨끗한 빛깔이었는데, 마 치 그러한 두 곳의 특색(特色)있는 모습의 원인을 말해주듯 양쪽의 중앙에는 동일한 빛깔의 물이 고여 있는 작은 웅덩이가 각기 하나 씩 있었다. 검고 더러운 웅덩이 부근에는 아까 보았던 것과 같은 거대한 지 네들이 서너 마리가 꿈틀거리고 있었고, 하얗고 깨끗한 웅덩이 부 근에도 뭔가 확실하지는 않지만 역시 하얗고 기다란 물체들이 빠르 게 움직이며 들락거리고 있는 듯했다. 그런 괴이(怪異)한 점들만 빼면 다른 곳의 형상(形狀)들은 그저 평범한 동굴과 같다고 할 수가 있었는데, 양쪽 빛깔의 경계가 되는 선상(線上)의 맞은편 벽면에 또한 하나의 석문(石門)이 있었고 그 석문 역시 기이하게도 색깔이 둘로 나뉘어져 있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 동굴광장은 대자연(大自然)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신비(神秘)롭고 환상적(幻想的)이며 경이로운 광경처럼 보 이지만, 그러나 천정에 박혀 있는 주먹만한 야광주들이나 석문 등 만 봐도 그저 천연(天然) 그 자체만은 아닌 인공(人工)이 가미된 모습인 것 같았다. 본래는 그 무시무시한 지네괴물들이 무려 서너 마리나 더 있는 것을 보고 두려움부터 느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러 나 왕산산은 우선 이 곳의 희한한 광경에 정신이 팔려 잠시 그러한 현실적(現實的)인 상황을 잊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비단 믿어야 할 뿐만 아니라, 우리는 저 양 쪽의 괴물 (怪物)들을 모두 다 상대해야 할 것 같소." 왕산산은 고개를 크게 흔들고 제정신으로 돌아 온 듯, 정색(正 色)을 하고 다시 그 양 쪽의 괴물들을 주시하다가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우리가 만일 이 곳에서 살아서 돌아 갈 수만 있다면 나 중에 남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게 될 거예요." '물론 그렇기는 하지. 하지만 당신은 너무나도 나의 이 능력(能 力)을 우습게 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또한 다른 사람들은 결코 이 러한 사실을 믿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군?' "헌데 저 하얀 괴물들은 정말 이상하네요. 마치 뱀처럼 생기지 않았나요?" 그 하얀 웅덩이 부근에서 부산하게 돌아 다니는 괴물들은 주변의 색깔과 너무나도 비슷하고 또한 빠르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잘 분간하기 어려우나, 그러나 자세히 보니 마치 거대한 지렁이 같기 도 하고 혹은 허물을 갓 벗은 비늘이 없는 백사(白蛇) 같기도 했 다. 몸집의 크기는 지네괴물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그러나 그 빠른 움직임과 몸체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기질(氣質)은 역시 지네 괴물에 못지 않은 무서운 존재라는 것을 알게 했다. "나는 지금 어째서 저것들이 우리에게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 지 그것을 연구해 보고 있는 중이오." 왕산산은 그 말을 듣자 문득 속으로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폭소 (爆笑)를 터뜨렸다. '몽랑의 이러한 면모는 마치 어리광을 부리는 어린아이와도 같 아. 모두가 자신에게 관심을 보여 주기를 바라고 생떼를 부리니, 심지어는 호호! 저런 괴물들에게까지도...... 아마도 이런 것은 그 가 어려서부터 외롭게 혼자 자라와서 정(情)을 받지 못했기 때문일 거야.' 금몽추는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 알고 있다는 듯이 상 당히 의심(疑心)스런 표정으로 한 번 그녀를 흘겨 본 뒤에, 다시 말했다. "당신은 정말 둔하기도 하군. 그래 지금 이 광장에서 벌어지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아직도 눈치채지 못했다는 말이오?" 왕산산은 여전히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그의 얼굴을 바라 보며 고 개를 천천히 내저었다. "나는 그런 것은 잘 몰라요. 하지만 우리는 일단 저 석문(石門) 으로 들어가 봐야 할 것 같군요. 나중에 호호호! 누군가가 그 석문 에 대해서 물어 보았을 때, 내가 무서워서 가 보지 못하고 그냥 돌 아나왔다고 한다면 그 얼마나 아쉬운 일이겠어요?" 그 이상한 빛깔을 가지고 있는 석문에 대해서 호기심이 생기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마도 인생(人生)에 대해서 별로 관심이 없어진 사람들일 것이다. 금몽추는 그만 할 수 없다는 듯이 길게 한 숨을 내쉬며 그녀의 말을 받았다. "하지만 대체 어떤 방법으로 저 안으로 들어 간다는 말이오? 두 개의 빛깔이 교차하는 선상(線上)으로 가면 될 것 같소? 하지만 그 것은 생각보다 더욱 더 위험한 발상이오. 양쪽의 독기(毒氣)가 서 로 강력하게 부딪치는 지점이기 때문에 사람이 만일 그 위를 걸어 가게 되면 자연 무사할 수 없게 될 것이오." 왕산산은 다소 놀란 듯이 그 말을 듣고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그럼 저 하얗고 깨끗한 곳에도 독기(毒氣)가 있다는 말인 가요? 일반적으로 보면 더럽고 어두운 곳에는 독기가 있지만 밝고 하얀 곳에는 독기가 없는 것처럼 생각되는데요?" "그럼 당신이 한 번 시험삼아 그 곳으로 가 보시오. 나는 그 결 과를 전혀 책임지지 않겠소. 흐흐흐, 사실 말이지...... 왕왕 그런 깨끗해 보이는 곳에는 더욱 강력한 독기(毒氣)가 서려 있을 수 있 다는 것을 알아야만 할 것이오." 실상 지금 이 동굴광장 전체에는 그 두 가지의 강력한 독기들이 가득 차 있어서 보통사람들은 도저히 서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지 만, 그러나 금몽추가 지금 그 모든 독기를 은연중에 차단하고 있기 때문에 왕산산은 전혀 그것을 느끼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왕산산은 얼른 다시 그를 껴안고 뺨에 입을 맞춰주며 나긋나긋한 어조로 웃으며 말했다. "호호, 알겠어요! 내가 뭐 그리 심한 말을 했나요? 내 말이 틀렸 다면 자연 당신이 다 알아서 이해하세요." 금몽추는 전혀 그것을 상대할 수가 없어서 다만 눈살을 가볍게 찌푸리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건...... 이건 좋지 않구나. 하지만 그대의 그 입술은 정말로 달콤하고 향기(香氣)롭게 느껴지는군. 어째서 이와 같은 상황에서 는 좀 더 냉정해지지 못하는가 이 말이다......' 과연 금몽추의 그 말대로 광장안의 상황이 점차로 크게 변화를 보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하얀 웅덩이 쪽의 백사괴물(白蛇怪物)들이 갑자기 그 물을 빨아 들이기 시작했는데, 그 몸체가 마치 찐빵처럼 부풀어 올랐고 행동 이 둔해지게 되었으며, 그러는 가운데 웅덩이 안쪽에서 다시 비슷 한 백사괴물들이 더 나타났다. 모두 합쳐서 숫자를 세어 보니 열 마리는 되는 것 같았는데, 웅 덩이 안쪽에서 가장 늦게 나타난 녀석은 몸집이 가장 크고 또한 두 눈알이 새파란 빛깔이었으며 몸체에 두 다리까지 달려 있는 것 같 았다. "이상하군요. 저들은 혹시 서로 싸우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요? 하지만 저 풀죽처럼 생긴 물은 저 괴물들에게는 상당히 중요한 것 같고, 또한 일단 싸우려면 행동이 민첩해야만 할 텐데 구태여 저렇 게 하는 이유가 뭐죠?" 금몽추는 매우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손을 들어 내저었다. "저 괴물들은 실상 이 곳에서 오래도록 살아 왔기 때문에 누구보 다도 더 이 곳의 사정에 대해서 잘 알고 있고, 또한 마땅히 어떤 행동(行動)을 취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오. 잠시 두고 보면 알게 될 것이오." 왕산산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어째서 금몽추가 갑자기 기분이 나 빠지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짓다가, 다시 말했다. "아무래도 이 곳의 괴물들은 서로 앙숙이었는데, 오늘 당신이 저 지네괴물 하나를 해쳤기 때문에 그 균형(均衡)이 깨져버렸던 것 같 아요. 말하자면 저 백사괴물들로 보자면 오늘이야말로 어떤 절호의 기회였던 셈이죠. 헌데 어째서 저들은 우리도 상관하지 않고 서로 싸우려고만 할까요?" 금몽추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모든 일을 그렇게 단순하게만 생각할 일이 아니오. 아까 그 지 네괴물 하나가 나와서 우리를 공격(攻擊)했던 것은 뭔가 다른 이유 가 있었을 것이오. 이들은 그간 상대방을 견제하기 위해 극히 모험 을 자제해 왔던 것인데, 갑자기 그렇게 하게 된 데에는 어떤 특별 한 계기가 있었을 것이오. 으음, 게다가 저들은 지금 우리를 거의 안중에도 두고 있지 않으니 당연한 일이 아니겠소?" 하얀 웅덩이의 물이 모두 다 바닥나게 되자 드디어 백사괴물들은 일제히 지네괴물들이 있는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아까 생각 했던 것보다 그들의 행동은 더욱 느려서 그야말로 보고 있는 사람 들이 지루함을 느끼게 될 정도였다. 그것을 보고 있자니 마치 그들이 어떤 위험(危險)한 물건을 운반 하는 과정에 터지기라도 할까봐 극도로 조심하는 것 같기도 했는 데, 이윽고 그 검은 웅덩이의 부근에 이르자 조금씩 그 빨아 들였 던 물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아하, 그러니까 저 백사괴물들은 풀죽과 같은 것을 토해내어 자 신들의 영역을 넓혀 놓으려는 것이로군요? 그렇게 하면 우선 자신 들의 기세(氣勢)가 높아지게 되지 않겠어요?" "그렇지 않소. 저들은 거의 본능적(本能的)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사람이 생각하면서 행동하는 것과 같지 않소. 잠시 보고 있으면 알 게 될 테니, 좀 더 두고 보도록 하시오." "휴우, 알겠어요. 당신...... 화났나요?" 백사괴물들이 접근하자 자연 지네괴물들도 이미 대응할 태세를 갖추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백사괴물들이 그토록 느리게 움직이면서 자신들의 검은 영역(領域)으로 들어와 버렸는데도 역시 마치 위험한 물건을 보듯 그저 좌우로 늘어서서 경계만 할 뿐 공격하지 않고 있었는데, 이윽 고 백사괴물들이 하얀 물을 토해내기 시작하자 드디어 참지 못하고 한 지네괴물이 앞에 있는 백사괴물을 공격했다. 과연 그 지네괴물의 힘은 엄청나서 무시무시한 다리들를 들어 후 려치자 이내 백사괴물은 머리가 터져 나가고 몸통이 찢겨져서 참혹 한 죽음을 당했는데, 그러나 그 백사괴물이 몸속에 빨아들였던 하 얀 액체가 그와 동시에 터져 나와서 사방으로 분수처럼 흩어졌으므 로 주위에 있던 지네괴물들은 일제히 괴성을 지르며 이를 피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그 하얀 액체는 지네괴물들에게는 마치 극독(劇毒)과도 같아서 조금이라도 몸체에 묻으면 큰일이 나게 되는 것인 듯했는 데, 그렇게 하얀 액체가 분산(分散)되어서 그 주위로 지네괴물들이 더 이상 접근할 수가 없게 되자, 백사괴물들은 다시 더 검은 웅덩 이 쪽으로 다가가더니 이윽고 그 웅덩이 속에 자신들이 머금은 하 얀 액체를 줄줄이 토해내기 시작했다. 갑자기 그 웅덩이로부터 괴이(怪異)한 진동음과 함께 무슨 안개 와도 같은 짙은 연기가 가득 피어 오르더니, 광장전체를 뒤덮기 시 작했다. 일순 그 검은 웅덩이 안쪽으로부터 다른 지네괴물들보다 몸집이 거의 두 배는 더 크게 보이는 괴물이 나타나서 백사괴물을 후려쳤 는데, 그러나 그 백사괴물이 처참한 죽음을 당하는 순간 뒤쪽에 있 던 백사괴물의 우두머리가 눈부시게 빠른 속도로 움직여 앞으로 나 아가더니 그 지네괴물과 격렬한 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다른 백사괴물들은 여전히 자신들이 머금은 하얀 액체를 웅덩이 에 토해 내고 있었고, 다른 지네괴물들 역시 주변으로 물러나서 감 히 접근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 두 마리의 서로 다른 우두머 리 괴물들의 싸움은 아무래도 백사괴물쪽이 더욱 우세해 보였다. 잠시동안 치열하게 온갖 괴성을 지르면서 싸움을 벌이다가 백사 괴물은 더욱 기세(氣勢)를 올리는 반면 지네괴물은 덩치가 훨씬 큰 데도 불구하고 웬지 자신이 없어진 듯 슬그머니 뒤로 물러나기 시 작했는데, 백사괴물도 더 이상 추격하지 않고 잠시 그 자리에 머물 며 대기했다. 백사괴물들이 하얀 액체를 모두 토해내자 드디어 그 웅덩이의 물 은 거의 잿빛처럼 변해 버리고 말았는데, 비로소 백사괴물들은 다 시 행동이 빨라지고 전열을 갖추어서 지네괴물들과 격전(激戰)에 돌입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 왕산산은 신기하기도 하고 이상하기도하여 잠시 넋을 놓고 그와 같은 광경을 바라보았는데, 그 때 문득 금몽추가 느닷없이 그녀의 손을 잡고서 말했다. "자, 이제 어서 안쪽으로 들어가 봅시다. 지금이 아니면 나중에 는 거의 기회가 없을 것이오." 왕산산은 아직 본격적인 양쪽의 싸움을 보지 못했으므로, 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약간 버티며 의아한 표정으로 대꾸했 다. "하지만 대체 어떤 방법으로 그곳으로 가겠다는 거죠? 그리고 저 괴물들의 싸움은 아직 결말이 나지 않았잖아요?" 금몽추는 크게 눈살을 찌푸리며 다시 말했다. "이 싸움은 이미 보나마나 저 하얀 뱀들이 승리할 것이오. 본래 저 검은 웅덩이의 물은 강력(强力)한 독기(毒氣)를 함유하고 있었 는데 그것이 갑자기 최근에 이르러 약해져 버렸고, 그 때문에 지네 괴물들은 그에 대항할 수가 없게 되었소. 백사괴물들은 그것을 미 리 알고 우선 자신들에게 치명적(致命的)이라고 할 수 있는 검은 웅덩이의 물을 하얀 액체로써 중화시켜 버린 다음에 이제는 확실하 게 결말을 지으려고 하는 것이오. 으음......, 보다시피 이제는 양 쪽의 독기운이 서로 중화되어서 아까보다 세력(勢力)이 크게 약화 되었으니 그 점은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오." "그러나 만일 그렇게 양쪽의 독기운이 서로 중화되어 버린 상황 이라면 양쪽의 사정은 서로 같아져 버리게 된 것이 아닐까요?" "강력한 독기운(毒氣運)에 의지하고 살아온 괴물들이기 때문에 벌써 저 지네괴물들은 이전보다 그 기력이 절반정도 쇠퇴하고 말았 소. 저 백사괴물들은 지네괴물들보다 최소한 두 배 이상은 빠르고 강력(强力)하니 이제 똑같은 조건이 되어 버렸다고 해도 그 결과는 마찬가지가 될 것이오. 당신이 좀 더 싸움을 구경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그러나...... 하하, 나중에 그 결말이 나면 백사괴 물들은 드디어 우리를 공격(攻擊)해 올 텐데, 만일 저 괴물들이 당 신의 옷속으로 파고들어와서 잡아먹고자 한다면 당신은 그래도 웃 을 수가 있겠소?" 저 미끈미끈하게 생긴 백사괴물들이 자신의 옷속으로 파고 들어 와서 움직이게 된다면 그야말로 소름이 오싹 끼치는 일이라, 왕산 산은 그만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안색(顔色)이 변하여 와락 금몽 추의 몸을 껴안으며 말했다. "알겠어요, 알겠어요! 그럼 우리 어서 가도록 해요. 하지 만...... 하지만 저 안쪽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 지 모르겠군요?" '이 여자는 과연 제법 대담한 편이로군!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모든 일을 흥미위주로만 생각하니 과연 그것이 좋다고만 말할 수가 있을까......?' 그 괴물들은 비록 자신들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신 이 팔려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연 이 새로 나타난 두 사람을 전혀 도외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금몽추가 왕산산의 몸을 안고 신법(身法)을 펼쳐 석문(石門)이 있는 곳으로 나아가자, 즉각 백사괴물들 중의 한 마리가 눈부시게 빠른 속도로 허공(虛空)을 날아와 두 사람을 공격해 왔다. 이 백사괴물 한 마리만 해도 바깥 세상의 어느 구렁이보다 덩치 가 크고, 또한 위세(威勢)가 무섭다고 해야할 것이었다. 왕산산은 마침 그와 같은 광경을 보았으므로 즉각 실색(失色)을 하여 소리쳤다. "조심해요! 저 뱀이......?" 왕산산의 말소리보다도 뱀의 움직임은 더 빨랐으며 그에 대응하 는 금몽추의 행동 또한 더 빨랐다. 백사괴물이 날아와 두 사람을 휘감고 꼬리로 후려치며 거대한 아 가리를 벌리는 순간 왕산산을 안고 있는 금몽추는 오히려 그 안쪽 으로 빠져드는 것 같았는데, 다시 보니 어느새 두 사람은 그 백사 괴물을 지나쳐서 석문앞에 도달해 있었다. 이 순간의 빠른 금몽추의 신법은 왕산산으로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고, 또한 그 이치는 거의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기도 했 다. 그 석문은 잠겨져 있는 것 같았는데, 그 문을 열기 전에 우선은 뒤쪽에 있는 그 백사괴물부터 처치해야만 할 것 같았다. 왕산산이 황급히 지면을 밟으며 뒤를 돌아보니 그 백사괴물은 바 닥에 내려서서 또아리를 틀고 혓바닥을 내밀며 자신들을 노려보고 있었는데, 금몽추는 예의 그 반토막이 되어 버린 금검(金劍)을 뽑 아 들고 짐짓 엄숙한 표정으로 가볍게 후려치며 이렇게 말했다. "네녀석이 아직 이 훌륭하신 곤륜삼성(崑崙三聖)의 명성(名聲)을 모르는구나. 그렇다면 내 알게 해 주겠다." 왕산산이 알고 있는 이치대로 하자면 백사괴물은 충분히 그 느릿 느릿하고 아무런 위협도 되지 못하는 금몽추의 일검(一劍)을 가볍 게 피하고 재차 공격을 해 왔어야만 했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백사괴물은 마치 공손히 그 처분에 몸을 맡기 듯이 머리를 앞으로 길게 내밀었고, 이어 금몽추가 후려치는 금검 에 의해 머리를 얻어맞고 그대로 쓰러져 버리는 것이었다. "자, 한 번 그 문을 밀어 보시오." 왕산산은 잠시 멍하니 죽어 버린 백사괴물을 바라보고 있다가 고 개를 돌리며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잠긴 문이 아니었나요?" "으흠, 본래는 그렇게...... 그렇게 잠겨져 있던 문이었소. 하지 만 내가 조금전에 이렇게 일검(一劍)을 휘둘러서 그 자물쇠를 제거 해 버렸으니 이제는 상관없을 것이오." '우리 몽랑의 실력(實力)은 정말로 대단한 것 같다. 허술한 듯해 도 간혹 이런 능력이 나오는 것을 보면 평소에는 일부러 장난을 치 고 계시는 것 같아. 하지만...... 또 저런 허풍스런 말투가 나오기 시작했으니 이를 어쩌지......?' 왕산산이 손을 내밀어 석문을 밀어 보니 과연 그 문은 별로 힘을 들이지도 않았는데도 쉽게 열렸다. 석문의 안쪽은 작은 석실(石室)과도 같은 곳이었다. 하지만 이 곳의 광경의 신비로움은 바깥 광장에 비해 더했으면 더했지 못하지 않았다. 우선 눈에 들어오는 것은 석실 중앙(中央)에 있는 작은 웅덩이 같은 것이었는데, 거기에는 푸른 빛이 은은히 감도는 맑고 투명한 액체가 가득 고여 있었고, 또한 가운데에는 이상하게도 금빛이 은 은히 감도는 작은 암석(巖石)위로 나무같은 것이 자라나 있었는데, 그 나무의 빛깔도 은은한 금빛을 띠고 있었고 또한 잎도 하나도 없 는 가운데 매달린 하나의 과일은 그 역시 금빛을 띠고 있었다. 그것들은 너무나도 신기하고 오밀조밀하게 생겨서 마치 누군가가 이 곳에 공을 들여 일부러 가짜를 만들어 놓은 것 같기도 했다. 웅덩이의 좌우로는 두 개의 석단(石壇)이 만들어져 있고, 또 웅 덩이의 뒤쪽으로 작은 제단이 있었는데, 두 개의 석단에는 두 노인 (老人)이 각기 음산한 표정으로 앉아 있고 뒤쪽의 제단에는 한 자 루의 검고 칙칙한 광채를 뿌리는 장검(長劍)이 놓여 있었다. 왕산산은 그 두 명의 노인들이 전혀 숨을 쉬지 않고 죽은 지 이 미 오래된 싸늘한 시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지만, 그러나 어째서 그 모습들이 마치 아직 살아있는 것처럼 그대로 형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었다. 밖의 괴물들이 다시 덮쳐올까봐 즉시 석문을 도로 닫고 나니, 금 몽추가 어느새 한 노인의 시신 앞으로 가서 양피지를 들고 오더니 그녀에게 내밀었다. "이것 참 희한한 일이로군! 제법 흥미가 있는 내용이니 한 번 읽 어 보시오." 왕산산은 느닷없이 마주치게 된 두 노인의 시신(屍身)들 때문에 은연중 두려움을 느끼게 되어 감히 함부로 행동할 수가 없었고, 그 저 금몽추가 내미는 그 양피지를 받아 글귀를 읽었다. "...... 하지만 이상한 일이다. 우리 두 사람에게 이러한 인연 (因緣)이 없었다는 말인가? 우리 두 사람은 정작 이 모든 것들을 만들어 놓고도 얻을 수가 없게 되었으니, 이는 나중에 이것들을 취 할 다른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인가? 나는 믿을 수가 없 다. 하지만 옥장(玉漿)으로는 지금의 내 상처를 치료할 수가 없고, 또한 금과(金果)는 앞으로 삼 년이 더 지나지 않으면 효능을 기대 할 수가 없다...... 아아, 몽랑! 이 말이 모두 사실일까요?" 금몽추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웃으며 손가락으로 그녀가 들고 있 는 양피지를 가리켰다. "그 아래를 좀 더 읽어 보시오. 재미있는 내용이 있으니." "...... 승복할 수가 없지만, 그러나 나는 나중에 혹시 이 인연 이 닿을 사람이 있을 경우를 생각해서 이 글을 남겨 놓는다. 만일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한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정말 지상최고(地上最 高)의 행운을 맞게 되었다고 해야할 것이다. 우리와 같이 목숨을 바쳐서 노력하고서도 얻지 못한 반면에 그대는......, 하지만 이 물건들은 그냥 썩혀 버리기에는 너무나도 귀중한 보물들이고, 또한 우리들의 최대의 걸작품인 저 지존보검(至尊寶劍)은 너무나도 훌륭 하다. 게다가 나는 거기에 덤으로 우리의 최고절학(最高絶學)들을 모은 비급(秘 )들을 함께 남겨 주는 것이니, 그대는 마땅히 예의 (禮儀)를 갖춰서 우리를 대하고 반드시 부탁을 들어 주어야만 할 것이다. 그 부탁이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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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감사 합니다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