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자신의 이름을 히프노스라고 했다. 나른한 그의 옆에
아름다리 뻗어진 침대의 능선을따라 누웠다. 그는 빨개진 내 얼굴이
꽤나 즐거운지 낮고 감미로운 목소리로 옅게 옅게 웃었다.
그는 자신을 신이라했다. 모든 잠을 관장하는 신. 태어날때
부터 잠을 좋아 했단다. 눈을 깜빡이는 횟수보다, 밥을 먹는
횟수보다, 말 하는 횟수보다 잠을 자는 횟수가 더 많았노라고
그는 말했다.
"에- 거짓말. 평생 잠만 자는 사람이 어딨어."
입을 삐죽내밀며 말도 안된다는 듯이 말하자 히프노스는
'흐음. 정말인데.' 라고 속삭였다. 등을 타고 부드럽게 쓸어
올라오는 손길은 '믿지 않는거야? 그런거야?' 하고 능글
능글 하게 묻는 듯 했다. 지릿지릿하고 올라오는 느낌에
"하지마요.."
라고 볼멘소리로 말하자, 그는 이내 미련없다는 듯 손길을
거두고 낮게 웃었다. 접혀 있는 황금색 눈동자가 낮고 어둡게
내려 앉아 있는 것도 같다. 히프노스의 아름다운 눈이 내 머리카락에
닿았다. 시선을 따라 그의 섬세한 손가락이 내 정수리부터 시작해서
머리카락 끝까지 소중한 보물인듯 매만졌다. 문득 그가 무슨 행동을
할까 궁금해지기도 해서 조용히 지켜보았다.
그의 눈동자가 안타까움으로 돌연 물들었다.
"곧 너는 내 품을 떠나겠지."
귓가에 있는 그의 입술이 뜨거운 숨을 내뱉었다.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하게 녹아드는 저음의 목소리에 움찔하고 움직였지만, 이미
허리를 단단히 감은 그의 억센 손길은 그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내가 괴로워 발 버둥치는 모습을 품에 가둬놓고 즐기는 것 같기도
했다.
"아파요.. 놔줘요."
날숨을 내쉬며 작게 말했지만, 그는 못들은 듯 능청스레 내 머리카락을
보물인양 섬세히 다루면서 입술에 갖다대었다. 퍽 그 모습이 얄미웠다.
하지만 더 안타깝고 얄미운 것은 그의 사소한 것들 모두모두 나쁜 것이든
좋은 것이든 아름다운 그의 황금빛 외모에 전부 죽어 버린 다는 것이다.
어쩐지 그가 나에게 그 어떠한 나쁜 짓을 하더라도 끝엔 용서해 줄것이다
라는.. 은연중에 생각 아닌 생각이 들었다.
'넌 향기가 참 좋구나.' 라고 감미롭게 속삭이며 그가 나의 목덜미를 찾아
들었다. 간질 간질 움직이는 무언가의 감촉 때문에 정신이 몽롱해 질
지경이다.
"기분이 이상해요.."
"뭐?"
입술을 뗀 그가 짐짓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어보자.
나는 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심술쟁이.."
그는 낮고, 옅게 웃었다. 히프노스는 내 몸이 어딘가로 가지 못하도록
더욱 더 꽉 조여 안았다. 빠져나오려고 했지만 속수무책으로 그의
손길에 저지되고야 말았다. 그는 자신과 계속 여기 있어야 한다고
몇 번이나 되뇌었다.
'넌 나와 함께 있어야 해.'
'다른 곳에 가면 안돼.. 넌 반드시 내 품에 있어야 해.'
'내 것이니까.'
무겁게 내려앉은 입술이 바람처럼 귀를 쓸고 지나가며 속삭일때 마다
나는 가슴에 억눌러 있던 숨을 간신히 내뱉어야 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무슨 마력이라도 있는 걸까.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몸이 나른해졌다. 몽롱해지는 시야 속에서
히프노스의 슬픈 눈동자를 본 것도 같았다. 그는 가지 말라고 얘기 하는
것 같았다. 어디를-?
무슨 뜻이죠? - 히프노스?-
"..."
주위를 둘러보니 내 방 안 이었다. 분명 책상 위에 앉아서 공부를
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언제 침대 위에 곱게 뉘여 졌는지 모르겠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누군가 내 옆에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누구지?
누가 내 옆에 있었던 거지?
침대 옆을 쓸어 보지만 따뜻하게 올라오는 온기 한 점 느껴지지 않았다.
마음 한구석이 평소 아침과 다르게 무척이나 어색하고 슬프다.
이상한 상념을 떨쳐버리고, 학교에 가기 위해 욕실에 들어 갔다.
웃옷을 벗고,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려고 하는데.. 거울을 보다가
목덜미에 있는 빠알갛고 점같은 무언가를 발견했다. 피 멍처럼 보이기도 해서
손가락으로 꾸욱 눌러보니 아프진 않았다.
이건 뭐지?
... 벌레가 물었나?
히프노스 표 마크가 한순간에 벌레님 마크로 전락해 버렸군요. 흑흑 ㅠㅠ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 댓글 감사!
시간이 시간인지라 댓글 답변을 못해드렸네요 ㅠㅠ
재밌어해 주시니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주인공은 여자 주인공이랍니다. 호호. 비엘을 썼다간 뒤에 노려보고있는
동생 정서상 안 좋을 거 같아 그냥 노멀로 끄적이고 있습니다.
+ - 저는 여러분들의 코멘들를 먹고 삽니다! 독자님들 제게 떡밥좀 날려주십시오 ㅠㅠ
감사히 먹겠습니다. 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