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4번째 월요편지 - 봄 머리에 서서
2023년 3월 13일 6시, 월요편지를 쓰기 시작한 지금. 바깥 온도는 영하 1도입니다. 봄이 온 줄 알았는데 영하라니 아직 겨울인 모양입니다. 과연 금년 봄은 언제부터 시작하는 걸까요?
작년 가을이 시작할 무렵,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기상학적 정의에 대해 <두 달짜리 가을>이라는 제목으로 월요편지를 쓴 적이 있습니다.
“오늘이 9월 26일입니다. 이제 가을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가을은 11월 22일까지 불과 두 달이 채 못됩니다.”
그러면 과연 서울 기준으로 2023년 봄은 언제 시작하는 것일까요? 기상학적으로 “9일간 일평균 기온의 이동 평균이 5도 이상 올라간 후 떨어지지 않는 첫날”부터 봄에 해당됩니다. 이렇게 복잡하니 일반인이 계산하기란 어렵습니다.
저는 “2023년 봄의 시작일”을 구글 검색도 하고 ChatGPT를 장착한 MS의 New Bing도 검색해 보았습니다. 양자를 비교해 보니 역시 New Bing이 탁월하게 좋습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는 2023년 서울의 봄이 언제부터인지 아는데 실패하였습니다.
질문 : 기상청에서는 2023년 봄을 언제부터라고 발표하였나요?
New Bing : 기상청은 2023년 봄 시작일을 아직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2022년 봄의 시작일은 3월 11일이었습니다.
질문 : 2023년 서울의 봄 시작일을 알고 싶습니다.
New Bing : 2023년 서울의 봄 시작일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기상청의 3개월 전망에 따르면 3월은 평년보다 낮은 기온이 지속되겠으므로 봄이 늦게 찾아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상청 날씨누리> 사이트에 들어가 찾아보아도 가장 유사한 항목은 테마날씨 - 계절관측 - 봄꽃개화현황 등이 있을 뿐, 지역별로 계절의 시기를 정확하게 알려주는 항목은 없었습니다. 하는 수없이 제 스스로 2023년 봄의 시작을 찾아보기로 하였습니다.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나눈 24절기로 봄은 입춘(立春)부터 입하(立夏) 전날까지입니다. 2023년 기준으로 입춘은 2월 4일, 입하는 5월 6일입니다. 이에 따르면 2023년 봄은 2월 4일부터 5월 5일까지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의 감각과 맞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24절기가 중국 화북지방, 즉 베이징을 기준으로 정해 한국 기후와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2023년 2월, 3월, 4월에 있는 24절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2.4 입춘, 2.19 우수, 3.6 경칩, 3.21 춘분, 4.5 청명, 곡우 4.20 등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이 중의 하루를 봄의 시작으로 보았습니다.
과연 어느 날일까요? 절기상으로는 ‘봄에 들어선다’는 <입춘>이 봄의 시작이어야 하지만 기상학적 정의와 맞지 않습니다. 기상학적 정의와 맞추려면 3.21 <춘분>이 봄의 시작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베이징의 춘분이 서울의 입춘이 된 것입니다. 세 절기의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면 봄의 끝은 언제일까요? 여름 시작의 전날이 될 것입니다.
절기상으로는 입하가 5월 6일이니 전날인 5월 5일까지가 봄일 것입니다. 그런데 베이징의 입하와 서울의 입하가 3절기의 차이가 있으니 이를 보정하면 베이징의 하지가 서울의 입하입니다. 2023년은 6월 21일입니다. 그러나 기상학 기준에 따르면 맞지 않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것일까요? 과거 24절기를 만들던 시절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똑같이 3개월씩이었습니다. 그래서 각 계절은 6절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봄 : 입춘, 우수, 경칩, 춘분, 청명, 곡우
여름 : 입하, 소만, 망종, 하지, 소서, 대서
가을 : 입추, 처서, 백로, 추분, 한로, 상강
겨울 : 입동, 소설, 대설, 동지, 소한, 대한
그런데 지구의 이상 기온으로 봄 3개월, 여름 3개월, 가을 3개월, 겨울 3개월의 공식이 깨져 버렸습니다. 변경된 공식은 봄 2개월, 여름 4개월, 가을 2개월, 겨울 4개월입니다. 이 공식을 절기에 대입하면 봄은 4절기, 여름은 8절기, 가을은 8절기, 겨울은 4절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두 달짜리 가을>이라는 월요편지를 쓴 것입니다. 오늘 이렇게 열심히 봄의 시작을 찾고 있는 것은 계절의 여왕 5월이 들어 있는 봄이 불과 두 달밖에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봄의 절기 4가지는 무엇일까요? 서울을 기준으로 하면 춘분(3월 21일), 청명(4월 5일), 곡우(4월 20일), 입하(5월 6일)입니다.
이 기준에 의하면 여름은 소만(5월 21일)에 시작합니다. 그러니 2023년 봄의 끝은 5월 20일입니다. 결국 2023년 서울의 봄은 3월 21일부터 5월 20일까지입니다.
이 기준으로 2023년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봄 : 3월 21일(춘분)부터 5월 20일(소만 전날)
여름 : 5월 21일(소만)부터 9월 22일(추분 전날)
가을 : 9월 23일(추분)부터 11월 21일(소설 전날)
겨울 : 11월 21일(소설)부터 2024년 3월 21일(추분 전날)
사실 농사와 직접 관련이 없는 사람들은 24절기를 잊고 지냅니다. 그러나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언제부터 언제까지인지를 아는데 이것보다 더 편리한 것은 없습니다.
물론 기상청의 계절별 정의에 따른 날짜 계산이 더 정확하겠지만 일반인들이 계산할 수 없습니다. 대신 조상들이 만들어 쓰던 24절기를 활용하면 계절을 잘 구분 지을 수 있습니다.
각설하고 2023년 봄은 3월 21일부터입니다. 다음 주부터입니다. 이번 주가 겨울의 마지막 주입니다. 그래서 아마 마지막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모양입니다.
이제 봄 머리에 섰습니다. 봄 머리란 ‘봄이 시작될 무렵’이라는 순우리말입니다. 바로 이번 주 다음 주를 일컫는 말입니다.
“봄은 죽은 사람에게도 기쁨의 계절입니다. 봄은 삶의 달콤한 순간을 기억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Spring is a season of joy, even for the dead, for it brings them the memory of life's sweet moments.)”
이런 글귀가 있습니다. 하물며 살아 있는 우리에게는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면 이 봄에 무엇을 하여야 할까요?
“봄은 계획과 프로젝트의 시간입니다. (Spring is the time of plans and projects.)" 톨스토이가 쓴 <안나 카레니나>에 나오는 명대사입니다.
저는 이 봄날 하루하루, 가슴이 뛰는 날이었으면 합니다.
저를 위해서는 가슴이 뛰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또 다른 이들을 위해서는 그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2023년 봄을 어떻게 맞이하고 계신가요?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23.3.13. 조근호 드림
< 조근호의 월요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