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은 왜? 버스를 점거했는가?
- 참을 수 없는 분노, 더 이상 차별하지 말라! 장애인도 버스를 타고싶다! -
한국사회에서 대중교통은 장애인들을 철저히 소외시키고 있습니다.
대중교통은 서민의 발이라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대중교통에서 장애인들은 지난 수십 년 간 철저히 소외당해 왔습니다. 지하철에는 전체 역사의 21%에만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어, 휠체어 장애인들은 들려서 내려가거나 수직형 리프트를 이용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런 과정에서 수많은 장애인들이 다치고 심지어는 사망하는 사고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오이도역 수직형 리프트 추락으로 인하여 장애인이 사망한 사건은 우연이 아니라 예고된 사고였습니다. 버스는 더더욱 이용하기가 어렵습니다. 계단의 폭이 너무 좁고 턱이 높아서 휠체어 장애인은 전혀 탈수가 없습니다. 대중교통은 장애인의 발이 아니라 그림의 떡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사회에는 장애인 대중교통은 하나도 없습니다.
장애인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데 현 정부는 전혀 의지가 없습니다. 아니 의지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장애인 이동권 쟁취"를 요구하는 장애인을 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이동권쟁취를위한연대회의(이하 장애인이동권연대)"는 지난 1월부터 정부 관련 부처와 국무총리, 대통령에게 끊임없이 요구해 왔습니다. 장애인도 지하철과 대중버스를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현 정부는 예산이 없다는 핑계만을 대고 어떠한 대책도 세우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장애인이동권연대"는 현 정부는 장애인이 대중교통을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 할 수 있는 사회를 건설하는 데 어떠한 의지도 없다고 판단하고, 시민들의 힘을 모아서 장애인의 이동권을 쟁취하기 위해 지난 7월 30일부터 8월 23일까지 서울역 광장에 천막을 치고 노숙을 하면서 100만인 서명운동을 진행해왔습니다. 이 기간동안 7만여명의 시민들이 서명운동에 참여하였으며, 정부의 반 인권적인 복지부동에 함께 분노했습니다.
그런데 현 정부는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기는커녕 지난 3월 서울역 지하철 선로를 점거했다는 이유로 2명의 1급 중증장애인에게 각각 300만원과 150만원의 벌금형을 내렸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8월 23일 서울역광장을 출발하여 광화문까지 "장애인 버스 타기 운동"을 진행하려는 장애인들을 어떠한 이유도 설명하지 않은 채, 폭력경찰을 동원하여 버스조차 타지 못하게 했으며,
8월 24일 오전 0시경 다시 경찰을 동원하여 서울역 광장에 있던 천막을 폭력적으로 철거하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현 정부는 장애인도 버스와 지하철을 탈 수 있는 사회를 건설하자고 주장하는 장애인을 체제 전복세력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너무나 인간적이고 당연한 주장과 요구를 하는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공권력을 동원하여 그토록 무자비한 폭력을 자행할 수 있겠습니까?
대중버스를 점거하는 것이 불법적인 행위라 한다면
분명히 이 불법적 행위를 사주한 것은 현 정부입니다.
"장애인이동권연대"는 인내를 가지고 합법적인 통로를 통하여 지하철 모든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것과 휠체어 장애인도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저상버스의 도입을 요구해왔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한 제도의 개선과 위원회의 설치를 함께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현 정부는 단 한번도 책임 있는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수 차례 제안했던 국무총리와 대통령 면담도 단 한차례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공권력을 동원하여 부당하고 무자비한 폭력만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앞으로 몇 명의 장애인이 더 죽어야 합니까? 도대체 장애인들이 얼마나 더 인내하고 참아야 장애인의 이동권이 보장될 수 있습니까? 가고싶은 곳을 편리하고 안전하게 갈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주장이 무엇이 어떻게 잘못 되었길래 우리에게 그토록 부당한 공권력을 행사하는 것입니까?
우리는 다시는 장애인들이 지하철을 이용하다가 죽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대중버스 앞에서 더 이상 비애감을 느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더 이상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이동의 권리에서 장애인들이 소외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장애인이동권연대"는 대중버스를 무단으로 점거하는 불법행위라 한다면, 이러한 불법행위는 명백하게 현 정부가 사주한 것입니다. 모든 합법적인 행위를 묵살하고 오히려 폭력을 휘둘러 왔던 현 정부는 불법적인 행위를 저질러야만 우리의 주장과 요구에 귀를 귀울이겠다고
간접적으로 의사를 전달해왔고, 우리로 하여금 대중버스를 점거하도록 내몰아낸 것입니다.
우리의 주장은 장애인도 대중교통과 버스를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사회를 건설하자는 것입니다.
얼마전 35세인 휠체어를 탄 중증여성장애인이 건장한 몇 명의 청년들의 도움으로 버스를 탔습니다.
이 여성장애인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버스를 탔다고 합니다. 버스요금이 얼마인지, 버스 내부에 냉방시설이 있는지 조차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자신도 이러한 대중버스를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자주 외출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매우 안타까워했습니다.
더 이상은 안됩니다. 우리의 이웃이자 친구이자 가족인 장애인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데 소외되고 차별 받는 비극이 더 이상 지속되어서는 안됩니다. 더 이상 장애인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어 집안, 창살 없는 감옥에서 갇혀 살아서는 안됩니다.
우리의 주장은 장애인의 이동권리를 보장하라는 것입니다.
우리의 주장은 장애인도 대중교통을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이제는 우리가 바꾸어 나가겠습니다. 더 이상 맥없는 가슴 알이는 하지 않겠습니다.
당당하게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이동의 권리를 우리가 쟁취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