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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계방산(1,490.3m : 홍천)
*일 시 : 2005. 9. 4(일), 제43차(38명), 날씨(오전 흐림, 오후 갬)
*코 스 : 소한동-대직동합수점-움막-제1~5합수지점-큰 상수리나무-삼거리-1390봉
-소계방산-안부3거리-1388-삼거리-대직동계곡-대직동합수점-무덤-비닐하우스
-중평-소한동 주차장(원점회귀 산행)
*소 시 : 오전 10시 30분~오후 4시 00분 완료 → 00Km, 5시간30분간
소한동-(20분)-대직동합수점, 비닐하우스-(10분)-움막-(5분)-제1합수지점-(10분)-제2합수지점-(7분)-제3합수지점-(15분)-제4합수지점-(20분,산판길흔적)-제5합수지점-(10분)-산죽군락지능선-(20분)-큰상수리나무-(15분)-삼거리안부-(25분)-1390봉삼거리-(45분)-소계방산-(20분)-첫 안부3거리-(30분)-1388봉-(30분)-1270봉직전 삼거리갈림길-(60분)-대직동합수점, 비닐하우스-(20분)-소한동주차장(원점회귀) → 총 13Km, 약 350분(5시간 50분간)
새벽부터 벌초 및 성묘차량으로 중부고속도로는 88도로에서 고속도로로 진입하는 합류지점부터 아예 딱정벌레처럼 굼뜬 차량행렬의 움직임이 자욱하게 깔렸다. 비틀거리고 싶으리만치 어지럽다. 명절 3주전까지는 가능하면 수도권-중부권 일원의 산들을 선택해야한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가을은 기습적이라더니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자연 앞에 마음마저 숙연하다.
그래서 ‘春女悲 秋士悲’란 말에 얼른 거니가 든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며 사색의 계절이이라는 의미일 테다.
“가을이 되면 죽고 싶도록 허전하다.”
왕언니의 능청스러운 이른 아침 푸념에 모두가 哄笑다.
가을은 나이 든 여인에게도 춘풍처럼 다가드는 건가?
생각하는 일에 인색한 현대인들은 가을을 감지하는 오감마저 퇴화한 상태다.
그래서 오늘에서 맞는 가을은 더욱 비극적이다.
영동고속도로 속사IC를 빠져나온 버스는 이내 해발 1,089m 운두령을 숨 가쁘게 올라섰다.
백두대간 두로봉(1,422m)에서 남서쪽으로 가지 친 한강기맥은 오대산 비로봉(1,563.4m)-호령봉(1,561m)을 지나 계방산(1,577m)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홍천군 내면과 평창군 진부면 군계다. 귀가 멍해지는 운두령에서 내려다보이는 사방은 흐린 날씨로 잿빛 운해다. 우측은 계방산 정상으로, 좌측은 보래령을 연결하는 한강기맥 루트다. 서쪽으로 흐르는 한강기맥은 오대산 좌측 호령봉부터 약 9km 거리 계방산이다. 그 전방 0.8km 지점인 1551m봉에 이르러 북으로 능선 하나가 갈라져 소계방과 연결한다. 계방산(1577.4)은 오대산에서 갈라진 기맥 중 가장 높은 산으로 우리나라에서는 한라산(1950), 지리산(1915), 설악산(1708), 덕유산(1614)에 이어 다섯 번째 고봉이다.
소계방산(1456)은 계방산에서 북쪽으로 이탈해 내린천을 향해 뻗은 능선상의 최고봉이다.
소계방산에서 계속 이어지는 능선은 약 2km 거리인 1388m봉을 지나면서 방향을 북서쪽 약 10km 지점인 광원리의 계방천과 자운천에서 그 여맥을 마감한다. 소계방산에서 광원리로 남북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경계로 동쪽은 아직도 신비한 비경을 간직한 을수골이고, 서쪽은 우리들이 답파할 소한동계곡이다.
소계방산은 지금도 등산객들의 발길이 뜸한 산이다. 유명한 계방산 그늘에 가려진 이유도 있지만, 접근이 만만치 않은 오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부구간은 아직도 뚜렷한 登路가 없어 신중한 행보가 요구되는 산이다. 산중에는 멧돼지들의 활동이 많아 여름철 산행 때는 이들을 매개로 전염하는 진드기의 피해를 막기 위해 반드시 긴 바지와 긴 팔 상의가 필수다.
오르면 내리고, 내리면 오른다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를 반증하듯 잿마루에서 창촌으로 내려서는 구절양장은 된호흡을 내뱉는 시간이리라. 주유소를 좌측에 둔 삼거리에서 56번 도로로 우회전이다. 창천초교와 내면중학교 못 미친 우측 내면 하우스 식당 앞에 정거, 하산 후의 식사를 예약하느라 약 10분간 정차했다.
10시 22분.
3Km 북향한 광대평 3거리에서 우회전이다.
<창촌1리 소한동 4Km>
우회전 좌측에 광대평 민박집이 보이고 이내 창천교를 건넜다.
하루 두 차례 일반버스가 운행한다는 奧地에 묻힌 소계방산 아래 소한동으로 들어가는 아스팔트도로는 왕복 2차선이지만 도로 폭은 협궤 여차차선처럼 협소하다.
<2.5t 이하 통행가능>
낡은 시멘트다리를 건너면서 그나마 소폭이던 2차선 아스팔트 도로는 시멘트로 포장한 1차선 도로로 변한다. 대형차는 고사하고 소형차라도 교행차량을 만나면 서로 빗겨가기가 힘든 도로사정이다. 소한동 계류를 끼고 두 개의 시멘트다리를 건너는 협곡은 분명 별천지다. 얼룩이 잎새의 개다래와 쥐다래 줄기가 늘어진 계곡변은 아직은 무성한 숲이다. 호리병처럼 좁았던 입구가 차츰 넓어지면서 좌우로 각종 채소밭이 질펀하게 널려있다. 대형비닐하우스의 오이밭, 수천 평의 배추밭, 양배추, 호박밭 사이로 드문드문 농가가 보인다.
10시 33분.
막 닿은 산행기점인 소한동 버스종점은 오지답게 적막강산이다.
한 대의 대형버스와 소형버스, ㄱ,리고 디젤엔진의 승합차 한 대가 주차장을 선점하고 있다.
1일 조석으로 두 차례 버스왕래가 전부인 심산유곡, 소계방산 아래 閑村 소한동은 차량이 없으면 외부와는 동떨어진 최근 흥행하고 있다는 국산영화속의 동막골이다.
남서쪽으로 깊숙하게 패어 들어간 계곡 끝머리로 하늘금을 이룬 소계방산 정상과 그 능선은 흐린 날씨탓도 있겠지만 높은 해발로 자욱하게 운무가 내려앉아 신비감을 더한다. 그러더라도 그 자태만은 위압적이다. 소계방산은 한국의 名水로 지정된 방아다리 약수를 품어 유명해진 북동쪽 계방산(1,577m)과 부자지간이나 형제지간처럼 다정하게 이웃한다. 계방산에 비해 규모나 높이가 다소 낮지만 그에 못지않게 울창한 수림과 의연한 산세, 깊은 골짜기가 일품이다. 소계방산이 품은 골짜기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는 소한동계곡은 맑은 물과 깨끗한 암반, 시원스러운 폭포수와 깊은 소 등이 골고루 구색을 갖춘 심산유곡이다. 소한동계곡의 수려한 골짜기 입구에 오래전에 폐교된 창촌 초등학교 소한분교가 옛 기억 속에 묻혀있다.
소한6교를 건너 정남향으로 패인 골짜기로 들어서는 우측 모서리에 벙커처럼 지형지물을 이용해 만든 콘크리트 창고가 인상적이다. 언뜻 인공석굴암을 연상케 한다. 붉은 색 루핑지붕의 농가 사이를 관통하면 좌측에 소한동 계류를 낀 뚝방이다. 매마디호박밭, 고추밭, 그리고 개짖음을 벗삼아 콘크리트 다리를 건너면 이내 비포장이다. 길섶마다 흔한 잡초로 알려진 달개비, 노인장대, 분취, 양미역취 꽃과 당귀, 구릿대, 궁궁이, 털진득찰, 조밥나물, 선씀바귀, 쑥방망이, 고들빼기, 물봉선(붉은색-백색-황색)이 가득해 눈 안에 넣기에도 바쁘다.
잡초와 함께 사는 법을 익힌다는 어느 정착 농심의 투고(글)가 생각났다.
‘텃밭에는 작물만큼 잡초가 자라고 있다.
요즘 텃밭에서는 잡초와 작물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사람의 개입이 없으면 잡초가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잡초는 악하고 작물은 선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선과 악은 이익에 따른 가치 기준일 뿐이다. 잡초가 자라는 텃밭에라야 지렁이도 살고 곤충도 살 수 있다. 이렇게 잡초는 작물과 함께 먹이사슬의 한 부분을 이룬다.‘
자신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자연을 바라보는 편견이 낯간지럽다는 생각이다.
굳어진 머리를 깨트리는 원초적 생각을 일깨우자.
10시 41분.
호리병 하단부처럼 널찍한 소한동 주차장에서 내려 약 1.5km 들어서 오른쪽으로 계류를 건너면 성부교다. 주차장을 기준으로 서북쪽이 하평이고, 성부교 주변이 중평, 움막 부근 일대 대직동 남쪽 일대가 상평마을로 협곡에 발달된 농사지역이다. 계류 양편은 계곡정비라는 이름으로 수직, 또는 사면으로 돌 축대를 쌓고 그 유실을 막기 위해 굵은 철사로 망을 씌웠다.
10시 53분.
성부교를 건너 약 300m 지점 계류 건너편에 대형 비닐하우스가 서있다.
이 비늘하우스를 좌측에 끼고 약 100m 거리에 왼쪽으로 패어든 대직동계곡 입구합수지점이다. 길섶에서 희귀한 키 1m 이상의 강아지풀 군락이 조밭같은 착각이 든다.
개쉬땅나무 흰색 원추형 꽃다발이 무성한 뚝방길이다.
궁궁이 개구릿대가 어우른 흰색 꽃다발들이 대조적이다.
옥수수밭이다. 주변의 시원한 공기와 풍광에 호흡을 즐기며, 눈을 즐기는 일행들의 표정은 소풍을 나가는 소년소녀처럼 들뜬 마음이다. 인삼밭 지붕을 덮는 검은색 포장을 두른 움막옆에는 봉고승합차와 500t 소형트럭 1대가 서 있다. 우듬지에서 꽃이 피는 흰색과 붉은색 물봉선과 달리 엽병 끝에서 기다란 꽃대를 내밀어 피는 노랑 물봉선은 분명 대조적이다. 좌측엔 매디호박밭의 수확을 포기한 채 방치된 채 썩어가고 있다. 무수한 호박 死體를 바라보는 이방인들의 가슴이 서늘하도록 안타깝다. ‘농사가 만사’라는 말은 적어도 지금 이 순간엔 死語다.
11시 58분.
잠시 허탈했던 마음을 접고 계곡 상류를 향한 발 빠른 행보다. 돌사닥길을 지나 디젤승용차 2대가 서있는 공터다. 대직동 계곡 합수점에서 북쪽인 상평계곡 방향 10분 거리의 움막집이다.
11시 03분
마지막 비탈밭을 지난 5분 거리에 1225봉 북릉과 만나는 제1합수지점이다.
‘평범한 사람이 지식을 얻으면 현인이 되고, 현인이 깨달음을 얻으면 평범한 사람이 된다. 어디로 가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가느냐가 중요하다.’
이오안나 살라진의 ‘그래서 어쨋단 말인고’에서 나오는 말이다. 생각하며 오르는 계곡의 묵직한 발길은 허공을 디디는 기분이다. 자신은 물론 남을 괴롭히는 일에 목숨을 건 무모하고 어리석은 사람들에 대한 경고일성 싶다. 부담 없는 한마디로 듣자.
산행보다는 약초나 기타채취를 목적으로 상류계곡에서 하산하는 5명의 중년남자들과 마주쳤다. 장화를 착용한 그들의 행색으로 미뤄 판단한 것이다.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소계방산을 향해 눈짓하며 비가 올 텐데 염려해주는 여유를 던지곤 우리들이 올라왔던 계곡 아래로 사라졌다.
11시 13분.
제1합수지점에서 10분 거리의 제2합수지점이다.
2차례 도계했다. 보라색 투구꽃 개체가 보인다. 계류를 따라 올라가는 코스가 다소 혼미해 잠시 길찾는 시간을 가졌다. 인적이 드문 코스이기 때문이다. 다시 도계했다. 이끼바위가 널린 지점이다. 디디기가 거북하다.
11시 23분.
제2합수지점에서 10분 거리의 제3합수지점 삼거리다.
좌측계곡은 정상 북릉 안부 삼거리를 오르는 계곡길은 길 자체가 희미하고 급경사 돌사닥길은 우거진 잡목으로 코스를 찾기에 다소 힘들다. 예서 우측계곡 희미한 흔적을 따라 오른다. 관중과 속새가 무성한 지점이다.
상록성 다년생초본인 속새의 키는 약 39~60Cm다. 지면 가까운 곳에서 여러 개로 갈라져 나와 여러 줄기가 모여 난 것 같이 보인다. 곧추 선 줄기엔 대략 10~18개의 능선을 보이는 속새는 한약재 명칭은 木賊이다. 단순하게 번역하면 ‘나무도둑’이라는 뜻인데 한참을 두고 그 의미를 생각해 볼 일이다. 참고 서적에 따르면 산열-혈리-탈항-발한-간암-후통 등에 쓰인다고 한다.
몇 차례 반복되는 도계다.
하늘을 가린 숲 지대는 흐린 날씨가 아니더라도 어둑하다.
다래덩굴 서덜취, 각시취, 거북꼬리, 배초향이 깔려있다. 돌사닥 지대를 지나 한차례 도계다. 나무가 마구 베어져 수피가 벗겨져 하얀 속살을 드러낸 톱질한 토막 난 나무가 보이는 일대는 여러 사람들이 짓밟아 초본들이 모두 짓이겨진 상태다. 짐작컨대 한참 전에 만났던 중년 남자 채취꾼들의 작업자리로 판단했다. 멀리서 보아도 필경 옻나무나 엄나무가 아닐까 싶었다. 이른 오전 생각지도 못한 횡액을 당한 수림지대는 처참하다는 표현 외에 다른 말이 있을 수 없다.
잠시 스탠딩 휴식이 있었다.
이삭바꽃, 투구꽃, 흰송이풀, 도깨비부채 등 고산식물들을 바라보며 3차례 도계했다.
갑자기 머리가 쭈삣하도록 숲 바람이 몰려왔다. 마지막 도계지점이다.
11시 41분.
제4합수지점을 지났다.
3분 후 만난 된오르막은 본격적인 능선을 향한 행보다. 우측 아래 계곡은 마지막 제5합수지점을 향한 길이다. 눈개승마와 눈빛승마. 그리고 촛대승마가 보이는 비탈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바튼 호흡을 뱉어야 했다. 길섶에 깔린 건강한 노루귀 잎새가 먹음직한 산채같다.
0눈엔 0만 보인다는 얘기인가?
단풍취 흰꽃이 줄기가 휘어지도록 피어있다. 산죽지대다.
습관적으로 오르면서 산죽잎을 솎아내듯 하나씩 땄다. 뒤따르던 장숙자씨가 소나무 낙엽아래에 솟아오른 붉은 싸리버섯 몇 개를 채취했다. 24시간 정도 소금물에 우린 후에 먹어야 설사를 면한다. 물론 별미로 치자면 일미다. 내일 저녁 장씨네 아저씨는 된장국에서 풍기는 싸리버섯 냄새로 호강하겠다 싶다. 구수한 된장찌개는 상상으로 흠향해도 금새 군침이 돈다.
30대 초반, 妻를 처음 만났을 때 그네는 내게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고 물어왔다.
사실 촌놈태생으로 딱히 좋아하는 음식이 어디 있겠는가? 그냥 깍두기-된장찌개, 거기에 매콤한 녹두 빈대떡에 소주 몇 잔 걸치면 흡족하다고 했더니 바라보는 시선이 어찌나 불편하게 느껴지던지 지금도 그 장면을 생각하면 서늘하다. 곱지 않은 아내가 던진 시선의 원초적 의미는 한참 후에 알게 됐다.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음식문제로는 까탈을 부릴 정도로 여유있게 자라지 못한 것은 우리 세대 대부분의 형편이었다. 질이 문제가 아니라 항상 양이 문제였다. 게다가 육류를 접할 수 있는 기회는 1년에 두 명절(추석과 설날) 뿐이었고, 그것도 식성이 따르지 않아 지금도 섭취량은 많지 않다. 그냥 평범한 아낙네들이 일상적으로 편안한 마음으로 음식을 차리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나름대로의 배려도 있었지만, 그네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미치(味癡)의 배우자를 만나면 미래가 편하지 않겠느냐하는 의미의 다목적 布石을 따르지 못했으니 그 실망스런 시선을 간파 못한 당시의 눈치는 Zero이자 멍청이였다. 참 세상의 모든 것은 상대적인데 그런 것까지 생각하며 머리가 따라가지 못한 우둔함이 변명같지만 대부분 촌놈들의 생태였다. 요즘 들어서 시골된장과 청국장이 웰빙 붐과 더불어 많이 찾는 음식이 됐지만 최근까지는 그게 아니었다. 역사는 돌고 돈다더니 돌다보면 언젠가는 제 위치로 환원하나보다. 된장찌개를 생각하자 두서없이 꺼낸 옛 얘기다.
다래나무 줄기가 그리스어 14번째 크시(Ξ)의 필기체와 흡사한 모양이나 좌권성의 등나무처럼 휘감듯 치고 올라간 기형적인 樹形에 한참동안 눈길을 주었다. 고단했던 삶을 용수철처럼 급박한 나선선형의 다래나무의 생존에 일행들마다 눈길을 멈춘다. 이어 된 오르막을 오르는 사람들에 대한 보상차원의 산바람이 소름이 돋도록 싸늘하게 불어들었다.
훙커우 의거 직전에 쓴 윤봉길의사 한시가 생각나는 싸늘한 늦가을 기후다.
淋漓痛飮漢城月, 慷慨悲歌?市秋
“일찍이 서울의 달빛 아래 흠뻑 술에 취했는데,
지금 상하이의 가을 아래 울분에 젖어 슬픈 노래를 부르네.”
12시 18분.
멧돼지 흔적이 낭자한 지점이다.
개체로 나타나던 흰진범이 차츰 군락을 이룬다.
주능선은 온통 운무로 가득하다. 한소내기 하려나보다.
‘우리강산 좋을시고…’
그냥 흥얼거려도 좋을 현재의 산행분위기다.
12시 30분.
잠시 스탠딩 휴식을 가졌다.
1분 후 이어 주능선 안부 삼거리에 올랐다.
1390m봉 삼거리다. 약초와 각종 산나물, 야생화초원 전시장이다.
삼거리에서 남쪽 능선은 1551m봉 계방산으로 이어진다.
북동쪽 능선을 향한 논스톱 행보다.
안개비가 내리는 주능선을 선두애서 스틱으로 빗물을 털며 오르는 완만한 경사다.
땀으로 젖은 긴 소매 T셔츠를 파고드는 강풍이 한기를 동반한다. 이곳은 지금 싸늘한 늦가을 추위다. 손끝이 시릴 정도로 아리다. 적당한 지점에서 상의를 갈아입을 작정이다. 진범과 어수리, 그리고 자주방아풀, 거북꼬리와 구릿대 밭이다. 가끔 철지난 동자꽃도 보인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여전한 안개비와 고지의 바람이다.
오후 1시 5분.
소계방산 정상 아래 10여 평 너비의 공터에 올랐다. 중앙엔 무릎 높이의 작은 케언이 놓여있다. 예서 정상은 30m 지점이다. 협소한 공터 정상 한 쪽에는 이끼로 뒤덮인 오래된 삼각점이 지키고 있을 뿐이다. 그 흔한 정상석이나 표지목 하나 없다. 헬기장이 있는 너른 계방산과 소계방산은 이렇게 이웃하고 있으면서도 분위기는 판이하다.
사방은 운무로 전망은 제로다. 남쪽방향 바로 앞 지척의 대머리 계방산도 운무에 잠겨 오리무중이다. 단지 구름위에 선 신선의 기분을 만끽함이 오늘의 전부다.
맑은 날씨였더라면 북으로는 방태산-구룡덕봉-응복산-가칠봉, 침석봉-개인산 등 T자형 고산군이, 동북방향의 갈전곡봉-구룡령 너머 멀리로는 설악산이 뚜렷하게 보였을 테다. 구룡령 남쪽, 소계방산에서 바라본 동편엔 소대산과 오대산 비로봉 너머 응복산-두로봉-동대산을 잇는 백두대간 줄기가 선명한 하늘금과, 남으로는 계방산이 지척에 위치하고 계방산 서편으로는 보래령-회령봉-흥정산이 서쪽으로는 응봉산-아미산 뒤로 화촌면 응봉산-공작산 등 높고 낮은 산들이 주름살, 북서쪽으로는 문암산-맹현봉과 그 너머 내촌면 방면 가득봉-백암산-소뿔산 등 한 눈에 담았을 장쾌한 장관의 조망도 접어야 할 오늘이다.
화려하진 않지만 소박한 산정의 분위기로 만족해야 했다.
그래도 정상 오르가슴은 충분히 만끽한 상태다. 정상정복 단체기념 사진을 남겼다. 주변에 주목 군락지가 보인다. 공터 주변엔 몽실한 봉우리로 개화직전의 큰용담 10여 송이 이상 이 싱그럽다. 이미 꽃이 진 철지난 연령초, 당분취가 생존을 위한 마지막 시간을 맞고 있다.
오후 1시 15분.
약 10여 m 되내려온 삼거리에서 우측 북능선 방향으로 내려섰다. 운무로 희미한 북능선 흐름은 빽빽한 수림사이로 뚫린 급박한 내리막이다. 승마, 흰송이풀, 만주송이풀, 참취, 각시취, 동자꽃과 외로운 개체의 삿갓나물이 반긴다. 이끼 낀 돌사닥 일부 구간이다.
1시 38분.
북릉 너덜길을 타고 20분 거리의 삼거리 안부다.
서쪽 상평계곡 제3합수지점으로 내려갈 수 있는 삼거리다.
산죽 사이로 고려엉겅퀴 몇 개체가 뜨인다.
1시 40분.
편안한 북릉을 따라 1388봉을 지났다.
북릉도 햇볕이 들지 않는 참나무 숲으로 뒤덮여 있다. 그 아래로는 무릎까지 자란 산죽 군락과 각종 야생초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공간이다. 능선 우측 산록은 유명한 신비의 계곡 을수골이다. 눈요기라도 했었으면 하는 아쉼만 남겼다.
1시 48분.
완만한 내리막 능선이다. 1270봉 직전 삼거리 안부다.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뚫린 길은 소한동계곡 상류인 상평 방면 대직동 방향 하산 길이다.
후미랄 것도 없는 오늘의 38명 행보는 그 시차가 5분 내외다. 산행솜씨의 평준화인가.
일행 모두가 합류해 마지막 행동식을 나눴다. 왕언니의 넉넉한 입심, 저마다 뱉는 한마디가 하산 직전의 안부바닥에 살포시 묻힌다.
오후 2시 5분.
눈빛승마를 완상하며 내려서는 육산 능선이다. 때로는 완만하게, 또 급박한 내리막은 리듬을 타는 육산능선은 어떤 의미에선 육감적이다. 어느새 숲 사이로 파란 하늘이 비친다. K씨가 모시고 온 두 명의 주부일행, Y씨 등과 두런거리는 대화의 나눔이다.
2시 45분.
지계곡에 내렸다. 일부선두에 섰던 일행들이 땀을 씻으며 기다리는 여유를 보인다.
다른 날과 달리 전반적으로 서늘했던 오늘 날씨는 發汗 양이 많지 않았다. T셔츠를 갈아 입는 것으로 땀씻이를 마쳤다. 후미 일행이 막 당도하는 것을 확인하고 일어섰다.
2시 55분.
하늘이 보이지 않는 숲과 계곡을 지나 하늘이 열린 무덤터에 닿았다. 예의 그렇듯 주위엔 노란 마타리가 기득하다. 양지를 좋아하는 녀석의 특성상 무덤 주변에서는 다른 것을 제친 우점종이다. 모처럼 열린 하늘을 머리에 이었다. 속새(목적)과 계류소리의 상관관계를 생각해 봤다. 木賊이 木笛이었으면 퍽 낭만적이었을 텐데 괜한 미련을 남겼다. 개회향 개체가 외로운 자태지만 그 품위만은 여전하다.
3시 14분.
수백 평의 양상치 밭이다. 한창 작업을 하는 농부 두 사람이 밭 상부지점에 허리를 굽히고 있다. 말이 밭이지 이건 흔한 말로 비탈 돌밭이다. 돌밭을 가꿔 이만큼 길러낸 농심의 일부가 아릿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3시 16분.
상평, 대직동합수점인 대형 비닐하우스 앞을 지났다.
대직동 합수점에서 소한동 정류장까지는 약 20분 거리다.
LG경제연구원은 9월 1일 ‘이런 직원은 불량직원’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불량직원 유형 7가지를 들며 ‘이들을 방치하면 구성원의 사기저하 및 조직력 붕괴 등 조직 분위기를 망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가 밝힌 불량직원의 유형은 다음과 같다.
① 항상불만형 ; 회사의 경영활동 및 제도변화에 대해 습관적으로 표출하는 유형
② 임시체류형 ; 틈만나면 더 좋은 회사로 이직을 꿈꾸는 직원
③ 유아독존형 ; 능력은 멋지게 있지만 지나치게 과도한 욕구로 주변 사람들을
지치게 하는 유형
④ 마찰회피형 ; 언제 어디서나 마찰과 갈등을 피하고 리스크를 떠안는 것을 거부하는 형
⑤ 좌우충돌형 ; 항상 부지런하고 분주히 일하지만 뚜렷한 목표의식이 없는 직장인
⑥ 무임승차형 ; 동료나 부하의 열정과 헌신으로 이뤄낸 결과를 가로채는 사람
⑦ 홈런타자형 ; ‘한방에 끝낸다’는 식의 사고로 무리수를 두는 스타일
어느 집단이라도 이상의 유형의 사람들이 숱하다.
자신의 입장을 대입하는 시간을 한 번쯤 가져보는 것도 낭비는 아닐 것이다. 세상살이의 공통함수는 항상 다변과 가변성을 지니고 있다. 개쉬땅나무, 분취, 참당귀, 구릿대, 어수리, 각시취가 보이는 계곡 둑길이다. 지극히 편안한 마음으로 원점을 향한 발길이다.
3시 36분.
소한동 버스 정류소로 原點回歸했다.
소한동 버스종점을 출발해 대직동 합수점∼대직동계곡∼북릉 삼거리∼1388m봉∼삼거리 안부를 경유해 정상에 오른 다음, 남서릉∼1390m봉 삼거리∼북서릉∼1228.8m봉∼1225m봉 삼거리∼북쪽 지능선∼상평 합수점∼대직동 합수점을 경유해 소한동으로 原點回歸하는 산행거리는 약 14km로, 최종후미가 산행을 완료하는데 소요된 시간은 5시간 30분간이었다.
버스종점 공장 인근 농산물 集荷所.
오이 한 박스(약100여개)에 2,000원이라. 골판지 박스 값만 850원이라 하는데......
부끄럽고 비극적인 우리나라 농정의 일부 단면이다. 팔아주는 것 자체로도 그들에겐 도움이 되리라. 일찍 들머리였던 종점에 닿은 회원들의 오이구매가 한창이다.
그때 신참회원인 K씨로부터 낙담스런 전언을 들었다.
5시간 전에 버스종점에 내려와 기다리고 있어야 할 R씨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것이다.
이곳은 휴대폰 불통지대다. 통신두절은 모든 사람들을 당황스럽게 했다. 게다가 버스 뱃터리까지 放電되어 운행마저 곤란한 지금이다. 버스 방전은 뱃터리 가게에 연락하면 곧 해결될 것이지만 R씨 증발문제는 속수무책이다.
백화쟁명이라. 각기 여러 가지 사례들과 가능성, 그리고 추측을 동원한 대안이 쏟아졌다.
오후 4시 46분.
뱃터리 충전을 마친 버스로 약 7Km 떨어진 창촌의 내면 하우스식당으로 이동해 일행들의 식사를 챙겨주는 것이 급선무다. 행여 긴 시간 지루해 먼저 식당으로 내려가지 않았던가 하는 일말의 가능성을 두고 농가의 유선전화를 빌려 예약식당에 연락했지만 아니라는 대답뿐이다. R씨의 서울집 전화를 몰라 가평의 J씨에게 연락을 취했다. 행여 서울 그의 집과 연락이 닿지 않았나 하는 희망에서 말이다. 허기를 면하려고 한 술 떴지만 有故라는 불길한 생각이 앞서자 입술만 타들어갔다. 6시간 40분이 흐르도록 행방이 묘연한 R씨의 사정이 무엇일까? 미스터리를 겪는 지금의 곤혹은 할 수만 있다면 얼른 떼어버리고 싶다.
5시 45분.
버스를 창촌 파출소 앞에 기다리게 하고 실종신고를 마쳤다. 착잡한 마음을 기댈 곳조차 막연했다. 일단 파출소 이광우 순경 등 2명의 경찰관의 도움을 얻어 재수색을 위해 경찰차편으로 소한동 마을을 향해 출발했다. 그의 행적이 판명될 때까지 버스를 상경시키고 이곳에서 날을 보내기로 작정했다. 경찰승용차로 광대평 3거리 입구에서 우회전, 약 300m 진입했을 때 동행했던 최영복 이사님 휴대폰을 통해 R씨와 통신이 이뤄졌다.
6시 10분.
기막힌 절정의 조우였고, 결과적으로 생각하면 멍청한 헤프닝이었다.
버스기사가 차문을 안에서 잠근 채 수면 중이라 깨우지 못하고 종점에서 20분 거리인 대한동 대형 비닐하우스 지점까지 되올라가 그 안에서 일행들을 무려 6시간 이상 기다렸다는 그네의 해명이 이해되지 않았다. 날이 저물어가자 뒤늦게 원주민의 트럭을 빌려 타고 내려오던 도중 휴대폰이 터지는 지점에서 가까스로 연결이 된 것이다. 휴대전화기 시계작동이 멎어진 상태라고는 하지만 어처구니없는 경우다. 작은 통신기기 하나가 빚은 일희일비다. 그냥 하늘을 향한 홍소와 원망이 섞인 나무람 몇 마디가 전부였다. 가평 J씨의 연락이 닿은 것도 바로 그 시각이었다. 정재근 감사께서 산악회를 대신해 젊은이들에게 작은 사례를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경영자다운 재치였다.
서늘한 가슴을 쓸어내리긴 자신은 물론, 버스에서 무작정 대기하던 모든 회원들의 심정도 여일했으리라 생각했다. 1998년이던가, J산악회 여름 포천 가리산 등반 당시 하산길에서 약 3시간 가까이 증발했던 Y-K 두 분이 기억나 쓴 웃음이 나왔다. 그 당시 그들의 행방을 쫒아 뛔약볕을 마다않고 견디며 겪은 심리적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음이 지금도 생생하다. 어쨌거나 천만다행이었다. 그 동안 방정맞고 빙충맞은 추측으로 마음앓이 했던 시간이 눈물이 나도록 부끄러웠다. 끝까지 싫은 내색없이 기다려준 회원들의 배려도 거룩했다.
빠른 귀로에 올랐다.
운두령 마루에서 약 10분간 정차해 바람을 쐬는 여유를 가졌다.
일행들의 밝은 표정이 무엇보다 아름다웠다.
강풍이 몰아치는 운두령의 오늘은 내겐 씁쓸하고 진이 빠진 진공지대였다.
6시 35분.
오전의 길을 따라 운두령을 내려선 상경길이다.
영동-중부고속도로 지, 정체 구간(원주근방, 문막~여주간, 호법IC일대)을 빠져 나오는 피곤한 밤 시간이었다. 밤은 익숙한 솜씨로 도로에 깔리고 또 모든 허물을 덮어주고 있었다. 밤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더욱 비참했을 것이다. 그래서 밤은 생각에 따라선 절대적인 必要善이기도 하다.
밤 11시 25분.
당산역에 닿았다.
그 이후 차례로 하차하는 회원들의 뒷꼭지를 바라보는 자신의 시선이 무안스럽고 無常하다는 사념뿐이었다. 텅 빈 도시의 깊어가는 밤이지만 술 생각마저 증발한 지금이다.
밤 11시 40분
늦은 밤 발산역에 내렸다.
김제범씨와 귀가하는 길바닥이 무척 무디다는 생각뿐이었다.
이튼 날 오후 카페를 통해 회원들께 보낸 전언 일부다.
읽어 보세요(글쓴이 : 송채화) 날짜 : 2005.09.05 13:22
*제43차 오지의 소계방산산행에 참여하신 38명의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오늘 아침 새벽 5시 눈을 뜨고 어제의 두 가지 헤프닝을 생각했습니다.
서로를 배려하는 은근한 염려에 깊은 가슴을 드리고 싶습니다.
늦은 시각에 도착해서 어려움이 있었을 것입니다.
차후 명절 전 산행에 많은 참고 사항을 새삼 익혔습니다.
고마운 마음만 능청스럽게 전하는 非禮를 이해하시길 바랍니다.
*교통
-대중교통 :
서울 상봉동터미널에서 1일 40회(05:50∼18:30) 운행하는 속초·양구·원통·
현리행 버스 이용, 홍천에서 하차. 요금 7,000원. 1시간50분간 소요.
서울 동서울터미널(전철 2호선 강변역)~속초행 1일 6회(07:20∼21:00) 운행하는 홍천 경유 서울 동서울터미널~양구1일 9회(08:50∼19:10) 운행 버스이용, 홍천에서 하차.
요금 7,000원. 1시간50분간 소요.
홍천 터미널에~서석 경유 내면(창촌)행, 1일 11회(07:10, 08:00, 09:45, 10:20, 12:00, 13:00, 14:05, 15:00, 16:40, 17:10, 18:40) 운행. 요금 5,800원.
내면 시외버스터미널(033-432-6016)~소한동행 버스 1일 2회(07:00, 19:00) 운행.
요금 750원. 20분간 소요. 소한동에서 내면행 버스 1일 2회(07:20, 19:20) 운행.
내면~서석 경유 홍천행 버스 1일 11회(07:20, 08:20, 09:00, 09:30, 10:40, 11:50, 12:40, 14:10, 16:20, 17:10, 18:00) 운행.
상봉 터미널-창촌(내면) 버스 하루 1회 운행, 홍천에서 창촌(내면)행 직행버스로 환승 창촌-소한동 버스는 하루 1회 운행.
-승용차 :
①양평-6번국도-용두리-44번국도-홍천-구성포-56번국도-솔재터널-어론(또는 홍천-444 번지방도-수타사입구-노천-어론)-56번국도-율전-31번국도-내면 주유소-양양방면 56번
국도로 5.3km에서 우회전-소한동. 서울 동부~소한분교까지 약165km(3시간 30분쯤)
②중부고속도로 호법IC-영동고속도로 속사IC-31번 도로로 구룡령-양수교 3거리-우측
56번 도로로 창촌-약 3Km 거리 광대평3거리-우회전해 소한동 마을로.
*숙식
-창촌 국빈장(0366-432-3451), 솔밭가든(0366-432-7262, 5867)
-버스종점인 소한동에는 민박이나 식당이 없다.
소한동 입구 광대평 자운천변 광대평민박(주인 김한원·055-432-0908) 한 곳 뿐
-내면(창촌)에 금성여관(033-432-0908), 내면 시외버스터미널과 같은 건물인 터미널식당 (-432-5088), 남쪽 창촌교 방면 낙원식당(432-5976), 다복식당(-432-8859), 민물천하 (-432-6077), 서울뚝배기(432-0035) 등 아침식사 가능.
-별미산책
광원리의 신선타운(033-435-8702, 산채정식, 보리밥, 오리탕, 토종닭 등을 내는 맛집이다.
특히 10여 가지 반찬이 따르는 산채정식이 별미다.
*기타 :
소계방산 일원 산행정보는 제천 두발산악회 김태영 등반대장에게 문의 (011-485-5784)
< 2005년 山, 7월호 소개 참조 >
*계방산(桂芳山 1577m)/소계방산(小桂芳山 1456m) : 강원 평창군 용평면, 홍천군 내면
산행코스 ; 운두령-안부-1492-헬기장-계방산(1577.4)-이승복생가 갈림길안부-소계방산
갈림봉/중봉-수전골안부-소계방산(1456)-1360봉전안부-을수골지계곡-1360봉 후안부 지류합수-을수골-큰대산골초입농가(산행시간 :10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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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기획] 내 몸에 맞는 술…
나를 알고 술을 알면 기분 좋고 속 편하고
주당(酒黨)들의 입안에 침이 고이는 계절이 돌아왔다. 술잔을 들어올리기만 해도 비지땀이 흘러내리는 무더위 속에서 마지못해 근신했던 엉덩이가 들썩거린다. 주당들이 자주 인용하는 구절이 있다. "술은 혈액을 통하게 하고, 장기를 두텁게 하며, 근심을 쫓고 의기양양하게 한다." 당나라의 명의 진장기가 쓴 '본초습유(本草拾遺'에 나오는 말이다. 이처럼 적당히 마시면 술은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늘 그 '적당히'가 문제다. 얼마나, 어떻게 마시는 것이 적당한 것이란 말인가. 사상의학적 체질에 따라 몸에 맞는 술과 술 마시는 법을 알아봤다.
(글=이훈범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
*태양인(太陽人) - 포도주가 최고, 독주는 금물
영웅심과 자존심이 강해 술자리에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무시하고 자기주장을 고집하는 경우가 많은 게 태양인의 특징. 그만큼 술값도 자기가 치르려 하고 2차.3차를 외치는 경우가 많다. 태양인은 폐대간소(肺大肝小)로 간이 비교적 약하므로 술이 해로운 체질인데도 의외로 술을 좋아하는 경우가 많다. 현실 생활에서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술을 마시면 주사를 부리기도 하니 주의가 요망된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을 마시면 몸의 원기가 손상될 수 있으므로 도수가 낮은 술을 마시도록 한다. 포도주가 가장 좋고 생맥주도 괜찮다. 소주. 양주 등 독한 술을 가능한 한 적게 마시는 게 좋다. 태양인에게 맞는 한약재인 모과. 오가피. 솔잎. 머루 등을 소주에 담가 약주로 조금씩 마시는 것도 좋다. 안주는 조개류. 복어. 낙지 등 해산물이 가장 맞고 포도. 머루. 다래 등 과일류와 신선한 야채도 좋다. 소변이 시원스러운 것이 태양인의 건강 척도인 만큼 조갯국. 포도 주스 등도 음주 전후에 좋다.
-외모 ; 머리가 크고 엉덩이가 작고 가슴 윗 부분이 발달돼 있다.
-성격 ; 강직하고 과단성과 패기가 있으며 창조적인 반면 독선적이고 치밀하지 못하다.
*태음인(太陰人) - 고량주. 보드카. 위스키 … 독해야 좋다
간대폐소(肝大肺小)로 선천적으로 간의 흡수 .해독 기능이 좋아 술에 잘 맞는 체질이다. 술자리에서 고독한(?) 최후의 승자로 남을 정도로 술이 세다. 두주불사(斗酒不辭)로 과음하는 경우가 많고, 술의 종류에 구애받지 않지만 맥주는 쉽게 배가 불러 싫어하는 경향을 보인다. 위장이 튼튼해 식성이 좋고 기름지고 맛이 진한 음식을 좋아해 이에 어울리는 독한 술을 즐긴다.
사상의학의 창시자인 이제마는 소주를 3~4잔 마시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흔히 장이 나쁠 수 있으므로 맥주보다는 알코올 도수가 높은 소주. 고량주. 보드카. 위스키 등이 체질에 맞다. 태음인에게 맞는 약재인 매실. 오미자로 술을 만들어 먹는 것도 좋다. 체질적으로 주량을 과신해 30대 이전에 지나치게 술을 많이 마셔 오히려 간질환을 겪을 수 있으므로 과음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술의 종류에 따라 안주가 달라질 수 있으나 쇠고기 등 육류와 치즈. 두부. 콩나물. 은행. 밤. 버섯 등이 좋다. 과음 뒤에는 오미자나 매실. 칡차. 율무차. 우거지탕. 콩나물국 등을 먹고 가벼운 운동으로 땀을 내면 숙취 해소에 효과가 있다.
-외모 ; 상체비만 스타일로 가슴이 넓은 편이지만 엉덩이가 빈약하다.
-성격 ; 솔직담백하고 의협심이나 봉사정신이 강하나 성격이 급하고 마무리가 부족하다.
*소양인(少陽人) - 열 많은 사람에겐 찬 맥주가 딱
술 자체보다는 술 마시는 분위기를 즐기는 게 소양인이다. 비대신소(脾大腎小)로 비뇨 기능이 약해 과음을 하면 몸에서 열이 나고 숙취가 오래간다. 하지만 사교적인 성격으로 거의 매일 술을 마시는 애주가가 많다. 술을 적게 마시거나 마시더라도 천천히 마시는 게 좋다. 열이 많은 체질이므로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보다는 몸 안의 열을 내리고 소변을 잘 보게 하는 맥주가 가장 좋다. 소양인에게 맞는 한약재인 구기자. 복분자. 산수유 등으로 술을 담가 마시는 것도 좋다. 소양인이 양주나 고량주를 많이 마시면 몸이 뜨거워져 피부에 발진이나 종기가 생길 수 있으니 피하는 게 낫다.
안주로는 돼지고기.굴.전복.새우.배추.오이.수박.참외 등이 좋다. 하지만 고추나 마늘. 생강이 많이 들어간 자극성 안주류를 먹으면 열이 나거나 설사를 할 수 있다. 음주 전후에는 반드시 식사를 해야 한다. 과음 후에는 변비가 생기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과음 후에는 야채즙. 오이냉채. 복어국 등이 도움이 되며 숙취 해소를 위해 소변을 많이 보는 게 좋은데 얼음이나 냉수를 많이 마신다.
-외모 ; 체격이 좋으며 목덜미의 기세가 약하다.
-성격 ; 너그러운 반면 음흉한 편으로 의젓하고 맡은 일은 끈기를 가지고 꼭
성취하려고 하나 게으른 점이 있다.
*소음인(少陰人) - 부드러운 브랜디랑 찰떡궁합
술이 약해 조금만 마셔도 금방 취한다. 신대비소(腎大脾小)로 술을 분해하고 처리하는 위장과 소화기관이 약하기 때문에 술을 잘 마시지 못한다. 만약 소음인이 술을 잘 마신다면 집안 내력이거나 신체가 건강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만약 그것이 아니라면 알코올 중독을 의심해봐야 한다. 체질적으로 술에 약한데도 사람들 앞에서는 강한 척하는 이중성도 있으며, 술의 힘을 빌려 억눌렸던 감정을 표출하기도 한다. 비위가 약하고 몸이 차갑고 기가 부족하기 쉬운 체질이므로 맥주 등 성질이 찬 술을 좋지 않다. 소화 기능을 돕는 달콤한 디저트 와인이나 적당한 알코올로 기혈 순환을 활성화해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소주, 식욕을 돕고 향이 좋으며 입 안의 질감이 부드러운 브랜디 등이 어울린다. 소음인에게 맞는 약재인 인삼. 당귀. 계피. 사과 등으로 술을 담가 마시는 것도 좋다.
-외모 ; 하체비만 스타일로 엉덩이가 크고 어깨가 좁은 형이다.
-성격 ; 섬세하고 치밀하며 유순하나 내성적이며 매사에 소극적인 편으로 간섭받기를
싫어한다.
닭고기나 흰 살 생선, 파전. 부추전. 된장찌개나 사과. 귤. 토마토. 복숭아 등 소화가 잘 되고 위벽을 보호해 주는 음식이 좋다. 음주 전에 인삼을 먹어두면 술도 덜 취하고 피로도 덜하다. 음주 후에는 인삼차. 생강차. 꿀물. 북어국을 먹으면 빨리 회복된다. 양기가 부족한 소음인이 갑자기 땀을 내면 혈압이 내려가고 기운이 빠질 수 있으므로 음주 후 사우나나 찜질방을 찾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도움말 주신 분: 윤철상 수원 함소아한의원장 : 2005.08.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