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포메이션 랩 직전의 상황을 보니 모든 차량들이 인터미디어트 타이어를 장착한 모습이 보입니다. 비가 오는 레이스는 언제나 둘 중에 하나입니다. 아주 심심하거나, 드라마로 가득찬 레이스가 되거나겠죠. 특히나 비가 오거나 그친다던가, 오락가락하는 어중간한 날씨에서는 어떤 타이어로 레이스를 시작할 지, 레이스 도중에 상황 변화에 따라서 언제 피트스탑을 해서 타이어를 바꿀 지에 대한 선택이 레이스 결과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나저나, 호주 그랑프리는 오후 5시에 출발합니다. F1 프로모터 버니 에클레스톤은 F1의 최대 시장이라 할 수 있는 유럽 중계 시간을 고려해서 야간 경기를 촉했지만 호주 쪽에서 이를 거부함으로써 타협한 게 오후 5시인데, 물론 해가 늦게 지니 아직 낮 시간이라고는 해도 해가 한참 쨍쨍할 때같지는 않을 뿐더러 게다가 비오는 날씨라 중반전 이후에 시야 확보에는 문제가 없을 지 그 점도 좀 궁금해지네요.
드디어 레이스 직전에 대열을 잡고 마지막 한 바퀴를 주행하는 포메이션 랩이 시작됩니다. 모두들 인터미디어트 타이어를 끼고 조심스럽게 트랙을 한 바퀴 돕니다. 과연 비오는 날씨가 이번 경기에 어떤 드라마를 연출할 지, 조마조마한 상황입니다. 한편 야르노 트룰리와 티모 글록, 루카 디 그라시는 그리드에 나오지 않고 피트에서 출발할 예정입니다. 새로운 팀들이 이번에는 완주라도 제대로 할 수 있을까요? 비까지 오는 상황이라서 더더욱 만만치 않을 텐데요...
레이스 출발을 예고하는 빨간 등이 하나, 둘, 셋, 넷, 다섯... 일제히 꺼졌습니다. 레이스 스타트! 젠슨 버튼이 웨버의 오른쪽을 노렸지만 실패하고 오히려 뒤로 밀려납니다. 반대로 펠리페 마사는 버튼을 잘 막으면서 마크 웨버보다 1코너에 먼저 안쪽으로 진입하면서 역전, 2위로 도약합니다.
차량들이 첫 번째 코너로 접어듭니다. 그런데 페라리 차량 한 대가 트랙 한가운데에서 스핀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페르난도 알론소의 차량입니다. 혼란한 틈바구니 속에서 하마터면 대형 사고를 일으킬 뻔한 상황이지만 뒤따르던 차량들이 솜씨 좋게 알론소를 피해 나가서 별 사고는 없는 듯합니다. 혼란스러운 상황이 지나고 대열이 어느 정도 갖춰졌을 때, 순위는 베텔 - 마사 - 쿠비차 - 로즈베르크로 이어집니다. 쿠비차는 정말 대박 스타트네요.
미하엘 슈마허의 왼쪽 앞날개가 지면에 닿아서 불꽃이 튀는 장면이 보입니다. 아마도 다른 차량과 부딪친 듯한데, 아무래도 날개를 바꾸기 위해서 피트 인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첫 코너에서 스핀했던 알론소는 완전히 후미로 밀린 상황입니다.
리플레이 화면을 보니 상황은 이렇습니다. 첫 코너에서 코너 안쪽 라인을 다투던 버튼과 알론소가 접촉하면서 알론소가 스핀합니다. 이어서 알론소의 차량 뒤쪽이 슈마허의 앞쪽을 들이받으면서 슈미 차량의 앞날개가 망가진 것입니다. 연쇄반응이랄까요.
초반부터 리타이어가 속출합니다. 토로 로소의 세바스티엔 부에미의 차량이 그라벨 트랩(트랙 바깥 자갈밭)에서 멈춰선 모습이 보이더니, 잠시 후에는 윌리엄스의 니코 훌켄베르크 역시 그라벨에서 꿈쩍도 안 합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훌켄베르크 앞쪽으로도 차량 한 대가 멈춰서 있습니다. 방호벽에 가려서 누구 차량인지는 안 보이는데 아마도 두 대가 부딪친 듯하네요.
리플레이를 보니 자우버 팀의 코바야시 카무이가 방호벽에 부딪친 다음에 트랙을 가로질러 쭉 밀려 나갈 때 하필이면 훌켄베르크가 희생양이 되었습니다. 리플레이를 자세히 보면 보면 코바야시가 트랙을 이탈하기 직전에 앞쪽 날개가 차체에서 떨어지는 모습이 보입니다. 금요일 연습주행 때도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코바야시 차량에 뭔가 결함이 있었던 듯합니다. 앞쪽 날개가 떨어져 나가면 순식간에 다운포스를 잃으면서 차량이 통제 불능에 빠지는 게 당연한 일이죠. 코바야시로서도 어쩔 수 없었을 겁니다.
결국 세이프티 카가 발령됐습니다. 아무래도 코바야시와 훌켄베르크의 사고가 컸던 만큼 트랙 정리가 필요한 모양입니다. 출발 때 벌어졌던 한바탕 격전이 일단 세이프티 카 발령으로 소강상태로 접어드는 상황입니다.
2 바퀴 째에 앞쪽 날개가 망가진 슈마허가 피트 인 합니다. 노즈만 갈면 문제 없을까요? 일단 노즈를 갈고 피트 아웃 합니다. 상황을 보니 다른 곳에는 별 문제는 없는 듯 합니다. 아무튼 벌써부터 네 대나 리타이어했습니다. 아무래도 오늘 레이스는 만만치 않을 듯합니다. 과연 몇 대나 살아남을 지... 어쩌면 완주만 해도 포인트를 챙겨가는 서바이벌 레이스가 될 지도 모를 일입니다.
5 바퀴 째에 다시 레이스가 시작됩니다. 쿠비차가 마크 웨버를 제치는 듯하지만 첫 코너에서 안쪽 라인을 잡은 웨버가 다시 앞질러 가버립니다. 하지만 다시 한번 쿠비차가 완만한 직선에서 웨버를 노립니다. 오늘 쿠비차의 페이스가 좋아 보입니다. 끈질기게 계속해서 웨버를 공략해 봅니다.
그나저나 최후미로 처진 알론소와 슈마허는 악전고투중입니다. 물론 하위 팀들 차량을 따돌리는 거야 별 것 아니지만 그렇게 싸우다 보면 상위권과 격차는 점점 벌어질 수밖에 없지요. 슈마허는 하위팀 공략도 알론소 만큼은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토로 로소의 알구에르수아리에게 다시 순위를 빼앗기는 모습이 보입니다.
6 바퀴째입니다. 맥클라렌 차량들 사이에 전투가 벌어집니다. 해밀튼이 버튼을 앞지르려고 공략에 들어갑니다. 시케인에서 버튼을 바깥으로 밀어내고 6위로 올라섭니다. 월드 챔피언 버튼으로서는 굴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선두권에서도 마크 웨버가 마사를 제치고 2위로 빼앗겼던 2위 자리를 되찾습니다. 3위로 밀려난 마사는 쿠비차의 사냥감이 되고 그 뒤를 쫓는 니코 로즈베르크는 둘 사이의 경쟁을 틈타 어부지리를 노려 봅니다. 이렇게 되면 베텔은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질주를 계속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어라? 해밀튼에게 순위를 빼앗긴 젠슨 버튼이 갑작스럽게 피트로 들어 옵니다. 어라? 해밀튼에게 순위를 빼앗긴 게 혹시 머신 트러블? 출발 때 알론소와 부딪친 게 혹시나 뭔가 차량에 손상을 준 게 아닐까요? 그런데 피트스탑을 한 이유가 그게 아니었습니다. 인터미디어트 타이어를 떼어내고 소프트 옵션 슬릭 타이어로 신발을 갈아신고 나갑니다. 트랙 상황을 보면 조금 이른 감이 있긴 한데, 모험을 한 번 해 보겠다는 건지.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시케인에서 그립을 잃고 트랙을 이탈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사실 이렇게 비가 내리다 그쳤을 때, 좀 도박에 가깝게 일찍 드라이 타이어로 바꾸고 나가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드라이 타이어와 웨트 타이어의 접지력 차이야 말할 것도 없기 때문에 트랙에 물기만 없다면 랩 타임에서 엄청난 이득을 볼 수밖에 없지요. 하지만 트랙 곳곳이 젖어 있는 상태에서는 타이어와 지면 사이 물기를 배출해 줄 트레드가 없어서 수막 현상을 그대로 겪는 드라이 타이어는 위험한 도박수입니다. 대체로 이런 도박수를 둔 드라이버는 아직 젖어 있는 구간에서 오히려 랩 타임을 손해 보거나 트랙을 이탈해서 결국 작전 실패로 그치는 게 보통입니다. 아무래도 젠슨 버튼도 너무 무리수를 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게다가 언제 비가 내릴 지 모르는 불안불안한 하늘인데... 그래도 두 번째 섹터에서는 25.5로 선두 베텔보다 무려 0.8 초 빠른 랩 타임을 기록합니다. 만약 비만 더 안 내리고 트랙이 점점 말라간다면 덕을 볼 수도 있을 겁니다.
10 바퀴 째, 타이어에 열이 충분히 올랐을 버튼이 아직은 타이어가 차가울 쿠비차를 한참 뒤쫓고 있습니다. 오른쪽 안을 파고 들면서 앞지르기에 성공합니다. 한편 레드 불의 베텔도 일단 슬릭 타이어로 바꿔 끼고 피트를 나섭니다. 다행히 그 전에 버튼과 격차가 많이 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1위 자리는 그대로 지킵니다. 그나저나 웨버는 인터미디어트 타이어로 한 바퀴를 더 돌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랩 타임에서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버튼이 1:37.701로 가장 빠른 랩 타임을 또다시 경신합니다. 이쯤 되면 완전한 작전 성공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일단 2위는 따논 당상입니다.
르노 차량 한 대가 트랙을 이탈해서 그라벨에 멈춰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비탈리 페트로프입니다. 볼 거 없이 리타이어죠. 제 기억으로는 F1에서 첫 번째 러시아 드라이버인데 개막전에 이어서 이번에도 리타이어네요. 신고식 참 험하게 치릅니다.
드디어 웨버도 피트로 들어와서 슬릭 타이어로 바꿉니다. 아무튼 이렇게 되니 버튼이 2위가 됩니다. 아직 타이어에 열이 덜 오른 듯한 베텔 바로 뒤에 붙어서 추격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한편 해밀튼은 1:33.039로 가장 빠른 랩 타임을 기록합니다. 레이스 때는 괜찮은데 예선 성적이 영 안 좋으니...
웨버 - 바리켈로 - 해밀튼이 접전을 벌이는 분위기입니다. 일단 해밀튼이 시케인에서 바리켈로를 제치는 데 성공합니다. 역시 요 자리가 앞지르기에는 명당 자리입니다. 내친 김에 웨버도 잡아 봐? 팀에서는 아직 웨버의 타이어가 열이 덜 받아서 차가울 테니 노려보라는 얘기를 전달합니다.
타이어를 바꿔 낀 베텔이 일단 제 페이스를 찾고 버튼을 확실하게 따돌리는 분위기입니다. 12 바퀴째에는 베텔이 1:32.439로 가장 빠른 랩 타임 기록합니다. 버튼은 1:33.156. 차이 많이 납니다. 둘 사이 격차가 쭉쭉 벌어질 분위기입니다. 지금 상황으로서는 버튼은 2위 자리 건사하는 데에나 집중해야 할 것처럼 보입니다. 한편 최후미까지 처쳤던 알론소는 어느덧 포인트권인 10위까지 올라옵니다. 아직은 레이스가 초반이니까 충분히 상위권으로 올라올 기회는 있습니다.
그새 포스 인디아의 아드리안 슈틸도 조용히 리타이어했습니다. 벌써 리타이어 일곱 대입니다. 이러다가 완주만 하면 루키 팀도 포인트를 딸 수 있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14 바퀴째입니다. 슬릭 타이어로 바꾼 세바스티안 베텔이 그야말로 날아다닙니다. 1:31.856으로 버튼이 기록한 1:32.518보다 0.7초나 앞서는 분위기입니다. 이쯤 되면 너무 일방적입니다. 이런 추세라면 베텔의 싱거운 우승으로 마무리되지 않을까 싶기까지 합니다.
르노 팀에서는 무선 교신을 통해서 5분 안에 약한 비가 내릴 거라고 드라이버들에게 알려줍니다. 한편 최하위로 밀려났지만 상위권으로 도약하기 위한 알론소의 질주는 계속 됩니다. 윌리엄스의 루벤스 바리켈로를 앞지르고 어느덧 8위까지 치고 올라왔습니다. 그럼 다음은 해밀튼인데... 앙숙 중에 앙숙, 해밀튼이 과연 호락호락할까요?
웨버 - 해밀튼 - 마사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접전을 벌이는 16 바퀴째. 기회를 노리던 해밀튼이 웨버와 경합을 벌입니다. 해밀튼이 앞서는 듯했지만 코너에서 웨버가 안쪽 라인을 잡으면서 블로킹을 하자 해밀튼이 브레이크를 밟아서 속력을 늦추면서 다시 웨버가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런데 서로가 멈칫하면서 컨트롤이 살짝 흐트러지는 듯하더니, 해밀튼의 오른쪽 앞바퀴와 웨버의 왼쪽 뒷바퀴가 닿는 모습이 보입니다. 코너를 돌던 웨버가 트랙을 이탈, 그라벨 트랩으로 빠집니다. 다행히 트랩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결국 제일 뒤에 있던 마사가 어부지리로 앞으로 치고 나갑니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좀 더 상황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습니다.
HRT 레이싱의 카룬 찬독이 같은 곳에서 코너를 채 돌지 못하고 그라벨에 빠졌다가 다시 복귀합니다. 저 곳이 고속 구간이 끝나면서 급커브가 나타나는 곳인데, 충분한 그립을 갖지 못하면 저렇게 그라벨로 빠지기 딱 좋습니다. 트랙 온도도 차갑고 하니 특히나 차량 자체의 성능이 떨어지는 하위권 팀에서는 이 코너가 쉽지 않은 듯합니다. 그나저나 찬독, 과연 완주는 할 수 있을지...
17 바퀴째입니다. 슈마허가 여전히 알구에르수아리를 공략하고 있는데 호락호락하지가 않습니다. 알론소는 벌써 포인트권으로 튀어나갔는데 쉽지 않네요. 역시 천하의 슈마허도 나이는 어쩔 수 없는 건지 아니면 차량이 아직 받쳐주질 않는 건지...
18 바퀴째에 루이스 해밀튼이 1:31.440으로 가장 빠른 랩 타임을 기록합니다. 하지만 1초도 안 되어서 곧바로 알론소가 1:31.110으로 이 기록을 갈아치우고 눈깜짝할 사이에 마크 웨버가 1:30.639로 다시 가장 빠른 랩 타임에 이름을 올립니다. 선두 다툼은 베텔의 싱거운 압승 분위기로 가는 반면, 이 세 사람은 그야말로 혈투 모드입니다. 아까 웨버와 엉키는 바람에 마사에게 앞자리를 내줬지만 다시 뒤에 바짝 붙은 해밀튼. 뭔가 공략해 볼 수 있을까요? 랩 타임을 보면 페이스는 해밀튼이 좋습니다만, 바레인에서 보았듯이 올해는 앞지르기가 참 쉽지 않습니다.
20 바퀴째. 이제 레이스가 중반전으로 들어갑니다. 메르세데스 GP에서 로즈베르크에게 더 달리라고 재촉합니다. 더 이상 비는 없다고 말합니다.
22 바퀴 째에 메인 직선에서 해밀튼이 거의 닿을 뻔할 정도로 마사 뒤를 스쳐서 오른쪽을 파고 드는 데 성공하면서 5위로 뛰어 오릅니다. 그야말로 종이 한 장 간격밖에 없어 보입니다. 이럴 때 세상의 시선이란 게 그렇습니다. 성공하면 과감한 드라이빙이라고 찬사를 받고 혹시나 아차 실수로 부딪치면 위험한 주행으로 욕을 먹는 거죠.
마사는 시케인에서 해밀튼을 공략해서 빼앗긴 자리를 되찾아 보려고 했지만 실패합니다. 그런데 이 여파는 엉뚱하게 팀 동료 알론소에게 미칩니다. 해밀튼 공략에 실패한 마사가 하필 알론소 쪽 라인으로 빠지는 바람에 갑자기 앞에 떡 하니 나타난 마사에 막혀서 제 라인을 못 잡은 알론소가 뒤따르는 마크 웨버에게 자리를 내 주고 맙니다.
포스 인디아의 비탄토니오 리우치가 여러 랩 동안 계속 잡아보려 했던 자우버의 페드로 데 라 로사를 잡는 데 성공했습니다 한편 마사를 제친 해밀튼은 어느 새 로즈베르크의 턱밑까지 쫓아왔습니다.
마크 웨버도 해밀튼에 이어서 마사 뒤를 계속 찌르고 있습니다. 페라리 팀에서는 마사에게 마지막 코너에서 차량에 문제가 있다고 얘기를 합니다. 뒤쪽 그립이 안 나와서 메인 직선에서 쉽게 잡힐 위험이 있다는 팀의 얘기인데, 그립이 떨어지면 코너에서 탈출하는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에 메인 직선에서 뒤따라오는 차량에게 쉽게 앞지르기를 당할 수 있겠지요. 아까 해밀튼에게 잡힌 것도 결국 마지막 코너에서 탈출 속도가 충분히 나지 않았던 데에 있는 모양입니다.
26 바퀴째입니다. 해밀튼은 아직 로즈베르크 뒤에서 기회를 노리고 있습니다. 바레인 그랑프리에서도 레이스 초반에 로즈베르크에게 너무 오래 잡혀서 3위에 머물렀는데, 이번에도 또 그렇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빨리 이 상황을 타개해야 할 텐데... 하지만 바레인처럼 고생은 하지 않네요. 결국 고속 곡선 구간에서 로즈베르크를 제치는 데 성공합니다. 다음 코너를 지나고 다시 한 번 로즈베르크가 해밀튼 뒤로 붙어 봤지만 결국은 실패하고 자리를 완전히 내어 줍니다.
아니 그런데 이게 웬일? 1위로 순항하던 베텔의 차량이 트랙이 아닌 그라벨 트랩에 우두커니 멈춰 있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힙니다. 이게 웬 날벼락? 리플레이를 보니 코너를 앞두고 갑자기 머신이 뭔가 말을 듣지 않는 듯, 코너를 돌지 못하고 그냥 그라벨로 직진해 버립니다. 밝혀진 바에 따르면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아서 벌어진 비극이었던 것입니다. 바레인 그랑프리에서 다 잡은 우승을 엔진 트러블로 놓치고 5위로 내려 앉은 베텔로서는 또 다시 머신 트러블로 눈물을 삼켜야 하는 불운이 덮칩니다.
그러나 인생이란 게 나의 불행은 누군가에게는 행복으로 다가오는 법입니다. 베텔이 멈춰선 장면을 보고 맥클라렌 피트 크루들이 열광합니다. 뜻하지 않게 베텔이 리타이어하면서 젠슨 버튼이 졸지에(?) 1위로 등극합니다. 맥클라렌으로서는 그야말로 경사난 분위기입니다. 게다가 니코 로즈베르크를 앞지른 해밀튼이 3위로 도약하면서, 해밀튼이 쿠비차를 잡아 준다면 페라리가 개막전에 거둔 원투 피니시를 멋지게 되갚아 줄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 해밀튼의 페이스가 워낙에 좋아서 쿠비차의 꼬리를 잡는 건 어렵지 않을 듯합니다. 만약 쿠비차를 잡는 데 성공한다면 내친 김에 페이스가 해밀튼만큼 나오지 않는 버튼까지 잡아버릴 수도 있을 분위기입니다.
28 바퀴째입니다. 웨버가 마사를 잡고 5위로 올라섰습니다. 바레인에서는 원투 피니시로 대박을 챙긴 페라리지만 이번 경기는 잘 풀리지 않네요. 출발 때 알론소가 스핀하면서 후미로 밀리고, 마사는 뭔가 라이벌들에게 뒤처지는 모습입니다.
한편 해밀튼은 어느새 2위 쿠비차의 꽁무니까지 쫓아아 왔습니다. 27 바퀴째 랩 타임이 무려 2.3초나 해밀튼이 빠른 상황이라 공략이 어렵지 않을 것 같아 보입니다.
한편 알론소가 어느 새 마사의 뒤에 붙었습니다. 확실히 알론소 쪽 페이스가 좋아 보입니다. 페라리끼리 경합이 벌어지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마사도 그리 호락호락하게 알론소에게 기회를 주지 않습니다. 팀 에이스 자리를 놓고 벌어지는 자존심 싸움이랄까요.
29 바퀴째에 버진 레이싱의 루카 디 그라시가 개러지로 들어왔습니다. 리타이어입니다. 신생 팀들은 정말 완주 한 번 하는 것도 쉽지가 않네요.
30 바퀴째에 미하엘 슈마허가 스탑합니다.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타이어가 안 좋았던 건지 아니면 마모가 빨리 일어나는 건지... 브리지스톤에서는 소프트 타이어에 대해서 30 바퀴 정도만 보장할 수 있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30 바퀴가 지나면 타이어 성능이 확 떨어지고 심한 경우에는 펑크와 같은 위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건데... 그렇다면 가장 먼저 타이어를 바꾼 젠슨 버튼은 36 바퀴가 지나면 피트스탑을 해야 한다는 얘기가 됩니다.
32 바퀴째입니다. 해밀튼. 계속 바짝 뒤에서 쿠비차를 노려 보는데... 하지만 여의치 않고 오히려 코너에서 컨트롤을 잃으면서 크게 도는 바람에 로즈베르크가 턱밑까지 쫓아옵니다. 분명 페이스는 해밀튼이 좋지만 호락호락 자리를 주지 않는 쿠비차의 솜씨도 꽤 좋아 보입니다. 한편 타이어를 바꾼 슈마허는 1:30.293으로 가장 빠른 랩 타임을 기록합니다.
33 바퀴째에 마크 웨버가 스탑합니다. 소프트 타이어를 다시 소프트로 바꾸고 나갑니다. 어차피 타이어를 한 번 바꿀 거라면 25 바퀴쯤 남은 지금이 적당한 때라 볼 수 있겠습니다. 원래 규정대로라면 한 경기에 지급되는 두 가지 (하드, 소프트) 타이어를 레이스에서 적어도 한 번은 써야 합니다. 하지만 웨트 타이어를 쓰게 되면 이 규정에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34 바퀴째에는 니코 로즈베르크가 스탑합니다. 역시 같은 소프트 옵션 타이어로 바꾸고 나갑니다.
35 바퀴째에 쿠비차 추격하던 해밀튼이 일단 피트 인 합니다. 역시 소프트 타이어로 신발을 갈아 신습니다. 한편 선두 버튼은 1:30.201로 가장 빠른 랩 타임 기록을 기록합니다. 베텔이 리타이어한 관계로 왠지 호랑이 없는 굴에 여우가 왕노릇하는 분위기긴 합니다만 그래도 타이어 마모도가 가장 심할 텐데도 페이스가 좋아진 듯합니다. 그나저나 피트에서 나온 해밀튼 바로 뒤에 웨버가 따라 붙어 있는데... 아직은 열이 덜 올랐을 해밀튼의 타이어가 제 성능을 낼 지 좀 불안한 상황입니다.
36 바퀴째에 마크 웨버가 1:29.806으로 가장 빠른 랩 타임을 갈아치웁니다. 그나저나, 버튼이 해밀튼보다 먼저 슬릭 타이어를 썼는데도 아직 안 들어갔습니다. 이번 바퀴 쯤에는 들어갈까요? 그리고 2위부터 4위에 있는 쿠비차 - 마사 - 알론소 역시도 소프트 타이어로 바꿔 낀 다음에 아직 피트스탑을 안 한 상황입니다. 과연 이들은 언제쯤 피트스탑을 할 지...
37 바퀴째입니다. 웨버와 접전을 벌이던 해밀튼이 코너를 크게 돌면서 트랙을 이탈했다가 되돌아옵니다. 웨버가 잽싸게 자리를 나꿔채지만 마지막 코너 전 시케인에서 다시 웨버를 앞지르는 데 성공합니다. 다시 찾은 자리, 빼앗기지 않겠다는 듯 해밀튼이 1:28.754로 가장 빠른 랩 타임을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1분 28초대에 진입합니다. 앞쪽 주자들보다 확실히 좋은 페이스인데... 문제는 앞에 있는 주자들이 언제 피트 인 할 건지가 관건입니다.
예전 같으면 먼저 피트스탑하는 쪽이 급유 문제로 아무래도 약점을 안게 됩니다. 예를 들어서 A 차량이 8 바퀴째에 피트스탑을 하면 급유로 차량 무게가 무거워져서 랩 타임이 1초 가까이 느려집니다. 반면 아직 피트스탑을 하지 않은 B 차량은 타이어는 좀 마모됐지만 연료통이 가벼우므로 랩 타임이 빠르죠. 그래서 10 바퀴째에 B 차량이 피트스탑을 했다면 그 전에 A 차량보다 1-2초 뒤처졌다고 해도 피트스탑으로 역전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연료통이 텅텅 빌 때까지 피트스탑을 늦추는 게 유리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재급유 금지라서 그런 문제가 없죠. 따라서 피트스탑 타임은 타이어 상태, 그리고 트랙에 분포되어 있는 차량들의 상황에 따라서 결정됩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보면 앞쪽 주자들이 피트인을 늦추는게 좋은 작전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직 바퀴 수가 많이 남은 만큼 내구도가 약한 소프트 타이어로 남은 거리를 다 뛰는 것도 무리가 있습니다.
41 바퀴째입니다. 버튼은 여전히 순항 중입니다. 해밀튼보다 1초 넘게 늦은 기록이지만 2위 쿠비차와 무려 12.6초 차이이고, 해밀튼과는 32초 차이입니다. 아직 17 바퀴나 남긴 했지만... 뒤에 있는 주자들에게 꼬리를 잡힐 것 같지는 않습니다.
43 바퀴째입니다. 쿠비차와 두 페라리는 계속해서 접전 분위기입니다. 페이스는 분명히 페라리가 좋을 텐데, 쿠비차도 솜씨 좋게 자리를 내 주지 않습니다. 하긴, 르노 엔진이 연비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차량의 무게가 가벼운 덕을 조금이나마 보고 있을 지도 모르고, 다들 타이어 마모도가 상당하기 때문에 앞지르기에 필요한 빠른 방향 전환을 위한 접지력이 부족한 것도 원인일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선수들, 아무래도 피트스탑을 더 이상 하지 않고 이 타이어로 레이스 끝까지 가 볼 심산인가 봅니다. 남은 바퀴 수는 이제 15바 퀴, 들어오려면 진작에 들어왔겠죠. 호주 그랑프리에서는 하드와 소프트 컴파운드가 제공되기 때문에 바레인 그랑프리의 소프트 옵션인 수퍼 소프트보다는 그래도 더 버텨줄 것이고, 트랙 온도가 차갑기 때문에 타이어 온도가 많이 오르지 않아서 마모도도 적을 수 있다는 생각해도 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브리지스톤에서는 소프트 타이어로는 30 바퀴 정도만 보장할 수 있다고 하는 판인데, 자칫 펑크라도 난다면 그야말로 다 된 밥에 재 뿌리는 격이 될 텐데, 정말 끝까지 괜찮을까요? 특히나 다른 주자들보다 적어도 세 바퀴 일찍 바꿨던 버튼의 타이어가 버텨줄 지가 의문입니다. 그나저나. 해밀튼과 알론소는 한 바퀴에 1.6초나 격차가 좁아지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머지 않아 꼬리를 잡힐 듯합니다. 그리고 알론소 타이어의 마모도가 심해질수록 그립이 계속해서 떨어지기 때문에 그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질 텐데요...
44 바퀴째입니다. 맥클라렌,해밀튼에게 레이스 끝나기 전에 페라리를 잡으라고 지시합니다. 해밀튼이 페라리가 스탑할 것 같냐고 물어 보니 아닐 거라고 대답합니다. 한 바퀴에 거의 2초 격차라서 해볼만한 싸움이긴 합니다. 게다가 아직 페라리가 쿠비차 뒤에 잡혀 있어서 일단 뒤에까지 따라붙는 건 어려운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한편 페라리는 마사에게 몇 바퀴 안에 쿠비차를 잡으라고 재촉하고 있습니다. 해밀튼이 한 바퀴에 거의 2초 빠르게 쫓아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래저래 샌드위치 신세입니다. 젠장, 누가 잡기 싫어서 안 잡냔 말이야...
47 바퀴째,입니다. 새 타이어를 끼고 달리는 해밀튼 - 웨버가 계속 접전 상황을 벌이면서 페라리를 거의 다 쫓아 왔습니다. 한편 알론소가 그립 부족으로 언더스티어를 겪는 모습을 보입니다. 코너링이 확실히 불안해 보이는데, 그렇다고 지금 피트 인을 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막판에 헌 타이어와 새 타이어 주자들 사이에 대단한 접전이 벌어질 듯합니다.
49 바퀴째입니다. 이제 알론소가 해밀튼의 공략권 안에 들어왔습니다. 그나저나 타이어를 바꾸지 않은 주자들은 코너링 때 그립 부족으로 언더스티어를 겪는 모습이 계속해서 보입니다. 50 바퀴째에 마사가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역시 그립 부족이 문제인 듯합니다. 이미 전에도 코너링 때 뒤쪽 그립이 안 나온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아무래도 이번 경기에서는 페라리가 머신 세팅에 문제가 좀 있지 않은가 하는 추측도 해볼 수 있겠습니다. 게다가 너덜너덜해진 타이어가 그립도 안 나오니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쿠비차 - 알론소 - 마사, 잘 버티고 있습니다.
51 바퀴째부터 알론소와 해밀튼의 본격적인 접전이 벌어집니다. 과연 해밀튼이 타이어 덕을 보면서 알론소를 제칠 수 있을까요? 마크 웨버는 호시탐탐 뒤에서 어부지리를 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밀튼은 좀처럼 뚫을 길을 찾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알론소 뒤쪽에 더티 에어, 곧 차량이 일으키는 난류에 배기가스의 기류가 더해져서 생기는 난기류 때문에 앞쪽 그립이 잘 안 나오는 모양입니다.
56 바퀴째입니다. 겨우 세 바퀴 남은 상황에서 뭔가 해 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는지 계속해서 알론소를 앞지르려던 해밀튼이 드디어, 거의 알론소를 잡는 듯합니다. 하지만 알론소가 타이어를 태우면서까지 아웃브레이크를 잡으면서 강력하게 저항합니다.
결국 앞지르기에 실패하고 해밀튼이 뒤로 빼는데. 뒤에 너무 붙어 있던 웨버가 해밀튼을 박아 버립니다. 이런 날벼락이! 다행히 해밀튼은 별 이상 없이 트랙으로 복귀합니다만 그라벨로 빠진 마크 웨버는 피트 인 해서 앞쪽 날개를 갈아야 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결국 이걸로 순위 경쟁은 거의 종을 친 듯합니다. 아무튼 해밀튼과 웨버, 오늘 두 번이나 사고를 일으키네요. 영 악연이야...
이제 마지막 한 바퀴 남았습니다. 근성의 슈마허가 막판에 데 라 로사를 제치면서 10위로 올라섭니다. 천신만고 끝에 1 포인트는 가져갈 수 있을 듯합니다. 땅 파면 1 포인트 나오나 뭐... 한편 마지막 한 바퀴를 달리는 젠슨 버튼은 그야말로 편안한 주행입니다. 과감한 타이어 작전, 여기에 베텔의 불운이 겹친 럭키 가이 버튼이 2009년에 이어서 호주 2연승을 가져가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젠슨 버튼이 비록 눈부신 광속질주는 보여 주지 않았지만 보이지 않는 레이스 운영 능력 만큼은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버튼은 슬릭 타이어를 남들보다 몇 바퀴 앞서서 바꿨습니다. 다시 말하면 트랙에 있는 드라이버들 가운데 가장 타이어 마모도가 심한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후반부 랩 타임을 살펴 보면 타이어를 한 번 더 바꾼 해밀튼과 같은 주자들을 제외한다면 확실히 버튼이 안정되게 좋은 페이스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버튼이 타이어 관리를 무척 잘 했다는 얘기죠. 반면에 해밀튼은 원래 타이어를 좀 혹사시키는 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트랙 특성이 타이어 마모가 심한 것으로 알려진 서킷에서 가끔 타이어에 관련된 트러블을 일으키곤 하죠. 나중에 해밀튼의 타이어 작전에 대해서 한 번 더 얘기를 하겠습니다만 아마 맥클라렌이 해밀튼을 한 번 더 불러들인 것도 이러한 해밀튼의 타이어 쓰는 습관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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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커기는 존 트라볼타가 잡았습니다. 미국인이지만 호주를 무척 좋아한다고 하죠. 드디어 버튼이 존 트라볼타의 체커를 받으면서 입성합니다. 맥클라렌 이적 후 개막전 바레인에서 7위에 머물면서 해밀튼에게 완전히 밟혔던 버튼으로서는 멋지게 한 방 먹인 셈입니다. 그리고 역시 이적 후 첫 경기에서 우승을 거머쥔 페르난도 알론소에게도 역시 자신의 능력을 유감 없이 보여준 경기입니다. 그 뒤에 들어온 2위 쿠비차도 대박이지요. 올해 르노 상황으로는 기대하기 어려웠는데 안정된 주행과 뒤따른 주자들을 솜씨있게 막아 가면서 2위 자리를 잘 지켰습니다. 뒤이어서 페라리의 마사와 알론소가 3, 4위로 들어왔습니다. 출발 때 사고로 최후미까지 밀렸지만 4위까지 올라온 알론소의 근성도 정말 알아줘야 할 일입니다. 실망스럽겠지만 해밀튼도 어쨌든 6위로 경기를 마칩니다. 11위로 출발해서 6위 한 거니까... 해밀튼과 부딪쳐서 하마터면 리타이어할 뻔한 웨버도 어쨌든 9위로 2 포인트는 건지면서 홈 팬들 앞에서 체면치레는 간신히 합니다. 웨버는 나중에 심사위원회에 소환되어서 견책 처분을 받고 해밀튼에게 사과하는 뜻을 전했습니다.
버튼이 팀과 무선 교신 통해 미칠 듯이 환호성을 올립니다. "Feel so good!"을 외치는 버튼. 나중에 브리지스톤에서는 버튼의 타이어 관리에 깜짝 놀랐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물론 뒷 주자들과 격차가 나 있는 상황에서 편안한 주행을 한 덕을 봤겠지만 그래도 후반부에 타이어를 갈지 않은 상위권 주자 중에서 랩 타임 페이스가 가장 좋았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30 바퀴 정도밖에 보장하지 않는다는 타이어로 무려 52 바퀴나 문제 없는 주행을 한 타이어 관리 능력은 확실히 챔피언 다운 운영 능력이라고 인정해 줘야 할 것입니다. 베텔이 리타이어하지 않았더라도 과연 타이어 관리 문제에서 끝까지 선두를 유지할 수 있었을 지, 그건 누구도 알 수 없겠지요.
HRT의 카룬 찬독도 나름대로 대박입니다. 5 바퀴나 처지긴 했지만 어쨌거나 14위로 완주에 성공했으니 말입니다. 시즌 전에 테스트 한 번 못 하고 시즌을 시작한 HRT로서는 레이스 완주를 해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성공입니다.
한편 루이스 해밀튼은 팀이 두 번째로 자신을 불러들인 것 때문에 포디움 기회를 놓쳤다고 팀의 작전을 비판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맥클라렌 단장 마틴 위트마시는 해밀튼의 타이어에 결이 생기면서 성능이 떨어졌다면서 피트스탑을 옹호했는데, 해밀튼이 일단 "이해한다"고 물러서긴 했습니다만 금요일에는 승용차로 도로에서 번 아웃 쇼를 하다가 차량을 압수 당하고, 토요일 예선에서는 2차 예선에서 탈락한 데다가 레이스에서도 생고생을 했으니호주에서 보낸 주말은 이래저래 꼬인 듯합니다. 그러고 보면 작년에는 이른바 '거짓말게이트'로 된통 곤욕을 치렀으니...
이렇게 해서 버튼은 개막전에서 보여주었던 밋밋한 모습에서 벗어나서 자존심을 회복함 물론 드라이버 챔피언십에서도 3위로 뛰어오릅니다. 개막전 원투를 차지했던 페라리 듀오가 이번 경기에서도 3, 4위를 차지하면서 여전히 알론소와 마사가 각각 1, 2위에 올라 있습니다. 특히나 최후미로 처졌지만 끈질긴 승부사 기질로 4위를 차지한 알론소는 정말 올해 가장 강력한 챔피언십 후보 가운데 한 명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챔피언십 경쟁은 맥클라렌까지 경쟁에 본격 가세함으로써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을 듯합니다. 물론 맥클라렌으로서는 아직까지 예선 페이스가 너무 떨어진다는 게 과제입니다만, 그래도 기세라는 게 있으니까...
다음 경기는 말레이시아 그랑프리로 호주 그랑프리 다음 주에 바로 열립니다. 무덥고 습한 날씨 때문에 드라이버들의 체력이 시험 받는 곳이지요. 보통은 기후에 적응하기 위해서 1주일 전쯤에 말레이시아로 가서 몸 안에 수분을 충분히 채우고 무더운 날씨에 적응하는 훈련을 하는데 이번에는 그렇게 몸 만들 시간이 부족해서 드라이버들이 상당히 고생할 듯합니다. 과연 말레이시아에서는 누가 웃을 지, 특히나 두 번 연속으로 선두로 잘 달리다가 차량 문제로 망한 베텔이 차량에게도 만만치 않은 기후조건인 이곳에서 탈 없이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 지, 여러 모로 궁금해집니다.
첫댓글 베텔이 너무 아쉬울거 같은 호주 그랑프리 였네요..1등 잘 달리다 브레이크가 안들어서 리타이어...저번 바레인 그랑프리에서도 차량 퍼포먼스가 떨어져서 1등 달리다 포디엄에도 못 올라가더니 또 호주에서도 그러네요..레드불의 불운이 어디까지 지속될지??슈마허는 두 대회연속 득점을 하기는 했는데 예전의 기량을 보여주지는 못하는거 같네요..아직 적응기간이라서 그런지 아님 늙어서 그런지 몇대회 더 지켜봐야 할거 같네요...그리고 올해부터는 중간급유가 없어졌습니다..그래서인지 피트에서의 재미는 예전만못하다고 바레인 그랑프리에서 생각을 했습니다..그러나 이번 그랑프리에서는 그런생각을 할수 없게 넘 재미있는 대회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