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당선자와 그를 지지하는 노사모의 승리는 우리 나라 정치 역사의 한 페이지를 기록하는 값진 투쟁의 기록입니다. 노무현씨가 그의 정치적 이념인 지역감정 해소와 국민통합을 걸고 싸우다가 냉혹한 현실의 벽에 부딪혀 분루를 삼켜야 했을 때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이 발족되어 그를 지지했었고, 또 김민석 민주당의 전의원이 배신하고 정몽준의 국민통합 21로 갔을 때 노무현 지지 희망 복돼지를 분양하며 정치 후원금이 몇 십억이나 모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현상은 한국의 국민성이 아직 부패하지 않고 한겨울의 눈보라 속에서 그 청정한 도덕성과 지조를 잃지 않고 있다는 고무적인 사실입니다.
사실 노무현씨를 지지하는 많은 젊은이들의 믿음은 노무현이 자기 입신출세나 부귀공명을 초개와 같이 여기고 오직 대의와 원칙 그리고 소신을 굽히지 않는 유일한 지도자라는 것입니다. 저도 여기에 동감합니다. 그간 한국의 정치인들이 보여준 작태는 정말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부정부패와 해바라기라는 두 단어가 그들의 속성을 여지없이 표현합니다. 그리고 이회창씨가 패배한 이유도 바로 그 기존의 정치 지도자의 모습, 즉 부도덕한 특권층이라는 것입니다. 아들의 병역비리문제로 이회창씨는 벌써 이 나라 민중들의 소망을 져버렸습니다.
이런 이유로 젊은이들은 “노무현은 선거에 지는 한이 있더라도 깨끗한 패배자로 남을 것이다” 라는 믿음을 심어주었습니다. 노무현이야말로 더러운 구시대를 마감하고 새 시대를 열어갈 용기있고, 신뢰할 수 있는 정치인이라는 것입니다.
2. 노무현의 승리는 시작에 불과하다.
사랑하는 회원 여러분!
그런데 이번 대선에 많은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노무현이 내세우는 지역갈등의 해소와 국민통합은 여전히 실현이 요원합니다. 15대 대선(1997)보다는 지역갈등이 약간 줄어 들었으나 14대 즉 1992년과 똑 같은 지역편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즉 반도의 서부지역은 모두 노무현을 지지했었고 동부지역은 약속이나 한 듯 이회창에게 표를 몰아 주었습니다.
다시 말해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든 것은 노사모나 인터넷 그리고 젊은 유권자들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지역몰표(몰빵)입니다. 그리고 영, 호남에서는 젊은이들 마저 지역정서를 극복하지 못했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의 고질 병페인 지역감정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달리 생각해 볼 때 이런 지역주의적 승리는 노무현의 태생적 한계입니다. 그가 진정으로 지역주의 극복, 삼김 정치 청산을 외쳤다면 그는 호남의 정서를 대변하는 김대중당 -새천년 민주당에 들어 갔어는 안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구시대의 청산을 위해서는 김영삼이나 김대중등 구정치인들의 정당에 입당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믿습니다. 거기서는 지역감정이나 부정한 검은 돈의 압력에서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많은 운동권 출신들이 새 정당을 창당했으나 민중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항상 실패하고 역시 더러운 꾸정물들의 정당에서 같이 더러워지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운동권에서 제도권으로 영입한 정치인들, 모두 한심합니다.
여러분!
노무현이 부르짖는 새 정치, 혹은 정치개혁, 이들은 결코 기성 정치권에서 이루어질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저는 노무현의 인격을 신뢰하고 그의 정치적 소신과 용기를 가상히 여기면서도 결코 그의 정치를 낙관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정치는 대통령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둘러싼 인맥과 조직이 같이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신문에 보도되는 것처럼 노무현의 사람들이 새천년 민주당을 개혁한다고 해도 문제는 노무현을 밀어준 그 지역 세력을 무시할 수 없고 결국 그는 그의 태생적 한계를 벗어나기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아마도 노무현의 앞으로의 행태는 그의 전임자인 김대중의 그것을 크게 벗어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리고 또 문제는 이번 선거 기간에 노무현이 보여준 정몽준과의 후보 단일화는 노무현의 기회주의적 속성이 나타난 것입니다. 그 둘은 서로 완전히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단지 이회창과 붙어서는 둘 다 떨어지니 그들은 비열한 생각에서 후보단일화를 한 것입니다.
노무현이 1990년 김영삼의 삼당 합당을 야합(野合)이라고 비난하고 민자당을 탈당했지만 이제 보니 노무현 역시 야합을 했습니다. 노무현 역시 그가 그토록 비난한 구시대 정치인들의 행태를 답습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노무현 역시 한 때 신선한 도덕성으로 모처럼 우리에게 충격을 주었으나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속담을 한치도 벗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노사모와 넷티즌 역시 선거의 열기 속에서 이성을 상실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우리는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 당선자를 사랑하고 밀어주고 좋은 충고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가 초심을 잃지 않고 끝까지 원칙과 소신을 밀고 나간다면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3. 민노당과의 관계 및 교육공화국의 정체성 확립 – 신자유주의 문제 -
이번 16대 선거의 큰 특징의 하나는 민주 노동당 권영길 후보의 약진입니다. 15대에서 1.5% 지지율을 받다가 이제는 3.9%의 지지율을(약 일백만표) 확보했습니다. 저는 그의 교육정책을 동조했습니다. 즉 수능시험 페지, 전교육의 무상 의무교육화 는 교육공화국의 입장과 일치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민노당이 미군철수를 주장하고 또 부유세를 신설하여 교육재원으로 활용한다는 진보, 사회주의 노선에는 결코 찬성할 수 없습니다. 부자의 돈을 빼앗아 가난한자를 위해 쓴다는 것은 사회주의의 기본 사상입니다.
우리 교육공화국도 교육사회주의를 지지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교육에만 평등주의, 사회주의를 인정하고 경제에는 (신)자유주의를 지지합니다. 우리의 정책은 따라서 혼합정책(policy mix)입니다.
사랑하는 회원여러분!
이점이 쉽게 설명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진실을 말해야 합니다. 저는 독일의 사회, 교육제도를 이상으로 삼아 한국의 고질병인 학벌과 입시지옥을 해소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 독일의 경제는 상당히 나쁩니다. 지나친 사회복지와 약자보호 때문에 기업이 발전하지 못하고 침체에 빠져있습니다. 신자유주의는 그 이전의 복지국가 이념에 반대하고 나온 정치, 경제 사상입니다. 서구의 복지국가에서 실업자가 늘고 사회지출이 심해지면서 경제는 휘청거렸습니다.
신자유주의의 핵심은 : 기업만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입니다. 약간 덧붙이면 국가나 공기업도 고용, 즉 일자리를 창출하기는 하지만 비효율적이고 영업이익을 남기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국민의 세금만 낭비하는 수가 많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공기업을 통해 실업을 해결하는 것보다 차라리 직접 실업자에게 수당을 주는 것이 낫다는 말도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자본가, 기업가들, 부자들이 예뻐서가 아니라 그들만이 기업활동을 통해서 효율적으로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이들에게 혜택을 주고 기업하기 쉽게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그런 조처로서 흔히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말합니다. 즉 고용과 해고(구조조정, 정리해고)를 쉽게 만들어 주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 직장에서 해고당하더라도 곧 다른 직장에서 고용될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합니다. 유럽에 비해 미국의 경제가 강한 것은 바로 이런 신자유주의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신자유주의를 말하면 한국에서 노동자들이나 노동조합의 욕을 먹습니다. 즉 피고용인, 직장인의 생존을 함부로 마치 파리 목숨처럼 여길 수 있느냐. 하는 논리입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정리해고를 하지 못하는 대신 57%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했습니다. 이들은 정규직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총알받이입니다. 즉 정규직은 잘리지 않고 비정규직은 언제나 수시로 잘릴 수 있는 제도입니다.
따라서 도리어 정리해고를 제대로 시행함으로써 비정규직, 파견직을 없앨 수 있습니다. 지금 노동자의 세계도 완전히 이원화되어 있습니다.
이런 제도(신자유주의, 노동의 유연화)가 꼭 필요한 다른 이유는 국제화, 세계화 때문입니다. 강성조조가 있는 한국에 해외 기업들이 들어오기를 꺼리고 있습니다. 독일의 경우 국내기업 마저 보따리를 싸고 있습니다. 이런 사정은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4. 결론: 평등과 자유
회원 여러분!
위에서 말한 이유에서 교유공화국은 교육의 평등화, 사회주의를 지향하지만 노동,경제부분은 신자유주의를 떠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민주노동당이나 사회당과 우리는 같아질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학벌제도는 인도의 신분 제도인 카스트처럼 대학생들과 젊은이의 진로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말고사에서도 그런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미 누차에 걸쳐 제가 말한 것처럼 전 대학의 국립화하여 학벌제도를 청산하는 것 하나 실천하기도 엄청 어렵습니다. 이 것은 서울대 하나를 개혁해서 될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어떤 학생들은 본인의 소신, 즉 입시폐지, 사교육불필요, 무상교육, 전대학 국립화 등을 황당하게 보고 있었습니다. 즉 이상은 좋지만 과연 현실적으로 실천 가능한 이야기냐? 대학 공립화에 따르는 그 많은 재원은 어디서 가져오느냐? 등의 비판적 입장을 보였습니다. 그 문제에 대한 저의 답변은 사교육의 폐지였습니다. 지금 사교육비가 28조원이고 그 중에서도 순수한 과외비만 10조원이 넘습니다. 대학입시폐지는 자연히 과외폐지를 야기합니다. 즉 이 경우 10조원의 국부가 절약됩니다. 민노당은 현재 전대학을 무상교육시키는 비용으로 10조원으로 잡고 있습니다. 그들은 그 재원을 부유세 10조에서 마련한다고 합니다. 사실 이것이 문제입니다. 한국의 세율이 그렇게 낮지도 안습니다.
그리고 입시와 학벌을 폐지함으로써 한국인들의 자발적인 능력은 지금의 2 배이상 향상됩니다. 그리고 따라서 GDP도 2-3배 증가됩니다. 현재 잘못된 전공, 학과, 학교 때문에 대학생들 열심히 전공 공부하지 않고 딴 일에 몰두합니다. 그리고 학벌이라는 무시무시한 괴물이 청년들의 영혼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빨리 학습과 교육의 자유, 해방이 와야 합니다.
한국인들은 잘 하던 놀이도 멍석 깔아주면 안 한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는 자발성과 능동성 그리고 창의성이 뛰어난 민족입니다. 교육의 평등주의, 사회주의, 국가주의 만이 현행의 수동적, 암기식, 강제 학습을 능동적, 창의적 학습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점을 독일에서 보았습니다. 그러나 독일의 모든 것은 다 받아들일 수는 없고 경제와 고용, 노동 문제는 신자유주의를 취하며 그 대신 사회보험을 우리 능력에 맞게 도입하여 사회불안을 대비해야 합니다.
평등은 자유로운 활동을 위해서 있습니다. 빈익빈 부익부 그리고 부와 학벌의 세습은 자유롭고 창의적인 경제, 학문, 예술 활동을 방해합니다. 우리는 사회당, 민노당처럼 평등을 위한 평등이 아니라 자유와 생산, 창조를 위한 평등, 즉 출발점의 평등을 주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