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죄인 -채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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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작가인 주인공은 일제치하에서 피동적으로나마 한국 학생들에게 징병에 응할 것을 권유하는 연설회에 한두 차례 참석하였다. 그러나 연설회가 끝난 다음에 한국 학생들이 주인공이 유숙하는 객사로 찾아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진지한 태도로 묻게 되자 주인공은 일제에 협력하지 말 것을 종용한다. 그러면서도 표면적으로 징병에 응할 것을 권유한 사실에 관하여 스스로 죄책감을 느낀다.
한편 주인공의 친구인 P신문사의 기자인 김군과 만난 자리에 전에 기자였던 윤이 나타나 친일한 지식인들을 규탄한다. 윤은, 본인은 일제에 협력하지 않기 위하여 신문사를 사퇴했다면서 대일협력한 지식인을 마구 통박한다. 김군은 대부분의 기자나 지식인들이 호구지책으로 일을 한 것이지 대일협력을 위하여 직장을 지킨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사실 윤은 부유한 가정 배경 때문에 사직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김기자는 윤의 부유함이 많은 지식인들의 곤궁한 삶과는 무관한 사실이라는 점을 아울러 일깨운다. 김군과 윤기자의 논쟁에서 주인공은 충격을 받고 낙향을 결심하나, 아내가 간곡히 사정하므로 서울에 머물기는 하되, 바깥 출입을 삼가며 지낸다.
이때 주인공의 조카가 예고 없이 나타나 학교가 동맹 휴학이므로 조용히 공부나 하려고 왔다고 한다. 주인공은 당당하게 동맹 휴학에 합세하지 않고 단체 행동에서 이탈하여 개인 행동을 한 사실을 호되게 야단친다.
● 핵심정리
▶갈래 : 단편 소설
▶배경 : 시간(광복 후). 공간(서울)
▶구성 :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4단 구성)
▶성격 : 사실적. 자기 고백적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표현 : 대화가 중심을 이루는 문체로 주제 의식을 드러냄
▶주제 : 친일 행위에 대한 자기반성
▶출전 : 《백민》(1948)
●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채만식의 다른 작품에 비해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광복 후 친일(親日) 행위를 한 자들에 대한 심판이 이어지는 상황 속에 써진 작품이었지만, 당시 작가나 지식인들이 지니고 있었던 시대인식을 정직하게 드러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들이 보이는 불안정한 심리상태나 소극적 내지는 부정적 태도 속에서 역으로 일제 말의 시대 상황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가질 만하다.
한편 이 작품은 채만식의 소설이라기보다는 수필이라고 볼 수도 있다. 주인공이 보여주는 행적과 생각, 그리고 시대상황이 모두 채만식의 그것과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하의 상황에 직면하면서 주인공이 선택한 것은 꼿꼿한 자존심과 애국심이 아니라 그저 힘의 논리에 따라 친일행위일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주인공은 소설 속에서 반성도 하고 후회도 한다. 또, 동맹휴학을 하려는 동무들로부터 달아나려는 조카를 훈계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은 자신의 친일행위에 대한 질책의 두려움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 당시 친일 행위를 한 인사들을 청산하는 것이 사회 이슈가 되었기 때문에 채만식은 그에 대한 두려움을 소설로 나타낸 것이다.
「민족의 죄인」이 직접적으로 드러내듯이, 일제 말 친일 강연과 작품 창작을 했던 자신의 행적에 대해 고백한 자전적 성격을 띤 소설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하나의 단순한 참회록과는 성격이 다르며 어떤 의미에서는, 친일 행위를 하게 된 과정과 배경을 일체 불문에 부친 채, 오로지 그 결과만 놓고 단죄를 일삼으려는 당시의 사회 분위기와 지식인 사회의 풍토 같은 것에 대한 항변을 포함하고 있는 소설이기도 하다
작가 소개
채만식(蔡萬植 1902-1950) 소설가. 전북 옥구 출생. 호는 백릉(白菱). 서울 중앙고보를 거쳐 일본 와세다 대학 영문학과를 수학했고 <동아일보>, <조선일보>와 <개벽>사의 기자를 역임했다. 그는 1924년 12월호 <조선문단>에 단편 “세길로”로 추천을 받고 등단. 그러나 본격적인 작품 활동은 1930년대에 접어 들어 <조선지광>, <조광>, <신동아> 등에 단편 소설과 희곡 등을 발표하면서 시작. 1932년부터는 '카프'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으나 작품 경향으로 한때 그는 동반자 작가로 불린 바 있다. 그의 작품은 초기에는 동반자적 입장에서 창작하였으나 후기에는 풍자적이고 토속적인 면에서 다루어진 작품이 많다. 대표작으로는 장편 소설에 “탁류”(1937), “태평천하”(1937), 그리고 단편 소설에 “레디메이드 인생”(1934), “치숙”(1937)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