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의 최북단에 자리잡고 있는 운천.
지리적으로도 철원-평강 용암대지 벌판에 놓여있고,
포천시내보다 철원읍내(갈말)가 훨씬 가깝다.
철원 자체가 분단 이후로 경기도화 되기는 했지만,
경기도 안에서도 '운천'이라는 마을은 강원도 철원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
그래서 그런지 운천터미널 주변 분위기도 심상치가 않다.
분명 포천시내버스가 드나드는 곳이지만 마을은 전방에 가까운 분위기를 풍긴다.
넓은 들판이 끝없이 펼쳐져 있음에도 듬성듬성 높은 산이 우뚝 솟아있다.
독특한 분위기의 지형을 갖춘 경기도 최북단 터미널, 운천터미널.
수많은 특징 덕분에 굉장히 인상깊게 다가오던 곳이었지만,
현재는 세월의 풍파에 못 이겨 존재의 근간마저 뿌리채 흔들리고 있다.
세월의 풍파에 모질게 꺼져가는 작은 불씨를 다시 살릴 수 있을런지...
운천리는 포천시 영북면의 중심지이다.
영북면이란 이름은 영평의 북쪽에 있다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지명에 걸맞게 영북면은 관인과 더불어 포천의 최북단에 위치한다.
하지만 관인의 경우는 분단으로 인해 1963년 임시로 경계선이 조정된 경우이니,
실질적인 포천의 최북단은 영북면(운천리)이라 봐야한다.
38선으로 남북이 갈렸을 때만 해도 영북면은 북한에 속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동네 생김새도 일반적인 것과는 많이 다르다.
보통 큰 길을 중심가로 하여 상점들이 죽 늘어지는게 일반적인데,
운천리는 큰 길 옆에 정신없게 어지러진 조그만 골목들이 중심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터미널도 골목가 입구에 조그맣게 숨어있다.
대개의 경우 터미널은 교통이 편리한 곳에 자리잡는 것이 정상인데,
엉뚱하게도 운천터미널은 대로변에서 한발짝 떨어진 골목에 있다.
터미널같지도 않은 생김새를 하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었던 터미널이었다.
이 곳을 경유하는 모든 시외버스는 두번째 사진의 길로 내려와서,
건물을 한바퀴 뱅 돈 후 오른편에서 사람들을 태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모든 시외버스가 이 방식으로 정차했으나,
11월부터는 철원방면 시외버스는 이 곳으로 들어오지 않고 대로변에서만 정차한다.
아직까지 동서울/수유리/춘천행 등은 '원형 회차'를 하고 있지만,
이들도 최근의 낌새가 그리 심상치는 않다.
운천터미널 건물은 굉장히 좁고 낡았다.
벽면의 낙서를 너무 지워 덧칠까지 벗겨지고, '교회의자'에도 먼지가 수북히 쌓여있다.
이미 매표소는 철수하고 그 자리를 편의점이 대신하고 있다.
버려진 건물은 아니지만 왜 이렇게 휑하고 썰렁한 느낌이 들까.
그리고 건물 안에 들어온 저 편의점이 왜 이렇게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것일까.
초라하게 버려져 있는 건물.
그러나 아직까지 멀쩡히 살아있는 건물.
아무도 없는 운천터미널의 대합실엔 고요한 정적이 흐를 뿐이다.
생김새는 초라해 보이지만 이래뵈도 교통편은 꽤나 좋은 편이다.
철원에서 경기도, 서울로 가는데 꼭 거쳐야 하는 관문이기에 그 덕을 톡톡히 보는 것이다.
동서울행은 약 2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데,
포천, 송우리, 의정부까지 운행하는 138-6번보다 배차가 더욱 좋다.
서울로 가는 버스는 이 것만 있는게 아니다.
수유리행 버스는 약 10~20분 간격으로 더욱 조밀하게 운행한다.
의정부터미널은 들리지 않지만 2청사, 도봉, 수유리를 경유하기 때문에,
의정부 이남으로는 동서울행과 나란하게 수요를 양분하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20~55분 간격으로 약간은 불규칙하게 직행버스도 운행된다.
포천에서 내촌, 장현을 거쳐 외곽순환고속도로를 이용해 동서울터미널로 빠지는 노선으로서,
완행버스와 같은 가격이지만 훨씬 시간절약이 되는 노선이다.
동서울행은 완행과 직행의 경로가 완전히 다른 반면,
수유리 직행버스는 완행과 직행의 경로가 거의 동일하다.
단순히 정차하는 정류장의 차이만 있기 때문에 소요시간에서 큰 차이는 나지 않는데,
그 때문인지 운행횟수도 동서울행보다 훨씬 적은 편이다.
굳게 닫힌 매표소에는 손수 적어놓은 종이시간표가 걸려있다.
그 양 옆으로는 암울한 소식 두 개가 나란히 붙여져 있다.
한가지 소식은 운천터미널의 무인화인데,
10월까지만 해도 직원이 표를 판매하였지만 교통카드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지자 결국 철수를 하게 된 것이다.
또다른 소식은 철원방면 버스의 미경유인데,
운천터미널이 무인화되면서 표를 팔지 않게 되자 들어오기 까다로운 철원행 버스들이 이 곳을 들리지 않게 되었다.
무인화와 버스 미경유.
이젠 터미널 존재의 근간마저 뿌리채 흔들리게 된 것이다.
그나마 들어오고 있는 서울방면 버스마저 대로변에 정차하게 된다면,
운천터미널은 더 이상 터미널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될 터인데...
청장년층의 자가용 보급이 활성화되면서 대부분의 버스터미널들은 수요가 급감했다.
하지만 자가용 이용이 힘든 층은 울며 겨자먹기로 버스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
운천터미널도 분명 이전에 비해 수요가 급감하여 문을 닫은 경우인데,
버스 이용객 자체가 줄어들은 것도 있겠지만 더욱 큰 타격은 바로 교통카드의 보급이었다.
교통카드가 없던 시절에는 시내버스조차도 버스표나 토큰을 구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매표소엔 항상 사람 잘 날 없이 북적였고,
버스가 오기라도 하면 발을 동동 구르면서 표를 빨리 달라고 보채는 모습이 일상적이었다.
하지만 교통카드가 보급되면서 사람들은 점점 표를 구입하지 않게 되었고,
설상가상으로 단거리 시외버스조차 교통카드로 승차할 수 있게 되면서,
더 이상 버스 매표소는 그 존재 이유를 잃게 되었던 것이다.
아직까지 시외버스의 교통카드 이용은 그리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주로 국도만을 경유하는 단거리 버스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서울-철원을 오가는 시외버스도 이미 교통카드 보급이 활성화된 터라,
운천뿐만 아니라 포천, 철원의 거의 대부분 터미널들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그 중에서 기반이 약했던 운천은 다른 곳보다 조금 더 빨리 몰락했을 뿐이다.
시외버스보다 한 발 앞서 카드가 보급되기 시작했던 시내버스.
그 중에서도 운천에서 가장 비중을 차지하는 138-6번은,
얼마 전부터 시내버스. 지하철과 무료환승이 가능해지면서 카드 이용률이 부쩍 늘었다.
비록 길게는 2시간까지 늘어날 정도로 배차간격이 좋지는 않지만,
의정부까지 저렴하게 연결되는 탓에 카드 보급의 의미는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매표소를 대신하여 건물 안으로 들어온 편의점을 제외하고는,
이제 아무런 상점들도 터미널 안에 들어와 있지 않다.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수요에 대부분은 일찌감치 문을 닫고 멀리 떠나버렸다.
초라하게, 쓸쓸하게, 음침하게 버려진 운천터미널.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가능성은 아예 없는 것일까?
운천터미널을 지탱해주고 있던 이 마을도...
언제까지 이런 모습을 유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꺼져가는 불씨를 다시 살려낼 수 있을지...
막연한 기대보다는 불길한 걱정만이 한가득 앞선다.
첫댓글 저의 친형이 군복무한 곳이 운천터미널 부근인데, 2005년 추석 때 형이 외박 나왔을 때 근처에 있는 갈비집에서 같이 식사한 적이 있었습니다. 시외버스-특히 근거리를 운행하는 시외버스-가 몰락하기 시작한 이유는 아마도 2008년 9월 20일부터 시행된 이후로 시외버스의 요금경쟁력이 떨어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좌석버스 간격이 시외버스보다 길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시외버스를 이용해하는 실정입니다.
시외버스에 비해 좌석버스가 요금이 저렴하긴 한데, 철원과의 연계 문제도 있고 금전적인 문제도 있어서 그런지 좌석버스를 자주 투입시키진 않는 것 같습니다.
마을 자체는 남북통일이 되지 않는 한 저 정도는 유지해 줄 것 같습니다. 운천 정도만 해도 워낙에 군장병 수요로 먹고 사는 마을이다 보니...
하긴... 군장병의 수요를 결코 무시할 수는 없죠.
사진상으로 본 운천은 도저히 어디가 어딘지 구분이 안가네요.. 산정호수로 들어가는 입구쪽에서 군생활을 했던 저로써는 참 기억에 많이 남는 곳인데.. 그래도 터미널 건물 보니까 예전의 그 모습 그데로 이긴합니다만.. 저 터미널이 폐쇄된거라면 좀 아쉽네요.. 벌써 제대한지 12년이 되어 가는데 조만간 한번 가보고 싶네요..
시간만 되었더라면 산정호수도 가보면서 운천 구석구석을 훑어보고 싶었지만, 아쉽게 시간이 되지 않아서 바로 이동해야 했습니다. 나중에 고석정, 직탕폭포 등과 같이 엮어서 여유롭게 여행 한 번 해볼까 생각중입니다. ㅎㅎ
통일이 되면 서울과 와수리/동송 축선의 시외버스 배차간격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네요.교류가 늘어나 지금보다 늘어날지,현상유지할지,아님 중심이 의정부-연천으로 바뀌어 수요가 줄어들지..그나저나 전남동부에는 언제쯤 가시려나..ㅋ
경원선이 복원되고 경원고속도로가 뚫리면서 중심지가 넘어가기는 하겠지만, 휴전선 윗쪽에 금성, 창도, 회양 등 큼직한 고장이 몇 군데 있고, 무엇보다 금강산을 최적거리로 연결한다는 장점때문에 몰락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 / 전남 동부쪽은... 이상하게도 기회가 닿질 않네요.
휴가나갈때마다 항상 송정검문소-운천을 경유해서 수유리에 있는 자취집으로 가곤 했었는데 사진으로 보니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한게 거의 없네요... 02년 군복무중 우리부대 전모상사님께서 운천농협을 털어 아주 힘든 군생활을 하기도 했기에 운천이라는 지역이 그다지 좋은 추억이 없다는게 아쉽네요...ㅡ,.ㅡ
어느 누구에게나 군복무 생활을 했던 지역은 그리 좋은 기억으로 남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ㅋㅋ
^^군대갔다온 남자라면 누구나 느끼는 그 기분-휴가 나올땐 날아갈듯 하지만 복귀할때 버스에서 내리는 그 순간은 정말 뭐랄까,,,,,,운천 터미널에서 내려 시내를 통과해서 10분쯤 걸어가면 저의 부대가 나오죠. 지난 12월2일에 버스 여행차 다녀왔던 운천 터미널!!!!다시 보지만 만감이 교차하네요.
군부대가 마을과 가까운 만큼 저 지역을 지나칠 때의 느낌도 더욱 묘하겠군요...
운천터미널...작년까지 군생활하면서..휴가때마다 동송->동서울(또는수유리행)이용하면 관인터미널 다음으로 정차하는 터미널 였는데 많이 변했군요;;...그리고 동송지역 군인들에게 동송->수유(무정차)직행은 개통후 점차 입소문이 번지면서 수유행 무정차 이용하면 관인터미널무정차와 2대정도 앞에 출발한 수유완행(?)차량과 비슷하게 수유리,도봉산에 도착하는 메리트에 인기가 아주 많았습니다^^;;..저도 거의 군생활 막판에는 수유(무정차)직행 이용하려고 동송터미널에서 시간 떼운적이 많았지요^^;;;
수유리 직행차가 하루에 몇 대 되지 않는 걸로 아는데, 그렇게 인기가 좋다면 특정 시간에 한해서라도 증차를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ㅎㅎ
사진 잘 봤습니다.3월에 갔을때만 해도 승차권 판매가 되었던거 같은데 어느새 카드 수요가 많다고 문을 닫았군요.-,-
2000년도 초반에 운천에서 수원행 버스를 탄 적이 있는데, 그당시에는 저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지금 보니 많이 쇠퇴해졌네요..
시간표를 자세히 살펴보니 포천 착 시내버스 시간은 게시하지 않은 모양이네요... 포천상운 포천시청-대회산리, 일부 운천 착 차량도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모쪼록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