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경영 중요성 이해하는 계기 되어야
을유년 새해벽두에 발생한 MBC 미디어비평프로그램 ‘뉴스서비스 사실은’ 폐지사태는 윤리성, 도덕성, 윤리경영체제를 갖추지 않은 개인이나 조직은 생존하기 어려운 위기를 맞게 되는 우리사회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비가 대단히 중요하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정확한 원인진단과 처방이 필요
MBC는 이번 ‘사실은’ 프로그램사태로 인해 기업이미지 추락, 시청자와 사회로부터 비판과 외면, 조직원들의 사기저하 등 심각한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될 것이 예상되므로 이에 대한 문제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올바른 처방을 내려 개선하는 노력을 최대한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사태의 발생과 사후처리 과정을 살펴보면 MBC에는 윤리경영의 핵심요소인 개인규범, 윤리경영시스템, 조직문화에 모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의 개선을 위해 윤리경영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을 것을 적극 권고한다. 이는 어차피 입게 될 경제적 손실이 비용으로 소모되지 않고 개선의 효과라도 가져와야 하고 외부전문기관으로부터 자문을 받는 것이 개선노력을 가장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윤리경영시스템 미가동이 문제의 원인
‘사실은’프로그램 진행자 3명이 취재원을 만난 것을 두고 학교 선후배의 송년모임이라는 포장을 하였으나 이는 공정성과 신뢰성을 생명과 같이 중시해야할 언론인들이 이해관계자를 만나 향응과 뇌물성 선물을 받는 자리였었다. 이런 만남을 방지하고 관리해야할 책임이 있는 관리자급 직원이 하급직원과 함께 참석한 것은 이들 모두 언론인으로서 지녀야할 윤리의식의 부족, 본인의 행동에 의해 본인과 조직에 어떤 위험이 닥칠 것인지에 대한 위험의 인지, 평가, 관리 능력 부재, 윤리경영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부족, 공감대 미형성, 감시기능 부재 등의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으며, 이는 다시 최고경영자의 윤리경영 의지부족, 교육프로그램 미실시, 조직문화 미형성 등의 문제점으로 연결된다.
선물을 돌려주는 과정에도 문제가 있었다. 윤리준칙에 위배되는 상황에 처했다면 이를 절차에 따라 신고하면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돌려주었다고 알려졌고, 이런 상황에 대해 고민을 하던 부하직원이 인터넷 개인블로그에 이 사실을 게재하면서 문제가 터진 것은 MBC의 윤리경영체제에 상담, 보고, 신고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시스템상의 문제이며, 당사자들이 이런 절차를 모르고 있었거나 알고 있으면서도 무시를 하였다면 이는 직원들이 윤리경영, 행동준칙 등을 하찮은 것으로 여기는 것으로 개인의식, 조직문화, 교육프로그램상의 문제이다.
MBC측의 사후처리과정을 보면 ‘사실은’프로그램 진행자들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사회의 비난 여론이 비등하자 해당자들은 보직사퇴하고 ‘사실은’ 프로그램은 폐지하며 새로운 비평프로그램을 신설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과정도 윤리경영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은‘ 진행자들은 MBC 방송강령 및 윤리준칙과 그 절차를 위반한 행위를 하였으므로 윤리위원회나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이에 상응한 처벌을 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면 될 일이고, 외부에 대해서는 윤리경영을 엄격히 실천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사회의 비판여론에 대한 방어체계를 가동해야 하는 것이다.
책임소재를 분명히 따져야 할 필요
윤리경영의 핵심은 ‘조직과 그 구성원이 무엇이 가치 있는 것인지,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고 이를 이루고자 노력하는 것’에 있다. 가치의 소중함을 인식하는 것에서 원칙이 세워지고 이를 이해하는 구성원에 의해 윤리적 행동이 가능해 진다. 다시 말하면 가치의 소중함을 인식하지 못하면 원칙이 세워질 수 없으며, 가치와 원칙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구성원은 윤리적 행동을 할 수 없게 된다.
조직이 가치와 원칙을 설정하고 구성원이 이를 실천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여 운영할 책임은 경영진에게 있다. 미국기업은 이러한 경영진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정하는 문서를 이사회가 제정하는데 이를 ‘방침(Policy)’이라 한다. 이런 역할과 책임을 명시한 ’방침‘을 구비하지 못한 것이 우리 조직의 가장 취약한 부분이며 형식적 윤리경영의 원인이 되고 문제가 발생해도 책임소재를 정확히 따지기 어렵고 개선방안을 찾지 못하게 된다.
조직이 가치와 원칙을 설정하였는데도 구성원이 이를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구성원이 이를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경우로 그 책임은 경영진에게 있다.
두 번째는 구성원이 평소 자기관리에 실패하여 극한상황에 처한 경우로 그 책임은 본인에게 있으며 조직은 이런 직원을 찾아내 특별히 관리할 책임이 있고 이에 실패하면 거액의 공금횡령 등 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사실은’프로그램 진행자들은 전자의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들의 행동과 처리과정을 보면 직원들의 개인적 문제 보다는 회사가 구축하여 운영해야 할 윤리경영시스템상의 문제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책임소재를 분명하게 따진다면 그 동안 회사의 윤리경영 운영에 형식적 추진, 교육프로그램 미실시, 감시기능과 보고신고상담기능 미작동, 공감대 및 조직문화 미형성 등의 문제가 있었다면 당사자들 보다는 경영진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체계적인 윤리경영시스템을 도입하여 운영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경영진에게 이런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경영진이 이해하지 못하면 개선활동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
이번 사건을 통해 얻어야할 교훈은 이제는 우리사회도 윤리경영이 개인과 조직의 생존을 위해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는 것을 확신하는 것이다. 윤리성과 도덕성에 기반한 정당성을 갖추지 않고는 개혁도 경쟁력 강화도 불가능하며 개인과 조직이 사회 변화에 따른 위험에도 대비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제대로 된 체계적인 ‘윤리경영시스템’을 도입하여 운영하기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MBC가 '사실은'사태를 겪고도 윤리경영을 하찮은 것, 귀찮은 것쯤으로 여기거나, 형식적인 윤리경영이 어떤 위험을 가져오는지를 심각하게 받아드리지 못한다면 멀지 않아 남아시아를 삼켜버린 해일과 같이 더 큰 위험이 또 다시 부지불식간에 밀려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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