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거주하는 박모(62)씨는 최근 경기도 가평 땅 6000㎡를 팔면서 세무상담을 위해 세무사를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예상보다 양도세가 훨씬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2004년 가을 박 씨는 이 땅을 6억 원에 매입하면서 취득·등록세를 줄여 볼 요량으로 이른바 '다운계약서'를 썼다. 실제 거래가는 6억원이지만 계약서 상에는 1억8000만원으로 적어 넣은 것이다.
지난 7월 갑자기 목돈이 필요해진 박씨는 이 땅을 8억 원에 팔기로 하고 부동산개발업자인 A씨와 매매 계약서를 작성했다. 그런데 세무사에 알아보니 자신이 내야 할 양도세가 자그마치 3억7000만원에 달했다. 양도세를 내고 나면 투자원금을 까먹게 되는 셈이다.
박씨는 "당시 관행이던 다운계약서가 부메랑으로 돌아올지 몰랐다"며 고개를 떨궜다.
2006년 1월 실거래가 신고 도입 이전 다운계약서 많아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 의무 제도' 도입 이전에 다운계약서를 쓰고 땅을 샀던 투자자들이 뒤늦게 '양도세 폭탄'을 맞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 의무 제도는 부동산을 매매하면서 주고 받은 실제 거래가격을 당국에 의무적으로 신고하는 것으로 2006년 1월 처음 도입됐다.
이 제도 도입 이전까지는 ‘신고가격 따로, 실제가격 따로’가 관행이었다. 토지의 경우 실제 거래가격보다 60∼70% 가량 낮춘 금액으로 다운계약서를 작성해 신고해도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파트와는 달이 시골 땅은 현실적으로 당국이 실거래가를 파악하는 게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매수자는 취·등록세 수백만원을, 매도자는 양도세 수천만원을 절약할 수 있어 다운계약서가 전국적으로 성행했다.
그러나 2006년 실거래가 신고 의무 제도 도입으로 양도세 과세방식이 종전 신고금액 과세에서 실거래가 과세로 바뀌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이 제도 도입 이전 다운계약서를 작성하고 땅을 매입한 사람들이 땅을 되팔 경우 다운계약서 상의 거래금액을 취득가액으로 간주해 양도세가 '덤터기'로 과세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양도차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양도세 과세액도 덩달아 많아질 수 밖에 없다.
조현일 세무사는 "개발바람을 타고 땅값이 급등한 곳에서는 종전보다 양도세가 최대 20배 이상 과세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박씨가 엄청난 양도세를 물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매입 당시 박씨는 땅값으로 6억원을 지급했지만 계약서에는 매매금액 실거래가의 30% 수준인 공시지가(1억8000만원)로 적어 넣었다. 땅값도 현금으로 매수자에게 직접 건냈다. 그러자 세무사는 박씨에게 양도세로 3억7000만원이 부과된다고 상담해 준 것이다.
세금을 내고 나면 박씨가 실제로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4억3000만원에 불과하다. 2003년 매입 당시 가격인 6억원에도 훨씬 못 미치는 금액이다.
매입 당시 실거래가 증명해야
다운 계약서를 써줬던 ‘업보’를 씻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취득 당시의 실거래가를 증명하면 실질 과세의 원칙에 따라 양도세를 덜 낼 수 있다. 매매 당시 주고 받은 송금내역, 수표번호 등을 증빙 자료로 제출하면 된다.
하지만 이 경우 다운 계약서를 근거로 양도차익을 축소 신고한 당시 매도자에게 덜 낸 양도세에 가산세까지 추징된다는 게 문제다. 이렇게 되면 세금 추징 문제를 놓고 매입자와 매도자 간 법적 소송도 벌어질 수 있다.
증빙서류를 모두 분실했다고 ‘생떼’를 쓰는 방법도 있다. 이러면 세무 당국은 공시지가 변동률을 근거로 당시 실거래가액을 추산한 환산가액으로 양도세를 산정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거래 금액이 일반 매매 사례와 차이가 많이 날 경우 당시 매도자에게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실거래가를 인정받기가 쉽지는 않다.
조현일 세무사는 "2006년 1월 이전에 매입한 땅을 팔 땐 양도세에 대한 계획을 세운 후 계약을 쓰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첫댓글 올 바른 거래관행이 정착되길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