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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관의 의미와 종류
본관(本貫)은 본(本)․관향(貫鄕)․관적(貫籍)․씨관(氏貫)․족본(族本)․향관(鄕貫) 등 여러 가지로 쓰이지만 흔히 본관(本貫)․본(本) 또는 관향(貫鄕)이란 말이 가장 널리 통용되고 있다.
원래 본관(本貫)은 옛날 신분 사회의 유물로서 그 기원은 상당히 오래된다. 아직 성(姓)이 일반화되지 않았던 시대(時代)에는 그 사람의 출신지로써 신분을 표시했다는 것은 앞에서 신라(新羅) 진흥왕의 순수비의 비문에 새겨진 수행자(隨行者) 명단을 들어 설명하였으므로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다만 성(姓)은 표시하지 않았으면서도 이름 위에 반드시 출신지를 밝힌 것은 원초적(原初的)인 의미에서 본관(本貫)을 뜻한 것이라면 우리는 성(姓)보다 본관(本貫)을 먼저 썼거나 아니면 성(姓)보다 본관(本貫)을 더 중히 여겼던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러한 출신지가 성(姓)과 결합하여 동족(同族)을 구별하는 표시로서 오늘날 같은 본관(本貫)으로 굳어지기는 대체로 신라(新羅) 말에서 고려(高麗) 초에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원래 같은 성씨(姓氏)라 할지라도 각 성씨(姓氏)안에는 여러 친족 공동체가 있었고 이들은 각각 동성(同姓)의 중앙귀족과 유대를 맺고 있었는데 신라(新羅) 말기 골품 제도(骨品制度)가 무너지면서 그러한 유대 관계(紐帶關係)가 끊어짐에 따라 지방(地方)의 친족 공동체들이 각기 분립(分立)하여 자기들의 직계 선조(直系先祖)를 시조(始祖)로 내세워 본관(本貫)을 달리하는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이런 현상은 사실상 성씨(姓氏)의 분화(分化)를 의미하였다.
그 대표적인 예를 경주 김씨(慶州金氏)나 경주 박씨(慶州朴氏)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를테면 경주 김씨(慶州金氏)에서는 나주 김씨(羅州金氏), 의성 김씨(義城金氏), 언양 김씨(彦陽金氏), 삼척 김씨(三陟金氏), 강릉 김씨(江陵金氏), 울산 김씨(蔚山金氏), 광산 김씨(光山金氏), 안동 김씨(安東金氏) 등으로 갈리었고
박씨계(朴氏系)는 밀양 박씨(密陽朴氏), 고령 박씨(高靈朴氏), 함양 박씨(咸陽朴氏), 죽산 박씨(竹山朴氏), 상산 박씨(商山朴氏), 전주 박씨(全州朴氏), 순천 박씨(順天朴氏), 월성 박씨(月城朴氏) 등으로 분관(分貫)하여 뒤에 다시 여러 본관(本貫)으로 갈리었다.
고려(高麗) 초에 이르러 성(姓)이 일반화되는 과정에서 성(姓)만으로는 동족(同族)을 구분할 수 없으므로 조상의 출신지 혹은 거주지를 성(姓) 앞에 붙여서 사용함으로써 동족(同族)의 표시로 삼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파계(派系)는 각각 달라도 같은 본관(本貫)만을 가려서 동족(同族)이라 했으며 본관(本貫)이 만약 다른 고을이면 비록 성이 같더라도 조상(祖上)이 다르기 때문에 동족(同族)이라 하지 않았다.
이로써 본관(本貫)의 연원이 상당히 오래되었음을 알수 있는데 처음엔 본관(本貫)이 곧 신분의 표시였으므로 사족(士族)들 사이에서만 본관(本貫)이 일컬어졌다.
그러다가 후대(後代)에 내려오면서 성(姓)이 널리 보급됨에 따라 일반 서민들까지도 본관(本貫)을 표시하게 되었고 고려(高麗) 말에 이르러서는 천민을 제외하고 성(姓)은 물론 본관(本貫)까지도 일반화되었다.
한편 반드시 시조(始祖)의 발상지(發祥地)가 아니더라도 봉군(封君)이나 사관(賜貫)에 의해 본관(本貫)을 정하기도 하였고 후손(後孫) 가운데 어느 한 파(派)가 딴 지방(地方)에 분거(分居)하여 오래 살게되면 그 자손들이 독립하여 그 지방(地方)을 본관(本貫)으로 삼는 일도 많았다. 이를 분관(分貫) 또는 분적(分籍)이라고 한다.
그 예로 고려(高麗) 개국 공신(開國功臣) 신숭겸(申崇謙)은 본래 전라도 곡성(谷城) 출신이었지만 왕건(王建)으로부터 평산(平山)을 사관(賜貫)받아 평산 신씨의 시조(始祖)가 되었으며
수성 최씨(隨城崔氏)의 시조(始祖)인 최영규(崔永奎)는 본래 김씨(金氏)였는데 고려(高麗) 충렬왕(忠烈王) 때 수성백(隨城伯)에 봉작(封爵)되고 최씨(崔氏)로 사성(賜姓)받음으로써 수성 최씨 시조(始祖)가 되었고 흥해 최씨(興海崔氏)와 영천 최씨(永川崔氏)는 전주 최씨(全州崔氏)에서, 예안 이씨(禮安李氏)는 전의 이씨(全義李氏)에서 분관(分貫)되었다. 이러한 예는 다른 성씨(姓氏)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성(姓)은 같아도 본관(本貫)이 다르면 이족(異族)이요. 반드시 성(姓)과 본관(本貫)이 같아야만 동족(同族)이 된다고 하겠다. 그러나 이것은 원칙론이지 실제로는 예외가 많아 상당히 복잡(複雜)하다. 씨족(氏族)의 연원을 같이하면서도 성(姓)과 본관(本貫)을 서로 달리하는 성씨(姓氏)가 많은가 하면 반대로 이족(異族)이면서도 성(姓)과 본관(本貫)을 같이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편이상 성(姓)과 본관(本貫)을 결합하여 다음의 8 가지 유형(類型)으로 분류할 수 있다.
① 동족(同族)의 동성(同姓) 동본(同本) 동족(同族)으로서 성(姓)과 본관(本貫)이 같은 경우를 말한 것으로 시조(始祖)를 같이하는 동족(同族)은 동성동본(同姓同本)인 것이 원칙이다.
② 동족(同族)의 동성(同姓) 이본(異本) 성(姓)은 같고 본관(本貫)은 다르면서 시조(始祖)를 같이하는 경우를 말한다. 경주 김씨(慶州金氏)‧광산 김씨(光山金氏)‧강릉 김씨(江陵金氏) 등은 본관(本貫)은 다르지만 모두 김알지(金閼智)에 연원을 두고 있으므로 동족(同族)이라는 것이 통념이다.
③ 동족(同族)의 이성(異姓) 동본(同本) 원래 동족(同族)이지만 사성(賜姓)이나 그 밖의 이유로 성(姓)을 달리하는 경우이다. 김해 김씨(金海金氏)나 김해 허씨(金海許氏)는 다 같은 수로왕(首露王)의 후손(後孫)으로 동족(同族)이나 성(姓)은 달리한다.
④ 동족(同族)의 이성(異姓) 이본(異本) 동족(同族) 또는 연원을 같이 하면서 성(姓)과 본관(本貫)을 달리하고 있는 경우로서 김해 김씨(金海金氏)와 양천 허씨(陽川許氏), 인천 이씨(仁川李氏). 문화 유씨(文化柳氏)와 연안 차씨(延安車氏)등이 그 예이다.
⑤ 이족(異族)의 동성(同姓) 동본(同本) 동족(同族)이 아니면서 성(姓)과 본관(本貫)을 같이하는 경우를 말함이나 수로왕계(首露王系)의 김해 김씨(金海金氏)와 일본계(日本系)로 임진왜란(壬辰倭亂)때 귀화한 김충선계(金忠善系)의 김해 김씨(金海金氏), 남양 홍씨(南陽洪氏)의 당홍계(唐洪系)와 토홍계(土洪系)가 그 예이다.
⑥ 이족(異族)의 동성(同姓) 이본(異本) 성(姓)은 같으면서 본관(本貫)을 달리하는 이족(異族)을 말한 것이다. 예로써 전주 이씨(全州李氏)와 경주 이씨(慶州李氏), 흥덕 장씨(興德張氏)와 덕수 장씨(德水張氏)가 그것이다.
⑦ 이족(異族)의 이성(異姓) 동본(同本) 성(姓)이 다른 이족(異族)이면서 본관(本貫)을 같이하는 경우이다. 예컨대 경주 이씨(慶州李氏)와 경주 김씨(慶州金氏), 청주 한씨(淸州韓氏)와 청주 이씨(淸州李氏)등으로 이들은 다만 시조(始祖)가 동향(同鄕)일 뿐이다.
⑧ 이족(異族)의 이성(異姓) 이본(異本) 이족(異族)이면 성과 본관(本貫)을 달리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한지방(地方)에 여러 성씨(姓氏)가 연고(緣故)를 두고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본관(本貫)이 중복(重複)되는 것을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위에서 살펴본 8 가지 유형은 우리 나라의 독특한 성씨(姓氏) 체계의 산물(産物)이지만 족보(族譜)나 호족(豪族)에는 본관(本貫)을 공식적으로 사용하게 되어있다.
고려(高麗) 초의 인물(人物)인 장연우(張延祐), 서필(徐弼), 최승로(崔承老), 한언공(韓彦恭) 등은 모두 왕경(王京)에서 거주하는 중앙 귀족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고려사(高麗史) 열전에는 흥덕인(興德人), 이천인(利川人), 청주인(淸州人), 단주인(湍州人) 등으로 표시되어 있다.
신라(新羅)의 중앙 귀족들은 모두 왕경인(王京人)이었기 때문에 본관(本貫)이 필요 없었다. 고려(高麗)의 중앙 귀족들도 왕경인(王京人)이라면 본관(本貫)이 필요 없었지만 고려(高麗)의 귀족들은 신라(新羅)의 귀족과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즉 신라(新羅)가 왕족(王族)을 포함한 진골(眞骨) 중심의 사회였는데 비하여 고려(高麗)는 지방(地方)에서 성장한 호족적(豪族的) 전통을 지닌 이성 귀족(異姓貴族)들로 구성된 사회이다.
이들 여러 이성 귀족(異姓貴族)들은 그들의 원출신지(原出身地)를 본관(本貫)이라 하여 자기들 가문(家門)을 다른 가문(家門)과 구별하였던 것이다. 이 본관(本貫)을 칭하는 풍습은 신라(新羅) 말기에 지방(地方)에서 호족(豪族)의 세력이 성장하면서 사용한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당시에는 왕경인(王京人)과 구별하기 위하여 그들의 거주지를 칭하는데 지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고려(高麗)시대에 들어와서 호족(豪族)들이 중앙 귀족화(中央貴族化)하자 현거주지(現居住地)가 아니라 조상(祖上)의 거주 지역을 본관(本貫)으로 칭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는 여러 이성(異姓) 귀족(貴族)들이 왕경(王京)에 함께 모여 사는 속에서 자기 가문(家門)을 다른 가문(家門)과 구별하려는 의도가 나타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사회적으로 문벌(門閥)이 유효하게 된 시대적 배경 속에 생겨난 것이다. 같은 본관(本貫)이라도 일반 평민의 경우에 그들의 피역(避役)을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호적(戶籍)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관(官)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현거주지가 본관화(本貫化)되었다.
결국 고려(高麗)시대의 본관(本貫)은 일정한 사회적 특권을 누리는 중앙 귀족들의 특권의식이 밑바닥에 깔려 있는 것이다.
장씨(張氏)의 본관(本貫)은 동국문헌비고(東國文獻備考)에 40 여 본(本)으로 기록되어 있으나 현재의 관향(貫鄕)은 30 본(本) 미만이다. 그 중에서 덕수 장씨(德水張氏)와 절강 장씨(浙江張氏)를 제외한 모든 장씨(張氏)는 우리 나라의 토착인(土着人)이 시조(始祖)가 되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우리 조상들이 삼국시대(三國時代) 평민의 위치에서 점차 지배층으로 상승하는 과정에서 창성(創姓)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