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32
시대의학時代醫學으로서의 토울론土鬱論. ‘영양과잉’과 ‘환경오염’이라는 주宙의 특수성에 따르는 토울론土鬱論을 주장함에 있어서 흔히 받는 질문이 해토解土를 어떤 제약 없이 통치법通治法으로 쓸 수 있냐는 것이다. 이에 대답하자면 해토법解土法은 우宇(공간)의 제약을 받는다. 이는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는 말이니 북한이나 에티오피아 같은 기아飢餓지역에서는 해토解土의 의미가 없겠다.
물론 인간기립이 토土 기능장애를 유발시키는 것으로 여기는 토울론土鬱論이 기아飢餓지역이라 해서 예외일 수는 없겠으나 아무래도 빈국貧國에서는 해토解土보다는 보토補土 중심의 보신補身이 요구된다. 모든 의학醫學은 주宙뿐만 아니라 우宇에 따라서도 해석되는 바가 다르니 이점은 본인의 해토파解土派 역시 마찬가지인 것이다.
중국中國의 금원시대金元時代라는 동일한 주宙의 상황에서도 우宇에 의해 네 가지 학파學派로 나뉜 금원사대가金元四大家, 즉 유하간의 화열火熱, 장자화의 공사攻邪, 이동원의 비위脾胃, 주단계의 자음滋陰은 <내경內經>을 온고溫故한 점과 동일시대라는 주宙의 공통성을 가지나 각각 의가醫家의 활동지역에 따른 기후풍토氣候風土 차이로 다른 논점論點을 전개하였다.
특히 주단계의 경우 유하간의 먼 제자이지만 북방北方에서 활동한 유하간과 달리 강남江南에서 거주하였기에 토지土地가 비약卑弱하고 기후氣候가 습열濕熱한 우宇의 상황에 의해 대 스승인 유하간과는 차별되는 주장을 내세웠다. 이처럼 자음파滋陰派의 주단계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해석력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니 유하간의 화열론火熱論을 온고溫故한 다음 우宇에 맞추어 ‘양유여陽有餘, 음부족陰不足’이라는 지신知新을 이루었다. 스승 장원소의 역수파易水派를 온고溫故한 이동원도 금말원초金末元初, 병란兵亂이 심해 백성이 기아飢餓에 빠졌던 주宙의 상황과 함께 우宇의 특성을 고려하여 지신知新한 결과 보토파補土派를 결성하였다.
이상 예를 든 금원사대가金元四大家처럼 해석에 있어선 주宙 못지 않게 우宇가 중요한 바 우宇별로 의자醫者의 목소리는 마땅히 달라야 한다. 한반도라는 같은 땅덩이에서도 사투리가 다르면 완벽한 의사소통이 힘든데 하물며 언어가 틀린 중국中國과는 대화 자체가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중국中國의 의론醫論과 처방을 고집하는 것을 우宇를 무시하는 행위이다. 중국中國의 의론醫論과 처방은 온고溫故의 대상이긴 하나 우주宇宙를 고려치 않고 무조건 사용하면 효과가 떨어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보중익기補中益氣나 육미六味 등을 처방함에 있어서 우리의 풍토風土, 지역적 특성을 연구하여 이에 따른 본초가감本草加減이 이루어져야 하는 바 ‘가감加減이 필요 없는 완벽한 옛 처방’이란 우주宇宙를 통해 볼 때 있을 수 없다. 이제는 주宙를 잊은 무조건적인 고방古方의 추종과 우宇를 배제한 맹목적인 후세방後世方의 숭상에서 벗어난, 현 시대(宙)와 현 상황(宇)에 적합한 한의학 연구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