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0민주화운동이 기념일이 된 것은 노무현 정권 때다. 그래서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에 첫 기념식을 가졌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면서 6․10항쟁을 보는 시각이 달라져 오늘 기념일에 서로 다른 주장이 뒤섞이고 있다.
일단 6․10항쟁의 대상이던 전두환․노태우 정권의 계보를 타고내려온 이 정부와 한나라당의 우려도 일리는 있다. 민주당을 앞세운 전문 시위꾼들이 뒤에 숨어 있으면서 이런 행사를 어떻게든 폭력시위로 부추기고, 거기서 몇 명 넘어지고 쓰러지고, 다치는 사람 많이 나오고, 잘하면 하나쯤 죽을 수도 있다고 계산할 것이다. 그래서 하지 말라, 이럴 수는 있다. 또 노무현 전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세 결집을 노리는 야권만의 행사가 될 수 있다는 부담도 클 것이다.
하지만 짧은 생각이다. 국가지정기념행사를 하겠다는데 그걸 막겠다는 건 일단 초법적 발상이다. 당연히 허용해야 한다. 이미 민주당에서 행사만 마치고 국회로 돌아가겠다, 폭력시위 안한다 약속했으면 된다. 그러고도 폭력시위로 변질되면 그때 나서도 늦지 않다.
마치 <마이너리포트>란 영화처럼 미리 나서면 안된다. 범법행위가 구성이 됐을 때 경찰이 나서는 거지 일제 때 순사처럼 이 집 저 집 기웃거려서는 안된다.
물론 폭력행사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은 건 사실이다. 어떻게든 시비를 만들고 국민을 격동시켜 보려는 세력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세력이 없는 나라가 어디 있으며, 그렇지 않은 시절이 어디 있었는가. 그냥 두면 된다. 내버려두면 박종철, 이한열 같은 희생자가 나오지 않는다. 경찰이 무작정 물어뜯으니까 박종철, 이한열을 열사로 만든 거지 알고보면 그들은 그저 조금 의기있는 학생들일 뿐이었다.
또 폭력시위를 안하겠다고 저렇게 거듭 주장하는데 만일 폭력시위로 변질되면 그들이 책임지는 것이다. 굳이 경찰이 나서서 이래라저래라 미리 이러면 안된다.
우리나라 경찰들은 정작 폭력시위는 눈감아 주고, 피해 다니고 처벌도 안한다. 죽봉으로 찔러대든 불을 질러대든 경찰차를 파괴하든 그런 큰 사건에는 겁이 나 움찔거리고 피해다닌다.
폭력시위에는 단호하게 대처하고, 헌법이 보장하는 평화시위에는 이들을 보호하는 경찰이 돼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경찰은 평화시위만 자꾸 시비거는 듯한 인상이다.
지난 용산 사태도 경찰은 성급하게 끼어들었다가 인명사고를 냈다. 경찰은 그곳 세입자도 우리 국민이고, 건물주도 우리 국민이라는 입장을 지켜야 한다. 그런데 항상 한쪽 편을 들어 문제다. 비록 법원판결이 나서 건물주 쪽이 이겼더라도 싸움을 말릴 때는 좀 감정이 수그러들 때 끼어들어야지 인화성이 높은 시너 등을 통째로 쌓아놓고 화염병 쳐들고, 잔뜩 흥분해 있는 사람들을 강제 진압하겠다는 발상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사실 서울청장 한 명 사임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이런 경찰이라면, 한강다리에 올라가 자살하려는 사람을 보고 “지금 당장 안내려오면 체포하겠다.”고 소리칠지도 모른다. 그러다 한 술 더 떠 “앞으로 5분 내에 안내려오면 총을 쏘겠다.”고 할지도 모른다.
119라면 안전매트가 필요하면 예상 추락지점에 깔고, 한강이라면 수상구조요원을 대기시키고나서 전문가가 접근하여 심리적으로 상대를 안정시킨 다음 살살 달랠 것이다. 안되면 어머니도 부르고, 애인도 부를 것이다. 이게 진정한 국민의 공복이다. 진모라는 이상한 이는 '자살할만하니까 자살'한다고 자살세 걷자고 망언을 지껄였다지만, 경찰은 그 사람이 선량한지 범죄잔지 구분할 필요가 없다. 딱 봐서 우리 국민이면 일단 구해놓고 봐야 한다. 그런 다음에 처벌할 게 있으면 처벌하면 된다.
오늘 6.10기념집회는 내버려두면 된다. '주인께서 쓰시겠다'면 '그러십니까?' 하고 '안전하게 지켜드리지요' 하면 그만이다. 경찰병력 1만 5천 명을 투입한다는데, 바보 같은 짓이다. 분명히 이명박스럽다는 비난이 나올 것이다.
멀찍이 두었다가 폭력사태로 변하면 그때 투입시켜 폭력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선택적으로 잡아들여 처벌하면 된다. 또 아무나 마구 잡아들여 원성사지 말고, 비록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무고한 시민을 건드리지 않아야 한다. 폭도 100명을 놓치는 한이 있어도 무고한 시민 1명을 다치게 해서는 안된다.
훈련되지 않은 개는 주인을 물기도 한다. 잘못 배운 경찰은 눈앞에 보이는 시민은 죄다 폭도라고 간주하고 날뛰는 경향이 있다. 경찰의 주인은 국민이다. 그러니 주인인 국민은 일단 누구나 선량하다고 믿어야 한다. 주인인 국민을 괴롭히는 법죄자들만 선택적으로 물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경찰은 그게 구분이 안되는지 한번 물기 시작하면 아무나 물어대서 탈이다.
그러면 폭력사범을 붙잡을 수 없잖느냐고 항변할지 모른다. 그러면 머리를 쓰면 된다. 비디오 채증을 하든지, 폭력사범만 골라서 무슨 페인트총을 발사하든지 해서 기어이 잡아들이면 된다. 정작 폭력시위에는 수수방관하면서 입으로만 떠들어서는 안된다. 머릴 쓰면 안될 게 어디 있나.
오늘 경찰이 하려는 짓이나, 이명박 정권의 태도로 볼 때 또 어영부영 제 버릇대로 하다가 경을 칠지도 모른다. 우리 국민은 지나치게 감정적이어서 누가 크게 다치거나 죽기라도 하면 그때는 정권까지 뒤엎는다. 김주열이 죽지 않았다면 4.19도 없었을지 모르고,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죽지 않았다면 5.18도 오늘의 5.18이 되지 않았을 것이고, 이한열이 죽지 않았다면 6.10도 없었을지 모른다. 노무현도 자살하지 않았더라면 파렴치범으로 몰려 지금쯤 잔뜩 주눅이 들어 봉하마을에 숨어 있을 것이다. 그땐 한나라당, 민주당, 보수진보 신문 가릴 것없이 날뛰었으니까.
오늘 행사는 0130에 치러지는 것이라서 사고 위험이 매우 높다. 어떻게 돼가는지 지켜보자.
01은 경찰, 30은 시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