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현재 쓰고 있는 유일한 만년필, PILOT decimo 펄화이트를 소개합니다.
하는 김에 (웃음을 선사하기 위하여) 악필 인증 샷도 올립니다. (^^
우선 사진이 어둡고 형편없어서 죄송합니다.(ㅠㅠ)
원래 사진찍는 게 서툰데다 아이패드로 찍으면 영 선명하지가 않네요......OTL
만년필에는 제 실명이 각인돼 있는데 쑥스러워서 (어설픈 솜씨로) 지웠습니다. (^^;
capless 시리즈의 특징은, 펜촉이 나오는 쪽에 클립이 달려있다는 점입니다.
이 클립은 라미 사파리나 펠리카노 시리즈의 그립부분처럼,
바른 운지법으로 사용하도록(사용할 수밖에 없도록?) 유도합니다.
무척 기발한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근년에 발명된 만년필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capless 자체는 1963년에 등장한 롱셀러입니다.
제가 가진 capless decimo는 원조 capless보다 사이즈가 작은 모델입니다.
길이가 14cm이고요. 몸통? 배럴?의 굵기도 capless에 비하여 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길이는 거의 비슷하고, 배럴이 가늘다고 합니다
(원조 capless는 지름 12.9mm, capless decimo는지름 11.8mm).
그러면서도 같은 내부구성품을 격납할 수 있도록, 배럴은 얇게 만들고
알루미늄 합금을 사용해서 상당히 가볍다는 평입니다. 무게는 21g이군요.
분해해보았습니다.
동글동글해서 가만있지 않길래, 자석이 들어있는 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전에 확대경으로 펜촉을 보니, 14k18K라고 각인되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처음으로 가져본 금 닙입니다.
닙은 중자라서, 상당히 굵습니다. 필감은 문제없이 부드럽고요.
저의 일천한 경험과 둔한 감각으로 굳이 비교한다면,
라미 사파리나 펠리카노처럼 부드러우면서
그 두가지보다는 적당히, 절도있게(?) 잉크가 나온다는 느낌이 듭니다.
노크식이어서 과연 편리합니다.
세필이 아니어서 회사에서는 자주 쓰지 않지만요.
내부에는 금속으로 된 셔터(?)가 있어서,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닫혀 있다가 노크를 누르면
닙이 그 셔터를 밀고 나오는 식입니다.
클립에는 "decimo"라고 새겨져있습니다. 클립이 상당히 빡빡해서, 매일
제가 입는 작업복의 펜꽂이 부분에 꽂아놓으면 잃어버릴 염려가 없습니다.(^^
저의 무지막지한 원래 운지법으로 쥐었다가는
번갯불에 콩구워먹듯 망가지겠길래,
20년 넘은 습관을 바꾸는 무모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직장생활에 적응하느라 바빠서 연습못한 시기가 길어졌기 때문에,
같은 교본을 한 권 더 사기까지 했지요.
다행히도 요즘은 2주일 이상 매일 연습하고 있습니다.
거르지 않고 연속해서 연습한 기간으로는 최장기록입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교정 중인!) 악필을 공개합니다. (^-^;
악필이라기보다, "공부 못하는 초등학생 글씨"라는 소리를 듣기도 합니다.
게다가 카트리지 잉크가 다 되어 가는 타이밍이라 쓰기 좀 불편했습니다.
참, 맨 위의 사진은 검정색 카트리지와 찍었지만 마지막 사진은 블루블랙으로 쓴 글씨입니다.
그리고 맨 위의 사진에 찍힌 공책은 착한 가격의 COOL AGE (일명 쿨라게) 캠퍼스 노트입니다.
반대로 맨아래 사진의 공책은......악필에게는 아까울 정도로 사치스러운, 오롬 JOURNAL입니다.
후기를 적고 보니까, 저의 표현력과 지식이 짧아서 이 아이의 필감에 대하여 잘 전달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게다가 이 녀석은 "취직 축하선물"이자 "베프로부터 받은 선물"인지라,
그 자체만으로 저에게는 넘버원이자 온리원이지요. 때문에 제가 이 만년필을 평가하자면
객관적인 시각따위 안드로메다로 날아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소개글 너무 잘 봤습니다. 글씨도 전혀 악필이 아니신데요. ^^
무엇보다 좋은 친구를 두신게 부럽습니다. ^^
감사합니다. 정말 소중한 친구에요. 친구끼리 주고받기에 약간 가격이 센 선물이라, 저는 답례로 상아 도장을 파서 선물했습니다.
만년필 선물에.. 상아도장 선물을.. 꽤 사시는 듯.. ㅎㅎ
정성이 담뿍 담긴 리뷰 잘 보았습니다.. 친구에게 선물 받은 만년필이니 그 어떤 물건과 견줄 수 있을까요.. ^^ 그리고, 필체도 순수한 느낌이랄까.. 억지스런 기교가 없어 좋고.. 또 깔끔해서 좋으네요.. 그리고, 자신만의 필체를 아직 만들어 가시는 중인 듯한 느낌도 드네요..
저도 펜글씨 교본사서 연습하는 중이거든요.. 재미난 글 잘 감상했습니다.. ^^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나 그녀나 부자가 아닌데 둘다 금전감각은 4차원이에요. 그럼에도 파산하지 않는 건, 그나마 월급이나 용돈을 받자마자 거의 저금하고 나머지 돈으로 (신용카드지만) 즉시결제만 하기 때문이죠. 캥거루족이라 가능한 일이고요.(^^;; 저의 물욕으로 신용구매를 시작했다간... 당장 사고날 겁니다.
아~ 베프가 여친이었군요. 이제 정리가 되네요^^
헤헤헤 Gollum선배님 오해하시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둘 다 여자고 그냥 친구입니다.
아~ 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