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5일 동해 망양정.
동해바다에서 첫 물놀이.
바닷물에 젖은 몸을 대충 씻고 얼른 망양정으로 뛰어 올라갔습니다.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망양.
바다를 만나기 위해 불영사 계곡에서 거친 산 넓은 들 지나 내려온 강물이
그리워했던 그와 만나는 아름다운 풍경.
그 모습에 감동해서인지 망양정에 모인 순례단원들은
자연스럽게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이야기 나눴습니다.
몇몇은 서로를 베고 누웠습니다.
상대의 숨소리를 운율삼아 시를 읊고 노래 불렀습니다.
참 좋았습니다.
파도 반주에 맞춰 아영이와 기은이가 노래를 불렀고
호진과 사무엘, 배근이가 화음을 넣었습니다.
어떤 노래 속에는 멀리있던 아람이의 목소리도 또렷이 들렸습니다.
고운 목소리를 들려준 기은이는 중고등학교 때 교회 합창단을 했었다고 합니다.
그 끝을 알 수 없었던 파란 동해.
그리고 노랫소리...
내려오는 길, 해맞이 공원에서 잠시 쉬었습니다.
은영이와 함께 앉아 바다를 바라봤습니다.
바다의 느낌에 관해 나눴는데,
은영이는 바다의 담담함이 좋다고 했습니다.
시류에 편승하여 이리저리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무엇이든 받아 안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저는 왠지 모를 외로움이 보인다 했습니다.
왠지 모르겠지만, 오늘 바다의 느낌은 그랬습니다.
이날 밤,
연곡해수욕장 갯바위에 올라 바다를 바라보고 돌아오는 길,
슬기가 낮에 머물렀던 망양정의 느낌을 들려주었습니다.
평소에는 시 읽을 기회도 많지 않았고, 또 읽어도 그 느낌이 살지 않는데
순례기간에는, 특히 망양정에서는 시가 친숙하게 다가왔다고 했습니다.
7, 8차 백두대간의 추억이 담긴 연곡해수욕장 갯바위 근처 ‘물고기 카페’에서
한덕연 선생님가 담소를 나눴습니다.
분위기 있는 사장님 부부가 직접 내려 주신 핸드드립 커피 한 모금과 쿠키 한 조각,
우정 한 모금과 추억 한 조각.
카페를 나와 바로 앞에 놓인 잠잠한 바다를 바라보고 있을 때
배근이가 MP3로 영화 ‘코러스’의 주제곡을 들려줬습니다.
오늘 점심, 한덕연 선생님께서 순례단원들의 영양을 걱정하며
영양에서 사주신 주물럭과 함께 마셨던 사이다,
컵에 막 따를 때 순식간에 거품이 차올랐다 빠지듯
오늘 들뜬 마음의 거품이 순식간에 빠지고 차분히 가라앉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느낌이 좋아 옆에 있던 슬, 다은, 재희에게 그 노래를 번갈아 들려줬습니다.
함께 바다를 바라보며 노래를 들었습니다.
잠들기 직전,
함께 방을 쓰는 아홉 살이나 많은 오완섭 기사님께서
제게 깍듯이 존대하며 들려주신 당신 가족 이야기와 인생 이야기,
특히 자랑스러운 큰 아들 이야기는 '인간극장'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저녁 드라마 보면서 스르르 잠드는 호사였습니다.
모기 때문에 잠에서 깨어난 뒤
모기약 가지러 버스로 나왔습니다.
새벽 두 시가 다 된 시간이었는데
산책하던 아영, 민지와 마주쳤습니다.
버스에 물건 가지러 가는 길이라고 했습니다.
피곤을 전혀 찾을 수 없는 두 사람의 눈빛이 반짝였습니다.
율리시스와 오르페우스를 유혹했던 사이렌의 음악소리 같은
연곡해수욕장 밤바다 파도소리를 듣고 그냥 잠들 수 없었겠지요.
자신도 모르게 걸어나왔을 것입니다.
제11차 복지순례의 또 하루가 저물어 갑니다.
슬이가 피곤하여 힘들어 했던 오늘,
순례단원들이 보여준 마음, 모아 준 마음에 감사한 하루였습니다.
알뜰히 보낸 오늘,
감동과 아쉬움을 생각하기 무섭게
내일의 새로운 만남과 감동이 차오릅니다.
첫댓글 와, 저도 선생님처럼 맛깔나게 메모를 하고 싶어요. 함께 나눈, 혹은 나누지 못한 추억마저 스르르 녹아드는 기분입니다.
:) 함께 하지 못한 때도 읽고나니 나도 옆에 있던 것처럼 여운이 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