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순 없다”
70·80년대 군부독재정권에 의한 민주노조 말살 및 탄압 실태보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으랴/ 어둔 밤이 하얀 새벽을 막을 수 있으랴/ 쌍둥이처럼 붙어 다니는/ 허기진 가난과 고단한 노동의 세월/ 하얀 물거품처럼 조각난 민주노조의 깨어진 희망이여/ … / 30여년 세월이 흐른 지금/ 생생하게 되새김질 하는 것은/ 왜곡된 노동의 역사를 바로세우기 위함이다. / … / 손바닥으로 하늘은 가려지지 않는다/ 어둔 밤은 절대 하얀 새벽을 막을 수 없다.” (비나리, 정명자 동일방직 해고노동자복직추진위)
그렇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순 없다. 또한 다가오는 하얀 새벽을 어둔 밤은 어쩌지 못한다. 역사란 그런 것이다. 하지만 역사는 아직 하얀 새벽의 완전한 복원을 완성하지 못했다. 70·80년대 군부독재정권의 민주노조에 대한 처절한 탄압에 생존의 터전을 잃고 쫓겨난 노동자의 하얀 새벽은 아직 오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계승연대)가 주최하고 70민주노동운동동지회와 민주화운동해직자 원상복직대책협의회가 주관해서 지난 10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80년 전·후 군부독재정권에 의한 민주노조 말살 및 탄압 실태보고대회’는 정기국회를 앞두고 민주노조운동 해고자에 대한 실질적 명예회복조치를 촉구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사진>
ⓒ 매일노동뉴스
“가혹한, 노골적인 민주노조 탄압의 시대”
이날 이원보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노동기본권 봉쇄 하의 민주노조운동’이란 발제를 통해 “역대 국가권력과 자본가들이 노동기본권을 파괴하고 노동자들을 억압과 착취의 대상으로 삼아왔지만 70년대 유신체제와 80년대 초반 사이 국가권력의 횡포는 그 어느때보다도 극단적이고 노골적이었다”며 “국가권력은 경제개발이란 미명 하에 노동자들을 동원의 대상으로 삼고 노동운동을 억압함으로써 노동자의 참여를 배제했다”고 밝혔다.
이원보 이사장이 정리한 70·80년대 노동탄압의 사례는 다음과 같은 수순을 밟는다.
우선 70년대 이후 수많은 노동자와 노조간부들은 오로지 민주노조운동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강제연행, 투옥, 감시, 수배, 폭행, 고문, 구속당했다. 동일방직, 원풍모방, 반도상사, YH무역, 청계피복, 콘트롤데이타, 삼원섬유, 서통 노동자가 여기에 해당한다. 80년대 들어선 더욱 가혹해졌다.
전두환 신군부정권은 ‘노동조합정화조치’<표 참조>라는 미명하에 수많은 노동자를 직장에서 쫓아내고 연행, 수배, 구속, 고문하고, 민주노조들을 파괴했다. 이때 파괴된 민주노조는 반도상사, 원풍모방, 청계피복, 콘트롤데이터, 고려피혁, 서통, 한일도루코, 무궁화 등이다. 이때 많은 노동자가 삼청교육대에 끌려가 가혹한 고통을 당하기도 했다.
1980년 노동조합 정화조치 결과
노조별 정화 정화해고 삼청교육 지부해산 기구축소 합수사표 계
섬유 13 7 7 41 10 78
광산 3 11 14
외기 7 7
항운 11 2 1 14
해원 9 42 51
화학 16 2 1 1 20
금속 25 1 6 31 63
자동차 11 1 5 323 1 341
연합 6 15 21
관광 1 1
택시 2 33 35
계 95 33 20 444 43 10 645
주) 정화:노조직책만 사퇴, 정화해고:노조직책 사퇴 및 원직해고, 삼청교육:삼청교육 및 해직,
지부해산:지부해산에 의한 전문직원 해직, 기구축소:기구축소에 의한 해직, 합수사표:합동수사본부에서 강제사표 처리
자료:한국노총, 『1980년 정화 부당해고 삼청교육 피해자의 명예회복 및 원상복직에 관한 청원』, 1993.7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군부정권과 사용자의 결탁에 의해 노조가 파괴되기도 했다. 이원보 이사장은 “여기에는 당시 국가권력과 사용자측이 노노분쟁이라고 주장하는 사례나 합법적 형태를 띠면서 (파괴가) 이뤄진 경우도 있지만 이는 표면상 나타난 결과일 뿐”이라며 “국가권력과 사용자의 결탁, 때로는 권력·사용자와 야합한 상급노조에 의해 저질러졌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블랙리스트로 고통을 당했는데 모두 민주노조 사업장 출신들이라고 지적했다. 이원보 이사장은 “당시 기업·노동부·정보기관 합작으로 민주노조 수호를 위해 투쟁하다 해고된 노동자 명단 1천여명을 작성해 각 사업장·노동부·정보기관에 비치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는 모든 국민이 지녀야 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송두리째 파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30년 흘렀지만 해고자 명예회복은 요원
▲ 원픙모방노조는 70년대 민주노조운동의 마지막 보루였다.
하지만 이들 해고자에 대한 복직과 명예회복은 아직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의 복직권고에 따라 해고자들은 복직을 기다려봤지만 권고는 묵살됐다.
이에 대해 이날 실태보고대회에서 이병주 계승연대 집행위원장은 발제를 통해 “민주화운동 관련자의 복직과 명예회복 등 후속대책을 책임져야 할 노무현 정부는 법률의 한계 운운하며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사기업에선 과거 자신들의 행태가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자신들에게 불똥이 튈까봐 사업장 앞 집회를 막고 있고, 정부는 정부가 책임져야 할 복직대상자(공무원, 해직교사, 공기업 해고자) 조차도 현행법 운운하며 복직을 거부하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병주 집행위원장은 70·80년대 민주노조운동 해고자에 대한 실질적 명예회복 조치가 필요하다며 다음과 같은 방향을 제시했다.
우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반민주, 반인권 행위자에 대한 공소시효 배제를 포함해 민주화운동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과거사법에 의해 민주노조 파괴공작에 대한 진상규명을 벌여야 한다”며 “또한 공안기구를 담당했던 기구와 책임자, 실무자 처벌, 현정부와 정치권에 남아있는 5, 6공 잔재를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명예회복을 위한 후속조치로서, △실질적 명예회복 내용이 담긴 민주화운동명예회복법 2차 개정(보상, 복직 강제, 불이익행위 금지 등) △민주화운동 관련자가 전원 포함된 민주유공자법 제정 등을 제시했다.
이병주 집행위원장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주화법의 조속한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며 “민주화법에서 대상자 확대, 위원회 구성, 보상대상 확대, 명예회복조치의 강제성 부여, 불이익 행위 금지 및 처벌조항 등을 반드시 개정해 미흡한 법체계를 정비, 민주화운동 관련자에 대한 제대로 된 사회적 평가와 명예회복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우원식 열린우리당 의원은 지난 8월 노동부가 반드시 진상규명해야 할 9개 사건을 제기한 바 있는데, △70년대 열악한 근로조건에 대한 의도적 감독기피 및 노조운동 탄압과정에서의 노동청 역할 △80년 민주노조 노동자 대량해고와 노동자순화교육에서의 노동청 역할 등이다.
민주화법 개정에 명예회복 포함돼야
이날 실태보고대회에는 70·80년대 민주노조운동을 하다 일터에서 쫓겨나 고난의 세월을 살았던 당사자들이 대거 참석, 직접 사례발표에 나서 관심을 모았다.
이날 동일방직 해고자복직대책위 정명자씨는 당시 민주노조 탄압과 투쟁기를 소개하면서, “당시 처절한 투쟁을 벌이면서 우리는 노동자들에 의한 노동운동은 민주화운동의 밑거름이 된다는 교훈을 얻었으며 27년이 지난 지금까지 지역이든 노동현장이든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런 그도 남들이 모르는 서러움과 우울증, 화병을 앓으면서 동일방직 복직을 한순간도 잊은 적이 없다고 했다.
한일도루코 해고자복직대책위 박육남씨도 이날 “한일도루코는 현재 용인, 시흥, 문막공장 등 성장·발전했으나 군수사본부로 끌려갔던 해고노동자 4명은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되고 복직권고까지 받았지만 기업인들이 코웃음 치며 묵살하고 있다”며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라면 과거 잘못을 사죄하고 국가적 인권유린 된 문제에서는 책임 있는 철저한 진상조사와 처벌, 국가적 배상이 이뤄질 때만이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실태보고대회를 주최한 계승연대는 앞으로 정기국회에서 민주화법 2차 개정을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박희영 계승연대 사무처장은 “이들에 대한 명예회복조치가 시급하나 아직도 정부는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대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조치를 하지 않고 있는 현실을 상기시키고자 했다”며 “이날 실태보고대회에는 당시 민주노조 해고당사자 등이 대거 참석해 열띤 분위기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정감사가 끝나고 정기국회에서 민주화법 개정건이 다뤄질 것”이라며 “오늘 제기한 민주노조 관련자 복직과 명예회복을 법개정에 포함시키도록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윤정 기자 yon@labortoday.co.kr
이날 많은 동지들이 참여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이런 모임을 갖다보니 참으로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우리들에게는 지긋지긋한 폭압의 시절이었음에도 날이 갈수록 사람들의 머리에서 잊혀져 가고 있지 않아 하는 서글픔이 드는 날이었습니다.
아쉬움도 많이 남지만
이 날 참여해주신 이소선엄마, 이승철 임현재 선배님, 영순언니, 옥순언니, 순희언니, 총각언니들을 보면서 이 시대를 가슴으로 끌어안고 살아가는 마음이야 말로 큰사랑임을 알았습니다.
부족하면 부족한데로 넉넉하면 넉넉한데로 마음을 나누며 살아가는 동지들이 있음을 감사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외롭지않는 부자들인것 같습니다.
살아 숨쉬는 그 순간까지 많은 사람들을 비추는 맑은 거울되어
한 점 부끄러움이 없음이 자랑스러워지는 날이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살아온 삶이 대견스럽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첫댓글 참 잘했어요 글그 명자씨 수고 많이 했습니다. 그날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해서 공청회 소식을 정리 할 수가 없었는데 보고대회 내용의 글을 실어주어서 고맙습니다. 한결 쌀쌀해진 날씨 감기 조심하십시요^^
이 자료를 옮긴게 명자였구나, 고맙고 미안하다 멀리 있다는 핑게로 이렇게 소식만 듣고산다 내 몫까지 수고해주길...어쩌겠니 그게 우리 인연이 만든 운명인것을...몸도 안좋은줄 아는데 건강관리 더 신경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