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출처 : 2008. 03. 26. 조선일보 [시론]
大韓國人 安重根의 꿈
김영광 : 안중근의사숭모회 부이사장
"내가 죽거든 하얼빈 공원에 묻어 두었다가, 국권이 회복되거든 조국 땅에 반장(返葬)해다오." 1910년 3월 26일 뤼순감옥 교수대 형장에서 안중근 의사는 마지막 순간 이렇게 유언했다. 정확히 98년 전 오늘의 일이다.
그러나 안 의사의 꿈은 대한민국이 일제에서 해방되고 63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올해 건국 60주년을 맞이한 대한민국의 국민 중에서 그가 삭풍의 중국 땅 감옥 묘역에 묻혀있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것 같다.
부끄럽지만 현실이다. 국권 침탈의 주역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포살(砲殺)한 혐의로 32세의 젊은 나이에 교수대 형장에서 생을 마감한 안 의사. 그의 유해는 조국 대한민국에 봉환되었어도 진즉 됐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싸늘한 이국 땅에 묻혀있다.
▲ 안중근 의사(가운데)가 정근, 공근 두 아우(왼쪽끝 두 사람)와
프랑스인 홍석구 신부(가운데 등이 보이는 사람)를 면회하고
최후 유언을 전하고 있는 장면이다. (안중근의사숭모회 제공)
나와 안 의사와의 '만남'은 수원농고 5학년 때인 1948년 이뤄졌다. 나는 '의사 안중근'이란 연극에서 안 의사의 역할을 맡게 됐다. 그 인연 때문에 나는 그의 유해발굴과 봉환을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 왔다. 뤼순 묘역을 7차례 찾아가 유해가 묻혀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을 탐사했다. 중국 공안에 체포되어 벌금을 물고 풀려난 적도 있다.
▲ 안중근의 부인 김아려 여사, 아들 준생씨와 딸 현생씨.
(1908년 찍은 것으로 추정 : Photo 안중근 기념관)
그러나 역대 정부는 안 의사 유해발굴을 수수방관해오다 4년 전 통일부가 광복6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중국, 북한과 유해발굴 공동 작업에 합의했다. 그 후 서너 차례 모임이 뤼순에서 있었으나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가보훈처가 25일부터 발굴 작업에 착수한 것은 뒤늦긴 했으나 다행스런 일이다.
지금 뤼순 묘역은 도시개발로 나날이 침식되고 있다. 더 이상 발굴을 미룬다면 "조국 땅에 묻히고 싶다"는 안 의사의 꿈은 영원히 물거품이 될지 모를 일이다. 안 의사는 뤼순감옥의 저명인사 묘역에 묻혀 있다. 안 의사 서거 후 이 묘역을 참배했던 한국인 2명의 증언이 있으며, 한 사람은 생존해 있다.
▲ 뤼순감옥과 건물 배치도
우리는 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안 의사는 테러리스트로 매도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위대한 정치사상가일 뿐만 아니라 이를 행동으로 옮긴 독립운동가였다. 안 의사는 옥중에서 그 유명한 '동양평화론'을 제창했다.
일본이 조선의 국권을 되돌려주고 만주와 중국에 대한 야욕을 버려, 한중일 3국이 각각 독립을 유지하는 가운데 협력해야만 동양평화가 실현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요즘 활발히 논의되는 동북아시아 공동체론의 모태이고 유럽연합보다 100년이나 앞선 제안이다.
그가 인도의 간디, 중국의 쑨원, 마오쩌둥과 함께 근대 아시아가 배출한 4대 정치사상가로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안중근 의사가 수감되어 있던 뤼순감옥 옥사
오늘, 안 의사의 기개를 다시 회고해 본다. 그는 재판에서 "나는 사람을 죽인 살인자가 아니다. 대한제국의 의병 중장 자격으로 일본군과 전쟁을 벌이다가 잡힌 포로이니 만국공판에 회부하라"고 외쳤다. 방청 중이던 러시아, 중국, 일본인은 물론 재판부까지 그 당당한 기개에 감탄했다.
그의 어머니 조아려 여사는 안 의사에게 사형선고가 내려지자 아들 정근, 공근을 뤼순으로 보내 "나라를 위해 그토록 큰일을 하고서도 상고(上告)한다면 남들이 살기 위해 몸부림친다고 비웃을 것이니 당당하게 처신하라"는 뜻을 전했다.
▲ 안중근 의사가 집필한 동양평화론 원고
안 의사는 옥중에서 200여 점의 유묵(遺墨)을 남긴다. 견리사의견위수명(見利思義見危授命·이익을 보거든 정의를 생각하고 위태로움을 보거든 목숨을 던져라). 이 글귀대로 조국독립을 위해 목숨을 던졌다.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돌파하고, 세계 무역 12위 국가로 성장한 오늘날까지 우리가 안 의사의 소원을 들어주지 못한다면 후손의 역할을 다한다고 볼 수 없다.
국민적 관심 속에 안 의사 유해발굴과 봉환으로 그의 영혼을 달래주는 일은 99년 전 국권이 외세에 침탈 당하자 온몸을 던져 나라를 구하려 한 '순국(殉國)의 정신'을 오늘에 되살리는 길이기도 하다.
▲ 하얼빈공원에 세워진 안중근의사 유묵비 |
첫댓글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심과 숭고한 정신에 숙연해 집니다 좋은 글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