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 불규칙’처럼 ‘불’(不)이 붙으면 ‘경기, 규칙’이 아니거나 반대되는 뜻의 말이 된다. 그런데 사전에는 ‘한당’(汗黨)이 ‘불한당’(不汗黨)의 준말이라거나 같은 뜻의 말이라고 되어 있다. 그렇다면 그 ‘불’(不)이 수수께끼다.
‘불한당’에서 ‘불’이 빠지면 ‘한당’이 아닌데, 같은 말이라고 하니 이 ‘불’은 ‘불’(不)이 아니어야 한다.
‘불상놈, 불호령’의 ‘불-’은 ‘몹시 거친, 막가는’이란 뜻의 우리말 조각이다. 이 ‘불상놈’의 ‘불-’과 ‘불한당’의 ‘불-’이 같은 우리말 조각이라고 봐야 한다. 그래야 수수께끼가 풀린다. 그리고 ‘상놈’과 ‘불상놈’의 뜻이 같듯이 ‘한당’과 ‘불한당’의 뜻이 같아진다.
‘한당’도 한자말이 아니다. 그 말밑을 근거도 없는 한자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우리말 ‘한데, 한둔’의 ‘한’과 ‘남사당, 무당, 주당(뒷간 지킴이)’의 ‘당’에서 찾아야 한다.
한자말 ‘불한당’은 국산이지만 따로 있다. 조선 영조 때 남인 김한구(金漢耉) 무리를 남한당(南漢黨), 북인 홍봉한(洪鳳漢) 무리를 북한당(北漢黨)이라 했는데, 이도저도 아닌 중도파를 ‘불한당’(不漢黨)이라 했던 것이다. 이 ‘불한당’은 ‘불’이 빠지면 한당(漢黨)이 아니(不)니까 이치에 맞다.
도둑 무리인 ‘한당’에 ‘불-’이 붙어 ‘불한당’인 것을, 불한당(不漢黨)처럼 엉뚱한 한자를 붙여 그것을 한자말로 꾸미고, 더구나 한당(汗黨)을 그 준말이라고 했으니, 눈 감고 아웅도 이만저만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