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부산, 특히 해운대의 호텔들은 사상 최고의 매출을 기록했다. 사상 유례없이 더운 날씨였지만 부산지역에는 비가 거의 오지 않아 피서객들이 몰린 탓이다. 부산에는 특1급 호텔이 7개, 특2급이 4개 있고 1급과 비즈니스급이 각 11개, 2급, 3급이 각 9개씩 있다(부산관광공사 자료). 이중 특급과 비즈니스급 호텔들, 그리고 콘도미니엄(4)과 게스트하우스(14)들은 대부분 해운대지역에 편중돼 있다. 그만큼 부산에 오는 관광객들이 주로 해운대 숙박을 선호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해운대는 아직은 여름관광지에 머물고 있다. 지역내 호텔과 인근 벡스코 등에서 국제회의가 많이 열리지만 이들 행사도 여름에 편중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계절적 한계를 극복하는게 부산 호텔들, 그리고 관광업계의 숙제이다. 물론 호텔은 비수기에도 주말 영업이 그럭저럭 괜찮지만 문제는 주중이다. 그런 점에서 부산시와 해당 구청, 그리고 관광업계의 치밀한 공동노력이 요구된다. 9월 12일 방문했던 웨스틴조선호텔 노상덕총지배인의 이야기도 그랬다. 한여름이 아니어도 해운대 앞바다에서 윈드서핑 등 해양스포츠활동이 활성화된다면 관광객 유치에도 도움이 되고 멋진 바다경관도 연출할 수 있는데 관련시설이 없어 참 아쉽다는 것이다. 윈드서핑을 즐기는 매니아나 관광객들은 해운대 숙소에서 차를 타고 고개너머 송정해수욕장까지 가야하는 불편함이 있는 것이다.
부산시청이나 다른 관변에서 주최하는 전시-컨벤션이나 축제 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주문이 많았다. 관련업계에서는 관변에서 주도하는 행사만이라도 여름 성수기를 피해 진행한다면 비성수기 손님 유치와 시설가동률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었다. 관광마이스산업 발전에 공공이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 지 숙고해볼 가치가 있는 주문이 아닌가 싶었다.
웨스틴조선호텔(290실)은 1970년대에 설립된 부산 최초의 특급호텔이다. 지금은 규모에서는 파라다이스호텔(540실)이나 서면롯데호텔(804실)에 뒤지고 고급호텔의 이미지로는 올해 새로 개장된 마린시티의 파크하얏트부산에 밀리지만, 동백섬에 자리잡아 해운대 백사장과 달맞이고개를 조망할 수 있는 입지와 멋진 식음료 부대시설들로 인해 여전히 부산시민과 외지관광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호텔이다. 이 호텔은 과거 특혜로 건축허가를 받아 동백섬을 가린다는 비난을 받았지만 근자에 부산시와 해운대구가 허가한 해운대비치의 108층짜리 관광리조트 건물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닌 애교가 되고 말았다. 지금 해운대에 필요한 것은 백사장변에 어울리지 않는 이런 터무니없는 고층빌딩의 고급호텔이 아니라 국내외 관광객들이 큰 부담없이 와서 묵을 수 있는 비즈니스호텔, 중저가의 리조트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