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여기 저기에 들깨가 자라고 있다. 작년에 몇 그루가 씨를 여기저기 톡톡 뿌리더니 올해는 앞마당, 옆마당, 뒷마당 할 것 없이 여기 저기서 자라고 있다.
봄에만 해도 모종을 떠다가 밭고랑을 만들고 예쁘장하게 심어도 봤지만, 시들시들하니 잘 자라지 않아 그냥 내가 찾아다니면서 깻잎을 따 먹기로 했다.
32도를 웃도는 폭염에도 불구하고 깻잎 장아찌를 담글 계획을 세웠다.
인터넷에서 요리법을 찾아보니 깻잎 100장이 필요하다. 주머니 앞치마를 허리에 두르고 팔토시, 마스크, 밀짚모자로 중무장을 하고 마당 여기저기를 다녔다.
잔디밭 궁궐에 거주하시는 방아깨비님과 메뚜기님, 요즘 들어 토실토실 살이 오르신 귀뚜라미님까지 모두 깻잎에 매달려 날마다 맛있게 식사를 하시니 멀쩡한 잎이 남아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깻잎 한 그루당 절반 이상이 곤충님께서 식사하고 다녀가신 흔적이 있고 어떤 잎은 애벌레가 꼬치를 짓고 늘어지게 숙면 중이시다.
그래도 어쩌랴! 멀쩡한 잎 몇 장 남아 있음에 감지덕지해야겠지.
기대도 안하고 뜯은 깻잎들이 20장, 50장, 80장을 넘더니 100장을 거뜬히 넘기고 120장이나 수확했다.
뜻밖의 횡재다.
곤충님! 당신은 진정한 왕이로소이다. 농사에 농자도 모르는 이 게으른 백성을 위해 먹을 잎을 남겨 주시니 황공무지로소이다.
2024. 8. 17.
마당에 자란 벌레 먹은 깻잎들을 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