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풀 뜯어먹는 소리. TV에서 코미디언 들이 쓰는 말을 듣고 나도 가끔씩 쓰는 말이다. 이 외에도 내가 더러 하는 말은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 ‘담배 옆구리 터지는 소리’다. 일상생활에서 가끔씩 쓰면 말의 양념이 되어 웃음을 자아 낼 수 있다. 요즘은 ‘미국소가 갈비 뜯는 소리’란 말이 또 생겼다.
재작년여름 무주경찰서 판소리강의를 하려고 아내와 朴명창님과 함께 가다가 경치 좋은 진안 용담댐을 바라보고 커피를 한잔 할 때였다.
朴명창이 자기와 함께 도립국악원 야간수업을 하는 교수 한분이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할 때 옆에 와서 잔소리를 늘어놓아 “견초식음 같은 소리 하지 말라고 했어요.” 란 말을 듣고 순간적으로 아! 개 풀 뜯어먹는 소리를 누군가가 짓궂게 한자로 표시했다는 생각이 들어 박장대소 한일이 있었다.
이 말은 얼토당토않은 일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그 교수님은 나도 잘 아는 분으로 진하고 야한 농담을 잘 하는 사람이라 그렇게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그날 밤 바로 컴퓨터에서 犬草食音을 검색해 보았다. 카페, 블로그 등에 여러 말이 많이 실려 있었다. 진즉부터 많이 쓰는 말인데 내가 정보에 어두웠을 뿐이라는 것을 알았다.
“뚱딴지같은 소리, 염장 지르는 얘기, 봉창 두드리는 소리, 동문서답으로 말꼬리 잡는 얘기, 적반하장 얘기, 독불장군 얘기, 귀신 씨 나락 까먹는 소리, 처녀가 애 낳고 하는 소리, 똥오줌 못 가리는 얘기”
나도 나름대로 어떤 말이 거기에 해당되는 말인가를 곰곰이 한번 생각해본다. (1) 옆 사람이 열 내서 말을 하고 있는데 중간에 딱 잘라 나서서 아는 체하는 말. (2) 입만 열면 자기 자랑이나 늘어놓고 그도 모자라서 아들 딸 자랑 한 소리. (3) 한번 모시겠다고 해놓고 모시기는커녕 전화한마디 없는……(4) 청첩장 받고 참석 못해서 죄송하다며 며칠 내로 전주 가서 뵙겠다고 해놓고 무소식인 그 약속. (5) 입은 은혜는 내동댕이 쳐버리고 베푼 일만 늘어놓는 변이 견초식음에 해당하려니 싶다.
며칠 전 집 옆에 있는 홈플러스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바람이 하도 시원해서 길가 의자에 앉아있었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 5명이 옆 의자에 와서 앉았다. 손녀 생각이 나고 하도 귀여워서 옆으로 갔다.
야유회를 간다고 각자 그 매점에서 산 물건을 비닐봉지에 넣어서 들고 있었다. 플라스틱 병에든 냉커피를 꺼내더니 빨대 껍질 쓰레기를 땅에다 버리기에 “거기다 버리면 안 되지” “야! 우리가자” 아마 내가 하는 소리가 견초식음 쯤으로 들렸는가 보다 싶어 얼른 그 자리를 벗어나 버렸다. 그 앞에 있는 쓰레기통에다 버릴 줄 알았던 내 기대는 여지없이 어그러지고 말았다.
다음날 아내의 은사님을 모시고 고창에가 아내의 친구 내외를 만났다. 아내의 친구는 김제에서 여중학교 교장 정년퇴직을 하였다. 선운사 입구에 가서 복분자주를 곁들인 풍천장어 점심 대접을 받고 기분 좋게 쏟아지는 비속운전을 하고 오는 길이었다.
내가 며칠 전 홈플러스 앞에서 있었던 얘기를 하였다. 전직 교장 선생님은 이때를 놓질 세라 열변을 토하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그 애들 꼴을 보지 않고 살고 있어 지금이 그렇게 좋을 수 가 없다는 것이다. 공교육은 완전히 실종돼 버렸다고 한탄을 했다.
학생이 선생의 말을 듣지 않고 약간 심하게 감독을 하면 학부모가 찾아와서 항의를 한다고 했다. 머리는 파마를 하고 교복을 학생복답지 않게 줄여서 입은 것을 지적하면 교묘한 방법으로 피해나간다고 했다. 학부모는 우리아이가 멋을 부리는데 왜 쓸데없는 간섭을 하느냐고 한단다.
함께 타고 있던 80세 은사님이 그 말을 듣고 말씀 하셨다. 일제강점기에 교육을 받고 최근에도 일본여행을 했는데 거기 학생들은 그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일본은 우리가 저주하고 싶은 나라다. 그러나 미워하면서도 본받을 것은 배우는 것이 올바른 자세라고 생각한다.
교장선생의 훈시를 견초식음으로 여기는 학생들의 교육을 누군가가 책임을 지고 언젠가는 바로 잡아져야 할 것이다. 공교육과 가정교육이 영리만을 추구하는 사교육에게 목이 죄어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오는 7월 23일 교육감을 처음으로 도민 직접선거로 선출한단다. 신문에 출마자들 이름이 오르내린다. 그 한사람의 힘으로 될 수가 없다고 할지 모르지만 실종된 공교육을 되찾을 수 있는 사람에게 열손가락에 힘을 주어 팍 눌러 찍어야겠다. 이말 또한 ‘견초식음’으로 취급돼 버리면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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