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에 불교에서 전래한 것들이 많습니다. 불교가 오랫동안 민족의 삶과 정신 세계에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지요.예컨대 체면을 뜻하는 면목(面目)은 본래 사람의 맑고 깨끗한 진수(眞髓), 즉 불성(佛性)을 일컫는 말 이었습니다. 도지사의 '지사는 절의 사무를 맡아 보는일이란 뜻이었고, 기독교의 장로는 본디 지혜와 덕이 높은 스님이란 말이었 답니다. 투기란 단어도 불가에서 나왔답니다.마음을 열고 몸을 던져 부처의 깨달음을 얻으려한다는 의미였으니 요즘과 달리 뜻이 훌륭했던 말입니다. 투기처럼 의미와 인상이 달라진 불교 용어로건달(乾達)이 있지요. 산스크리트어 간다르바를 한자로 표기한 '건달바'에서 유래한 이말의 본뜻은 '음악의 신이랍니다. 수미산(세계의 중심에있다는 상상의 산)남쪽 금강굴에 살면서 천상의 음악을 책임진 신이다. 술과 고기는 입에 대지 않고 향내만 맡고 사는 신으로, 불법을 수호하는 팔부신중(八部神衆)의 하나랍니다. 석굴암에 가면 건달바를 비롯한 팔부신중의 상을 볼 수 있답니다. 불교도 들이 향을 피우는 건 건달바를 봉양하는 행위에서 비롯된 풍습이라 한답니다. |
향기와 음악은 손으로 잡을수 없는것 이지요. 그래서 건달바가 사는 성, 즉 건달성은 신기루를 뜻하기도 했답니다. '인생이 건달성과 같다'는 불가의 말은 인생무상의 동의어지요. 건달이 '하는일 없이 빈둥 거리는 사람' '난봉꾼'이란 의미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조선 중기이랍니다. 양반 문화가 예술을 천시하던 시절이 지속 되면서 '건달'의 위상도 추락한 것이리라. 경제 사학자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가 노무현 정부를 "건달 정부"라 불러 파문을 일었지요. "이 정부는 국내는 물론 국제 정치에서도 하는 일이 없다"거나 "체계없이 일만 벌려놓고 있으니 아이디어의 쓰레기통에 불과하다"는 등의 비판엔 과한점도 없지 않아 보입니다. 그럼에도, 청와대와 여당이 보인 반응은 유치했답니다. "교수가 어떻게 건달 정부라고 말할수 있느냐" "허무맹랑한 소리를 뉴스라고 쓰는게 우리 언론"이라는 등의 대꾸는 너무도 단세포적이지요. 그건 여권의 속이 좁다고 광고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청와대와 여당은 비판의 목소리에 좀더 귀를 기울일 수 없는걸까요. 태도를 바꾸면 "양반 정부"란 소리를 들을수 있을텐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