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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 저 「광인일기」의 새로운 의미를 찾아서! |
21세기에 다시 읽는 「광인일기」
마오쩌둥은 루쉰에 대해 ‘위대한 문학가, 사상가이자 혁명가’요, ‘중화민족 신문화의 방향’이라고 평했다. 마오쩌둥의 이러한 권위 있는 평가 때문에 그동안 많은 비평가들이 루쉰의 「광인일기」에 대해 평가를 할 때 작품 외적 접근에 무게를 두었다. 그래서 「광인일기」는 1919년 5월 4일, 베이징 대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일으킨 ‘5.4신문화운동’ 시기, 중국의 특정 지역에서 나타났던 인간의 삶과 세계 인식에 대한 텍스트로 읽혀 왔다.
『루쉰의 광인일기, 식인과 광기』의 저자 이주노 교수는 「광인일기」에 수없이 덧씌워진 정치적 함의와 일정하게 ‘거리두기’를 하면서 ‘광인’과 ‘식인’이라는 키워드로 텍스트를 꼼꼼하게 읽었다. 작품 속 텍스트들을 한 시대, 한 지역의 문제로 해석하기보다는 그 작품 속에 숨겨진 인류 보편적 문제를 발견하려는 관점을 취할 때, 그 비평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작품 독해의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비평가는 작가의 전기적 요소나 작품 창작 당시의 특수한 정치, 문화 상황과는 가능한 한 거리를 둔 절대주의론적 비평 관점을 취할 필요가 있다. 이주노 교수는 『루쉰의 광인일기, 식인과 광기』에서 세계문학 속 광인에 관한 비교문학 연구, 한중일 3국의 「광인일기」 연구 현황까지 총망라하였다. 이 책은 21세기 한국의 독자에게 보편적 고전 읽기의 안목으로써 「광인일기」 독해의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광인일기」의 새로운 의미를 찾아서
작품은 작가 손을 떠나는 순간부터 하나의 우주가 된다. 이 우주는 작가에 의해 창조되었지만, 작가가 의도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요소를 이미 자기 안에 지니고 있다. 자기운동을 하는 이 우주는 유한하되 시작과 끝이 없는 무한의 시공간이다. ‘이 우주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왜, 어떻게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 이르기까지, 이 우주를 기술하고 설명하는 이론적 시도는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만약 이러한 시도를 통하여 이 우주의 존재를 완벽하게 해명하는 이론이 발견된다면, 그것은 독자의 이성이 거둔 최종 승리라고 할 수 있다. 이때야 비로소 우리는 창조자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16)
오늘 밤, 달빛이 참 좋다. 내가 달을 보지 못한 지 벌써 30여 년, 오늘 보게 되니 정신이 유난히 상쾌하다.
독자가 알아차리든 어떻든 작가는 제1절에서 이 작품의 가장 주요한 의미항들을 드러낸다. ‘달’은 그 첫 번째 의미항이다. 오늘 밤 밝은 빛의 ‘달’은 자연현상으로서의 달이다. 그러나 ‘내가 달을 보지 못한 지 벌써 30여 년’이라고 진술하는 순간, 그 ‘달’은 그저 밤하늘에 떠 있는 자연계의 일부가 아니다. 자연계 일부인 ‘달’이라면 30여 년간 의식하지 못하였을 리가 없다. (18~19)
이주노 교수는 「광인일기」를 작가에 의해 창조된 ‘하나의 우주’로 간주하고 작품에 나오는 소재 하나에서도 거기에 담긴 특수한 의미를 찾아내려고 한다. 이는 거대한 우주의 존재를 완벽하게 해명하기 위해서 지구에 있는 작은 생명체의 존재 이유를 해명하려는 의도와 같다.
『루쉰의 광인일기, 식인과 광기』는 이주노 교수의 「광인일기」에 대한 공부 이력이면서 매우 독특한 비평서이다.
*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