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가 책상위에 있다.
집으로 가져가야겠다.
아이들이 찾을지도 모르므로..
지하주자장으로 들어가면
담배를 못 피운다.
모양도 안나고
꽁초처리에 갈등이 생기기 때문이다.
차에서도 안피운다.
차에서 냄새가 나면
우선 내가 싫고
아내와 아이들이 싫어하고
꽁초처리가 난감하므로,,
오래 전부터 생긴 버릇이다.
차를 타기전에 한대 꼬실리자.
입안에서 강하게 니코틴이 당긴다.
혓바닥이 뽀닷하고 군침이 감겨온다.
이게 중독이라는 생각을 한다.
내 혈중 니코틴농도가 엷어졌음을
혓바닥이 먼저 안다.
삼실을 나와 당구장 앞을 지나면
복도끝에 널찍한 베란다가 있다.
내가 애용하는 흡연구역이다.
담배한대를 꺼내들고
이넘을 태워 마른 혓바닥을 적시며
혈중 니코틴농도를 올린다.
문득 저편 광명아파트단지와
교회당의 십자가가 눈에들어온다.
옛구로공단 귀퉁이에 조금은 어울리지 않지만
정겨운 옛달동네 풍경이다.
그렇지, 갑자기 손에든 카메라가 생각났다.
후레쉬없이 야경모드로 찍어보자.
마침 넓은 난간 위가 눈에 들어온다.
그렇지, 높이도 적당하다.
삼각대가 필요없다.
그렇지, 리모콘도 필요없다.
셀프타이머로 설정한다.
오늘은 레슨을 받아야겠다.
엊그제 배우다 만 폼으로 망신을 사고 있지 않는가..ㅋㅋ
70분을 허공을 향해 신중하게
그림을 그리며 열심히 삿대질을 했다.
왼팔이 뻐근하다.
주자창에 나와 차에 타니
또 카메라가 눈에 띈다.
문을 열고 나오니
차가 삼각대다.
몇장 눌러본다.
10시, 모두 떠난 빈주차장에서
카메라를 들여다 보며
엎드려있는 날 본 사람들이 있다면
뭐랄까..
왜, 카메라를 들여다 보고 있니?
밧데리가 조금밖에 안남아서 LCD창을 켜면
그나마도 못찍거든...이 사정을 알까..ㅎㅎ
저 전등 바로뒤에 우리나라 최고의 골프장 안양베네스트 1번홀 페어웨이가 지날게다. 아무나 받아주지도 회원가입도 시켜주지 않는다는 거만한 골프클럽...장관되면 장관이되었다는 사실을 안양베네스트 명예회원권이 배달되면서 비로소 느끼게 되며, 퇴임하면 점잖게 쫓겨나게 되면서 알게된다는 그 회원권...연습장은 일반인을 상대로 장사한다.. 예전에 한번 멋모르고 걸어들어갔다가 점잖게 쫒겨났다. 그것도 아들녀석 손잡고서..체면 안섰다.
집으로 오면서 유턴하기 전 찰칵.. 역시 밤엔 손각대로 찍는건 한계가 있구먼..
아파트 안으로 들어오면 이런 조형물이 있다.
오늘 보니 참 볼만하네...그동안 뭘보고 다녓지??
차를 1층 주자장에 세우고
본격적으로 여기 저기 그림 될만한 곳을 눌러봤다.
모든 지형지물을 삼각대 삼아...<아파트 동입구>(위)
한가로운 저녁 불빛(아래)
오늘 첨 가본 자리다.
연인들이 애용하기에는 너무 밝다.
그냥 키작은 가로등의 받침대로 있다가
오늘 모처럼 주인공이 되었다.
손전화가 몸부림 친다.
"어디예요??"
"집앞인디"
"왜 안와요??"
"사진찍느라고.."
"이 밤 중에 무슨사진??"
"글씨, 사진이 나오네"
....
"당신 요새 이상해 진것 같네,,안하던 *을 다하고.."
"글쎄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
이 사진을
올리느라
벌써 날이 바뀌었다.
아들넘이 학원에서
날이 바뀌어 귀가한다.
아내는 잠꼬대를 한다.
"지금 몇시에요?"
"응, 1시50분"
"쿠주해버커버브커피??"
아내는 시간을 묻더니 영어까지 한다.
첫댓글 하하하...자네 이러다가 작가 되는거 아녀...즐거운 시간의 흐름을 보여준 사진 넘 즐겁게 감상했네...
한편의 드라마를 써부럿구먼잉~~~ 원더풀하다. 즐거운 주말 보내게~~~
이렇게 열정을 갖고 무언가에 미치다보면~~ 어느사이에 정상에 우뚝섬을 알게 된다.~~~ 화이팅~!!
역시 멋진 내면이있는 친구이네~
예술이네^*
아마도 그림 왕창 덧칠해 놓고는 이해하는 사람이 보면 금상이라던 그리고는 정말로 금상을 받았던 그 친구의 모습을, 가슴을 울렸던 그 편지의 글 처럼, 다시 그 모습을 보아 넘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