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 30분. 순례를 시작합니다. 오늘은 미사로 순례를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장소는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입성을 시작한 ‘벳파게’입니다. 올리브 산에서 동쪽 베타니아로 내려가는 길에 위치하며 ‘벳’은 집을, ‘파게’는 무화과나무라는 뜻입니다. 다윗왕이 피신했던 장소였으며, 즈카리야 예언자는 14장에서 주님의 날에 올리브 산이 두 개로 갈라질 것을 예언하였던 곳이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잎은 무상하나 열매를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를 저주하셨고, 예수님께서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 입성을 시작하신 곳입니다.
벳파게 성당 입구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그린 벽화
이곳에서 저희는 장기동 성당의 박광선 신부 주례로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특별히 함께 하지 못했던 신부, 신동환 신부, 서강휘 신부, 정병덕 신부를 기억하며 미사를 했습니다.
박광선 신부
이제는 주님 승천 경당입니다. 예수님이 승천하실 때 남기셨다는 발자국이 선명한 바윗돌을 중심으로 처음 교회가 세워진 것은 기원 후 380년경입니다. 십자군 당시 이곳에 8각형의 작은 교회가 지어졌는데 예수님의 승천을 상징하여 천장을 만들지 않았답니다. 그러나 이곳을 장악한 무슬림들은 이 교회 천장에 둥근 지붕을 만들어 씌우고 이곳을 이슬람 사원으로 변경시켜 버렸습니다. 무슬림들도 예수님을 예언자 중 한명으로 보아 예수님의 승천을 인정하므로 이곳을 이슬람 사원으로 개조해 놓은 것이지요. 2004년 주님 승천 대축일에 이곳에서 미사를 봉헌했던 기억이 나서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참고로 이곳은 주님승천 대축일에만 그리스도인들이 이곳에서 전례를 행할 수 있도록 합니다.
주님 승천 성당
승천하셨던 발자국
예수님을 느끼면서... 송태일, 이성만 신부. 그런데 발자국에 손을 대고 있지 않네....??
장소를 옮겨 주님의 기도문 성당입니다. 예수님 승천 경당에서 남쪽으로 100미터 내려가니 주님의 기도 성전이 보였습니다. 이 성전 옆에는 가르멜 수녀원이 있습니다. 이곳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주님의 기도를 가르치신 곳이라고 전해 온 곳입니다. 이 세상 말기에 나타나는 징조들에 관하여 설파하신 곳도 이곳이라고 전해집니다.
예수님 말씀들을 기리기 위하여 4세기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이 곳 올리브 산 위에 처음 기념교회를 세웠으나 614년 페르시아 인에 의해 파괴되고 12세기 십자군에 의해 다시 세워진 교회 역시 후일 이스람교인에 의해 파괴되고 맙니다.
현재의 성전은 1875년 프랑스에서 가톨릭의 가르멜 수녀들을 위한 수녀원과 함께 건립한 것입니다. 수녀원 건물 벽에는 한국어를 포함하여 세계 62개 언어로 주님의 기도를 번역하여 새겨 놓고 있습니다.
여기서 사실 아주 열 받았습니다. 왜냐하면 번역된 주님의 기도 때문이었습니다. 주님의 기도가 2004년에 왔을 때와 달리 아주 새것이더군요. 그래서 새 번역에 맞춰서 다시 붙였나 싶었더니만 아니었습니다. 글쎄 개신교 목사가 이번에 새롭게 번역이 되었으니, 다시 붙였으면 좋겠다면서 어마어마한 기부금을 냈다고 합니다. 그래서 가르멜 수녀원에서는 확인도 하지 않고 기존의 것을 깨부시고 새롭게 번역되었다는 목사의 ‘주님의 기도’를 붙였다는 것이지요. 문제는 그 주님의 기도가 개신교에서 쓰는 주님의 기도였습니다.
결국 개신교의 주님의 기도도 붙고, 가톨릭의 주님의 기도도 붙는.... 한국말만 두 개나 붙어있는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돈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나?
새로 붙여 놓은 주님의 기도
개신교가 붙여놓은 주님의 기도... 말도 안된다...
주님의 기도 성당
주님의 기도를 말씀하셨던 옛날 그 자리. 사람들이 자신들의 염원이 담긴 기도문을 써 넣더군요.
예수님께서 가르치신 장소라고 일컬어지는 바위를 사람들이 하도 떼어가서 지금은 하얗게 회칠해 놓았습니다.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우리 역시 예수님처럼 권위있는 말씀을 전하는 사제가 되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예수님께서 가르치신 바위 위에 앉아서.. 박광선 신부.
주님의 기도 성당 내부.
주님의 기도 성당을 나오면서 대형 이스라엘 국기를 보았습니다. 저것이 무엇인가 했더니만, 이 근처가 모두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살고 있는 지역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유대인들은 이 땅을 사고 싶어서 난리지요. 그래서 백지수표를 내밀었다고 하네요. 그러나 팔레스타인 난민들은 그 수표를 받고서 집을 팔 수가 없답니다. 왜냐하면 물려받은 땅을 팔아먹은 배신자로 몰려서 암살을 당한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어떤 팔레스타인이 그 집을 팔아서 도망갔지만 결국 암살당했다고 하네요. 그때 팔았던 집이 바로 대형 이스라엘 국기가 있는 집입니다. 이 집은 이스라엘 사람이 살고 있다는 표시인 것이지요. 그러나 무서워서 살지 못하고 군인들만이 거주하고 있답니다.
대형 이스라엘 국기와 이성만 신부
눈물 성당 앞에서 예루살렘 정경을 바라봅니다. 저 멀리 다윗의 성이 보입니다. 요빠 성문 옆에 위치하면서 예루살렘 성을 둘러싸고 있는 성벽의 일부분입니다. 이 성은 헤로데 왕이 지은 궁전이며, 예루살렘 서쪽을 방위하고자 만든 것으로써 두터운 성벽과 3개의 큰 망대 탑으로 되어 있습니다. 기원후 70년 로마제국의 티투스 장군이 그의 로마 10군단을 주둔시키기도 하였고, 이슬기람 시대에는 그들의 행정 중심부가 되기도 하였으며 십자군들은 이 성을 십자군의 성으로 재건하기도 했습니다. 현재의 성은 16세기 중엽 오토만 터키의 지배 당시 술래이만 대제에 의해 다시 건립된 것입니다. 비잔틴 시대에 이 시온 산을 다윗 왕과 관련지어 남아 있는 큰 탑을 다윗의 탑이라 불렀습니다.
가이드는 솔로몬왕이 기름부음을 받은 기혼샘 위치를 가리키면서 4키로미터 길이의 올드시티를 설명해주었습니다.
눈물 성당 앞에서...
황금서원, 바위서원이라고 불리는 곳을 가리킵니다. 이사악을 제물로 바치려고 했던 모리야산의 위치가 바로 이곳이랍니다. 창세기 1장의 하느님 창조의 시작도 바로 이곳에서 이루어졌다고 하네요. 참고로 지붕이 정말로 순금으로 이루어졌다는 깜짝 놀랄만한 사실입니다.
황금서원, 바위서원이 보입니다.
주님의 기도 성당을 나와 눈물 성당으로 이동하면서 향백 나무를 발견했습니다. 솔로몬왕이 성전을 지을 때 레바논에서 수입해서 썼다는 나무이지요. 그러면서 이스라엘의 공동묘지도 보게 되었습니다. 모두가 동쪽을 향하고 있는데 그 이유가 부활을 위해서라고 합니다. 그래서 관도 쓰지 않고 있지요. 그런데 여기서 신기한 것 하나 무덤 위에 돌이 올려져 있는 것입니다. 어떤 무덤은 많이, 또 어떤 무덤은 아주 적게 올려져 있었습니다. 그 돌이 많을수록 존경을 받았던 인물이라고 하네요. 사람들은 존경의 표시로 무덤 위에 돌을 올려놓는다고 합니다. 나는 과연 몇 개의 돌이 올려질까요?
향백나무
이스라엘의 무덤
눈물성당 입구에서 세례자요한의 빵이라 불려 지는 쥐엄나무 열매를 보고 맛을 보았습니다. 탕자의 비유에 나오는 그 열매, 생각보다 맛이 있더라고요. 그러나 이것이 가난한 사람들의 주 식량이라고 하지요.
쥐엄나무 열매
눈물성당 입구에 석관이 놓여있었습니다. 신약시대부터 쓰여지기 시작했다는 석관입니다. 예수님께서 돌아가시고 여인들이 몰약과 향유를 가지고 온 이유는 시체 썩는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서라고 하지요. 아무튼 신약시대에 장례는 보통 1년 정도 지속되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시체가 완전히 썩어서 뼈만 남는 시간이 그 정도 걸리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예수님이 ‘나를 따르라’ 했을 때, 장례를 치루고 가겠다는 사람에게 당장 따르라고 했던 이유를 알겠습니다. 1년이나 기다린 뒤에 예수님을 따르기에는 예수님께 이 세상에 남아 있는 시간이 너무나 적었던 것이지요.
석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을 바라보시며 눈물을 흘리셨다는 곳입니다. 혹자는 예수님의 예언이 실현되었다고 하지요. 즉, AD 66년부터 시작된 이스라엘의 항쟁이 AD 70년 완전한 멸망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화려했던 비잔틴 시대에도 성전이 지어지지 않았습니다.
현재의 이 성당은 게쎄마니 대성전을 설계한 건축가 안토니오 뻬르룻치가 설계, 1955년에 완공한 것으로 지붕을 눈물 모양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또한 예수님 당시의 장례 풍습인 애도의 뜻으로 눈물을 넣었던 눈물단지 모양도 지붕에 조각하였습니다.
눈물성당
첫댓글 아름다움과 엄숙함이 함께하는 장면 너무 좋습니다... 저는 컴퓨터앞에 않아서 여행을 하네요... 감사합니다 신부님!
신기하게 단단한 돌에 새겨진 승천발자국 보며.. 키와 비례한다면 예수님체구가 크지않으셨나보다싶네요... 너무도 오랜세월의 역사가 배어있는 곳이라선지 곳곳의 성당들과 성과 모든 곳들이.. 주인이 수없이 바뀌는 파란만장한 사연을 지니고 있는 땅이고... 곳곳에 깊은의미와 이유가 서려있지않은 곳이 한곳도 없군요. 특정한 상징같아보이는 황금사원순금지붕이 눈부시고 깜짝 놀랄만한데요.. 유럽 대부분의 교회도 엄청나게 화려한 장식으로 만들어진 곳들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최고의 정성이 깃들여있다고 여겨지지만.. 오히려 아무장식없이 소박하고 단조로운 주님기도 성당이 진정 기도하는 장소같아보여요...
예수님이라면 화려하게 교회를 치장하는 것 보다는 기도하는 곳이자 어렵고 힘든 사람들 또하나에게 시선을 돌리길 더 좋아하실것같단 생각드네요(무식한 제생각^^).저처럼 게으르면 절대로 안되겠지만.. 사람들에게 꼭 존경받는 인물로 남아야만할까요? 드러나지않는 훌륭한 삶을 살다간 분들도 많을텐데요... 또 꼭 해야할 일을 마치고 역사뒤로 은거하는 존경할만한 참 영웅들도 계시니까요.. 세례자요한 처럼요.. 그런데 쥐엄나무열매가 꼭 육포같아 보여요(^^). 마치 시간여행하는 듯한 성지유적들과 현대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복잡한 인상이 풍겨지는 곳에서...
이렇게 역사시간 보다도 더 세세하고 재밌는 자상한 설명곁들인 이번 순례기행에도 함께 할 수 있어 너무나도 감사해요.^^
눈물성당에서,,,1시간 묵상했었어요,,,예수님의 눈물을 생각하며....오늘은 54일기도 36일째,,,,
정말 이해가 안 되었던..장례를 치를 시간을 주지 않고 '나를 따르라'고 하셨던 예수님의 말씀에 대한 의문이 풀어져 속이 다 시원하네요..그 귀절에서는 아주 쬐끔(?) 논리적인 분석을 했었거든요..암튼, 선무당이 사람 잡고..무식하면 온갖 억측도 많아진다니까요..^^* 그러나! 제게 일어나는 사소한 일 하나도 하느님께서 다 정하신 때가 있다는 것을 믿습니다..주님의 발자국..주님의 기도 성당과 눈물 성당..날마다 새로운 것들을 보여주신 신부님, 고맙습니다..근데..황금 서원의 지붕을 노리는 도둑들은 없었을까요? 명작 애니메이션 영화 '욤욤공주와 도둑'에서 도둑이 기어오르던 둥근 황금지붕도 황금서원을 모작한 것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