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뉴스가 특종으로 뜰 때에는 홍영표 의원이 한나라당 의원인 줄 알았다.
아시다시피 민주당 홍영표 의원이 부실 매몰이라면서 공개한 사진 석 장은
민주당 우제창 의원 지역구인 백암 현장에서 몰래 촬영한 사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용인시장 역시 민주당 소속이다.
정치 도의상 이런 일은 매우 드문데, 굳이 전북 고창이 고향이고, 인천 부평을이 지역구인 홍영표 의원이 굳이 남의 동네까지 찾아와 이 사진을 몰래 찍어다가 공개했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
앞뒤가 안맞는다. 논리적으로 의심이 든다.
일단 사진부터 보자.
- 비닐이 아예 없다. 관리감독 공무원이 있었을 텐데, 이 사람 아마 처벌될 것같다.
이 사진 보면 날짜, 시각, 관리자, 매몰자 신상 다 나온다.
- 비닐이 듬성듬성 있다. 게다가 아래는 물구덩이다. 거길 산 돼지들이 돌아다닌다.
- 비닐 없이 생매장 중이다.
사진을 보니 매몰 매뉴얼대로 하지 않은 건 틀림없다. 역시 목불인견의 생매장이요,
부실이 생생한 현장이다.
어쨌든 그게 주제는 아니고, 난 왜 부평 국회의원이 굳이 남의 지역구인 용인까지 와서 이런 장면을 몰래 촬영해갔을까 더 궁금하다.
우선 홍영표 의원이 이 사진을 직접 찍었을까? 아니면 미리 이런 걸 예견해서 보좌관을 보내 숨어서 촬영했을까? 아마 그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백봉리는 1월 11일에 5410마리, 고안리는 1월 21일에 756마리, 근삼리는 1월 25일에 555마리를 각각 매몰했다고 한다. 따라서 공무원이나 관련자가 촬영한 듯하다. 카메라 앵글로 보아 숨어 찍은 것도 아니다. 촬영자는 아마도 공무원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동료인 우제창 의원이 버티고 있는 용인 처인구에 몰래 와서 촬영했다는 건 상식적으로 믿어지지 않는다. 우제창 의원하고 철천지 원수를 지지 않은 바에야 이럴 리가 없다.
우제창 의원은 구제역 예방한다고 초소 근무도 하고, 현지 방문을 몇 번 한 것으로 언론에 소개되었다.
- 앗, 찾다보니 상황실만 방문한 것으로 나오네. 이러니 정치인들 좀 그만왔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오지.
이런 마당에 홍영표 의원은 같은 당 동료인 우제창 의원에게 귀띔이라도 해줄 일이지 굳이 망신스럽게 폭로해버린 이유가 뭘까?
상상력을 발휘해보면 이렇다.
1. 평소 동료인 우제창 의원을 골탕먹이기 위해 노리다 한 건 하지 않았을까.
2. 우제창 의원하고 사이가 나쁜 김학규 용인시장을 골탕먹이기 위해 한 건 하지 않았을까.
3. 김학규 시장이나 우제창 국회의원을 싫어하는 용인시 공무원이나 현장 인부 중 누군가가 고의로 사진을 찍어 민주당에 제보했는데, 환경위 소속 홍영표 의원이 이 기회를 활용하지 않았을까.
세 가지 중에 답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혹은 이 세 가지 상상 중의 그 어느 것도 진실이 아니든, 홍영표 의원은 같은 당 우제창 의원과 민주당 소속 김학규 용인시장에게 먹칠을 한 건 틀림없다.
사실 용인시 백암면과 이천시 설성면, 안성시 고삼면, 일죽면 등은 용인-이천-안성의 돼지 사육 삼각 클러스터다.
사육두수도 엄청나고, 농장들이 가까이 몰려 있기 때문에 한 곳에서 발병되면 금세 전염되는 단점을 갖고 있다.
용인시 구제역 대책 본부가 있는 백암면사무소 2층은 토요일, 일요일도 없고, 오늘 현재도 방역초소를 운영 중이다. 난 구제역 관련 다른 주제로 오늘까지 2회 방문했고, 이 주제를 탐문하기 위해 농장주 두 분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 또 상황실에서 담당 계장으로부터 설명을 들었다. 그 사이 조성욱 도의원이 세 번 더 기초 취재를 했다. 매몰지 사진도 많이 찍었는데 이젠 올리는 게 의미가 없어졌다.
결과적으로 이런 사태가 생겨 빛이 바래긴 했지만, 용인 지역 구제역 발병이 백암면에서 그친 것은 그나마 농장주들과 공무원들의 노력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현장 공무원 증언에 따르면, 구제역은 지난 2002년 민주당 정권 시절에도 백암을 휩쓸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때 면장, 계장 등 구제역 실무를 맡았던 사람들이 묘하게도 이번에 계장, 과장, 국장이 되어 다른 지역보다 더 신속하게 구제역을 차단하고, 처리할 수 있었다고 한다. 2002년 처리 현황에 대해서는 처음이고 미숙해서 차마 말할 수도 없었다고 했다.
이번에는 경험자가 많아 매우 신속하게 대응한다고 했는데 이 지경이 된 것이란다.
김학규 용인시장은 일주일에 서너 번, 근무 시간 뒤에 별도로 현장을 방문하여 근무중인 사람들을 위로하고 상황을 살피다가 구토를 일으켜 병원에 입원한 적도 있다.
어제는 홍영표 의원의 폭로로 담당 과장이 충격을 받아 병원에 입원한 모양이다.
원래 국장, 과장, 계장의 실명까지 넣어가며 이 분들을 칭찬할 생각까지 있었는데, 그만 이번 사건으로 이름도 거론 못한다. 칭찬은 고사하고 아마 중징계를 받을 것같다.
최근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구제역 발병 농가가 구제역을 막기는커녕 도리어 걸리기를 바라고, 목돈을 챙기려 한다는 항간의 소문과 일부 보도를 보고 격분하기도 했다. 농장주들에게 격분한 게 아니라 그런 언론에 격분한 것이다. 농장주들은 자신들이 기르던 가축을, 아침저녁으로 얼굴 보면서 기르던 가축을 바로 축사 옆에 '비참한 생매장' 방식으로 묻어놓고, 그걸 볼 때마다 얼마나 가슴이 아플지 상상이나 해보았느냐는 것이다. 도리어 생매장당하는 걸 보고, 그뒤 텅 빈 축사와 생매장 무덤을 바라보며 살아야 하는 정신적인 상처, 외상 후 스트레스를 어떻게 보상해주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축산농가를 두 번 죽이는 그런 선정적인 보도 행태를 자제해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
앞서 적었듯이 <용인타임스>는 지난 주부터 '구제역 면역 메커니즘'에 관해 구제역 관련 공무원과 농장주들을 찾아가 심층 취재하고 있었다. 의심스런 부분이 많아 거듭 취재를 해오던 중에 홍영표 의원의 폭로사건이 일어나 모든 게 뒤죽박죽 되었다.
소에 비해 전염속도가 3000배나 빠른 구제역을 막기 위해서는 신속한 살처분이 중요하다고 본 담당자들은, 살처분 경험이 없는 공무원과 군인을 동원하지 않고, 농장에 근무하던 인부 16명을 뽑아 전문 매몰처리요원으로 썼다고 한다.
이 인부들은 돼지를 모는 방식도 잘 알고, 처리 경험이 있어 어설프지 않게 신속히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아마 이 과정에서 빠른 매몰 처리는 가능했지만 홍영표 의원이 제기한 것처럼 '주먹구구'의 허술한 사고가 있었던 것이다. 물론 현장을 확인해야 할 수의사, 공무원이 당연히 있었을 텐데 그대로 묻혔다는 게 의아스럽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이 사진이 폭로되자 용인시 담당자는 당시 비닐이 없어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한 모양이다. 하지만 사진은 1월 11일, 21일, 25일에 각각 촬영된 것이라고 한다면, 1월 11일은 그럴 수 있다 쳐도 그뒤에도 비닐 없이 생매장한 건 납득이 가지 않는다. 거짓이 거짓을 낳고 변명이 변명을 낳는다.
이번 사건으로 구제역 현장을 20여 회 이상 다녀갔다는 김학규 용인시장도 건성으로 다닌 셈이 돼버렸고, 우제창 의원도 형식적으로 돌아본 셈이 되고, 시의원들 노력도 죄다 쇼로 전락되었다.
백암면 외의 다른 지역으로 옮아가지 않은 것만도 용인시 공무원이 대단히 노력한 결과라고 보던 참이었는데, 이런 사실도 허망하게 무너져버렸다.
김학규 시장도, 우제창 의원도, 시의원들도, 국장 과장 계장도 알아야 할 게 있다.
잘해라, 열심히 해라, 잘 하고 있지?, 고생많아, 끝나면 한턱 쏠게, 이런 말은 아무리 해도 소용이 없다.
격려? 그런 짓 좀 하지 말기 바란다.
그러지 말고 매몰 현장에 직접 갔어야 했다. 냄새 나서 아무도 안가고 변죽만 울리다보니 이런 사고가 터진 거겠지만 항상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다.
전문인부들을 고용해 신속하게 살처분했다는 게, 결국 노련하고 약아빠진 인부들을 고용한 셈이 됐고, 덕분에 용인시가 기울인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
무슨 일이든 직접 살펴야 한다. 그러라고 시장 뽑고, 국회의원 뽑고, 시도의원 뽑는다.
격려? 이따위 무책임한 정치는 집어치워야 한다.
쇼는 쇼일 뿐이다.
<홍영표 의원실 보도자료>
홍영표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면서 제 얼굴 사진은 반쪽을 내어 올렸다.
저도 이런 실수를 하는 '사람'이다.
<여기 눌러보면 제 얼굴 반쪽으로 잘라 올린 보도자료를 볼 수 있다 오른쪽 상단 HWP 파일 클릭>
첫댓글 헐..해당 사진은 홍영표 의원이 직접 찍은 것이 아니고 지난 1일 MBC PD수첩에서 공개한 자료입니다. MBC에 따르면 이 사진들은 용인시 공직자들이 이지역 살처분 당시 찍어 '구제역 살처분 매몰현황 보고서'에 게제한 것으로 이 보고서를 입수해 공개했죠. 뭐....용인시 입장에서는 제 발등을 찍은 셈이죠?.
그럼 용인시 공무원들은 뇌가 없다는 말씀인데, 그럴리가요?
미르님은가같은기분이 드는건왜일까요 아시는것도많으시구요^^에서는 사라져야할겝니다 혹시 ( )의원이 사진을 제보해 주라고 하지는 않았을 텐데요 참 화가나는군요 일을 저지른 공무원도문제지만 저걸 터트려 뭔 이득을 보는지
홍영표인지홍개표인지 용인에다 어떤 잡것을 심어놨는지 용인과 전면전을 선포하고 말았군요 건방을 떨구있는거지요
이제부터 홍개표 일거수 일투족작업들어갑니다살짝 꼬투리만 잡히면 나의조국
그동안 개고생을 한 공무원들 업무끝나고 늦은시간에도 꼭찾아보구 물심양면으로 신경을 쓴 용인시장과 민주당 우제창의원은 어쩌라고 저런 개같은 행동을 했을까요 용인을 무시한건가요
귀추가 주목되는군요
저런거 밝히면 국회의원 인기올라가나요 지역구나 한번더 신경을 써야할 이시기에 자기지역구는 얼마나 할일이 없는지 지역구도 의심이 되는군요 ^^
하여튼 미르님 저와 공유 할 게 많을 것 같군요 우리 친해집시다 번개도 좋구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아마, 돼지 매몰지 전수조사하면 제대로 된 곳이 하나도 없을 겁니다. 바늘구멍 하나만 나도 침출수는 줄줄 새게 돼 있어요. 생매장당하면서 발버둥칠 때 그 힘이 오죽 세겠습니까. 비닐을 찢고도 남지요. 소기름은 지용성이라 쉬 굳기라도 하는데 돼지기름은 지용성이라 그냥 방출됩니다. 그러니 우리 공무원들만 족칠 수도 없고, 육식하는 인간의 탐욕에서부터 이 모든 재앙이 시작되었다고 하면 너무 거창하고... 답답합니다.
행정은 과정도 중요하지만 결과도 중요합니다.
경전철에 이어 산하단체인사, 구제역까지 행정시스템에 뭔가 고장난 느낌이 듭니다.
책임지는 공무원이 없습니다.
주인의식이 부족한 안일한 행정자세가 자꾸 용인시를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
용인시장과 용인시 공무원들이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때입니다.
공무원, 여러분은 엘리트입니다. 전 여러분 믿습니다. 고생 많습니다. --- 이러는 사이에 일이 벌어져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들판으로만 가더라도 개인의 화는 면할 수 있지요.
글쎄요 이 사건에 대한 본질은 접어두고
이 기사가 나간 사항에서 이익을 얻은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그럼 누구일까요
매우 궁굼하고 흥미가 생기내요
어찌되었든 누가 의도적으로 흘려서 진행한 일이라면
이 사건은 매우 불행한 일에 틀림 없습니다.
암튼 경전철 문제도 그렇고 용인열차가 불안한 운행을 하고있습니다.
용인열차의 바퀴를 빼려 하고, 녹슬게 만들려는 사람이 있는가 봅니다. 이상해요.
용인열차 제대로 운영하게 시민들이 함께 하자구요
시정이 잘못돠었으면 시정 하면 되는것인데 누가 제보를 한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봅니다...
본말이 전도 된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