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사진
(Auckland Photo-day 1st winner)
오랜 동안 만성 위장병으로 골골해오던 것이 급기야 1년여 만에 체중이 56kg에서 45kg으로 급강하하며 건강이 악화되어 이런저런 약 먹으며 나름 잘 버텨오고 있었다.
지난 5월초 가을 단풍사진 찍으러 타우랑가에 갔다온 후 집안의 가든 보수 작업을 하던 중 갑자기 좌측면 방사통 증상이 왔다. 심한 통증 때문에 일어서지도 걷지도 못하게 되었다. 추측 건데 척추협착증 같다. 지금까지 일생을 살아오면서 내환외환이 이토록 한꺼번에 나타난 것은 처음이다.
미리 한번 늙어본 후 다시 인생을 산다면 미리미리 건강관리를 했겠으나 딱 한번 사는 거라 늙음이 오고 있다는 것을 채 깨닫기도 전에 몸이 먼저 망가지고 있는 것인가 보다.
젊었을 때 제대로 내 몸을 챙기지 못한 죄값을 치르는 것이겠지. 한 친구는 그건 죄값이 아니라 인생훈장 이란다.
일단 모든 것을 내려놓기로 했다. 그 좋아하던 풍경사진 찍기부터 페북등 소셜미디어까지... 전부 다 내려놓고 치료에 들어간다.
마침 페북통해 만난 한 귀인을 통해 속병에 좋은 몇 가지 처방을 시작했다. 우선 먹는 것부터 부드러운 Soup으로 다시 시작하기로 하여 이제 야채죽 정도까지 진전되어 희망이 보인다.
방사통은 침과 물리치료로 대응했으나 별 진전이 없어 어제 척추와 고관절 부위에 MRI를 찍었다. 장애자 주차증도 확보하였으니 이제 안밖으로 제대로 드러나는 장애자가 된듯하다.
이런 와중에 지난 토요일 매년 6월이면 개최되는 오클랜드 포토데이가 돌아왔다. 그날따라 비바람이 몰아쳐 밖에 나갈 수도 없었다. 설사 날씨가 좋았다 하더라도 걸어다닐 수가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집 안에 갇혔다. '그래 내 언제 다시 카메라를 들고 나갈 수 있겠나? 집 안 에서라도 한장 찍자. 그런 후 손에서 카메라를 놓으리라.' 하고 집안 거실에서 아내와 둘이 다정하게 포즈잡고 삼각대 위에 카메라를 10초 타이머로 세팅했다.
오클랜드 포토데이의 출품조건은 오클랜드 지역안에서 찍어야 하고 당일0시에서 자정 사이에 찍은 것이라야 된다.
기념사진이라는 생각으로 우리 부부가 모델이 되어 Selfie로 제출한 것인데 First Prize(1등)라고 연락이 왔다.
기뻐해야할지 슬퍼해야할지 모르겠다. 긍휼을 베풀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이글은 NZ Herald 기자에게 써보낸 배경 설명문의 한글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