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바다 / 김남조]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미지未知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운 해풍에
그 진실마저 눈물 얼어 버리고
허무의
불
물 이랑 위에 불 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영혼을 갖게 하소서.
남은 날은
적지만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인고忍苦의 물이
수심水深 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 《겨울 바다》(1967)
김남조는 기독교 사상을 바탕으로 한 가톨릭 시인이다. 그러므로 그의 대부분의 시는 종교적 색채를 띤다. 그는 그의 작품에서 일관되게 '사랑'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영육간의 갈등과, 신과 인간, 이상과 현실의 문제를 종교적인 계율과 인내로 합일시켜 시로 승화시킨다. 그러므로 그의 시에 나타난 '사랑'은 '에로스(남녀 간의 육체적 사랑)'에서 '아가페(신에 대한 사랑)'로, 그리고 성모 마리아와 연관된 '모성적 사랑'으로 바뀐다. 그래서 그의 시의 전반부에 나타난 갈등과 부정적 요소는 후반부에 와서 순수와 긍정적 요소로 변모된다. 시 <겨울 바다>는 김남조의 이와 같은 시적 특징이 잘 반영된 작품이다. 허무와 죽음의 공간인 '겨울 바다'에 와서 좌절과 절망을 느끼다가 종교적인 깨달음에 의해 허무를 극복하고 신념화된 삶의 자세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 시 <겨울 바다>의 내용이다. 한편 그의 대부분의 시에 나타나는 회상의 모티프는 시인이 기억의 현재성이 지니는 격렬한 감정에서 초연한 자세로 시를 쓰고 있음을 뜻한다. 이 시의 난해성은 시어의 상징적 의미와 시인의 종교적 관점을 파악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읽는 한국의 명시」 김원호 지음
맹태영 옮겨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