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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차 도보여행은 속초해변을 걷는 코스입니다. 대포항에서 출발하여 외옹치을 지나 속초해수욕장을 거쳐서 순대로 유명한 아바이마을에 들릅니다. 간단히 점심을 먹고 영금정을 거쳐서 장사해변에 이르면 하루의 여정이 끝납니다. 여기에는 유적지나 유물은 거의 없지만 그 대신 근현대사의 비극적인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속초시 자체가 전쟁의 비극 속에 태어난 도시입니다. 거기다가 일제강점기에 일본은 우리 국토를 유린하고 유적을 훼손하는 만행을 곳곳에서 저지르는데 여기도 그것을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그러면 4일차 여행을 떠나도록 합니다.
↑ 외옹치항. 대포항과 외옹치항은 인접하여 있습니다. 과거에는 한 행정구역으로 옹진이라고 했습니다. 지금의 대포동을 내옹진 그리고 고개 너머 마을을 외옹진이라고 하다가 일제 강점기에 지금처럼 대포동, 외옹치로 나누어졌습니다.
1930년대까지만 해도 대포항은 이 지역 도천면의 소재지로 어업의 중심지였었습니다. 그런데 정어리가 많이 잡히면서 속초항으로 그 중심이 이동합니다. 지리산과 더불어 설악산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등산 명소로 자리잡으면서 대포항에는 관광객의 발걸음이 잦아졌습니다. 최근 이 대포항은 개발의 붐이 일면서 과거의 활기를 되찾았지만 외옹치항은 아직도 한적한 항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회를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습니다.
↑ 외옹치 성황당. 이곳에서는 매년 제비가 돌아온다는 삼짇날과 제비가 강남으로 떠난다는 중구절에 이 성황당에서 시제를 지낸다 합니다. 그리고 3년 마다 한 번씩 성황제를 지내는데 장승제, 성황제, 풍어제 순으로 3일 동안 진행이 됩니다. 장승제를 지낼 때 마을 앞 장승과 짐대(솟대)를 새로 깎아 세웁니다. 아직도 장승을 세우는 풍속이 살아있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외옹치의 장승제는 무척 흥미를 끄는 민속행사입니다.
↑ 외옹치의 성황당은 규모가 적지만 그래도 사당인지라 겹처마에 단청을 입혔습니다. 그런데 겹처마 아래에 처마받침(알처마)를 댔는데 그곳에 인동잎을 닮은 그림을 그려 넣었습니다. 흰 바탕에 초록색으로 줄기를 그리고 붉은 색으로 꽃을 칠했습니다. 정확한 의미는 알 수 없지만 아주 흥미를 끄는 그림입니다.
↑ 외옹치 고개에서 바라다 본 속초시. 외웅치란 말은 마을이 독을 엎어 놓은 것과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라 합니다. 과거 이곳 마을을 옹진이라고 하였으니 외옹치라는 말은 정확하게 해석을 하면 '외옹진으로 가는 고개'를 뜻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그것이 동리 이름이 되었지만 말입니다.
과거 이 마을 사람들은 이 고개를 독재라로 불렀습니다. 독재를 한자로 표기하면 옹치가 됩니다. 다른 한 편으로는 이 고개를 오르는 길 좌우에 밭이 많이 있어서 밭둑재라고 불렀는데 그것이 나중에 독재가 되었다고 합니다만 설득력이 떨어지는 설명입니다.
↑ 고개에서 곧장 외옹치해변으로 내려서지 않고 산길로 접어 들었습니다. 얼마 가지 않아 발굴 현장이 눈에 띄어 자세히 살펴보았으나 내용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나중에 조사를 해보니 여기서 옹기 몇 점이 출토되었다고 합니다. 과거 옹기를 굽던 곳일 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옹진이라는 지명이 여기서 유래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외옹치 지구가 국민관공단지로 지정되면서 롯데건설이 여기에 대규모 리조트을 건설하려고 속초시로부터 이 땅을 200여 억원에 매입하여 기초 작업을 하다가 옹기 몇 점이 출토되면서 공사가 중단되었다고 합니다.
↑ 독재에서 내려다 본 외옹치해변. 외옹치해수욕장은 마을에서 운영하는 간이 해수욕장으로 규모가 작지만 백사장이 넓고 깨끗하여 파도소리가 일품입니다.
↑ 외옹치해변부터 속초해변, 영금정으로 가는 길에 항상 허리에 붙어다니는 섬 조도입니다. 조도는 암반으로 된 무인도인데 저 섬에 소나무가 백여 그루 자라고 있습니다. 지금은 숱이 빠진 머리처럼 듬성듬성하지만 10여 년 전만 해도 탐스런 머리카락처럼 숲이 빽빽하였습니다. 그런데 가마우지가 날아들면서 소나무 위에 배설물이 쌓여 나무들이 하얗게 말라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 백화현상을 방지하기 위하여 소방헬기로 물을 뿌려 보았지만 별무효과였습니다. 일부에서는 새들을 쫓아내야 한다고 하고 일부에서는 새들이 산다하여 조도인데 여기에 새를 살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안 될 일이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 속초해변길. 축대를 계단식으로 쌓아서 사람들이 앉아 휴식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 속초해변 솔숲길. 일부 구간에는 박석이 깔려 있습니다.
↑ 속초해변의 어류 조형물. 넙치 같은데 어종에 대한 해설이나 명칭이 없어 확실하지 않습니다. 넙치는 순수한 우리말로 한자어로는 광어라고 합니다. 가자미의 한 종류로 횟감으로 인기가 높습니다.
↑이 고기는 입이 크고 아래턱이 위턱보다 긴 것을 보니 아귀같습니다. 아귀찜의 재료가 되는 고기입니다.
↑ 가오리. 이놈은 꼬리에 가시가 달려 있어서 사람들이 밟으면 찌르는데 여기에는 독이 있어서 위험합니다. 가오리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노랑가오리같은 놈은 치명적이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가오리 가시에 찔려서 사망한 경우는 없다 합니다.
↑ 돌고래. 인간 다음으로 기억력이 좋은 동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연구에 의하면 돌고래의 기억은 20년을 간다고 합니다. 원숭이는 4년, 코끼리는 10년이 간다고 하는데 정확한 연구 자료는 없습니다. 그러나 돌고래의 20년 기억은 최근 미국 시카고 대학 동물 행동학자 제이슨 브럭 박사 연구결과로 ‘영국 왕립학회보’에 발표된 내용입니다.
↑ 백사장에서 공놀이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여기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해수욕을 즐기며 휴식을 가질 계획입니다.
↑ 속초 해변 입구. 여러 가지 조형물을 설치하여 화려하게 장식을 했습니다. 그런데 저 가운데 둥근 조형물이 주제인 듯한데 무엇을 형상화한 것인지 뚜렷하지 않습니다. 삐죽삐죽하게 나온 것은 설악산을 의미하고 둥근 무늬 모양은 파도를 그린 것으로 바다를 상징한 듯합니다. 설악산과 속초해수욕장. 여기서 보면 설악산이 뚜렷하게 보입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조형물이 가슴에 선뜻 다가오지 않습니다.
↑속초해변에서 본 설악대교와 금강대교
↑ 속초해수욕장 방파제에 설치된 하트나무. 분위기로 보아서 산호를 형상화한 것 같은데 사람들은 하트나무라 부릅니다. 연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나무라고 합니다. 옆에는 소라 모양의 의자와 물고기 모양의 의자가 놓였있습니다.
↑ 설악대교에서 본 아바이 마을과 앞 청호해수욕장. 아바이마을은 한국동란 휴전 뒤에 생겨난 마을입니다. 주로 함경도 지역의 피난민들이 여기에 자리를 잡고 살았습니다. 말그대로 맨땅에 이들의 땀으로 마을을 이루었습니다. 그 유명한 아바이순대도 여기서 시작하였습니다.
↑ 설악대교에서 본 청초호. 둘레는 약 5km로 도보로 한 시간 남짓 걸립니다. 이중환이 쓴 택리지에는 관동팔경에 양양 낙산사 대신 청초호를 넣었습니다. 청초호의 나이는 약 6천 살입니다. 원래는 해안이었으나 퇴적물에 의하여 호수가 된 석호로 생태적 가치가 아주 큽니다. 도심에 있는 호수니 당연히 오염 문제로 논란이 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청초호의 정자. 시당국과 시민단체가 벌였던 논란의 주인공이 바로 이 청초정입니다. 호수에 정자를 건립하고 다리를 놓아 사람들이 정자까지 통행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저녁에는 조명을 설치하여 야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 청호광장의 전시장.(청호광장은 제가 임의로 붙인 이름입니다. 원래 이 광장은 청호대교 아래 조성된 실향민들을 위한 공간이었는데 청호대교는 이제 설악대교로 명칭이 변경되었습니다.그래서 광장에서나마 그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도록 청호광장이라고 이름지었습니다.)
여기에는 육이오 당시의 피난 장면과 실향민들이 이 갯가에 모여 살면서 마을을 일구어 가는 과정을 사진으로 전시하고 있습니다. 그 앞에 있는 황소와 달구지는 무엇을 뜻하는지 궁금합니다. 황소처럼 억척스럽게 살아왔다는 뜻일까요, 아니면 저 황소가 끄는 달구지를 타고 피난을 왔다는 뜻일까요, 그도저도 아니면 저 황소달구지를 타고 고향에 가고 싶다는 뜻일까요?
↑ 북청사자놀이 공연 장면을 모형으로 만들어 전시하고 있습니다.
↑ 오히려 요즘에 와서 유명세를 더하는 갯배. 갯배는 '갯가를 운행하는 배'정도로 이해됩니다. 국어사전에는 없는 말입니다.
↑ 갯배를 움직이는 방법입니다. 저 갈고리로 쇠줄을 끌어 당기면 배가 앞으로 갑니다. 갯배 사공 할아버지는 옆에 사람 누구나 보고 쇠줄을 당기라고 시킵니다.
↑ 아바이마을 부근 지도. 위 사진에서 붉은 선으로 표시된 것이 갯배 다니는 선로입니다. 맞은편 해안에 닿으려면 여기서는 불과 몇십 미터밖에 되지 않지만 이 선로가 아니면 아바이마을에서 금강대교를 지나서 다시 돌아 들어와야 하므로 거리가 엄청나게 멀어집니다. 원시적인 방법이지만 갯배가 가장 유용한 교통수단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흰 동그라미 부분을 보면 이 지도 상에서는 막혀 있지만 지금은 이곳 해변을 터서 호수의 물이 바다로 곧 바로 빠져 나갈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흰 네모 부분이 아바이마을인데 과거에는 해변으로 연결되어 있었지만 지금은 설악대교를 통하여 오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남쪽 아바이마을과 북쪽 아바이마을을 한 마을로 인식하기에는 벌써 심리적으로 거리가 생깁니다.
↑ 아바이마을의 순대 식당.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들러 순대 한 접시를 먹고 청호해변을 둘러 봅니다.
↑ 아바이 마을 앞 청호 해수욕장. 과거에는 백사장이 꽤 길었지만 지금은 남북의 해변을 터서 청초호의 물이 빠지도록 하였기 때문에 길이가 아주 짧아졌습니다.
↑ 금강대교. 다시 아바이마을을 돌아나와 금강대교에 올라 영금정으로 향합니다.
↑ 속초항 부둣가에서 본 영금정. 영금정 앞의 조그만 항구가 동명항입니다.
↑ '첩첩 높이 솟은 산봉우리 앞을 가리고 구비구비 험한 길 아득히 멀어도 어머니와 어린 아들은 오손도손 망향의 이야기 나누며 북녘 고향땅으로 향하는 그 길 위에 비바람 눈보라 휘몰아치고 어느 짖궂은 길손이 그 앞길 가로막는다 한들 두 생명 다하도록 낮도 밤도 없이 가야만 하느니...........' 수복기념탑에 적힌 모자상부(母子像賦)의 한 부분입니다. 이 수복기념탑은 1954년에 세워졌으나 1983년 강풍으로 파손되어 그해 다시 건립되었습니다.
↑ 영금정. 바위산 위에 정자가 세워져 있고 그 정자에 영금정이라는 현판이 붙어 있지만 원래 영금정은 정자를 지칭하는 말이 아니라 정자처럼 생긴 바위를 두고 불렀다고 합니다. 그러나 일본이 속초항을 건설할 때 괴석을 훼손하여 그 모양을 찾을 수 없게 되자 그 자리에 정자를 세우고 영금정이라 불렀다 합니다.
영금이란 말은 신령스러운 거문고란 뜻인데, 이는 파도가 이 바위에 부딪힐 때 신비한 소리를 내는데 그것이 흡사 석산의 정상에서 거문고를 타는 것 같다고 하여 얻은 이름이라 합니다.
또 이곳을 비선대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경치가 아름답고 물이 깨끗한 이곳으로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을 하고 신비로운 음악을 듣고 간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합니다.
↑ 영금정 앞 튀김거리. 속초에는 대포항에도 그렇고 영금정에도 마친가지로 튀김 음식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속초에서 가장 큰 중앙시장에도 튀김집이 줄을 서 있습니다.
↑ 영금정으로 오르는 계단은 사람들이 많아 들고 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 영금정 위에서 본 바닷가. 저기가 바위산이었는데 일제가 속초항을 건설하기 위하여 돌을 다 캐 써서 지금은 그저 편평한 암반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 영금정에서 본 속초 등대전망대.
↑ 영금정에서 본 해돋이 정자. 조악한 모습으로 오히려 영금정의 경관을 망가뜨리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다리 상판이 부식되어 미관도 좋지 않습니다. 이런 것을 보면 현대는 편리한 측면에서는 모르겠지만 자연과의 어울림에는 지난 시대를 넘어서지 못한 것이 확실합니다.
↑ 속초전망대에 오르자 뜻밖의 반가운 공연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단가 몇 소절과 춘향가 중 사랑가 한 대목이었지만 피로가 싹 가시는 듯하였습니다.
↑ 속초등대전망대 내부 자료실. 속초시에 대한 여러 가지 안내 자료가 소상하게 전시되어 있습니다.
↑ 등대전망대에서 본 장사해변. 저 해변 모래사장 끝이 오늘 여행의 종착지입니다.
↑ 등대전망대에서 본 영금정.
↑저 멀리 금강대교와 설악대교를 중심으로 좌우에 청초호와 속초해변이 보입니다. 아바이마을 앞 청호해변이 아름답습니다.
↑ 등대전망대 내려오는 길.
↑ 영랑해변길 가는 길 옆에 설치된 거문조 조형물.
↑ 영랑해안길. 이 길을 따라가면 영랑호가 나옵니다. 해안이 크지 않지만 아늑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이곳에는 낚시꾼들이 많았습니다.
↑ 영랑해안길 옆의 포장마차. 바다와 노인의 포스터가 보입니다. 체 게바라의 사진도 보입니다. 남미의 혁명가가 어떻게 이 한적한 동해안의 바닷가에 왔는지 주인이 궁금하여집니다.
↑속초시의 특산물 오징어.
↑ 어촌 체험 마을 장사마을.
↑ 해경충혼탑. 여기가 오늘 도보여행의 종착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