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보고보고] 산정무한에 펼쳐진 6만평 억새바다
가을이 깊어 간다. 산들은 울긋불긋 곱게 차려 입고 가을의 절정으로 치닫는다. 산정 높은 곳에 피어난 억새도 은빛 머릿결을 휘날린다.
가을이 깊어 간다. 산들은 울긋불긋 곱게 차려 입고 가을의 절정으로 치닫는다. 산정 높은 곳에 피어난 억새도 은빛 머릿결을 휘날린다. 건듯 바람만 불어도 어깨를 걸고 춤을 춘다. 가을이 베푼 계절의 마지막 향연이다.
글·사진 김산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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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 명산은 많다. 그러나 대부분 서울에서 멀다. 억새가 보고 싶어도 쉽게 걸음을 하지 못하는 이유다. 그러나 경기도 포천이라면 달라진다. 하루만 투자해도 산행과 더불어 숨은 여행지까지 더불어 즐길 수 있다.
포천의 억새 명산은 명성산이다. 산정호수를 품은 이 산은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
후백제의 궁예가 고려군에 쫓길 때 숨어든 산이다. 궁예가 망국의 한으로 서럽게 울자 산도 따라 울었다 해서 명성산(鳴聲山·923m)이란 이름을 얻었다. 이 산의 정상부에 6만평의 억새밭이 있다. 아이들도 사뿐하게 발걸음을 놀릴 수 있는 등산로를 따라 가면 눈부신 억새의 바다가 펼쳐진다.
명성산은 높이에 비해 산행 길은 수월한 편이다. 등산기점인 산정호수가 해발 300m를 훌쩍 넘기 때문이다. 산정호수에서 억새군락지까지는 해발 500m만 오르면 된다. 등산로는 비선폭포∼등룡폭포∼약수터를 거치는 길이 가장 수월하다. 산행시간은 1시간 내외. 그러나 길이 편한 만큼 산행객도 많다. 한적한 코스를 원한다면 자인사나 책바위 코스를 택한다. 그러나 길이 가파르다.
비선폭포에서 30분을 올라가면 등룡폭포다. 이곳에 다리쉼을 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등룡폭포에서 30분을 더 가면 약수터다. 이곳에서 약수로 갈증을 달랜 후 몇 걸음만 더 보태면 억새군락지가 마중을 나온다.
명성산의 억새군락지는 가파른 산등성을 따라 펼쳐졌다. 밑에서 올려다보면 파란 하늘에 억새만 깃발처럼 나부낀다. 또 산정에서 내려다보면 솜이불을 펼쳐놓은 것처럼 억새군락지가 새하얗다. 이곳은 본래 삼림이 울창했던 곳이지만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민둥산이 되었다가 다시 억새밭으로 재탄생했다.
억새군락지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오르면 팔각정이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면 동쪽으로 백운산(904m)·국망봉(1168m)·명지산(1267m)의 장쾌한 산줄기가 펼쳐진다. 또 한쪽은 억새밭이, 다른 한쪽은 산정호수가 펼쳐진 모습도 쉽게 눈길을 돌리지 못하게 한다. 명성산의 억새는 10월 말까지 절정을 이룬다.
Tips
● 가볼 만한 곳
평강식물원- 산정호수 인근에 자리한 식물원이다. 자생식물 위주로 전시한 식물원 전체 규모는 18만평. 이 가운데 4만평이 식물원이다. 식물원에 식재된 식물은 5000여종. 국내 식물원 가운데 종 다양성이 최고다. 특히, 해발 2000~3000m에 자생하는 식물을 식재한 고산습원이 눈길을 끈다. 식물원 내에 웰빙 음식을 내놓는 레스토랑도 있다.(031)531-7751
산정호수-1925년에 축조된 저수지. 산중에 묻혀 있는 우물 같은 호수라는 뜻에서 산정(山井)이라 이름지었다. 연인들의 단골 여행지로 사계절 내내 아름답다. 특히, 보트를 타고 명성산의 단풍을 즐길 수 있다. 산책로를 따라 호수를 한 바퀴 돌 수도 있다. 1시간 소요. (031)-531-6103
산사원-전통주의 명가 배상면주가에서 운영하는 술 박물관이다. 2002년 개관한 이래 매년 2만여명이 방문할 만큼 인기다. 이곳은 전통술을 빚던 도구를 전시하는 것 외에도 시판되는 술을 만드는 공장도 함께 있다. 박물관은 2층 규모. 1층은 조상들이 술을 빚을 때 썼던 다양한 도구들이 전시됐다. 또 한켠에는 밀랍인형으로 술을 빚는 조상들의 모습을 재현해 놨다.(www.soolsool.co.kr).
● 여행 길잡이
의정부를 경유하는 43번 국도와 퇴계원∼진접을 경유해 일동까지 가는 47번 국도가 있다. 43번 국도는 포천읍을 지나 철원 방면으로 가다 산정호수 이정표를 보고 우회전, 4㎞ 더 가면 된다. 47번 국도는 일동에서 387번 지방도를 따라 일동사이판을 경유해 낭유고개를 넘어간다. 주말에는 이른 아침에 떠나야 길도 덜 막히고, 산행도 수월하다. 일동에는 일동 하와이를 비롯한 4개의 온천이 있다. 성동삼거리에서 일동으로 가는 372번 지방도를 따라가면 만나는 원조 파주골 순두부(031-532-6590)는 두부요리 전문점으로 미식가 사이에는 정평이 나 있다.
● 문의
포천군 문화공보실 031-538-206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