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대통령 생가방문
(이승만 전 대통령)

이 세상에서
가장 으뜸은 자기생각이다.
이름 하여 소신(所信)이다.
흔히 쓰는 말 중에
적막강산(寂寞江山)이란 말이 있다.
적막은 외로운 것이고 강산은 소중한 것이다.
애국심의 발원지일지 모른다.
역경(逆境)이란 어휘를 함부로 입에 올리지 못하는 곳이 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영전(靈前)이 그러하다.
소신의 달인(達人)이라 하여도 과언은 아니리라.
이승만(1875~1965) 전 대통령의 고향은 황해도 평산(平山)이다.
호는 우남(雩南)-
알다시피 초대에서 4대(1948~1960)까지 대한민국 대통령이다.
평산이라고 하면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길이다.
지금은 어디 생가(生家)의 형체나 남아있으랴.
흡사 지구의 남극에서 북극까지로 느껴지는 건-
우리가 잘못 배워온 탓일까 아니면 잘못 살아온 것일까.
한강의 발원지 태백(太白)에서 대신해보는 평산(平山)에 대한 회포가 가슴 아프다.
달리 방법이 없다.
검룡소(儉龍沼)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온 산하를 돌며 흐르는 12개의 하천을 따라 이승만 전 대통령의 생가(生家)를 호흡해 보는 것이다.
한강은 격랑(激浪)의 강이다
이승만 대통령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저- 악몽의 6.25다.
-동이 트는 새벽꿈에-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살생가(殺生歌)나 다름없는 군가(軍歌)를 철없이 따라 부르곤 하였다.
낮에는 유엔군 밤에는 인민군이 지배하는 산골에서 숨을 죽여 밤을 지새우던 할머니생각이 난다.
이따금씩 나무저금통 같은 작은 스피커 통에서 울려나오는 노(老)대통령 특유의 음성은 국민들에게 분발을 당부하는 내용이었다.
6.25 몇 주년이던가? 수풍수력발전소를 공습한 보도는 당시 분위기로서는 통쾌했었다.
한국동란 중 사망자수가 남북한 군인만 250만 명이라 하니 이건 도저히 육안으로는 헤아릴 수 없는 숫자다.
실로 끔직하다.
어떻게 하면 내나라 내형제들끼리 그렇게 많이 죽일 수가 있었을까?
도대체 무엇을 잘 못 했길래 그 많은 숫자가 한꺼번에 죽어야 했던가?
여기에 대해서는 신(神)도 해명하기가 어려우리라.
강물에 밀려서 떠내려가는 시체들이 흡사 수제비를 방불케 하였다 하니 오호참상(嗚呼慘狀)이여-!
국어사전에서 제일먼저 없어져야하는 단어는 골육상쟁(骨肉相爭)일지도 모른다.

한강은 회한(悔恨)의 강이다.
대통령의 혼은 여기에서 태어나 여기로 돌아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리라.
지금 생각해 보니 이승만 대통령은 북진통일의 기수였다.
당시에는 그길 밖에 길이 없었다.
하루하루 국민들과 함께 사생관두를 넘나들었다.
먹느냐 먹히느냐를 두고 생명을 걸고 싸울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안장된 대통령의 묘소는 허허롭고 소담스럽다.
반세기만에 영전에 서니 마치 38선을 밟은 듯 가슴이 뭉클하다.
굽이굽이 흐르는 1300 리 물길 속에는 호국의 영령을 위해서 이승만 전 대통령이 흘리는 회한의 눈물도 함께 흐르리라.
입구에 유순한 두 마리의 호랑이상(像)이 의미심장하다.
검룡소의 용(龍)이 여기에 이르러 부드러운 호랑이로 변하였는가-!
<이념(理念)에 희생되었고 애국(愛國)에 울었다>
동작동 국립현충원-무명용사비에서 느끼는 제1감이다.
외롭고 소중하면 무서움이 탄생하는가.
권좌(權座)란 무서운 자리다.
오로지 애국애족의 일념이 아니면 오래가지 못한다.
무섭게 나라를 지켰던 이승만 대통령이다.
<북진(北進)에 울다가 현충(顯忠)에 잠들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영전에서 느끼는 한강의 숨결이다.
한강은 자책(自責)의 강이다.
위정(爲政)은 탐관(貪官)의 범주를 벗어나기 어려운가.
이념(理念)의 색깔은 탐관이고 오리(汚吏)의 실상이 부패(腐敗)라는 것은 역사적으로 이미 입증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주전론자(主戰論者)들 때문에 망해왔고 또 망해가고 있다.
현대식 무기는 민족을 송두리째 말살할는지도 모른다.
이제 이 땅에서-
다시는 이념(理念)의 이름으로 민족을 공격할 수 없으리라.
위정자들을 위한 통일은 안 된다.
연장선상으로 가려고 하는 권력의 속성 앞에 더 이상 민족이 희생되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한강에는 물속에도 위험수위가 있다.
당대통일론이 바로 그것이다.
영구화와 장기화는 구분이 되어야 할 것이다.
명(命)이란 수명이 다할 때 까지 그대로 두는 것이 상책이다.
이데올로기에도 수명이 있다.
인간의 본성과 사회의 실상은 결국 같아지게 마련이다.
분열보다는 분단이 낫다.
가정살림도 그렇고 나라살림도 그렇다.
천년의 분열보다는 오백년의 분단에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창문은 바람을 기다린다.
순풍이 지나가는 통로다.
외세(外勢)에 의해 분단이 되었어도 내세(內勢)로 극복하는 슬기가 우리민족이 쳐다보는 창문이리라.
승자가 없는 전쟁은 종지부를 찍을 때가 되었다.
남침이다 북침이다 하면서 세계만방에 조소거리가 되고 있는 저능아들의 삿대질은 이제 그만 접어야 할 것이다.

한강은 신비(神秘)의 강이다.
한강의 발원지-검룡소에서 흘러나오는 물소리가 우렁차다.
좁은 소(沼)에서 어떻게 그렇게 큰소리가 태백을 울리는지 불가사의하다.
전설처럼 서해의 이무기가 승천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소리인가.
태고의 신비가 암반을 통해 한꺼번에 밀려 나오는듯하다.
항상 섭씨 9도의 물을 한곳에서 하루에 2000톤이나 쏟아낸다고 하니 신묘(神妙)하다.
우리는 지금 열심히 일해야 될 때다.
우렁차게 일해야 된다.
남은 북쪽을 향해 창문을 열고-
북은 남쪽을 향해 창을 열어놓고-
하루에 2000톤의 땀을 흘려야 될 시점에 있는지도 모른다.
세상은 하룻밤 사이에 변한다.
민족의 영산 태백산이다.
오백년의 세월이 흐르는 강이다.
민족의 젖줄 한강이다.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匹馬)로 돌아오니-
오백년 뒤에는 그 필마대신 무슨 어휘가 등장할까.
아마도 그 선택권은 후손들의 몫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