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포크 음악을 거론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노래,
가을이 되고 낙엽이 떨어지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그 노래.
'옛 시인의 노래'는 1980년 발표된 이후로 가을 노래하면 빠질 수 없는
온 국민의 히트곡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소싯적 통기타를 배워보겠다고 했던 분들이라면 더욱 익숙하실 만한 곡이기도 하지요.
노래는 우리에게 무척 친숙하지만,
정작 이 노래를 부른 한경애 선배님에 대해서는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1954년생인 한경애 선배님은 가수, MC, 성우, 미술가 등 다소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이신데,
홍익대 미대 재학중 취미로 노래를 시작하면서 가수로서의 기반을 다지게 되지요.
노래 실력이 입소문이 나면서 뮤지컬의 주인공 역을 맡기도 하셨다고 합니다.
고운 목소리와 타고난 성량으로 각 방송국에서 출연 문의가 들어왔지만
전업 가수로의 활동은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요청을 고사하고 학업에만 전념하셨다고 하네요.
그러던 중 1977년 KBS의 교양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게 되면서
MC로서 방송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답니다.
자연스럽게 음반 취입의 기회가 오게 되었고
1978년 데뷔앨범이 '고운 노래 모음'이라는 타이틀로 지구레코드에서 발매가 되었는데,
많은 분들이 '옛 시인의 노래'를 데뷔곡으로 알고 계시지만
사실 이 노래는 세번째 앨범에 수록된 노래입니다.
이 첫번째 앨범은 전반적으로 잔잔하고 편한 포크송들을 담고 있습니다.
'사랑 이야기', '밤에 쓴 편지' 등 총 12곡의 노래가 담겨있지요.
이듬 해인 1979년에는 서라벌레코드에서 '새 노래 모음'이라는 앨범을 발표하셨는데,
수록된 곡들 중에는 외국 곡을 번안해 부른 것들이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한경애 선배님이 '눈물 속에 피는 꽃', '내 마음 몰라라', '사랑합니다',
'내 마음 속의 빛' 등의 곡을 직접 개사를 해서 작사에도 참여했다는 사실인데요.
참 다재다능한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두 번째 앨범에 이어 1980년 11월 17일 지구레코드를 통해 발표한 세 번째 앨범에
바로 '옛 시인의 노래'가 첫 곡으로 수록되어 있습니다.
한 곡을 제외한 모든 곡이 이현섭 선생님의 곡으로 이루어진 앨범인데요.
이현섭 선생님은 지구레코드에서 오랫동안 작곡가로서 활동하신 분이고
부인인 이경미 선생님과의 협업으로 좋은 곡들을 많이 만들어 내기도 하셨지요.
최근에는 나훈아 선배님과 함께 곡을 발표하기도 하셨답니다.
이 앨범을 통해 한경애라는 이름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게 되고, '옛 시인의 노래'는 크게 히트하게 됩니다.
이듬해인 1981년에는 MBC 10대가수상 시상식에서 여자신인가수상 후보에 오르기도 하지요.
같은 해 MBC에서 일반인 1만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눈물 젖은 두만강', '나그네 설움'에 이어
3위에 오르기도 하는 등 젊은 세대들이 가장 즐겨부르는 노래로 당당히 이름을 올리게 됩니다.
"마른 나무 가지에서 떨어지는 작은 잎새 하나
그대가 나무라 해도 내가 내가 잎새라 해도
우리들의 사이엔 아무 것도 남은 게 없어요
그대가 나무라 해도 내가 내가 잎새라 해도
좋은 날엔 시인의 눈빛되어 시인의 가슴이 되어
아름다운 사연들을 태우고 또 태우고 태웠었네
뚜루루루 귓전에 맴도는 낮은 휘파람 소리
시인은 시인은 노래 부른다 그 옛날의 사랑얘기를
좋은 날엔 시인의 눈빛되어 시인의 가슴이 되어
아름다운 사연들을 태우고 또 태우고 태웠었네
뚜루루루 귓전에 맴도는 낮은 휘파람 소리
시인은 시인은 노래 부른다 그 옛날의 사랑얘기를"
1990년대 들어 LP가 서서히 CD에게 자리를 내어주면서
수많은 컴필레이션 음반들이 발매되기 시작했는데요.
정규음반으로 등록되어 있지 않은 CD까지 합하면
이 노래가 수록된 앨범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많은 가수들에 의해 리메이크되기도 하면서
한경애 선배님의 최고 히트곡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1980년대 초, 전 세계는 디스코 음악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지요.
전자 음악이 개발되고 상업적으로 도입되면서
대중 음악은 그야말로 유래없는 과도기를 맞게 되지만,
우리 마음 속의 '감성'이라는 것은 여전했나 봅니다.
그리운 누군가가 '시인'으로 기억될 수도 있고,
추억 속 나의 모습이 세상을 관망하는 '시인'으로 남아있을 수도 있겠지요.
비가 내리는 초가을 밤, 지는 낙엽을 바라보며 '옛 시인'의 마음으로
이 노래를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