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선친 뜻 받아 대를 이어 온 무궁화 사랑
공주에서 60만여 그루 무궁화 농장 운영하는 구자영·구자삼 형제
“무궁화 무궁화 우리나라 꽃/삼천리 강산에 우리나라 꽃/ 피었네 피었네 우리나라 꽃/삼천리 강산에 우리나라 꽃”
초등학교 시절 자주 부르던 동요가 생각난다. 우리나라 꽃 ‘무궁화'. 그런데 과연 동요나 애국가의 한 구절에 나오는 것처럼 우리나라 국화(國花)인 무궁화가 삼천리 강산에 화려하게 피고 있는가? 일본 국화인 벚꽃처럼 봄이면 온 나라가 벚꽃으로 출렁이고 국민모두가 축제의 한 마 당을 펼치면서 자연스럽게 나라사랑의 뜻을 가꾸고 있는가?
충남 공주시 사곡면 월가리에 가면 구자영·구자삼 형제가 운영하는 대규모 무궁화 농장이 자리하고 있다. 구씨 형제가 가꾸는 무궁화 농장은 사곡면 월가리 태화산 계곡을 따라 형성된 임야 등 10만㎡에 달한다. 이곳에는 수령이 30년부터 50년에 이르는 100여 종의 무궁화 60만여 그루가 자라고 있다. 이들 형제들은 무슨 연유로 별로 돈벌이도 될 것 같지 않은 무궁화 가꾸기에 이처럼 온 정성을 쏟고 있는 것일까?
“우리나라의 꽃 무궁화는 일제가 민족성 말살정책의 하나로 우수한 품종의 무궁화를 모조리 뽑아가 버리고, 진딧물이 많이 끼고 볼품도 없는 품종만 남기고 갔지요. 그래서 무궁화가 아름답다고 보기보다는 진딧물로 찌든 꽃으로 인식하게 됐지요. 이를 안타깝게 여긴 선친께서는 병충해에 내성이 강하고 아름다운 무궁화로 품종을 개량하는데 한 평생 온 힘을 쏟으셨지요.”
이곳 무궁화농장은 2005년 작고한 선친 구석회 씨가 1966년부터 40여 년 간 자식처럼 관리해 오셨다고 한다. 구씨 형제는 지금도 무궁화농장에 갔다 오시면 늘 기뻐하시고 행복해 하시던 선친의 모습이 생생하다고 말한다.
황해도 해주에서 1950년 초 가족과 함께 월남한 선친은 충남 천안시 북면에서 육묘장을 운영하다 1969년 공주시 월산리로 이사를 왔다. 이후 무궁화 품종개발과 보급에 전념해 온 구씨는 활짝 핀 꽃잎이 작고 강렬한 ‘월산'을 비롯해 '충무', '치우', ’윤옥', 여해' 등 새로운 품종을 교수들로 구성된 ‘무궁화 연구회’와 함께 품종을 개발하고, 이를 학교 및 군 부대에 무상으로 보급하기도 했다. 이러한 공로로 선친 구석회씨는 1995년 김영삼 대통령으로부터 국민포장을 받기도 했다.
구씨 형제 중 형 자영씨는 이곳에서 살며 무궁화농장 일을 도맡고 있으며, 동생 자삼씨는 대우증권 영국현지법인 사장 등 오랫동안 해외에서 금융인으로 활동했다. 대학 교수로 정년 퇴임한 후에는 KOICA 자문관 등을 통해 개발도상국에서 수년간 활동을 해오기도 했다. 이와 같은 경험 등으로 그는 국제적 비교 감각이 뛰어날 뿐 아니라 무궁화에 대한 의식 또한 남다르다.
동생 자삼씨는 해외에서의 경험담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 해외에서도 무궁화 사랑이 대단한 것을 보고 저도 놀랐어요. 해외 일반 가정 정원에 무궁화가 심겨져 아름답게 피어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었어요. 해외 생활하다 보니 각 나라마다 자국의 나라 꽃 사랑이 생활화되어 있더군요. 그래서 다시 깨닫게 되었어요. 아버지가 못다한 무궁화 사랑을 대를 이어 발전시켜 나가야 하겠다” 고, 그는 또 “겨레의 꽃 무궁화사랑 운동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우리 생활 속에서 나라꽃 사랑을 몸소 느끼고 생활화 되도록 발전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매년 나라꽃 무궁화에 관해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등 주로 학계 교수들로 구성된 ‘한국무궁화연구회’에서도 계속 활동하고 있는 그는 공주의 숨겨진 보물로 유서깊은 무궁화 농장을 유지·보존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곳은 특히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어 요즘 보기 드문 '자연 그대로의 무궁화농장'이다. 이곳에 ‘나라꽃 무궁화 사랑’의 의미를 국민 모두가 스스로 느낄 수 있는 무궁화 동산을 제대로 꾸며 놓았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램이다.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하여 무궁화와 더불어 자연을 즐기며 쉬는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싶다는 게 그의 꿈이다.
여기에는 각종 30여 개의 신품종 별로 식재되어 있는, 수령이 오래된 무궁화가 여러 나무들과 자연스럽게 혼식되어 있어 자연 속에서 다양한 무궁화와 쉽게 가까이 할 수 있는 천헤의 조건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야영도 할 수 있고, 자연 속에서 지친 마음을 무궁화로 치유 받게 될 수 있도록 했으면 더 좋겠단다. 이제는 단순히 ‘구경하는 무궁화 사랑’에서 ‘생활속의 무궁화 사랑’과 ‘치유 받는 무궁화 사랑’을 실천하고 싶다는 것이다. 투박하지만 자연 그대로의 순수하고 깨끗한 공기 속에서 무궁화를 만나고, 무궁화를 통해 정답고, 재미있는 여가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한가지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교통사정이 좋아야 하는데 농장 입구의 ‘옛날길’이 정비가 되지 않아서 차량 진입이 어려운 것이 문제라고 한다. 공주 시청의 정책적 배려와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부분이다. 이는 공주의 숨겨진 보물을 재발견하고 나라꽃 ‘무궁화 사랑의 의미’를 온 국민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데 큰 뜻이 있다. 구씨 형제는 이렇게 하기 위해서 무궁화동산의 편의시설 확충을 위해서도 지자체 등과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논의해 나갈 생각이다.
자삼씨는 또 농장을 찾아오는 분들의 편의를 위해 농장 내에 아담한 펜션도 운영하고 있다. 목조 신축건물 2층으로 되어 있는 펜션은 냇물이 흐르는 아름다운 전원풍경과 함께 자연속의 무궁화를 느끼는 목가적인 분위기에 취하게 한다. 날이 지면 별똥별을 볼 수 있는 고요한 산사에 들어온 느낌을 주어서 도시에 지친 영혼들의 쉼 장소로 제격이다. 지근거리에는 마곡사, 무령왕릉 및 공산성 등 볼거리도 적지않다. 서울에서 1시간 15분, 공주에서 20분 거리여서 찾아 가기도 쉽다(문의:041-858-3101, 모바일 010-3439-9990).
"무궁화가 생활 속에서 널리 사랑받는 꽃이 되는 날까지 열심히 가꾸고 보급해 나가겠다”며 두 형제는 활짝 웃는다. (글/임윤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