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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k 3. 라마호텔 - 고라 타벨라 - 랑탕 빌리지 (2012. 10. 30. 화)
아침 텐트 안 8도. 아직은 견딜 만하다. 이곳도 계곡물 소리가 엄청 크게 난다. 그래도 쉽게 적응이 되는 걸 보니 이제 히말라야 트레킹에 어느 정도 이력이 붙었나 보다.
오늘은 조금 일찍 출발했다. 보통 6시에 일어나 차를 마시고 7시에 밥 먹고 8시 출발한다. 이번에는 모닝티를 텐트 안에서 받지 않고 식당텐트에 차려두라고 했다. 부지런한 만우스님이 일찍 텐트 밖으로 나와 산책을 하는 습관이 있어 그렇게 하기로 했다.
하고 보니 그게 더 좋다. 홍차 한 잔 달랑 받는 것이 아니라 자기 취향대로 차를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주방에서도 어차피 아침 식사 후에 내 올 티세트를 미리 차리니 일이 덜 번거로울 것이다.
7시 40분 출발. 8시 50분 굼나촉 리버사이드 롯지에서 숨을 돌렸다. 랑탕 리룽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해가 뜨기 전 빽빽한 밀림을 지나려니 한기를 느낀다. 그늘에서 쉴 때는 자켓과 빵모자, 목도리가 필수다. 배낭 속에 항상 넣고 다니다가 바로 착용해야 한다.
10시 15분 고라 타벨라(2950m) 도착. 여기서부터는 계곡이 넓어져 시야가 시원하다. 고라 타벨라의 뜻은 '말 방목지(horse grazing)'라는 뜻이다. 이름에서 넓은 초지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네팔말 고라는 '말'이다. 푼힐을 오르기 전 마을 이름은 고라빠니. 빠니가 물이라는 뜻이니 고라빠니는 '말이 물 먹는 곳'이다. 예전 티베트와의 무역이 활발할 때 땀흘리며 오른 말에게 물을 먹였기 때문에 생긴 지명이다.
고라 타벨라에서 점심 먹고 가기로 하다. 바람이 불지만 햇볕이 따뜻하다. 점심 먹고 12시 출발. 올라가는 도중 작은 찻집에서 야크 커드를 맛보았다. 요구르트 비슷한 맛이다. 1인분에 150루삐. 이미 고도는 3000미터를 넘어섰다. 탕샵(3200m)을 지나 긴 다리를 건너 몇 개의 롯지를 지나면 랑탕 빌리지가 보인다. 마을 입구에는 국립공원 체크포스트가 있다. 랑탕 지역은 모두 군인들이 체크포스트를 지키고 있다.
3시 15분. 랑탕 빌리지(3480m) 도착. 오늘도 포터들은 도착 전이다. 캠프 롯지 식당에 들어가 차를 마시며 텐트를 기다렸다. 주변에 높은 산이 있어 벌써 해가 기운다. 쌀쌀한 바람이 분다.
카메라가 말썽을 부린다. 2007년 마나슬루 때까지 쓰던 똑딱이 카메라의 화질에 불만이 있어 2008년 새로 캐논 EOS 450D를 구입하여 작년까지 아무 문제없이 잘 썼다. 전문가도 아니어서 보통 P모드에 놓고 쓴다. 화질은 M(6.3M, 3088x2056). 이 정도만 해도 4기가 짜리 메모리카드 한 장에 1228장을 찍을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 찍는데 자주 에러가 난다. 셔터를 누르면 사진은 찍히지 않고 아래와 같은 메시지가 뜬다.
"Err 01 카메라와 렌즈의 통신불량입니다. 렌즈접점을 청소하여주십시오."
렌즈를 빼어 본체와 접점을 청소해도 잠시 뿐이다. 다행히 인물모드에서는 에러가 덜 나는 편이라 대부분의 풍경을 인물모드에서 찍었더니 사진의 품질이 떨어지는 것 같다. 그래도 아주 안찍히는 것보다는 백배 낫다. 이런 일을 겪으니 다음 트레킹 때는 서브 카메라로 똑딱이 하나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트레킹에서 돌아와 검색해 보니 렌즈 조리개 불량으로 수리가 필요하단다. 산골에 사는 처지로서는 6만 3천원의 수리비가 문제가 아니라 수리를 맡기기 위해 최소한 두 번 대도시를 오가야 하는 일이 더 귀찮다. 트레킹 때 외에는 쓸 일이 없으니 수리는 다음을 기약하기로 하다.
포터들이 도착했다. 가이드, 세르파, 주방팀들이 텐트를 친다. 포터들은 짐을 나르기만 한다. 주방팀은 가이드, 세르파와 함께 텐트를 치고 음식을 만들어 서빙하고 나중에 다시 텐트를 걷는다. 일을 제일 많이 하지만 보수는 제일 적다.
그 이유는 음식을 제공받고(포터들은 자기들 식량을 지참하여 자기들끼리 끓여 먹는다) 장차 주방장과 세르파를 거쳐 가이드로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일반적으로 포터->키친보이->주방장 보조(쿡 헬퍼)->주방장(쿡)->세르파->가이드의 순으로 신분상승이 이루어 진다. 이 과정에서 영어를 익혀야 하는 일은 필수다.
주방장만 해도 대부분 산전수전을 다 겪은 배테랑급이다. 세르파나 가이드는 보통 40세 전후다. 그런면에서 이번 트레킹의 세르파 쟁아와 가이드 궁가(40세)는 특채'로 고용된 경우로 일은 열심히 하나 경험이 부족하여 가끔 미숙한 면이 보인다.
무스탕 때의 파상 세르파나 마나슬루 때의 밍마 세르파는 정통 과정을 거쳐 올라 온 세르파여서 노련했다. 당시는 당연히 그려러니 했는데 이번에 확실하게 그 차이를 알겠다.
해가 지니 기온이 급격하게 내려간다. 피로가 몰려온다. 슬슬 입맛이 없어진다. 몸이 피곤하면 나타나는 현상이다. 저녁으로 누릉지와 수제비를 먹고 추운 다이닝룸을 떠나 일찍 텐트로 갔다. 우모복과 고소내의가 없어 옷을 여러 벌 껴입고 둔한 몸으로 침낭 속으로 들어갔다. 모로 눕고 뜨거운 물병을 등 가까이 두니 따뜻한 기운이 퍼져 한결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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