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된 10:00 사려니 숲,
붉은 오름 앞에서 만나기로 해서 간단히 챙겨 호텔을 나서 아침을 먹고 가자니 해변가를 다 둘러 봐도 먹을만한게 없다.
김밥집이 눈에 띄어 들어가니 9시 업무시작이라며 그때까지 기다리란다.
30여분을 다시 바닷가로 뒷골목길로 돌았다.
5분전 다시 김밥집으로 가니 사람들이 줄을 섰다.
나도 따라 줄을 서니 정각에 문을 열고 차례로 주문표를 받아 기다리게 한다. 김밥 3팩을 받아 나오니 9:20분 해변에서는 택시가 잘 잡히지 않아 큰길로 나가서 택시에 탄 시간이 9:30분, 기사양반한테 ‘사려니숲 붉은오름’ 앞으로 데려다 달라하고 약속시간을 말하니 딱 맞춰 가겠다며 “오늘 같이 좋은 날씨에 딱 맞게 좋은 곳에 가신다”고 인사를 건낸다.
같이 “고맙습니다”고 답 인사하고 차창을 넘어보니 날씨도 화창하니 좋다.
말 목장들이 많고 낮은 언덕과 구릉에는 여름코스모스인 금계국이 가득히 피었다.
노중에 장남수 샘으로 부터 먼저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 10시 정각에 내린 곳이 사려니숲 붉은오름 휴양림 매표소 앞이다.
차에서 내리는데 매표소 직원이 마이크로 나와 택시를 향해 뭐라고 뭐라고 이른다. 귀 어두워 못 알아 듣는 사이 택시는 돌아서 나가고 무슨 말인지 매표소 창구로 귀를 바짝 들이밀고 묻기를 몇번 거듭하던 중 직원이 마이크를 꺼고선 “사려니숲 붉은오름으로 가시는 분이라면 차를 타고 나가서 큰길로 더 올라가야합니다. 여기는 ‘사려니숲 붉은오름 휴양림’ 입구라며 내게 약속 장소가 어딘지 재차 묻는다. ‘사려니숲 붉은오름’이라하니 “그럴줄 알고 택시에서 내릴 때 마이크로 더 타고 가세요”고 일렀는데 못 알아 들었다고 한다.
마침 장샘이 안 보인다고 전화가 왔고 답을하니 엉뚱한 곳에 내렸다며 어쩌나 한다. 내리며 받은 콜번호로 전화를 하니 방금 돌아나간 택시가 응답을 안한단다. 몇번 호출을 반복하다 1km 거리라 걸어서 간다니 장샘이 햋볕이 뜨거워 안된다며 카카오톡택시를 불렀으니 큰길 쪽으로 나와 기다리란다.
기다렸다 타고 내리니 800m 거리다. 그리고 장샘 연동구좌에서 자동으로 요금결재 됐으니 내리기만 하란다. 본의 아닌 민폐를 끼치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이런 분란 뒤라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인사보다 미안하다는 인사부터 먼저하게 된다. EC다.😭
어쨌던 광화문 촛불 이후에 만나니 5년만의 만남이라 참 반갑다. 이 사이 나는 정년은퇴를 하고 장샘은 늦은, 노년의 대학생 신분을 벗고 책을(빼앗긴 일터, 그후
/지은이: 장남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20년 우수출판 콘텐츠 제작지원' 사업 선정작)집필하여 정부등록 작가가 되었다.
사려니 숲: 신령한 숲이란 제주도 말이란다.
숲 속 오솔길 보다 수국이 꽃을 많이 피웠을 거라며 임도를 따라 걷자 한다.
수국이 이제 막 피는 듯하다. 예상했던 것처럼 수국꽃의 볼거리는아직 아니다.
그동안의 안부와 서로가 같이 아는 거제의 시민단체 주변 지인들을 떠올리며 숲 오솔길로 스며 걷는다.
숲길은 내가 상상했던 이상이다.
캐나다의 숲길 못지않다.
나무들이 다를뿐 오히려 더 다량한 수목과 그늘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큰 수목들 사이에 귀하고 사람에 좋다는, 묘목으로는 비싼 황칠나무가 흔하게 보인다.
길바닥은 조금 특이한, 황토와는 다른 붉은 흙이다.
장샘이 원적외선이 방출되고 미네랄이 많이 함유된 좋은 흙 길인 것을 거듭해 일러준다.
축복 받은 곳이다.
오전 시간을 넘기며 점심을 먹자고 닿은 지점에 출입통제 입간판이 막아선다.
규정상 음식을 못먹게 되어 있으니 통제구역을 넘어 들어가 사람 눈없는 곳에 자리를 깔고 앉았다.
나는 김밥 캔맥주, 장샘은 발효 루왁커피 쑥인절미 과일 단옥수수 인디언감자 등 귀하게 챙겨 온 걸 펼치고 앉아 점심을 했다.
다 먹고 정리해서 일어서는데 제대로 트래킹복장을 한 세 여자가 우리가 들어 온 통제구역 임도를 반대편에서 거슬러 나온다. 장샘이 “통제해도 잘들 찾아드네요” 하는 사이 이 사람들이 우리를 지나쳐 앞서 가더니 통제 입간판 있는 곳에서 산 오디를 따먹는다고 열심이다. 우리보고도 먹어보란다. 외양은 이런 것을 처음 따먹어 볼듯한 서울네기 같다.
장샘이 저들처럼 따서 건네는데 손가락으로 쥐기도 어려울 만큼 작다. 그런데도 한 알을 입에 넣으니 참달다.
“맛 있네요. 많이 따먹으세요”하고선 우리는 내쳐 걸었다.
5.5km 지점에서 ‘물찻오름’의 입구 이름비석을 만나고 다시 내쳐 4.5km를 걸어 숲길 반대편으로 나오니 2시 반경이다. 점심시간을 제하면 4시간을 걸은 샘이다. 천천히 걸었지만 나는 온몸이 땀으로 젖었다.
다시 장샘이 카카오택시를 불러 5분 가량 타고 내린 곳이 ‘절물휴양림’이다.
절물: 절옆에 물이 있다고 해서 불려진 이름
입장료가 있지만 나는 경로, 장샘은 현지역민이라 0원 입장이다.
유료인만큼 잘 정비되어져 있다.
산책로의 데크며 쉼터인 평상이 곳곳에 놓여져 있다.
장샘은 쉬면서 전화로 볼일을 본다며 나 보고 적당히 둘러보고 오란다.
절 밑 평상에 자리 잡는 걸 보고 연못가를 도는데 탁족장이라는 곳이 있다. 양말을 벗고 발을 담그고 한참을 쉬었다. 다시 언덕을 오르니 샘터가 나온다. 이 물이 ‘절물’이란 이름이 유래된 샘터라는 안내판이 있다. 샘물을 먹고 받아 절 쪽으로 가니 장샘이 평상에 편하게 누워 쉬고 있다.
더 쉬게 두기로 하고 ‘절물오름’ 표식 따라 오른다.
오름길 옆에 ‘나들이 길’ 따로 있다.
약 25분 걸려 정상 전망대에 오르니 남쪽으로 부터 비구름이 몰려 온다.
오름 안이 분화구라고 하나 이젠 수풀이 우거져 전혀 분화구의 맛이 없다.
정상에서 돌아서는데 장샘이 찾는 전화가 왔다.
빠르게 내려오며 중간에서 ‘나들이길’ 넘어가 15분만에 내려 왔다.
잘 정비 된 중앙통로로 나와 다시 카카오택시로 삼양동 ‘신의 한 수’란 제주흑돼지 구이집에 도착했다.
카카오톡 예약계정을 취소하고 12,000원을 내가 현금으로 계산했다.
그러고 1인분 2만원 하는 저녁을 장샘이 계산하고 걸어서 검은모래해변으로 향했다.
여기가 장샘이 사는 동네란다.
해변벤치에 베낭을 내려놓고 맨발로 걸었다.
서쪽 끝쯤의 모래밭에서 광천수가 뽀글뽀글 올라온다.
발을 디미니 무릎까지 푹푹 빠진다.
깊은 계곡물처럼 차갑다.
다시 되돌아 동쪽편 해변으로 오는 사이 바다끝 서편이 붉게 물들기 시작하니 웨딩 사진을 찍는 커플들이 찾아 들어찬다.
모래사장 끝을 돌아가니 작은 포구가 나오고 제대로 된 광천수탕이 만들어져 있다.
얼음 같이 차가운데도 아이들이며 젊은커플들이 냉수욕을 즐긴다.
재미난 것은 그옆에 공중화장실이 있고 지역민들이 광천수로 목욕하는 돌담을 둘러친 노천의 남여 탕이 있다.
우리도 몸을 씻고 다시 검은모래해변 방뚝에 앉았다.
말로는 다 표현 못할 노을이 어리고 이 황홀한 빛을 배경하여 비행기가 내리고 뜨며 연락선이 지나간다.
노을이 절정을 이루니 어느새 웨딩커플들이 장사진을이룬다.
우리 발 아래 커플은 카메라맨의 연출에 따라 할 것 다 하더니 종국에는 바닷물 속에 들어 앉아 키스신으로 마무리 한다.
우리는 저런 연출에 따른 사진을 왜 찍을까라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절레 절레 고개짓을 해댔다.
세태가 이런걸 어짜….?
노을이 사그라들며 어둠이 내리는 밤바다엔 오징어잡이배들의 불들이 휘황하게 밝혀진다.
기네스캔맥주 하나로 둘이 나눠 마시는 사이 중학교 교사인 장샘의 딸이 근무를 마치고 와서 나를 또 함덕 호텔까지 드랖을 해주고 간다. 10여년 전 막 중학생이 됐을 때 본 딸내미다. 이쁘고 참하게 자랐다. 참 고맙다.
온욕을 하고 연주를 불러 솔이의 책값과 정표의 캐나다$10 지패를 전달하고 와선 그대로 침대에 골아떨졌다.
둘째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