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메르의 천지창조 신화 / 김붕래
수메르(Sumer)는 메소포타미아의 가장 남쪽 지방으로 오늘날 이라크의 남부 페르시아만 북쪽에 발생한 도시국가입니다. 현재 지도 상으로 볼 때 쿠웨이트의 북쪽입니다. 수메르 문명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으로 그들이 어디서 왔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수메르인은 대략 기원전 5,500년에서 기원전 4,000년 사이부터 수메르 지방에서 살기 시작하였던 것으로 쐐기 문자로 기록된 점토판을 근거로 추정합니다.
‘수메르’란 말은 수메르 도시국가를 발전 계승한 아카드 인들이, 메소포타미아 남부 지방을 가리키던 말이었는데. 후에 셈족 계통의 아모리인들이 바빌론이라는 도시를 중심으로 건설한 고 바빌로니아 제국으로 이어지면서 수메르문명이나 바빌로니아 문명이란 단어가 비슷한 성격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이라크의 천지창조 신화의 주인공들은 주로 수메르지방의 작은 도시국가의 수호신 형태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엘리두(엔키), 우르(닌나), 우르크(이안나), 니푸르(엔릴) 같은 지방 도시들과 이라크 신들과 연관 지어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수메르인은 우주를 ‘안키’라 불렀는데, 둥근 하늘(안,An: 하늘의 남신)과 평평한 땅(키,Ki: 대지의 여신)으로 이루어진 우주는 바다로부터 솟아난 돔(dome)의 형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천신(天神) 안의 아버지는 수평선(안샤르)이며 어머니는 지평선(키샤르)이라 했습니다. 천신 안과 대지의 여신 키가 결혼하여 대기(大氣)의 신 엔릴(Enlil)을 낳았습니다. 엔릴은 아직 해도 달도 없는 캄캄한 암흑 속에서 공기의 여신 닌릴(Ninlil)과 결혼하여 달의 남신 난나(Nanna)를 낳고 난나는 배를 타고 캄캄한 창공을 날아다니면서 사방을 빛으로 채우고, 갈대의 여신 닌갈(Ningal)과 결혼하여 전쟁과 풍요의 여신인 인안나(Inanna)와 태양의 남신인 우투(샤마니)를 낳았습니다. 후일 엔릴은 수메르의 도시국가 니푸르의 수호신이 되면서 아버지 안을 대신하여 지상을 다스리는 주신이 됩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만 한 사실 하나는 세계의 모든 신화가 태양신 중심인데 여기서는 달의 신이 우선한다는 것입니다. 사막 지역에서 태양의 폭력이 달을 우위에 놓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 이후 무든 아랍 세계의 국기에는 초승달이 등장하게 되는데 이는 마호메트가 초승달이 뜰 무렵 가브리엘 천사와 만난 것을 기념하는 징표입니다. 하루는 일몰과 더불어 시작되고 한 달의 시작은 초승달이 솟을 때로 정해 질만큼 그들에게는 달이 소중했습니다. 그래서 달력도 이집트의 태양력과는 달리 태음력이 발달하게 되었습니다. 수메르 인들은 3천 년 전에 7층 신전탑(지구라트)을 세우고 금성, 수성 화성 목성 토성 태양, 그리고 맨 위 제단에 달의 신을 모시었는데. 이 칠층탑에서 일곱 신들에게 제사 드리던 전통이 바로 오늘날 요일의 명칭이 되었다고도 합니다.
천신(天神) 안은 또 지하수의 여신 남무와 결혼하여 지혜의 신 엔키를 낳았는데 이 엔키는 인간에게 가장 고마운 신입니다. 엔키는 45만 년 전에 작은 신들을 데리고 수메르 땅에 내려와. 강과 수로를 개척하여 엘리두라는 도시국가를 다스리는 수호신이 됩니다. 그런데 이 작은 신들이 과도한 노동에 불만을 품고 반역을 일으켰습니다. 천신 안은 아들 엔키에게 작은 신들의 노동을 대신할 인류를 만들게 합니다. 엔키는 반란의 주동자를 처단하고 그의 피와 대지의 진흙을 섞어 인간을 창조했습니다. 수메르 판 인간창조의 역사입니다. 세월이 흘러 놀라운 번식력을 가진 인간들이 대지에 가득해지고 교만해져서 신에게 봉사할 것도 잊은 채 대지는 혼란에 빠집니다. 노한 신들은 질병과 홍수로 인간을 벌하려 하는데 인간을 창조한 지혜의 신 엔키는 이 비밀을 도시국가 슈르파크의 신앙심 깊은 대제사장이자 왕인 우트나피시팀(지우수드라)에게 귀뜸 해 줍니다. 방주를 만들어 홍수에서 살아남은 우트나피시팀이 홍수가 끝나고 땅에 내려와서 제일먼저한 일이 하늘의 신들에게 제사를 지낸 것입니다. 홍수로 인해 모든 인간이 돌로 변해 제물을 받지 못했던 신들은 감격하여 그에게 영생을 주고 축복의 땅을 하사합니다. 그곳은 매일 신성한 바람이 불어와 모든 것을 새롭게 해 주는 영생의 도시가 되었습니다. 늑대도 양을 훔치지 않고 미움과 질투도 없는 곳, 그곳을 모든 강물이 흘러드는 입구라 하여, 딜문(엘리시온)이라 불렀습니다.
이 홍수 이야기는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드 오디세이>보다 1500년 전에 점토판에 기록되었다는 <길가메시의 서사시>에 등장하며 BC 400년경에 쓰여진 구약 <노아의 홍수>의 모티브가 되기도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사건을 치루고 나서 적장자 엔릴은 대지를 다스리고, 서자(庶子)격인 엔키는 바다로 가서 폭풍의 신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이집트로 가서 태양의 신이 되었다는 말도 전해집니다.
첫댓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소장품전 “메소포타미아, 저 기록의 땅”]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museum.go.kr/site/main/exhiSpecialTheme/view/specialGallery?exhiSpThemId=778608&listType=list¤t=pres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