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앙여중 1년 선후배 사이로 기대주인 박소현(왼쪽)과 구연우가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 경기장 13번 코트 앞에서 포즈를 잡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평일 오후 2시가 넘은 시각.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 경기장 센터코트 바로 옆 13번 코트. 어린 선수들의 훈련 열기가 코트를 불사를 듯 뜨겁다. 코치가 쳐준 공을 쉴 새 없이 되받아 치느라 구슬땀이 쏟아진다. 학교 수업을 마친 뒤 운동을 하러 온 테니스 명문 서울 중앙여중·고와 다른 학교 일부 선수 등 10여명이다. 이들은 이곳에서 테니스 아카데미를 운영 중인 최주연 코치의 지도 아래 혹독한 레슨을 받고 있다.
한국 여자 테니스의 미래이자 ‘여자 정현’을 꿈꾸는 유망주들 가운데 중앙여중 1년 선후배 사이인 박소현(15·3학년)과 구연우(14·2학년)가 눈길을 끈다. 박소현은 여중생이지만 지난해까지 여고 랭킹 1위를 달리던 이은혜(중앙여고2) 등을 제치고 현재 국내 주니어 여자단식 최강자로 떠오른 선수이고, 구연우도 박소현을 위협할 기대주로 주목받고 있다.
“연우요? 공 잘 치죠. 아직 미숙한 점이 있지만 공이 묵직해요.” 훈련 뒤 잠시 물을 마시러 코트 밖으로 나온 박소현은 후배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소현 언니는 라이벌이지만, 시합전에는 많은 얘기 하면서 도움을 주고 있어요.” 구연우도 이렇게 얘기하며 방긋 웃는다. 둘은 최근 맞붙었고, 박소현이 세트점수 2-0(6:4/7:5)으로 이긴 바 있다. 구연우는 “1세트 3-1로 이기다 4-6, 2세트에서는 5-4로 앞서다 5-7로 졌다”며 아쉬워했다.
구연우(왼쪽)와 박소현이 서로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한국 남자 테니스는 정현(21·한국체대)의 등장으로 희망가를 부르고 있지만, 여자는 아직 몇년째 그랜드슬램 대회를 누빌 재목감이 나타나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는 상황. 혜성처럼 나타난 박소현은 가뭄 끝 단비 같은 존재다. “소현이는 볼센스와 배짱 등 테니스 선수로 모든 자질을 갖췄습니다. 정현 같은 선수가 될 겁니다.” 주니어 선수 발굴과 육성에 헌신해온 양주식 중앙여중·고 감독은 이렇게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는 “소현이가 코트에서 좀 예민했는데 최근에 시합을 많이 다니면서 좋아졌다”고 칭찬했다.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톱10이 목표였는데, 이제 톱5로 꿈이 바뀌었어요.” 2017 프랑스오픈이 열리고 있는 파리 롤랑가로스에 다녀온 박소현도 당차게 이렇게 말한다. “저도 그렇고 선수들 운동할 때 톱5면 알아주잖아요. 프랑스오픈 보면서 그런 걸 느끼고 왔습니다.”
박소현은 지난 4월말 경기도 안성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주니어부 와일드카드 결정전(랑데부 롤랑가로스) 한국 대회 여자부 결승전에서 3년 선배이자 지난 대회 챔피언 이은혜를 세트점수 2-0(6:0/7:5)으로 누르고 파리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앞서 8강전에서는 구연우한테 힘겹게 이겼다. 그래서 파리에 갔지만 와일드카드 결정전 본선에서 1승1패로 탈락했다. “이번에 제가 아는 플레이와 다른 플레이를 하는 선수들을 많이 봤어요. 다양한 플레이의 선수를 이겨야 한다, 그런 쪽 훈련을 많이 해야겠다는 교훈을 얻었어요.”
박소현이 올림픽 코트에서 백핸드스트로크 연습을 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박소현은 지난달 11일 창원국제서킷대회에서 예선을 통과한 뒤 본선 1회전에서 한때 세계 4위까지 올랐던 일본의 베테랑 다테 기미코(47)와 맞붙어 1세트를 6-4로 따낸 뒤 2세트에서 2-0으로 앞서다 기권승을 거둬 주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신체조건은 1m64, 50㎏으로 아직도 성장 중인데, 다른 선수들보다 한 템포 빠르게 공을 치고 공격적인 스타일의 플레이를 펼쳐 기대를 모으고 있다. “우리 소현이 순한 것 같은데 승부욕이 대단해요. 도전정신도 있어 누굴 만나도 겁이 없었요.” 어머니 오은자씨는 딸에 대해 이렇게 귀띔한다. 아버지(박창희)는 과거 테니스 국가대표였다.
구연우가 올림픽 코트에서 백핸드스트로크 연습을 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박소현은 이번 프랑스오픈에서 정현과 니시코리 게이의 경기도 봤다며 “아시아 선수가 별로 없는데, ‘하면 되는구나’라는 걸 느꼈다. (경기력은) 다 비슷한데 고비를 넘기느냐에 따라 차이가 나는 것 같았다. (정현이라는 존재가) 힘이 많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그의 주니어 랭킹은 80위권대, 시니어 랭킹은 1200위권대로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래서 앞으로 서킷 대회에 출전해 포인트를 쌓을 예정이다. 그는 “일단 자력으로 4대 그랜드슬램 대회 주니어부에 나가 뛰는 게 올해 목표다. 주니어 랭킹을 50위 안으로 올려서 윔블던과 유에스(US)오픈에 나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다. 1m69, 52㎏으로 박소현보다 조금 큰 구연우는 “언니와 경쟁하면서 장차 그랜드슬램 대회를 누비고 싶다”고 한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첫댓글 오스타펜코 처럼 승패에 연연해하지 말고 원없이 때려치는 연우가 된다면 세계제패도 가능할거라 봅니다. 어렸을적부터 공만보면 달려들었던 그 성격, 그것을 살려나갔으면 좋겠어요. 구연우 화이팅!!!
맞아요 선생님
우리가 바라던 선수가 오스타펜코같은 공격적인 볼을 구사하는 선수지요
연우 자신도 그렇게 성장하길 바라고 있으니
더욱 분발하도록 하겠습니다 연우 화이팅!!!
오스타펜코 말이 누구도 그렇게 치라고 가르쳐준 사람이 없다네요. 스스로 그렇게 치는 것에 익숙해졌다는데 제 개인적인 소견은 매일 연우에게 오스타펜코의 이번 결승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스스로 터득해나가는 것이 좋을것 같은데... 이런 스타일을 몸에 익힌다면 바로 우리나라는 실업팀 선수들까지도 평정할 수 있을것 같아요. 코치들은 자기네들 틀로밖에 가르칠 수 없으니까 코치한테만 의존한다면 결코 우리가 바라는 대선수는 되지 못할 것 같아요. 맞나요?
맞습니다ㅎㅎ 오스타펜코의 공격력에 할렙의 수비력까지 갖춘다면 더할나위 없겠네요
시종일관 때리려면 체력도 길러야하고 트레이닝으로 근력도 키워 더 힘있는볼로 만들어야하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만큼 좋은성과
얻을수 있겠지요? 꼭 그렇게 될겁니다 꼭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