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오기 시작하면서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은 슬리퍼를 신은 아이들의 발이었다.
루수빌로 고아원의 아이들을 내 아이들이라고 선포해놓고 엄마가 된 이상, 아이들의
삶이 나와 무관할리가 없다. 지난 11월, 맨 발로 다니는 아이들이 보기 안쓰러워
60명에게 슬리퍼를 사서 신겼을 때, 좋아하던 아이들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었다.
성탄 휴가에서 돌아와 보니 아이들은 다시 더러워진 옷들을 입고 다니며 슬리퍼가
찢어진 아이들과 도난당한 아이들은 다시 맨발로 걸어 다니고 있었다.
질퍽이는 땅을 맨발로, 그것도 풀이 많이 자라고 있는 곳에는 전갈이나 뱀도 있다고
들었는데.... 역시 엄마가 없는 아이들은 슬프다. 아무도 그들을 안쓰럽게 생각하고
그들을 챙겨줘야겠다는 마음을 갖는 이가 그들에게는 없다. 그래서 하느님이 고아들을
돌보신다고 성경에서도 강조 되는 것이다. 하느님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시어 그들을
보살피도록 하시는 것이다. 내가 바로 그 소명을 받아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이다.
운동화를 사서 신겨야겠다고 결심하고 보모들에게 아이들의 신발 사이즈를 적어오라고
시킨 후, 카롱가 시장을 돌아다녔다. 카롱가는 정말 작은 도시라서 아무리 뒤져도 내가
필요한 사이즈의 60켤레의 운동화를 찾을 길이 없었다. 낙심하고 있다가 문득 말라위의
수도 릴롱궤에는 중국 사람들도 많이 들어와 살고 있으니 있을 듯싶어서 평소에
나의 일을 많이 도와주고 있는 보스꼬 형제님과 말따 자매님께 부탁을 했더니 흔쾌히
O.K를 해주는 바람에 일이 성사 된 것이다. 말따 자매님은 3일 동안 릴롱궤 시장을
누비며 돌아다녔다고 한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상상이 가니 정말 눈물 나도록 고맙다.
하느님은 나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을 하느님의 구원사업에 동참하도록 부르시고 또 쓰신다.
이곳에서 일하면서 항상 감사하는 것은 나를 신뢰하고 후원해주고 있는 많은 동지들이 내 곁에 있다는 사실이다.
나의 힘으로는 이모든 일들을 감당 할 수가 없다.
릴롱궤에서 소포로 부쳐진 신발 두 박스를 들고 오늘 루수빌로에 갔다
나는 루수빌로 고아원 아이들이 그동안 여러 면에서 너무 방치 되어있었다는 것을 알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시행 중인데, 아이들이 너무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에는 숙제를 돌봐주는 여선생님 둘을 고용해서 아이들이 공부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있으며, 화요일에는 내가 아이들에게 노래와 춤, 오락으로 함께
놀아주고 있다. 목요일에는 미술 선생님이 와서 아이들과 함께 그림을 그린다.
토요일에는 스포츠 선생님이 와서 아이들과 여러 가지 운동을 하고 있다.
이런 관심과 사랑을 받아 본적이 없는 아이들의 모습이 이제는 밝고 활력에 넘친다.
나를 보면 Mother, Mother하면서 애정의 표시를 할 정도로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나는 자주 아이들로부터 러브레터를 받는데, 자신의 사랑을 표현 할길이 없던 아이들이 이제는
“엄마”라는 대상이 생긴 것이다. 그들은 편지지 한 장에 아마도 5번 이상은 사랑 한다고 쓰고 있어
나의 마음을 감동시킨다.
소포상자를 열어 신발을 꺼내는 순간, 아이들이라면 기뻐서 소리를 쳐야하는 것이 정상인데,
놀랍게도 이 아이들은 오히려 더 숨을 죽이고 조용해지는 것이 아닌가?
그동안 이 아이들은 기쁘거나 슬프거나 거의 표현을 안 하고 살고 있었다.
그런 감정도 그 누군가가 받아 줘야만 개발이 되는 것인데, 보모들은 아이들을
무리로만 받아들였지 결코 개인으로 받아준 적이 없다는 결론을 얻는다.
우리는 아이들을 어린아이들부터 호명해서 신겨주었다. 큰 아이들은 계속해서
숨을 죽이고 바라만 보고 있다가 자신의 이름이 불려지면 부리나케 달려온다.
아, 얼마나 기다리던 순간인가 ! 꿈에 그리던 운동화를 손에 들고 그들의 얼굴에
행복의 꽃이 피기시작 했다. 신고 또 신어보고, 손으로 쓰다듬고..... 자신들이 소유한첫 번째 운동화....
어린 시절에 나도 아버지가 운동화를 사다주시던 날에는 너무 좋아서운동화를 끌어안고 잠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맨발로 다녔던 일도 없이 그렇게 좋아했는데,이 아이들은 맨발에서 운동화로 승격이 되었으니
그 기쁨은 말 할 수없이 클 것이다. 운동화를 신은 모습을 사진 찍어 보여주니 그제야 환호한다.
‘너희들 행복하니?“ 하고 물었더니 모두 ”네, 행복해요“ 라고 아이들답게 소리친다.
“예수님이 너희들을 사랑하시고 나도 너희들을 사랑 한다” 했더니“사랑해요 어머니”
라고 목이 터져라고 대답한다. 정말 나는 이 아이들을 사랑하고 있다. 그리고 더 많이사랑해줄 것이다.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나는 이들의 엄마가 되어줄 것이며 이 아이들이 더욱 행복해지도록 몸과 마음을
다해 돌보아 줄 것이다.
“애들아, 새 운동화를 신고 춤을 추어보자”
이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벌써 아이들의 몸은 리듬에 맞추어 흔들리고 있었다.
행복이란 다른 이가 나로 인해 행복해지는 것을 바라볼 때 쏟아지는 별빛이다.
첫댓글 * 같이 행복감에 젖어듭니다.아녜스님,..!! 명절엔 때때옷 선물받고 흥분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온듯...^*~ 설날의 좋은선물,
운동화..!! 온몸을 받혀주는 ..보호하는 ..좋은 선물..!! 좋은 엄마..!!! 사랑해요..!!! 여기까지 들립니다.^*^ 샬롬!!!
덕분에 행복바이러스가 여기 한국까지도 넘쳐 흐릅니다!! ^^
정말 설날 선물을 받아들고 기뻐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지난날의 우리들도 추억해봅니다. 함께 기뻐집니다. 참으로 좋은일을 하셨습니다.
오늘도 또 감동으로 글을 읽었습니다..
맘은 신발값이라도 드리고 싶으나 지금은 형편이 그리할 수 없음이 안타깝군요..
60명의 아이들이 신발을 가슴에 안고 교수님의 사랑을 안고 새근새근 잠이 들었었군요..
그 날밤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느낄수 있는 감격을 가지고요....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감동된 한분의 헌신이 아이들에게 새신의 감동을 주신 교수님의 마음이
제 마음이도 묻어나고 있습니다..
헨델의 라르고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따듯한 맘을 안고 오늘도 잠을 청할수있어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행복이란 다른 이가 나로 인해 행복해지는 것을 바라볼 때 쏟아지는 별빛이다.
행복이란 다른 이가 나로 인해 행복해지는 것을 바라볼 때 쏟아지는 별빛이다.
나로인해 누군가가 행복해지는 기쁨을 느끼지 못하면 나올수 없는 귀한 진리가 교수님 삶속에서 뿜어져 나오네요....
그 모습을 바라보는 저희들도 노무 행복합니다...
교수님 만세~~!
사랑하는 아녜스님!!!정말 훌륭한 엄마 입니다 그 아이들의 바램을 읽을수 있는 엄마는 잘 없지요 하느님의 사랑으로
가득차 있는 사람만이 볼수 있는 것이니까요 정말 그 아이들의 기쁨이 가슴으로 전해집니다 고맙습니다 사랑 합니다
너희들 행복하니?.. 선생님의 밝고 고운 음성이 제 귀에 들려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