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18 15:38:14
사람 일이란 참 마음 먹은대로 되지 않는가 보다.
지난주 350차 기념산행에 많은 30산우들이 줄기찬 장마비에도 불구하고 열렬히 호응을 해주어
이번 주에는 나름 휴식도 좀 필요할 것이라 생각되어 금주의 산행대장으로 명 받은 나는 일체의 호객행위를 자제했겄다.
아니나 다를까 5,6명 수준으로 지원자가 정리되길래 옳다, 소수정예로 조촐허니 자유분망하게 산보를
즐기고 오면 되겠다고 혼자서 회심의 미소를 지었던 것이었다.
약속한 오전 10시 조금 못되어 헌법재판소 앞에 가보니 겨울여행이 20분전에 와서 기다리고 있었고
금강과 산지기가 정시에 정말로 나란히 나타난다. 고맙게도 멀리 분당 쪽에서들 와 주었다.
곧이어 솔욱이 검정 개나리 봇짐을 한손에 달랑 들고 반갑게 인사한다.
제헌절을 맞아 헌법재판소 앞에서 산우 다섯명이 인증샷을 한 방 누르고 슬슬 출발하려는데 장사로부터 핸펀이 온다.
출발이 늦어져서 청계천 자기회사에다 주차하고 나올테니 거기서 합류하잔다.
어차피 청계천을 가로질러야 남산으로 갈 수 있으니 그러자고 한다.
잠시 있으려니 권박으로부터의 전화. 목적지를 헌법재판소가 아닌 삼일빌딩으로 고쳐준다.
장사 회사 앞의 베를린 장벽 앞에서 새롭게 모인 7인의 사나이들이 총살 대형(?)으로 다시 한번 인증샷.
장마는 물러가고 폭염이 시작되려나 보다.
산지기가 어제와 그제 학교행사로 무리했다며 엄살 모드로 들어 가길래 원래 들머리로 생각해 두었던 충무로 쪽으로 향하지 않고
그냥 직진하여 리라초등학교 쪽으로 오른다
4번 들머리로 올라 선 산보도로는 인프라가 초일류급이다.
컬러풀한 우레탄으로 깔끔히 포장이 되어 있어 고온다습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들이 산보를 즐기고 있다.
헌법재판소에서부터 시작된, 산행이랄 것도 없는 산보를 시작 한 지 한시간 쯤 되자 적당한 쉼터가 나타나길래 물이나 한 모금 쉬었다 가려는데 금강과 솔욱이 주섬주섬 자리를 편다.
여기서 간장치킨과 멸치, 과자를 안주로 금강의 막걸리 한통, 권박의 고농도 캔 맥주 하나, 느림보의 인삼주 500ml가 한시간에 걸쳐 비워진다.
그 사이 가오리, 오천사, 산사랑으로부터 2차 집결지를 알려 달라는 메세지가 도착한다.
술이 다 떨어진 우리는 가오리 보고 막걸리를 가오라 한다.
깔닥고개를 지나서 남산 타워 옆 팔각정으로 오르는 길에서 오천사 부부와 조우한다.
역삼역 부근에서 출발하여 한강다리를 건너 걸어 왔다고 하니 글쎄, 이 썬파워 부부는! 이 삼복 더위에!
[30산우회를 서로 결속하는 열쇄 퍼포먼스... 결코 풀어버릴 수 없는 30산우회]
팔각정이 있는 광장 100여 미터 아래 순환버스 정류소까지 가오리가 막걸리 세병을 사들고 땀을 뻘뻘 흘리며 걸어 올라왔다.
운동 삼아 걸어 왔다고는 했지만, 막걸리 3병 무게가 장난이 아닌데 괜한 걸 주문했나 싶어 맘 한편이 무겁다.
이렇게 해서 다섯명으로 시작한 산행은 차츰차츰 배로 불어 도합 열명이 정상 아닌 곳에서 정상주를 나누게 되었는데,
이 때 또다시 울리는 산사랑으로부터의 핸펀, 하산주 장소를 알려 달랜다. 열한명째다.
새로이 단장한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둘러 볼 시간이 없어 다음으로 미루고, 총총 하산길을 서두른다.
회현역 4번 출구에 있는 연길반점에 도착했을 땐 오후 두시가 넘어서고 있었다.
칭따오 맥주로 목을 축이고 양꼬치 구이로 시장기를 달래는 사이 산사랑이 조인한다. 오늘 등장한 마지막 열한번째 사나이!
세상 만사가 이렇게 오늘처럼 내 맘 같지 않게 굴러 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발칙한 상상을 하며 산행기를 맺는다.
함께 땀 흘린 산우들, 더욱 자주 산에서 만날 것을 다짐하면서, 가~족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