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강좌 73강
이번주 디카시 강좌는 백운옥 시인의 <고공낙하>와 김경언 시인의 <서약>, 한유경 시인의 <SNS>를 소개한다. 금주의 디카시로 대체한다.
디카시는 과학이다. 자연과학(사진작가)과 인문과학(스토리텔러),사회과학(카피라이터)이 관통하는 멀티과학언어예술이다. 디카시는 순간 포착, 순간 언술, 순간 소통의 산물이다. 그렇기에 디카시는 디지털문학 치료가 가능하다.
특히, 우리 협회의 세 분이 신춘문예에 당선되거나 입선(장려상)하였기에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먼저 2025년 오륙도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된 백운옥 시인의 디카시 <고공낙하>를 소개한다.
#금주의디카시
고공낙하 / 백운옥
낙하산 펴기 전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창공을 한 순간 가른다
오늘도 인생을 건다
푸른 초원을 향해
"백운옥의 「고공낙하」는 짝짓기하는 비단 개구리가 하늘이 비친 물 위에 떠 있는 형상이다. 그것을 고공낙하라고 한다. 수면 깊이 하늘이 데칼코마니로 자리하고 이끼는 구름 같이 떠 있어 낙하산이 펴지기 전의 고공 낙하하는 극적 장면이다. “낙화산 펴기 전의 세상은/얼마나 아름다운가”라고 언술한다. 창공을 한순간 가르는 사랑의 환유다. 사랑의 환희를 이렇듯 절묘하게 형상화한다. 사랑의 유토피아인 푸른 초원을 향해 오늘 인생을 건 것이다. 사랑의 극적 모티브다. 이 디카시는 표면적으로는 고공낙하에서 낙하산이 펴지기 전의 순간만 다룬다. 낙하산이 펴지면 전개될 세상은 노코멘트한다. 낙하산이 펴지면 일상으로 돌아오는 땅의 현실은 애써 외면한 것이다." 인용된 것은 이상옥 교수의 심사평 일부다.
비단 개구리의 짝찟기 장면을 순간 포착하여, 이를 <고공낙하>라는 제목의 한 줄 카피로 클로즈업시키고 있다. 그 자체가 신선한 충격적 발상이다. 물 위(연못)의 평면을 입체적 4차원(창공)의 세상으로 확장시킨 창조적 상상력이 압권이다.
물 위가 아닌 창공의 새로운 세상의 이미지로 부각시키고 있다. 동시에 창공에서 지상의 푸른 초원을 바라보며, 전개한 환유의 극적 순간을 촌철살인의 시적 문장으로 풀어내고 있는 스토리텔러로서의 언술도 참으로 기막히게 맞아 떨어진다.
영상기호와 문자기호의 화학적 결합을 통해 <고공낙하>로 동시에 연동시키고 있는 디지털 역량이 탁월하다.
또한 대구신문 신춘문예에서 장려상을 수상한 김경언 시인의 디카시 <서약>을 살펴보기 전에, 심사평 일부를 소개한다.
‘2025 대구신문 신춘 디카시 공모대전’에 올해도 637명의 응모자가 1천911편의 디카시를 응모하여 그 폭발적 호응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2000년대 초 ‘디카시’란 이름을 붙인 작품이 세상에 처음 나온 이래로 디카시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디카시 마니아들이 늘어나면서 디카시 창작 입문서와 시론이 쏟아져 나오고 우수한 디카시집들이 속속 발간되고 있다. 디카시는 언어 예술이라는 기존 시의 범주를 확장하여 영상과 문자를 하나의 텍스트로 결합한 멀티 언어 예술이란 새로운 문학 장르가 되었고,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디지털 시대의 멋진 시놀이로 자리 잡게 되었다.
심사위원들은 시와 사진이 절묘하게 결합하여 독자에게 깊은 울림과 긴 여운을 남기는 작품을 고르려고 노력했다. 심사위원 각자가 50명의 응모자를 먼저 골랐다. 세 사람의 견해가 거의 일치하는 100여 편은 상당한 수준의 작품이었다. 그중에서 다시 30편을 골라 개별 작품의 장단점을 두고 장시간 논의한 후, 네 차례에 걸친 순위 조절 끝에 최종적인 합의에 이르게 되었다.
'서약', ‘SNS’ 등 10편의 작품도 디카시가 갖춰야 할 요건을 충족한 수작이어서 장려상으로 뽑았다. 수상자들께 더 좋은 작품을 위해 계속 정진하시라는 당부의 말씀을 드린다.
디카시는 영상과 시가 어느 한순간 동시에 포착되고 완성되는 경우가 많다. 입상하지 못한 분들도 꾸준히 사진을 찍고 시를 쓰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도 놀라게 되는 좋은 작품으로 큰 기쁨을 누릴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작품을 보내주신 모든 분께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
심사위원 : 시인 강현국, 시조시인 문무학, 시인 윤일현(글)
#금주의디카시
김경언 시인의 디카시 <서약>의 경우, 70년대, 80년대 과거 기성세대의 금슬 좋은 부부의 소박하고 순박한 사랑의 서약식을 선굵은 시적 언술로 그려내고 있다 ,
남편과 아내의 다른 색깔, 저마다 품고 있는 다른 성깔을 부부애로 극복하면서, 눈비 와도 언제나 함께 하겠다는 동행의 서약이 잔잔한 울림으로 전해진다.
흰 고무신과 까만 고무신은 동양철학인 음과 양의 섭리를 보여주고 있으면서, 사랑의 숭고한 가치마저 느낄 수 있도록 감동도 배어나온다.
한편, 대구신문 신춘문예에서 장려상을 수상한 시인의 디카시 <SNS>를 살펴본다.
#금주의디카시
한유경 시인의 디카시 <SNS>의 경우, '전보'-'전화'-'SNS'로 이어지는 부고장의 진화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설계한 디카시 기획력이 참으로 놀랍다.
영상기호를 통해 '전보(우체통)', '전화(공중전화부스)'의 과거 부고의 역사를 재조명하고 있으면서, 문자기호를 통해 '카카오스토리 SNS(부고장)'로 연결시키는 시적 언술이 잘 갈무리되고 있다.
부고를 전달하는 매체가 '종이(우편수발)'-'통신(전화)'-'SNS'로 바뀌었음을 인식시키고 있는 가운데, 군더더기 없는 디카시의 전형을 선보이고 있다.
디카시는 SNS의 날개를 타고 디지털 세상을 밝히는 디지털 별이다.
"스마트폰이 켜져 있을 때 디카시 심장소리 즉, 디카, 디카, 디카 소리가 들리면 디카시를 자신의 신체 일부로 여기는 우리 시대 진정한 디카시 성자이다."
정유지(부산디카시인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