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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79화 ― 「성당 담벼락의 숫자 27」
새벽미사가 끝난 아침이었다.
장태식 요셉은 성당 마당을 쓸다가 담벼락 앞에서 빗자루를 멈췄다.
하얀 담장 한가운데—
검은색으로 숫자 하나가 적혀 있었다.
**27**
장태식은 미간을 찌푸렸다.
어제까지만 해도 없었다.
손가락으로 문질러보았다.
검은 가루가 묻어났다.
숯이었다.
“누가 이런 걸…….”
그는 물걸레를 가져와 숫자를 깨끗이 지웠다.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이들 장난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같은 자리에 다시 숫자가 나타났다.
**27**
이번에는 파란 분필이었다.
장태식은 또 지웠다.
그리고 그다음 날.
**27**
이번에는 연필.
다음 날에는—
**27**
작은 돌멩이 스물일곱 개가 담장 아래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장태식은 한동안 그것을 내려다봤다.
그리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건 장난이 아닌데.”
---
“사건이에요!”
오미자 안나의 목소리가 사무실에 울려 퍼졌다.
최병철 베드로가 깜짝 놀라 장부를 떨어뜨렸다.
“회장님, 좀 조용히 말씀하세요.”
“사건인데 어떻게 조용히 말해요?”
“뭐가 없어졌습니까?”
“없어진 게 아니라 생겼어요.”
“뭐가요?”
오미자가 손가락 두 개와 일곱 개를 차례로 펼쳤다.
“이십칠.”
최병철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숫자가 생긴 게 무슨 사건입니까?”
“매일 생기잖아요.”
그때 김맑음 신부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오미자가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신부님, 드디어 사건입니다.”
“어제도 사건이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건 성가대 전기포트가 안 켜진 사건이고요.”
최병철이 중얼거렸다.
“플러그를 안 꽂았잖아요.”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오미자는 김맑음 신부에게 담벼락 이야기를 설명했다.
김맑음 신부의 눈빛이 달라졌다.
“매일 같은 숫자라고요?”
“네.”
“같은 장소에?”
“네.”
“지워도 다시 나타나고요?”
“그렇다니까요.”
김맑음 신부가 안경을 고쳐 썼다.
오미자가 최병철을 바라봤다.
“봤죠?”
“뭘요?”
“신부님 안경 만졌어요.”
최병철이 한숨을 쉬었다.
“또 시작이군.”
---
담벼락 앞.
김맑음 신부는 숫자를 한동안 바라봤다.
오늘의 ‘27’은 빨간색 분필로 적혀 있었다.
“스물일곱 살.”
오미자가 말했다.
“아니면 27일.”
최병철도 추리에 가세했다.
“건물 번호일 수도 있습니다.”
“버스 번호 아닐까요?”
“비밀번호일 수도 있고.”
김맑음 신부가 물었다.
“비밀번호를 왜 담벼락에 씁니까?”
최병철이 입을 다물었다.
그때 박복례가 장바구니를 들고 지나왔다.
“다들 여기서 뭐 해요?”
오미자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암호를 풀고 있어요.”
박복례가 담장을 봤다.
“저거요?”
“네.”
“27이잖아요.”
“그걸 누가 몰라요?”
박복례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이십칠 일.”
오미자가 눈을 크게 떴다.
“그렇죠?”
“우리 성당 전기요금 자동이체 날.”
모두 조용해졌다.
박복례가 성당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한가한 사람들이야.”
김맑음 신부가 웃었다.
그러다 담벼락 가까이 다가갔다.
숫자 아래쪽을 자세히 살폈다.
그리고 발견했다.
아주 작은 표시.
**점 하나.**
김맑음 신부가 물었다.
“장 선생님.”
“예.”
“어제도 점이 있었습니까?”
장태식이 고개를 갸웃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그제는요?”
“숫자만 보고 바로 지워서…….”
김맑음 신부는 숫자를 바라봤다.
**27.**
“숫자만 중요한 게 아닐 수도 있겠네요.”
---
그날 저녁.
김하늘 안젤라가 성당에 왔다.
“신부님, CCTV 확인해봤어요?”
“아직.”
하늘이 휴대전화를 흔들었다.
“제가 봤어요.”
“뭐가 찍혔니?”
“사람이요.”
김맑음 신부가 화면을 들여다봤다.
새벽 4시 43분.
화면 한쪽에서 사람이 나타났다.
모자를 깊게 눌러쓴 남자였다.
남자는 담장 앞에 멈춰 섰다.
주변을 살핀 뒤 몸을 숙였다.
그리고 무언가를 적었다.
**27**
하늘이 말했다.
“확대해도 얼굴은 잘 안 보여요.”
김맑음 신부는 화면을 다시 돌려봤다.
한 번.
두 번.
세 번.
“이상하네.”
“뭐가요?”
“숫자를 적고 바로 가지 않아.”
남자는 숫자를 쓴 뒤 담벼락 건너편을 바라봤다.
한참 동안.
마치—
**누군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
다음 날 새벽.
김맑음 신부는 담장이 보이는 곳에 앉아 있었다.
이도현 형사가 옆에서 하품했다.
“맑음아.”
“응.”
“새벽 네 시 반이다.”
“알아.”
“나는 형사야.”
“알지.”
“그런데 왜 성당 담벼락 낙서범 잡는 데 형사를 불러?”
“도현아.”
“왜.”
“커피 마실래?”
이도현이 김맑음 신부를 노려봤다.
“그거 사과냐?”
“화해의 제안이지.”
“됐어.”
잠시 후.
이도현이 물었다.
“커피 어디 있는데?”
김맑음 신부가 보온병을 내밀었다.
그 순간이었다.
“온다.”
한 남자가 골목 끝에서 나타났다.
CCTV 속 남자였다.
그는 담장 앞에 섰다.
주머니에서 흰 분필을 꺼냈다.
그리고 천천히 썼다.
**27**
그 아래—
이번에는 작은 글자 하나를 더 적었다.
**ㄱ**
김맑음 신부의 눈빛이 달라졌다.
남자는 한동안 담장 맞은편을 바라봤다.
그러나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돌아섰다.
김맑음 신부가 앞으로 나갔다.
“잠시만요.”
남자가 멈췄다.
이도현도 뒤따라 나왔다.
남자의 표정이 굳었다.
“누구십니까?”
“이 성당 주임 신부입니다.”
남자는 담벼락을 바라봤다.
“죄송합니다. 지우겠습니다.”
“낙서 때문에 온 것은 아닙니다.”
남자가 김맑음 신부를 바라봤다.
“그럼요?”
김맑음 신부가 숫자를 가리켰다.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쓰시는 겁니까?”
남자의 얼굴이 굳었다.
---
남자의 이름은 **강영호**.
예순한 살이었다.
그는 한참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동생을 찾고 있습니다.”
“동생 이름은요?”
“강영수.”
“언제 헤어지셨습니까?”
남자는 담벼락의 숫자를 바라봤다.
“27년 전입니다.”
김맑음 신부와 이도현이 서로를 바라봤다.
숫자 27.
그것은 날짜도,
나이도,
주소도 아니었다.
**헤어진 시간이었다.**
---
영호와 영수는 두 살 터울 형제였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일찍 잃었고 어머니와 셋이 살았다.
형 영호는 스무 살이 되기도 전에 돈을 벌기 시작했다.
동생 영수는 공부를 잘했다.
형은 자신의 꿈을 접고 동생의 대학 등록금을 댔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가 크게 아팠다.
병원비가 필요했다.
그때 집에 보관해 두었던 돈이 사라졌다.
영호는 동생을 의심했다.
영수는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형은 믿지 않았다.
“너 아니면 누가 가져가!”
그 말이 마지막이었다.
영수는 집을 나갔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았다.
몇 달 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장례를 치른 뒤 영호는 뒤늦게 진실을 알게 됐다.
돈을 가져간 사람은 동생이 아니었다.
당시 함께 일하던 영호의 지인이 급한 빚을 갚으려고 돈을 훔쳤던 것이다.
“동생은 억울했겠군요.”
이도현이 말했다.
영호가 고개를 숙였다.
“억울한 정도가 아니죠.”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내가 쫓아낸 겁니다.”
---
김맑음 신부가 물었다.
“그런데 왜 여기다 27을 쓰셨습니까?”
영호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 말했다.
“어릴 때 우리 형제가 약속한 게 있습니다.”
“어떤 약속입니까?”
“서로 떨어지면 숫자를 남기자고 했어요.”
“숫자요?”
“그때 살던 집이 27번지였습니다.”
김맑음 신부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럼 27년이라는 의미만 있는 게 아니군요.”
“예.”
영호가 말했다.
“우리 형제에게 27은 집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두 사람은 골목에서 놀다가 서로를 잃어버리면 벽에 숫자 ‘27’을 적었다.
**27번지 집으로 돌아가자는 뜻.**
“동생이 기억하고 있을까요?”
김맑음 신부가 물었다.
영호는 쓸쓸하게 웃었다.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은솔성당 담장입니까?”
“얼마 전에 동생이 은솔시에 산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누구에게요?”
“옛날 동네 친구에게요.”
“정확한 주소는 모르고요?”
“네.”
영호는 담장을 바라봤다.
“그 친구가 그러더군요. 영수가 가끔 은솔성당 근처에서 보인다고.”
그래서 그는 매일 새벽 숫자를 남겼다.
혹시 동생이 지나가다가 볼까 봐.
혹시—
**27을 기억할까 봐.**
---
한서윤 세실리아도 동생을 찾는 일에 나섰다.
27년 전 자료를 확인했다.
주민등록 관련 정보에 함부로 접근할 수는 없었지만, 공개된 옛 기사와 지역 기록을 뒤졌다.
김하늘도 인터넷 자료를 찾아봤다.
그러나 강영수라는 이름은 흔했다.
며칠이 지나도 찾지 못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다.
영호가 숫자를 쓰지 않은 날이었다.
담벼락에—
누군가 먼저 숫자를 적어놓았다.
**27**
그리고 그 아래 작은 글씨가 있었다.
**ㅎ**
김맑음 신부는 그 글자를 한참 바라봤다.
전날 영호가 적은 글자는—
**ㄱ**
오늘 나타난 것은—
**ㅎ**
하늘이 물었다.
“이게 뭐예요?”
김맑음 신부가 말했다.
“대답이야.”
“네?”
“누군가 숫자를 보고 있다는 뜻이야.”
---
다음 날.
영호는 다시 적었다.
**27 ㄱ**
그다음 날.
누군가 답했다.
**27 ㅎ**
그렇게 사흘이 이어졌다.
영호가 쓰면—
누군가 답했다.
그런데 두 사람은 만나지 못했다.
한 사람은 새벽에 왔고,
다른 한 사람은 늦은 밤에 왔다.
김맑음 신부가 물었다.
“ㄱ과 ㅎ는 무슨 뜻입니까?”
영호가 한참 숫자를 바라봤다.
그리고 눈시울을 붉혔다.
“어릴 때 쓰던 표시입니다.”
“무슨 뜻인데요?”
“ㄱ은…….”
영호가 말했다.
“**기다린다.**”
김맑음 신부가 ㅎ을 바라봤다.
영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ㅎ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형.**”
---
그날 밤.
김맑음 신부는 담장 앞에서 기다렸다.
밤 열한 시가 조금 넘었을 때였다.
한 남자가 골목으로 들어왔다.
예순에 가까워 보이는 남자였다.
그는 담벼락 앞에 멈췄다.
한동안 숫자를 바라봤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분필을 꺼냈다.
김맑음 신부가 말했다.
“강영수 씨입니까?”
남자의 손이 멈췄다.
그는 천천히 돌아봤다.
“누구십니까?”
“김맑음 프란치스코 신부입니다.”
남자는 경계했다.
“형이 보냈습니까?”
“아닙니다.”
“그럼 어떻게…….”
김맑음 신부가 담장을 가리켰다.
“대답을 계속 남기셨잖습니까.”
영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김맑음 신부가 물었다.
“왜 만나지 않으십니까?”
영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신부님.”
“네.”
“27년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27년 동안 형은 나를 찾지 않았습니다.”
김맑음 신부는 조용히 말했다.
“형님은 계속 찾았다고 합니다.”
영수의 표정이 굳었다.
“그걸 믿으라고요?”
“믿으라고 말씀드리는 게 아닙니다.”
김맑음 신부가 말했다.
“직접 물어보시라는 겁니다.”
---
다음 날 새벽.
영호가 담장 앞으로 왔다.
그는 평소처럼 분필을 꺼냈다.
그런데—
손이 멈췄다.
이미 숫자가 적혀 있었다.
**27**
그 아래에는 처음 보는 문장이 있었다.
**이번에는 네가 기다려.**
영호는 글자를 바라봤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담장 건너편.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영호의 손에서 분필이 떨어졌다.
“……영수야.”
남자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영수 맞지?”
동생이 천천히 말했다.
“형.”
그 한마디에 영호의 얼굴이 무너졌다.
“미안하다.”
동생이 말했다.
“그 말 하려고 27년 찾았어?”
“그래.”
“너무 늦었잖아.”
“안다.”
“엄마 돌아가셨을 때도 못 왔어.”
“안다.”
“내가 어디서 어떻게 살았는지도 모르잖아.”
“안다.”
영호는 아무 변명도 하지 않았다.
그저 같은 말만 했다.
“미안하다.”
동생의 눈이 붉어졌다.
“형은 맨날 그랬어.”
“…….”
“어릴 때도 잘못하면 미안하다고만 했어.”
영호가 눈물을 훔쳤다.
“그럼 뭐라고 해야 하냐.”
동생이 한참 형을 바라봤다.
그리고 말했다.
“밥 먹었냐고 해야지.”
영호가 고개를 들었다.
“뭐?”
“27년 만에 만난 동생한테 밥 먹었냐고도 안 물어봐?”
영호의 입술이 떨렸다.
웃는 건지 우는 건지 알 수 없는 얼굴이었다.
“영수야.”
“왜.”
“밥…… 먹었냐?”
동생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영호가 울면서 웃었다.
“그럼 밥 먹으러 가자.”
“형이 사.”
“그래.”
“비싼 거.”
“그래.”
“27년 치.”
영호가 처음으로 크게 웃었다.
“그건 좀 무서운데.”
---
두 형제가 골목 끝으로 사라질 때까지 김맑음 신부는 멀리서 바라봤다.
옆에 있던 박복례가 코끝을 훔쳤다.
“신부님.”
“네.”
“이제 저 숫자는 지워도 되겠네요.”
김맑음 신부가 담벼락을 바라봤다.
**27**
“아니요.”
“왜요?”
“오늘 하루만 그냥 두지요.”
“낙서잖아요.”
“오늘만요.”
박복례도 숫자를 바라봤다.
“왜요?”
김맑음 신부가 미소 지었다.
“27년 동안 길을 잃었던 두 사람이 겨우 집을 찾았으니까요.”
박복례가 잠시 침묵했다.
그러다 말했다.
“내일은 꼭 지워요.”
“네.”
“신부님이 직접.”
“제가요?”
“누가 하겠어요?”
김맑음 신부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장 선생님이…….”
“신부님.”
“네.”
“직접.”
“알겠습니다.”
---
다음 날 아침.
김맑음 신부는 걸레와 물통을 들고 담장 앞으로 나왔다.
그런데 숫자 앞에서 멈췄다.
**27**
그 아래 누군가 작은 글씨를 하나 더 적어놓았다.
**찾았다.**
김맑음 신부가 웃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물을 묻혀 숫자를 지웠다.
오래된 숫자는 사라졌다.
그러나 그것이 가리키던 곳은 사라지지 않았다.
집이었다.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었던 곳.
미안하다는 말을 너무 늦게 꺼내서 멀어진 곳.
그리고—
누군가 끝까지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다시 찾을 수 있었던 곳.
김맑음 신부는 깨끗해진 담장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사람 사이에도 길을 잃지 않게 해주는 표지가 필요한가 봅니다.”
뒤에서 박복례의 목소리가 들렸다.
“신부님!”
“네?”
“아침 드세요!”
“갑니다.”
“또 사건 찾지 말고 바로 와요!”
김맑음 신부가 웃었다.
“제가 사건을 찾는 게 아니라니까요.”
“그럼요?”
김맑음 신부가 성당으로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사건이 자꾸 저를 찾는 겁니다.”
“말은 잘해요!”
아침 햇살이 백 년 된 은솔성당 담장을 비추었다.
어제까지 그곳에는 숫자 하나가 있었다.
**27.**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숫자였지만,
두 형제에게는—
**돌아오는 길을 잊지 말자는 오래된 약속이었다.**
**― 제79화 끝 ―**
### 다음 편 예고 ― 제80화 「사라진 기자」
취재를 나갔던 한서윤이 갑자기 연락을 끊고 사라진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는 단 한 줄, **“성당 기록을 확인해 주세요.”**
김맑음 신부와 이도현은 그 말 뒤에 숨겨진 위험한 비밀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제80화는 구성상 **강력사건**이라 앞선 생활 미스터리보다 긴장감을 한 단계 높이면서도, 한서윤의 실종과 마지막 메시지의 의미를 중심으로 추리물답게 전개하면 자연스럽습니다. 우리신부님은 탐정구성구성안의 제79화는 **성당 담벼락에 매일 나타나는 ‘27’이 27년 전 헤어진 형제를 찾기 위한 암호**라는 설정입니다. 이 핵심은 그대로 두고, 숫자가 지워질수록 더 이상한 방식으로 다시 나타나게 해 미스터리를 키우고, 마지막에는 형제가 왜 헤어졌는지까지 따뜻하게 풀어보겠습니다. 우리신부님은 탐정구성
# 제79화 ― 「성당 담벼락의 숫자 27」
새벽미사가 끝난 아침이었다.
장태식 요셉은 성당 마당을 쓸다가 담벼락 앞에서 빗자루를 멈췄다.
하얀 담장 한가운데—
검은색으로 숫자 하나가 적혀 있었다.
**27**
장태식은 미간을 찌푸렸다.
어제까지만 해도 없었다.
손가락으로 문질러보았다.
검은 가루가 묻어났다.
숯이었다.
“누가 이런 걸…….”
그는 물걸레를 가져와 숫자를 깨끗이 지웠다.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이들 장난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같은 자리에 다시 숫자가 나타났다.
**27**
이번에는 파란 분필이었다.
장태식은 또 지웠다.
그리고 그다음 날.
**27**
이번에는 연필.
다음 날에는—
**27**
작은 돌멩이 스물일곱 개가 담장 아래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장태식은 한동안 그것을 내려다봤다.
그리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건 장난이 아닌데.”
---
“사건이에요!”
오미자 안나의 목소리가 사무실에 울려 퍼졌다.
최병철 베드로가 깜짝 놀라 장부를 떨어뜨렸다.
“회장님, 좀 조용히 말씀하세요.”
“사건인데 어떻게 조용히 말해요?”
“뭐가 없어졌습니까?”
“없어진 게 아니라 생겼어요.”
“뭐가요?”
오미자가 손가락 두 개와 일곱 개를 차례로 펼쳤다.
“이십칠.”
최병철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숫자가 생긴 게 무슨 사건입니까?”
“매일 생기잖아요.”
그때 김맑음 신부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오미자가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신부님, 드디어 사건입니다.”
“어제도 사건이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건 성가대 전기포트가 안 켜진 사건이고요.”
최병철이 중얼거렸다.
“플러그를 안 꽂았잖아요.”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오미자는 김맑음 신부에게 담벼락 이야기를 설명했다.
김맑음 신부의 눈빛이 달라졌다.
“매일 같은 숫자라고요?”
“네.”
“같은 장소에?”
“네.”
“지워도 다시 나타나고요?”
“그렇다니까요.”
김맑음 신부가 안경을 고쳐 썼다.
오미자가 최병철을 바라봤다.
“봤죠?”
“뭘요?”
“신부님 안경 만졌어요.”
최병철이 한숨을 쉬었다.
“또 시작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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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벼락 앞.
김맑음 신부는 숫자를 한동안 바라봤다.
오늘의 ‘27’은 빨간색 분필로 적혀 있었다.
“스물일곱 살.”
오미자가 말했다.
“아니면 27일.”
최병철도 추리에 가세했다.
“건물 번호일 수도 있습니다.”
“버스 번호 아닐까요?”
“비밀번호일 수도 있고.”
김맑음 신부가 물었다.
“비밀번호를 왜 담벼락에 씁니까?”
최병철이 입을 다물었다.
그때 박복례가 장바구니를 들고 지나왔다.
“다들 여기서 뭐 해요?”
오미자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암호를 풀고 있어요.”
박복례가 담장을 봤다.
“저거요?”
“네.”
“27이잖아요.”
“그걸 누가 몰라요?”
박복례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이십칠 일.”
오미자가 눈을 크게 떴다.
“그렇죠?”
“우리 성당 전기요금 자동이체 날.”
모두 조용해졌다.
박복례가 성당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한가한 사람들이야.”
김맑음 신부가 웃었다.
그러다 담벼락 가까이 다가갔다.
숫자 아래쪽을 자세히 살폈다.
그리고 발견했다.
아주 작은 표시.
**점 하나.**
김맑음 신부가 물었다.
“장 선생님.”
“예.”
“어제도 점이 있었습니까?”
장태식이 고개를 갸웃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그제는요?”
“숫자만 보고 바로 지워서…….”
김맑음 신부는 숫자를 바라봤다.
**27.**
“숫자만 중요한 게 아닐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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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김하늘 안젤라가 성당에 왔다.
“신부님, CCTV 확인해봤어요?”
“아직.”
하늘이 휴대전화를 흔들었다.
“제가 봤어요.”
“뭐가 찍혔니?”
“사람이요.”
김맑음 신부가 화면을 들여다봤다.
새벽 4시 43분.
화면 한쪽에서 사람이 나타났다.
모자를 깊게 눌러쓴 남자였다.
남자는 담장 앞에 멈춰 섰다.
주변을 살핀 뒤 몸을 숙였다.
그리고 무언가를 적었다.
**27**
하늘이 말했다.
“확대해도 얼굴은 잘 안 보여요.”
김맑음 신부는 화면을 다시 돌려봤다.
한 번.
두 번.
세 번.
“이상하네.”
“뭐가요?”
“숫자를 적고 바로 가지 않아.”
남자는 숫자를 쓴 뒤 담벼락 건너편을 바라봤다.
한참 동안.
마치—
**누군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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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새벽.
김맑음 신부는 담장이 보이는 곳에 앉아 있었다.
이도현 형사가 옆에서 하품했다.
“맑음아.”
“응.”
“새벽 네 시 반이다.”
“알아.”
“나는 형사야.”
“알지.”
“그런데 왜 성당 담벼락 낙서범 잡는 데 형사를 불러?”
“도현아.”
“왜.”
“커피 마실래?”
이도현이 김맑음 신부를 노려봤다.
“그거 사과냐?”
“화해의 제안이지.”
“됐어.”
잠시 후.
이도현이 물었다.
“커피 어디 있는데?”
김맑음 신부가 보온병을 내밀었다.
그 순간이었다.
“온다.”
한 남자가 골목 끝에서 나타났다.
CCTV 속 남자였다.
그는 담장 앞에 섰다.
주머니에서 흰 분필을 꺼냈다.
그리고 천천히 썼다.
**27**
그 아래—
이번에는 작은 글자 하나를 더 적었다.
**ㄱ**
김맑음 신부의 눈빛이 달라졌다.
남자는 한동안 담장 맞은편을 바라봤다.
그러나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돌아섰다.
김맑음 신부가 앞으로 나갔다.
“잠시만요.”
남자가 멈췄다.
이도현도 뒤따라 나왔다.
남자의 표정이 굳었다.
“누구십니까?”
“이 성당 주임 신부입니다.”
남자는 담벼락을 바라봤다.
“죄송합니다. 지우겠습니다.”
“낙서 때문에 온 것은 아닙니다.”
남자가 김맑음 신부를 바라봤다.
“그럼요?”
김맑음 신부가 숫자를 가리켰다.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쓰시는 겁니까?”
남자의 얼굴이 굳었다.
---
남자의 이름은 **강영호**.
예순한 살이었다.
그는 한참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동생을 찾고 있습니다.”
“동생 이름은요?”
“강영수.”
“언제 헤어지셨습니까?”
남자는 담벼락의 숫자를 바라봤다.
“27년 전입니다.”
김맑음 신부와 이도현이 서로를 바라봤다.
숫자 27.
그것은 날짜도,
나이도,
주소도 아니었다.
**헤어진 시간이었다.**
---
영호와 영수는 두 살 터울 형제였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일찍 잃었고 어머니와 셋이 살았다.
형 영호는 스무 살이 되기도 전에 돈을 벌기 시작했다.
동생 영수는 공부를 잘했다.
형은 자신의 꿈을 접고 동생의 대학 등록금을 댔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가 크게 아팠다.
병원비가 필요했다.
그때 집에 보관해 두었던 돈이 사라졌다.
영호는 동생을 의심했다.
영수는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형은 믿지 않았다.
“너 아니면 누가 가져가!”
그 말이 마지막이었다.
영수는 집을 나갔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았다.
몇 달 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장례를 치른 뒤 영호는 뒤늦게 진실을 알게 됐다.
돈을 가져간 사람은 동생이 아니었다.
당시 함께 일하던 영호의 지인이 급한 빚을 갚으려고 돈을 훔쳤던 것이다.
“동생은 억울했겠군요.”
이도현이 말했다.
영호가 고개를 숙였다.
“억울한 정도가 아니죠.”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내가 쫓아낸 겁니다.”
---
김맑음 신부가 물었다.
“그런데 왜 여기다 27을 쓰셨습니까?”
영호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 말했다.
“어릴 때 우리 형제가 약속한 게 있습니다.”
“어떤 약속입니까?”
“서로 떨어지면 숫자를 남기자고 했어요.”
“숫자요?”
“그때 살던 집이 27번지였습니다.”
김맑음 신부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럼 27년이라는 의미만 있는 게 아니군요.”
“예.”
영호가 말했다.
“우리 형제에게 27은 집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두 사람은 골목에서 놀다가 서로를 잃어버리면 벽에 숫자 ‘27’을 적었다.
**27번지 집으로 돌아가자는 뜻.**
“동생이 기억하고 있을까요?”
김맑음 신부가 물었다.
영호는 쓸쓸하게 웃었다.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은솔성당 담장입니까?”
“얼마 전에 동생이 은솔시에 산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누구에게요?”
“옛날 동네 친구에게요.”
“정확한 주소는 모르고요?”
“네.”
영호는 담장을 바라봤다.
“그 친구가 그러더군요. 영수가 가끔 은솔성당 근처에서 보인다고.”
그래서 그는 매일 새벽 숫자를 남겼다.
혹시 동생이 지나가다가 볼까 봐.
혹시—
**27을 기억할까 봐.**
---
한서윤 세실리아도 동생을 찾는 일에 나섰다.
27년 전 자료를 확인했다.
주민등록 관련 정보에 함부로 접근할 수는 없었지만, 공개된 옛 기사와 지역 기록을 뒤졌다.
김하늘도 인터넷 자료를 찾아봤다.
그러나 강영수라는 이름은 흔했다.
며칠이 지나도 찾지 못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다.
영호가 숫자를 쓰지 않은 날이었다.
담벼락에—
누군가 먼저 숫자를 적어놓았다.
**27**
그리고 그 아래 작은 글씨가 있었다.
**ㅎ**
김맑음 신부는 그 글자를 한참 바라봤다.
전날 영호가 적은 글자는—
**ㄱ**
오늘 나타난 것은—
**ㅎ**
하늘이 물었다.
“이게 뭐예요?”
김맑음 신부가 말했다.
“대답이야.”
“네?”
“누군가 숫자를 보고 있다는 뜻이야.”
---
다음 날.
영호는 다시 적었다.
**27 ㄱ**
그다음 날.
누군가 답했다.
**27 ㅎ**
그렇게 사흘이 이어졌다.
영호가 쓰면—
누군가 답했다.
그런데 두 사람은 만나지 못했다.
한 사람은 새벽에 왔고,
다른 한 사람은 늦은 밤에 왔다.
김맑음 신부가 물었다.
“ㄱ과 ㅎ는 무슨 뜻입니까?”
영호가 한참 숫자를 바라봤다.
그리고 눈시울을 붉혔다.
“어릴 때 쓰던 표시입니다.”
“무슨 뜻인데요?”
“ㄱ은…….”
영호가 말했다.
“**기다린다.**”
김맑음 신부가 ㅎ을 바라봤다.
영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ㅎ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형.**”
---
그날 밤.
김맑음 신부는 담장 앞에서 기다렸다.
밤 열한 시가 조금 넘었을 때였다.
한 남자가 골목으로 들어왔다.
예순에 가까워 보이는 남자였다.
그는 담벼락 앞에 멈췄다.
한동안 숫자를 바라봤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분필을 꺼냈다.
김맑음 신부가 말했다.
“강영수 씨입니까?”
남자의 손이 멈췄다.
그는 천천히 돌아봤다.
“누구십니까?”
“김맑음 프란치스코 신부입니다.”
남자는 경계했다.
“형이 보냈습니까?”
“아닙니다.”
“그럼 어떻게…….”
김맑음 신부가 담장을 가리켰다.
“대답을 계속 남기셨잖습니까.”
영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김맑음 신부가 물었다.
“왜 만나지 않으십니까?”
영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신부님.”
“네.”
“27년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27년 동안 형은 나를 찾지 않았습니다.”
김맑음 신부는 조용히 말했다.
“형님은 계속 찾았다고 합니다.”
영수의 표정이 굳었다.
“그걸 믿으라고요?”
“믿으라고 말씀드리는 게 아닙니다.”
김맑음 신부가 말했다.
“직접 물어보시라는 겁니다.”
---
다음 날 새벽.
영호가 담장 앞으로 왔다.
그는 평소처럼 분필을 꺼냈다.
그런데—
손이 멈췄다.
이미 숫자가 적혀 있었다.
**27**
그 아래에는 처음 보는 문장이 있었다.
**이번에는 네가 기다려.**
영호는 글자를 바라봤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담장 건너편.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영호의 손에서 분필이 떨어졌다.
“……영수야.”
남자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영수 맞지?”
동생이 천천히 말했다.
“형.”
그 한마디에 영호의 얼굴이 무너졌다.
“미안하다.”
동생이 말했다.
“그 말 하려고 27년 찾았어?”
“그래.”
“너무 늦었잖아.”
“안다.”
“엄마 돌아가셨을 때도 못 왔어.”
“안다.”
“내가 어디서 어떻게 살았는지도 모르잖아.”
“안다.”
영호는 아무 변명도 하지 않았다.
그저 같은 말만 했다.
“미안하다.”
동생의 눈이 붉어졌다.
“형은 맨날 그랬어.”
“…….”
“어릴 때도 잘못하면 미안하다고만 했어.”
영호가 눈물을 훔쳤다.
“그럼 뭐라고 해야 하냐.”
동생이 한참 형을 바라봤다.
그리고 말했다.
“밥 먹었냐고 해야지.”
영호가 고개를 들었다.
“뭐?”
“27년 만에 만난 동생한테 밥 먹었냐고도 안 물어봐?”
영호의 입술이 떨렸다.
웃는 건지 우는 건지 알 수 없는 얼굴이었다.
“영수야.”
“왜.”
“밥…… 먹었냐?”
동생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영호가 울면서 웃었다.
“그럼 밥 먹으러 가자.”
“형이 사.”
“그래.”
“비싼 거.”
“그래.”
“27년 치.”
영호가 처음으로 크게 웃었다.
“그건 좀 무서운데.”
---
두 형제가 골목 끝으로 사라질 때까지 김맑음 신부는 멀리서 바라봤다.
옆에 있던 박복례가 코끝을 훔쳤다.
“신부님.”
“네.”
“이제 저 숫자는 지워도 되겠네요.”
김맑음 신부가 담벼락을 바라봤다.
**27**
“아니요.”
“왜요?”
“오늘 하루만 그냥 두지요.”
“낙서잖아요.”
“오늘만요.”
박복례도 숫자를 바라봤다.
“왜요?”
김맑음 신부가 미소 지었다.
“27년 동안 길을 잃었던 두 사람이 겨우 집을 찾았으니까요.”
박복례가 잠시 침묵했다.
그러다 말했다.
“내일은 꼭 지워요.”
“네.”
“신부님이 직접.”
“제가요?”
“누가 하겠어요?”
김맑음 신부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장 선생님이…….”
“신부님.”
“네.”
“직접.”
“알겠습니다.”
---
다음 날 아침.
김맑음 신부는 걸레와 물통을 들고 담장 앞으로 나왔다.
그런데 숫자 앞에서 멈췄다.
**27**
그 아래 누군가 작은 글씨를 하나 더 적어놓았다.
**찾았다.**
김맑음 신부가 웃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물을 묻혀 숫자를 지웠다.
오래된 숫자는 사라졌다.
그러나 그것이 가리키던 곳은 사라지지 않았다.
집이었다.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었던 곳.
미안하다는 말을 너무 늦게 꺼내서 멀어진 곳.
그리고—
누군가 끝까지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다시 찾을 수 있었던 곳.
김맑음 신부는 깨끗해진 담장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사람 사이에도 길을 잃지 않게 해주는 표지가 필요한가 봅니다.”
뒤에서 박복례의 목소리가 들렸다.
“신부님!”
“네?”
“아침 드세요!”
“갑니다.”
“또 사건 찾지 말고 바로 와요!”
김맑음 신부가 웃었다.
“제가 사건을 찾는 게 아니라니까요.”
“그럼요?”
김맑음 신부가 성당으로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사건이 자꾸 저를 찾는 겁니다.”
“말은 잘해요!”
아침 햇살이 백 년 된 은솔성당 담장을 비추었다.
어제까지 그곳에는 숫자 하나가 있었다.
**27.**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숫자였지만,
두 형제에게는—
**돌아오는 길을 잊지 말자는 오래된 약속이었다.**
**― 제79화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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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를 나갔던 한서윤이 갑자기 연락을 끊고 사라진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는 단 한 줄, **“성당 기록을 확인해 주세요.”**
김맑음 신부와 이도현은 그 말 뒤에 숨겨진 위험한 비밀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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