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이야기 그 네번째

[김용문]

 

오늘은 월요일

날씨 화창 뜨겁다.

컨디션 엉망.

토요일 일마치고 약속 장소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8시 30분 텐트를 치고 이것저것 준비후 모닥불에 둘러앉아 한잔한잔 마시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두런두런 이야기꽃에 어느덧 어둠은 거치고 아침이 밝아온다.

지난 95년 동창회를 만드는 과정에서 워싱턴 지구 몇몇 회원들이 연락이 되었고 워싱턴 대일인의 모임을 결성했다.

그 후 대 뉴욕지구 워싱턴지구 합동 캠프 모임을 델라웨어 주에서 갖고 이번에 근 8년 만에 다시 합동 캠프를 갖게 되었다.

그저 즐거워서일까?

정신이 몽롱하다.

한쪽에선 축구 보느라 정신없고 애들 아침 준비하는 팀들 벌써 햇살이 따갑다.

여자들 발야구가 시작되고 결과는 21:2로 워싱턴 팀이 이겼다.

간단히 컵라면과 해장술로 속을 달래고 축구 구경하며 잠시 졸고 있는데 족구 하자고 깨운다.

족구를 하다보니 정신도 맑아지고 몸도 가벼워진다.

결과는 뉴욕팀이 2:1로 승리. 맥주를 마시면서 프랑스와의 축구를 보는데 웬 함성 고함소리. 응원하느라 정신들이 없다.

비록 이기지는 못하고 비겼지만 그래도 마냥 즐겁다.

훗날을 기약하며 운전대를 집사람에게 맡기고 잠을 청한다.

다음날 일어나니 온몸이 뻐근하다 어제 유격훈련 받은 듯...

따가운 햇살에 정신없이 걷다보니 어느새 몸은 정상인 듯 그래도 약간은 무겁게 만 느껴진다. 이제는 밤새는 것도 힘들구먼.

악몽 같은 나날의 연속이었지만 그래도 한 줄기 밝은 빛이 나를 기다린다.

1년에 한번 치루는 전국 방공포 사격대회를 준비하느라 1주일에 3-4일 교육장으로 향하고 매일 같은 훈련이 반복된다.

내가 다루는 포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뛰어나다는 것을 자부하던 나였기에 교육은 크게 도움이 안 되었으나 쫄병인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교육 열심히 받는 일이다.

참으로 한심한 것은 비행기를 잡겠다는 포병들이 포에 대해서는 거의 문외한 이라는 사실이다. 그저 지금껏 받은 대로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이 잘못 되었다고 말하면 앞으로의 생활이 고달파지겠기에 그저 묵묵히 하라는 데로 하고 있는데 뭔가 트집을 잡으려는 선임하사나 고참들이 하루는 나보고 포에 대해서 질문을 하는 것이다.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든 질문 아니겠는가.

간단하게 몇마디 설을 풀고 나니 입들이 쫙 벌어져 다무러질줄 모른다.

여기저기서 웅성거린다.

급기야 가만히 듣고 있던 두 선임하사(중사)중 고참 선임하사가 자세히 설명을 하라고 재촉한다.

시간은 점심시간이 다가오는데 계속 설명을 해도 좋겠냐고 물으니 고참들도 나서서 재촉하는 것 아닌가.

이제는 자신이 생겼으니 포의 구석구석을 설명하고 포탄 한발 장전해서 발사되는 과정까지 설명하고 나니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점심을 먹고 포를 뜯어 가면서 하나씩 교육을 시키라는 것 아닌가.

달콤한 점심을 먹은 후 포상에 올라 포에 관해 설명을 한다.

포의 분해는 분대장과 사수만이 가능하다.

당시 나는 우사수 이었으며 분해를 지휘할 수 없는 처지인데 거침없이 분해를 지휘하고 하나하나 설명을 곁들이며 교육을 해 나갔다.

대강의 교육을 마치고 나니 2시간여가 지났고 고참들도 휴식시간 없이 노트에 메모하는 것을 보니 참으로 흐뭇하다 아니할 수 없다.

잠시의 휴식을 갖고 지금까지 사격해왔던 모순점에 대해 조심스레 설명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딴지가 들어온다.

아니 그러겠는가. 이제껏 선임하사나(짬밥만 나보다는 10-20여년 많은데) 고참들이 가르쳐온 방식을 송두리체 바꾸게 되는 것이니 실로 큰 사건이 아니겠는가.

일단 설명을 마치고 실험을 통해 증명하겠다고 하니 그제야 조용해진다.

실험을 통해 증명을 못하게 된다면 그때는 쫑나는 것 아니겠는가.

설명을 마치고 포를 뜯어 뒤에서 앞이 보이게 한 후 포와 표적과의 거리 높이를 종이에 적고 비행기의 속도를 감안하여 지금껏 해왔던 방식대로 조준경을 맞추고 나서 포구안으로 표적이 보이냐고 물으니 안 보인다는 것이다.

당연히 안 보일 수밖에...

이번에는 똑같은 속도의 비행기를 표적으로 하고 내가 조준하는 것에 마춘후 포 구멍에 표적이 들어 왔냐고 하니 보인다는 것 아니겠는가.

지금껏 해왔던 사격 방법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몇 번을 비행기 속도를 바꾸어 실험 해봐도 같은 결과이니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방공포병의 학력은 고졸이 거의 없을 정도로 상당히 높기 때문에 나의 설명과 증명이 가능했던 것이며,  한 순간에 구제불가능의 사고뭉치에서 영웅이 탄생하는 순간 이었으니 그 기쁨이야 어찌 말로 다하겠는가.

고참 선임하사가 상기된 얼굴로 다음 교육부터는 새로운 방식(원래 방식이었으나 이렇게 됨)으로 내 지휘하에 교육 한다고 말한후 그날 교육을 마쳤다.

분초로 돌아오니 고참의 어깨가 들썩인다.

기분이 좋았던 것이다.

쫄병을 잘 뒀다는 뜻일게다.

물론 한 싸움을 한 분대장과도 사이가 좋아졌다. 머스마들은 싸움한번 치루고 나면 금방 친해지듯이...

훈련을 거듭하면서 조준이 눈에 보이게 달라지더니 대회 장소인 대천해수욕장으로 떠나기 전에 최종 점검차 신불산에 들려 실 사격을 해보니 그 수확이 대단하였다.

비록 비행기는 아니어도 엔진으로 돌아가는 타깃을 박살내기를 몇 번...

물론 그날의 우승은 우리 포항 포대인 것은 자명한 이치 아니겠는가.

대대장이 지켜보는 과정에서 포대장은 칭찬을 들었고 대대장이 이번 대회에 포항 포대에 기대를 건다는 한마디에 사기는 하늘을 찌르고 장병들의 어깨는 으쓱해진다.

이제 대천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벼워졌고 성적이 좋았던 우리 분초를 비롯하여 대회에 뽑힌 분초들의 움직임은 부산하고 특별히 내가 다뤘던 포를 대회장에 가져간다는 말에 조금은 더 힘을 얻었고 삼일간의 야간 이동으로 대천에 도착하여 이것저것 점검을 마치고 당일을 기다리게 된다.

우리 부대는 특수 부대는 아니어도 그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일개 대대가 경상도를 지키고 있으니 울산에 2개 포대, 포항 그리고 부산에 각각 일개 포대로 대대장인 중령 위로가 바로 2군 사령관이기 때문에 특수 하다고 말 할 수 있다.

드디어 시합 당일 날은 밝았고 별들이 득실거리는 시합장에서 이론 테스트와 분초 훈련을 점검받고 기다리던 연습 사격이 시작 되었다.

연습 사격은 각 분초가 8발을 쏘며, 실 사격은 16발을 발사한다.

드디어 우리 분초가 사선으로 올라갔고 구호에 맞춰 포탄을 장전하고 모형 비행기를 기다린다. 표적은 세로 60cm 가로 120cm 로 모형 비행기 뒤로 약 60m의 끈에 달려 날라 간다.

비행기를 잘못하여 맞추면 바로 영창 가는 것이다.

실 사격에서 200 발을 쏴서 1발을 맞추면 합격인데 지금껏 한발도 못 맞추었으니 얼마나 힘들다는 것을 알수 있을 것이다.

모형 비행기가 서서히 우리 앞으로 온다. 거리는 약 800-1000m 고도 약 60m 지금껏 연습한데로 하라 우사수 좌사수에게 이르고 사수인 나는 포탄만 누르고 좌.우 사수의 발사를 기다린다.

좌사수가 조준을 외치고 우사수가 발사를 외치면 나는 페달을 밝고 엄청난 포음 속에 포탄이 표적으로 나른다.

모형 비행기가 한번 날 때마다 한발씩 발사한다.

처음은 발사와 함께 페달을 밝고 다음은 조준에 페달을 밝고 이렇게 8발을 쏘고나니 별들이 웅성거린다.

망원경을 보는 장성 보는 이들 마다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것 아닌가.

드디어 모형 비행기가 우리쪽 바다 앞을 지나면서 표적을 떨어뜨리고 지나간다.

들고 온 표적에는 선명하게 2개의 구멍이 뚫려 있는 것 아닌가.

연습사격 결과까지 전군에서 1등을 한 것이다.

내로라하는 오리콘 부대, 발칸포대, 미사일 나이키, 호크 부대도 얻지 못한 최고의 성적이었으니 그 많은 별들 앞에서 대대장의 어깨는 덩실거린다.

이제 실 사격에서 한 발만 맞추면 전군 1등은 물론이고 대대장은 진급하는데 유리한 고지에 오르는 건 자명한 이치이다.

타부대의 연습 사격이 끝나고 기다리던 실 사격이 돌아왔다.

첫 사선에 올라 내가 그동안 애지중지 닦아온 포에 오른다.

쏠수 있는 포탄은 16발 이중 한 발만 맞는다면, 아니 함께 사격하는 4개 분초에서 1발만 맞춘다면 돌아가는 기차에서 술이 끊어지지 않을 것이고 고향 앞으로라는 구호와 함께 휴가를 즐기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으로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드디어 비행기는 떠오르고 발사와 함께 첫발을 쏘았다. 두 번째 돌아오는 표적을 향해 힘차게 페달을 밟았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다.

첫 발을 쏘는 순간 사수가 지켜야할 수칙인 포탄을 누르고 12만 파운드의 압력에 포신이 돌아가는 걸 막는 뚜껑을 눌러야 하는데 비행기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순간 머리를 떠오르는 것이 고향앞으로가 아니고 영창 앞으로인 것이다.

휴!

여기서 끊어야 할 듯...

이런 속도로 언제 미국가지? 

[김현서]

야~~~ 재밋다. 덕희야 이거 투고료 줘야 되는거 아닌지 모르겠다

[이상호]

발칸?.캬라반50?. 현실감있는 표현들이 지금 현장에 있는듯 하다.

[김현서]

난 공군이라 전혀 생소하다. 군 생활은 역시 육군이 최고지. 난 소위때 부터 공군본부에서 시설 관련 설계만 해서 재미있는 얘기가 별로 없어 그래서 중위진급 하자마자 결혼을 할 수 있었지

[김두라]

통지표 도장 찍어주시던 분 왈 포병은 특히 수학을 잘해야 한다던디? 특히 코싸인?? 너 혹시 포사령관 앞에서도 그 얘기 자세히 할 수 있니??? 그럼 내 충북영동 데려간다^^

[손영희]

남자들 군대얘기 나오면 집에 갈 시간이라던데 이건 또 예외네. 흥미진진! 부부동반 모임에서 군대얘기만 나오면 나는 지은죄가 있어 음메기죽어하며 알아서 긴단다.

[강덕희]

영희야~! 오랜만인데...그 지은죄 무척 궁금해 지네여~ㅋ 압력 넣기전에 실토해 ㅎ

[김용문]

군대 이야기 공통점은 모두 자신만이 고생 무쟈게 했다는 것과 제일 힘들었다는 것이지. 뭐 안갔다온 사람은 모르니까 뻥을쳐도 모르고 또한 적당한 뻥은 유머스럽게 이야기 하는 사람들의 말에 빠져들잔아. 열심히 들어봐도 결국 그게 그거은 셈이지. 그러다보니 군이야기 종교 정치 이야기가 나오다보면 결국에는 파장

[김용문]

난 국어를 무쟈게 싫어해서 문학쪽에는 아마도 문외한일거여. 그저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쓰는것은 글 쓰기가 편하잔아. 내 경험이니까. 이게 내가 할수있는 것이구먼.이나이에 뭐가 창피하겠어. 좀더 빨리 접근할수 있지 않을까해서 이말 저말 쓰는겨. 그저 이넘이 이렇게 살았구나. 나는 어땠을까 라고 생각들면 효과만점

[김용문]

두라야 그쪽은 야포인데 그것도 재미잇을겨. 원래 컴퓨터를 만들게 된 동기가 포탄 포물선 식을 얻기위해서 였거든. 나도 그포물선 때문에 컴을 하게 된거고. 어떤 포든 원리는 비슷혀 총도 비슷하고, 40페이지에 달하는 논문도 썼는데 비록 통과는 안되었지만. 다음호에 나오겠구먼. 다음호로 군이야기는 쫑 해야쥐.

[장경옥]

용문이 camp 잘다녀 왔어? 너 문학쪽에 소질있어~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 개발해봐~~

[김용문]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개발하고... 요거 생각난다. 지금도 외울수 있을것 같은데. 벌써 몇년전 일인감? 5학년? 6학년? 무쟈게 오랜시간 지났는데도 기억나넹.

[김용문]

캠프는 잘 댕겨왔구먼 반가운 사람들과 노니라고 텐트안에서 잠도 못 잤으니 캠프 하긴 한건가?

[홍승애]

남편이 군대얘기만 꺼내도 마지못해 들어주느라 고역인데 네 애기 무지 재미있다. 댓글 다는 시간 아껴서 얼른 집필에 전념하길... ㅎㅎ 다음 편 빨리 써.

[라민수]

용문아!캠프 다녀오랴 집필하랴 수고가 많다.군대이야기 정말 재밌게 잘 보고있다.우린 땅개라 무조건 걷는데 포병은 삼보이상 승차라 무척 부러워했던 기억이 난다.^^그리고 혹시 그쪽에 충효란 친구가 가입 되 있는지?

[강덕희]

군대얘기 쓰는라 거부기 너무 외로운거 아냐? 더러더러 놀아주며 해.. 글구 증말 네 군생활이 이렇게 박진감넘치고 멋있었던거야? 진짜 재밌걸랑~ 현서가 투고료도 주자는데, 함 기달려 봐여~ㅎ

[김용문]

매일 출근하면 뽀뽀해준다던데 누가 해주는겨? 현서는 아니겠지? ㅋㅋㅋ 그잔아도 거부기들 대모하느라 난리당.

[김용문]

차충효? 우리 어린이 동창이여? 아님 고딩 동창인감? 이름은 많이 들었는데.

[김현서]

덕희야 뽀뽀 부탁한다. 용문이가 내 뽀뽀는 싫단다

[라민수]

대일고 출신 최충효! 그쪽에 있다는 애길 들어서...

[김용문]

아직 여기 가입은 안햇는데 앨범보고 찾아보나 혹 연락처 잇어? 이름은 기억하거든.

[김용문]

민수야 고딩 홈피에 충효 수배했으니 금방 연락 올거다. 현재 등록 회원 약 300 명. 년말까지 300 명 돌파가 목표라는데 쉽게 찾아질거여. 연락되면 네 안부 전하고 네게도 연락할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