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전 11시 20분께 부산 동래구 동래시장 인근 건물 2층. 한 쪽 주방에서는 자원봉사자 5, 6명이 식판에 밥과 반찬을 담고 있고, 좌탁에는 노인 10여 명이 둘러앉아 이른 점심 식사를 하고 있었다. 한 할아버지가 식사를 하면서 식탁 밑에 둔 봉지 안에 반찬을 담았다. "아이고, 할아버지 뭘 그리 챙깁니까. 나중에 가실 때 저녁에 드실 만큼 싸 드릴테니까 맘 편하게 드세요." 밥을 푸던 스님이 한 마디 했다. 주지인 두타스님이다.
'도솔사'라는 간판이 붙어 있는 이곳은 일반 사찰과 달리 '밥 공양'을 위해 만들어진 '민들레 밥집'이다. 2005년 8월 동래구 사직동에 세운 민들레 밥집에 이은 2호점(2006년 개소)으로, 끼니를 때우지 못하는 독거노인 장애인 등에게 따뜻한 밥을 나눠주는 무료 급식소다. 하루 평균 200여 명이 식사를 하고 있다.
10년 전 30대 중반의 나이로 출가한 스님은 범어사 승가대 강원에서 공부를 하다 절을 떠났다고 했다. 수행에 힘쓰는 여느 선승과 달리 밥 공양을 하러 속세로 돌아온 것이다. "다 인연법에 따라 그런 거지요. 출가 때부터 '어른들에게 밥을 해 주자'라는 생각이 컸고 돈을 모으기 위해 어영부영하다가는 안 될 것 같아 소위 '무대포 정신'으로 시작했습니다."
운영비는 탁발과 후원금으로 충당한다. 탁발을 위해 1년 6개월째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지하역사로 출근한다는 스님은 "여기 출신이 아니라 처음에는 부산시청 온천장 등 여러 곳을 돌아다녔는데 서면역이 가장 유동인구가 많더군요. 초창기에는 신고가 들어가 경찰서 등지로 많이 불려다녔다"고 웃으며 말했다.
"부처님 말씀에 '자비희사'가 있습니다. 남을 이롭게 하는 마음으로 행하면 악업을 쌓을 일이 없다는 겁니다. 제가 수모를 당하더라도 선행을 할 수 있어 기쁩니다."
18일에는 운영비 마련과 무료 급식소 확대를 위한 자선 바자도 연다.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부산시청 녹색광장에서 '민들레 홀씨 나눔장터'를 개설하기로 한 것. 옷 책 주방용품 신발 등 생활 재활용품을 기증받아 판매한 수익금으로 민들레 밥집을 더 개소하겠다는 취지다. "부산 전역에 무료 급식소가 필요한 곳이 많습니다. 제 3, 제 4의 민들레 밥집을 열기 위해서는 탁발 외에 안정적인 수익금이 필요합니다. 여러 시주자님이 기증한 헌 물건은 정성이 담긴 음식으로 변해 노인, 장애인들의 몸을 보호하는 약이 될 수 있습니다." 문의 (051)558-2108, 505-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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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민들레밥집 원문보기 글쓴이: 오사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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