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불은 왜 광화문 120m 상공에 줄을 걸었을까?
김윤정 기자
입력 2026.10.06. 18:03
초등 저학년 이상레드불, 챔피언 얀 루스의 160m 외줄타기 행사 개최 익스트림 스포츠 좋아하는 젊은 층 타기팅 스카이다이빙 후원해 60억 달러 마케팅 효과 거두기도 |
2026년 10월 1일 오후 에스토니아 출신 슬랙라인 선수 얀 루스가 세종대로 상공 120m에서 '슬랙라인'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가운데 시민들이 하늘을 바라보며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임지훈 기자
10월 1일 오후, 서울 광화문 한복판. 시민들이 고개를 한껏 뒤로 젖힌 채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어요. 아파트 40층 높이에서 두 건물 사이에 폭 2㎝ 남짓한 가느다란 줄 하나가 걸려 있고, 그 위를 한 남자가 두 팔을 벌린 채 앞으로 나아갔어요. 발밑으로는 자동차가 오가는 광화문 도심이 아찔하게 펼쳐졌죠. 주인공은 슬랙라인(외줄타기) 세계 챔피언을 세 차례 지낸 에스토니아 선수 얀 루스예요. 그는 안전줄 하나에 몸을 맡긴 채 160m ‘하늘길’을 건넜어요.
레드불 슬랙라인 선수 얀 루스가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사거리 약 120m 상공에서 레드불 서울 줄타기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슬랙라인은 두 지점 사이를 이어 팽팽하게 설치한 폭 2.5~5cm 안팎의 줄 위에서 균형을 잡아 걷거나 점프, 회전 등의 기술을 선보이는 스포츠로, 이날 얀 루스는 코리아나호텔을 출발해 동아미디어센터를 반환점으로 돌아오는 편도 160m 구간의 고공 왕복 횡단에 도전했다.
이 아찔한 도전을 서울 한복판에 펼친 건 음료 회사 ‘레드불(Red Bull)’이에요. 사실 레드불은 슬랙라인뿐 아니라 자동차 경주 F1, 절벽 다이빙, 스카이다이빙, 산악자전거 같은 익스트림 스포츠를 꾸준히 후원해 왔어요. 레드불은 왜 이런 위험하고 짜릿한 스포츠를 보여주는 걸까요?
레드불은 원래 태국의 자양강장제였어요. 카페인과 비타민 등이 들어 있어 피로를 덜고 활력을 느끼게 해주는 음료였죠. 태국에서는 육체 노동자들에게 인기를 끌었지만 유럽에서는 반응이 좋지 않았어요. 탄산을 넣고 단맛을 줄였지만 ‘맛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죠.
이때 레드불은 맛보다 ‘이미지’에 집중했어요. ‘레드불’ 하면 ‘도전·에너지·짜릿함’이 떠오르게 만든 거예요. 이를 위해 새로운 도전을 좋아하는 10~30대 젊은 층을 ‘타기팅(Targeting)’했어요. 타기팅은 기업이 제품을 팔고 싶은 소비자 집단을 정해, 그들이 좋아할 방식으로 광고하는 것을 말해요.
2012년 레드불의 후원으로 지상 39㎞ 상공에서 뛰어내린 펠릭스 바움가르트너. 그는 사상 최초로 전투기나 우주선 같은 기계 장치에 타지 않고, 맨몸으로 뛰어내렸다. 이 장면은 유튜브 생중계로 800만 명이 지켜봤고, 영상 조회 수는 4000만 회를 넘겼다./레드불
레드불은 젊은 층이 열광할 만한 ‘익스트림 스포츠’를 적극 후원했어요. 대표적으로 2012년 오스트리아 출신 스카이다이버 펠릭스 바움가르트너는 레드불 로고가 새겨진 옷을 입고 지상 39㎞ 상공에서 뛰어내렸어요. 4~5분간 맨몸으로 떨어진 뒤 레드불 로고가 새겨진 낙하산을 펴고 안전하게 착륙했죠. 이 장면은 유튜브로 생중계돼 시청자 800만 명, 영상 조회 수 4000만 회를 넘겼어요. 레드불은 투자비의 120배인 60억 달러의 마케팅 효과를 거뒀죠.
레드불은 현재 해마다 1250개가 넘는 스포츠·문화 행사를 후원하고, 700명이 넘는 선수와 계약하고 있어요. 그 결과 세계적인 에너지음료 브랜드로 성장했어요. 2025년에는 전 세계 178개국에서 약 139억7000만 캔이 팔렸죠. 특히 미국에서는 Z세대(1995~2010년생)의 37%, 25~34세의 32%가 레드불을 좋아한다고 답했어요. 젊은 층이 좋아하는 스포츠를 집중 공략한 ‘타기팅’이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 셈이에요.
슬랙라인(Slackline): 폭이 좁고 탄력이 있는 줄 위에서 균형을 잡으며 걷거나 묘기를 펼치는 스포츠. 높은 곳에 줄을 설치해 건너기도 하고, 점프나 공중제비 같은 기술을 선보이기도 한다.
타기팅(Targeting): 기업이 자신이 제품을 팔고 싶은 특정 소비자 집단을 정하고, 그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방식으로 광고하는 것.
익스트림 스포츠(Extreme Sports): 높은 곳, 빠른 속도, 험한 지형 등에서 강한 긴장감과 짜릿함을 느끼는 스포츠.스카이다이빙, 절벽 다이빙, 산악자전거, 고공 슬랙라인 등이 대표적이다.
FC 레드불 잘츠부르크에서 활약하던 당시의 황희찬 선수. 황희찬은 2019~2020시즌 엘링 홀란과 함께 팀의 공격진을 이끌며 유럽 무대에서 이름을 알렸다./RB 라이프치히 공식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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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찬, 홀란... 레드불, 축구에서도 젊은 선수 키워냈어요
에너지음료 회사 레드불은 익스트림 스포츠뿐 아니라 축구 구단도 운영하고 있어요. 대표적인 팀이 오스트리아의 FC 레드불 잘츠부르크예요. 레드불은 2005년 잘츠부르크 구단을 인수한 뒤 팀 이름과 유니폼 등에 ‘레드불’ 브랜드를 적극 활용했어요. 젊고 유망한 선수를 키워 세계적인 무대로 내보내는 팀으로도 유명하죠. 대표적으로 우리나라 황희찬 선수가 잘츠부르크에서 뛰며 유럽 무대에 이름을 알렸고, 2019~2020시즌에는 엘링 홀란과 함께 공격진을 이끌었어요. 잘츠부르크는 지금도 어린 선수를 적극적으로 키우고 있어요. 2026~2027시즌 유로파리그 명단에도 10대·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죠. 레드불은 이렇게 축구에서도 젊음과 도전이라는 이미지를 브랜드와 연결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