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닌 게 아니라 가을 옷을 입으려면 부지런해야 합니다.
“아차” 하면 바로 겨울이 시작됩니다.
그건 그렇고,
예전에는 바바리코트라고 했는데 요즘은 트렌치코트라고 하는 모양입니다.
바바리코트와 트렌치코트의 관계는
호치키스와 스테이플러의 관계와 같습니다.
호치키스는 스테이플러를 고안한 미국의 발명가 호치키스의 이름을 딴 상표 이름입니다.
바바리코트도 그렇습니다.
영국의 버버리 사에서 만든 코트 이름입니다.
이런 차이를 알았는지 몰랐는지
예전에는 으레 바바리코트라고 했는데,
바바리코트만 보면 떠오르는 기억이 있습니다.
군대 가기 전이었으니까 20대 초반 때입니다.
친구 집에 놀러 갔습니다.
친구한테 한 살 터울인 누이동생이 있었습니다.
출출하면 라면을 끓여 달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그 누이동생이 외출했다가 들어왔습니다.
저를 보더니 “학종이 오빠, 와 있네.”라며 인사를 했고
몇 마디를 주고받았습니다.
그러고는 서운한 듯 얘기합니다.
“뭐야, 오빠. 바바리코트 입었는데 예쁘다는 말도 안 해주고…”
당혹스러웠습니다.
그때 제가 뭐라고 답했는지는 기억 나지 않는데
그 일이 있고 난 다음부터
“여자가 바바리코트를 입으면 예쁘다는 말을 해줘야 하는 건가?” 하는 의문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바바리코트를 입은 여자를 보면 괜히 불안하기도 했습니다.
예쁘다는 말을 안 해주면 서운해 할 것 같은데
그렇다고 해서 예쁘다는 말을 하기에는 제 얼굴이 너무 얇았습니다.
그런 말은 닭살 돋아서 못합니다.
바바리코트를 입으면 왜 예쁘다고 해줘야 하는지
30년 가까이 의문을 품고 있다가
10년쯤 전에 딸한테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딸도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대체 그 친구 누이동생은 왜 저한테 서운했던 걸까요?
지금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기억이 있는 바바리코트를
지금은 트렌치코트라고 하는데
바바리코트든 트렌치코트든,
부지런해야 입습니다.
가을은 금방 지나갑니다.
예수를 믿는 것은 다를까요?
시간이 마냥 주어진 것이 아닙니다.
이 세상 삶은 금방 지나갑니다.
나이 오십이 넘으면 제야의 종소리가 매일 들린다고 하는데
매일은 아니라도 일주일에 한 번은 들리는 것 같습니다.
며칠 지나면 또 들릴 겁니다.
10년 전을 한번 떠올려 보세요.
엊그제 같은데 그새 지나가지 않았습니까?
10년이 금방 지나갔음을 누구나 느낍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10년도 그렇습니다.
앞으로의 10년도 지금까지의 10년과 똑같은 빠르기로 지나갈 것입니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신앙생활 제대로 할 틈도 없이 인생이 끝나고 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