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2일 오전 6시 30분. 아직도 술이 안 깬다. 그러나 운덕이와 산에 가기로 한 약속때문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마누라도 아직 술이 덜 깬 것 같다며 걱정을 한다. 서둘러 산행 복장
으로 갈아 입고 배낭을 꾸려 집을 나섰다. 오늘 산행은 전남 담양에 추월산. 약속 장소는 천호
역 1번 출구 오일뱅크앞.
천호역에 오니 한석원이 어디냐고 전화가 왔다. 천호역이라고 하니 동대문 운동장에서 출발한
지 5분 됐단다. 오일뱅크 앞에 등산복차림을 한 사람 여럿이 서성인다. 차도 안 오고 하여 시간
도 죽일 겸 커피를 뽑는데 한 사람이 내게 다가와 "청우산방"이냐며 접선을 시도했다. 그러나
사전 지식이 없는 나는 단호하게 "아니오"했다.
그러나 나중에 보니 우리가 "청우산방"회원들과 함께 가는 것 아닌가. 차를 타고 나서 얼마나 미
안했던지. 차가 천호역에 도착하니 문자메시지로 도착을 알린다. 그런데 어쩐 일인가? 예약 안
하고 온 사람으로 좌석이 부족하다. 차는 출발도 못하고 어정쩡하다. 그럴 때 4명이 버스에서
내린다.
혹시 우리 때문에 내리는 것 같아 속이 편하지 않다. 차는 전남 담양으로 출발. 동산회 회원 11명
이 참석했다. 이용복, 한석원, 이운덕, 안성운, 최하영, 오경환, 박승철, 이영식, 최선준, 박광호,
박용정이 참석했다.
차안에서는 함께 산행을 한 사람끼리 통성명하느라 바쁘다. 우리 동산회도 소개되고, 잠실에 근간
을 둔 참산악회도 소개되었다.
어느 여자분이 농담을 하는 것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으악새가 새라고 우기는 사람이 있단다.
둘째 복상사가 절이라고 우기는 사람이 있단다. 셋째 몽고반점이 중국집이라고 우기는 사람이
있단다. 넷째 ***가 대**이라고 우기는 사람이 있단다.
차안의 시끄럼도 아랑곳없이 차는 고속도로를 미끄러지듯 달려나가고 있었다. 휴게소의 휴식을
거쳐 태인IC를 거쳐 담양으로 향하는 남도의 길이 정겹다. 집 마당 감나무에는 아직 수확을 안
했는지 아님 까치 밥에 넉넉한 인심인지는 모르겠지만 감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중부지방은 단
풍이 떨어졌지만, 남부지방은 단풍이 고운 자태를 보이고 있다.
차창 밖에 비친 너른 평야와 단풍이 어울어져 한폭의 수채화같다. 여기에 집 굴뚝에 모락 모락
연기까지 피어오르면 멋 있을텐데. 한참을 가다보니 섬진강수력발전소라고 써 있는 곳은 산 꼭
대기까지 물을 올려 아래로 내려보내는지 반원형 모양의 설비가 산꼭대기까지 설치 되어 있다.
국도로 접어드니 꾸불꾸불한 도로가 차안 사람을 이쪽으로 저쪽으로 몸을 흔들리게 한다. 고속도
로는 시간과의 경쟁이라면, 국도는 여유로움과 경치를 느끼며 천천히 자연 속으로 빠져드는 도로
가 아닐까. 담양을 거의 다 왔는지 이정표가 오른쪽은 내장사, 왼쪽은 담양을 알린다.
담양 추월산 주차장에 도착하니 12시5분. 산행 준비를 하고 일행 속에 뒤떨어지지 않기위해 서둘러
길을 재촉한다. 차안의 서먹서먹한 감정은 산을 올라가며 농담도 하고, 찰라의 고행을 서로 즐기며
어느덧 하나 되는 것 같다. 감나무에 등산 지팡이를 이용하여 감을 따는 여유도 느끼며 서서히 추월
산을 향해 갔다. 채석장으로 보이는 길에서 오른쪽으로 향하니 좁은 소로가 나타난다.
소로를 지나니 어린 대나무 군락지가 낯선 등산객을 가로막는다. 발 아래는 낙엽으로 길인지
계곡인지 구분이 안 된다. 길은 돌맹이가 어떻게 놓여 있는지 발을 밟으면 아래로 흘러내린다.
오르막에서 발을 움직이지 않으면 가만히 있어도 미끄러져 내려 간다.
길을 잘못 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잡목이 우거진 곳을 손으로 꺾으면서 길을 내고 걸으
니 산행속도가 느리다. 다래순으로 보이는 넝쿨은 왜 그렇게 많은지. 앞 사람과의 거리를 두지 않
으면 나무에 얼굴 찢기기 십상이다. 올라가는데 동산회 회원인 C씨는 복도 많게 초보자 여자 등산
객의 뒤에서 간다. 초보자 여자등산객은 올라가는데 힘이 들어 하자. 등산 안내를 자청하고 나섰다.
가다가 보니 등산신발 매는 방법도 알려 주고, 조그만 바위에서는 손도 잡아 준다. C는 복 터졌다.
내가 바위에서 손을 잡아 달라니 모른체 하고 앞만 보고 올라간다. 요번 산행은 밑에서 산의 봉우
리로 보이는 곳을 올라가면 또 다른 산봉우리가 나타나고, 올라가면 다시 산봉우리가 나타난다.
낙엽과의 전쟁, 잡석과의 전쟁, 어린 대나무 숲과의 전쟁, 넝쿨과의 전쟁이였다. 이렇게 올라가다
가 잠시 쉬는데 영식이가 (여기서 발음주의) 존물이 뭔지 아냐고 한다. 그게 뭐냐고 하니까 그냥
웃는다. 영식이도 여기 와서 배웠단다.
산에 올라가는 아줌마가 자기들끼리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한다. 한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조ㅊ물
가지고 왔냐고 물었단다. 국문학적으로 이렇게 변천이 되지 않았을까. 좋은물 → 존물 → 조ㅊ물
되었겠지.
어떤 아줌마는 등산지팡이를 꼭 구멍에 찍어서 잘 않 빠지는 관계로 빼느라고 산행 속도가 더디다.
이렇게 올라간 산에서 당초에는 정상을 지나 헬기장에서 먹기로 했는데 경치 좋은 관계로 바위에
걸터 앉아 점심식사를 펼쳤다. 점심식사 얘기는 앞선 산행기에서 여러 번 언급했으니 생략.
아래로는 담양호가 펼쳐지고 그리고 이어진 너른 평야 그리고 병풍처럼 둘러 싸인 산들을 보며 다
시 한번 심호흡을 크게 했다. 식사 후 정상을 향해 출발. 정상에 가서 사진 한장 찰칵. 그리고 농담
도 하고 웃으면서 산행을 계속했다.
어느 만큼 갔을까. 승철이가 골드배를 먹자고 한다. 배가 껍질 색갈이 옅은 노란 색의 골드 배는 또
다른 맛을 낸다. 담배, 술을 안해서 일까 승철이 배낭에는 먹을것이 무척 많다. 땅콩, 우황청심원이
라 불리는 쵸코렛 등 연신 꺼낸다. 승철이 배낭과 상복이 배낭은 무척 다양함으로 가득차 있다. 그래
서 동산회 회원이 준비를 안 하는지도 모르겠다. 석원이 점심에 싸온 마파두부 맛있었다.
언제나 말이 없는 최하영과 안성훈. 최하영의 포도와 바나나, 안성훈의 원두커피, 언제나 넉넉하게
싸 주는 이운덕의 사모님. 그 덕에 우리가 굶지 않고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오늘도 정상 등정기념
프랭카드를 깨끗이 빨아 온 우리의 후배 박용정씨. 정말 고마워요.
산은 오라 가라 하지 않으나, 인간이 오며 가며 이렇쿵 저렇쿵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닐까? 산은 언제
나 그대로 있는데 인간이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닐까? 산은 그냥 그렇게 있는 것이다.
나 개인적 생각으로는 정복이니 등정이란 표현보다는 훈련이나 화합이란 표현을 쓰면 어떨까?
언제나 밥을 먹고 오르는 오르막길은 힘든 법. 그러나 어쩌겠는가. 서울 가는 버스를 타려면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하는 학습훈련을 하여야 하는 것을. 헬기장을 4개를 지난다고 했는데 헬기장이 두개
밖에 안 나타났다. 이윽고 도착한 보리암 위. 바위를 오르니 감동이 큰 물결이 나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산 아래의 담양호의 전체의 전경이 보이고 오른쪽의 조그만 산들이 물결처럼 여러 개가 하나의 형상
을 이루고 있다. 저 멀리는 너른 평야. 그 뒤로 딱 버티어 서 있는 산들. 담양호 맞은 편 10시 방향은
강천산이 아주 아기자기 하게 펼쳐진다. 정말 장관이였다.
넘버 3는 어디로 갔는지 찾을 길이 없다. 아쉬운 사람은 핸드폰으로 풍경을 담는다. 이렇게 구경을
하니 바위에서 내려 오기 싫다. 그러나 나만의 전유물이 아닌 이상은 많은 사람이 보아야 한다. 바
위를 내려 와서 보리암으로 향했다.
내려 오는 곳곳이 철 계단과 밧줄로 등산객을 보호하고 있다. 보리암은 남해에도 보리암이 있다.
그 곳도 올라가면서 바라보는 다도해는 얼마나 멋있던가. 이곳 보리암도 그에 못지 않다. 산 가
장자리를 철제로 연결해 놓아 쉽게 가도록 하고 있다.
보리암과 뒤에 내려 오다 보면 공덕비 같은 것이 있다. 왜군에 쫓기어 절개를 지키기 위해 떨어져
서 죽었다고 한다. 다시 한 번 옛 조상의 늠름한 기상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한쪽에 물건을 올리기
위한 곤돌라인가 아님 사람을 수송하기 위한 것일까. 공사를 하는 현장에서 자연을 생각하는 인간의
이중성을 느끼게 한다.
보리암을 보고 하산 길도 마찬가지로 철재계단과 밧줄로 급경사를 보완하여 주고 있다. 쉬엄 쉬엄
내려 오며 시간을 보니 어느덧 4시30분. 버스가 다섯시에 출발한다고 했는데 후미는 아직 안 보인
다. 주차장에 내려 오니 5시5분. 버스가 떠났는지 안 보인다.
막간을 이용해서 화장실에 가서 젖은 옷을 갈아 입는다. 그리고 오니 막걸리 판이 벌어졌다. 그리고
차량 옆에는 족발과 소주가 기다리고 있었다. 막힐 것을 대비해 물 버리고 오니 파티도 막바지이다.
C씨에게 도움을 닫은 어느 여성이 다가와 감사의 표시를 한 모양이다.
그러니 C씨 "그것이 나의 기쁨이죠"한다. 머리 나쁜 분이 이것 외울려고 수 없이 반복 학습을 하였다.
이제는 기록으로 남겼으니 한결 머리가 개운하다.
오후 6시경 버스는 출발. 이것이 막힘에 결정판인 것을 모른채 우리는 떠났다.
이윽고 차내 소주 파티. 소주가 몇 순배 돌아가며 이바구를 하는데 어떤 분이 박영수얘기를 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세상은 넓고도 좁은 모양이다. 오늘 산행에 수고 하신 청우산방 회장님, 정용성부회
장님, 박 아무개 부회장겸 총무님, 산악회를 이끈 산악대장님 정말 수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선배들을 건사하는 박용정, 새벽까지 술 먹고도 산행을 함께 한 이운덕, 오경환, 먹을 것을 많
이 주는 박승철, 걸걸한 웃음과 욕지거리를 해 대는 최선준, 언제나 말 없는 최하영, 안성훈, 매번 모임
에 잘 안 빠지는 한석원, 모자 쓰면 20대인 이영식, 산악회를 잘 리드하는 이용복 전부 고생했다. 2주년
기념 산행에서 보자.
첫댓글 단시간내 이런기행문이나온다는것은....역시대단하다, 박광호가있기에 우리가있다.
동산총무박광호의 산행기는 볼 때마다 탄복을 자아낸다.메모하는 것도없는데... 광호 산행기를 보면 기억의 파노라마가 재가동된다.50중반 초로나이에 대단한 필력이다. 그러기에 박광호는 영원히 동산총무를 해야한다. 본인이총무직책을 회피할라믄 더욱 화살이날라온다는 값진경험을이미 했을 것이다~ㅎㅎ) 넘버1님은 빠른행동으로 커버를하지만, 넘버3경아니는 넘버3에 감사만족하고 그래서 거북이넘버쓰리다^^ 매번 감칠 맛나는 쫀득쫀득 산행기 잘보았다.아울러 박총무글 밑에 추월산에서 찍은 절경과 함께 안내글 올려본다.
광호가 있기에 우리 동산이 존재한다 고맙고 사랑한다 우리총무님은 첫인상이 너무좋아 !! ㅋㅋ ㅎㅎ